이 일기는 읽지마세요, 선생님 우리문고 13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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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방임을 일삼는 부모 때문에 보호의 울타리를 잃은 사춘기 소녀 티시가 견뎌내야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이야기였다.

던프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를 숙제로 내주시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개인적이고 비밀스런 내용이라 선생님이 읽지 않기를 원하면 일기 첫머리에 "읽지 마세요"라고 써달라는 선생님의 독특한 일기검사 방식 때문에 티시는 조심스레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티시의 일기는 거의 모두 "읽지 마세요, 던프리 선생님"이다.  그 말 앞에 종종 "제발"이나 "절대로" 같은 말이 덧붙여져  티시의 감추고 싶은 비밀의 질과 양이 그 안에 모두 함축되어 있는 듯 하다.  가혹하고 냉정한 현실 속으로 내던져진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철저하게 감추기'라는 수단을 선택하는 사춘기 소녀 티시의 불안한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티시의 일기 속엔 십대 사춘기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선택한 '일기'라는 형식이 티시의 꾸밈없고 솔직한 속내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읽지 말아달라는 일기를 읽는, 그래서 어쩐지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는 듯한 기분으로, 또는 그 쾌감으로 책을 읽는 기분도 맛볼 수 있었다. 

이미 세상의 쓴 맛을 보아버린 티시가 보기엔, 하나같이 철부지지만 그 가볍고 무모한 친구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기의 처지와는 너무나 형편이 다른 친구들과 이성친구에 대한 이야기, 이해와 사랑이 부족한 삭막한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자기의 처지에 대한 연민과 불안함, 어린 동생을 보호하고자 하는 티시의 안쓰러운 책임감, 어른들의 무책임과 몰이해, 그리고 불합리한 사회의 냉혹함이 티시의 일기를 통해서 진솔하게 전해져 온다.

"읽지 마세요, 던프리 선생님'이라는 글머리가 "부디 읽어 주세요, 던프리 선생님."으로 바뀔 때까지 티시는 점점 더 깊숙하고 황량한 사막으로 걸어들어가는 아이 같았다. 빠져나오려 안간함을 쓸수록 더 깊숙히 빠지고 마는 사막의 모래늪이 떠오를 정도였다. 믿고 의지할 수 없는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 정신적 방황이 극에 달하는 청소년기에 얼마나 큰 시련이 될 수 있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안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로부터 배운 뜨개질을 하고 일기를 쓰며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잠재우는 티시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격정의 시기인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욕구불만과 분노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 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개 목줄을 이리저리 마구 잡아끌며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티시의 이웃집 아이 이야기.  종잡을 수 없게 이리저리 휘두르며 강아지를 끌고 다니는 바람에 난폭하고 공격적이 되어버린 강아지는 마침내 주인에게 안락사당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티시는 그 강아지가 자기와 동생 매트와 다를 바 없다며 동일시한다. 순간, 흠칫했다. 밤늦게 학원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학원 버스 안에서 바깥 거리 풍경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무심하고 지친 듯한 눈빛들이 떠올랐다.

책을 덮으며 세상에 던프리 선생님같은 분들이 많이 계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또한 모든 가정이 아이들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빌어도 본다. 이 사회가 아이들을 모두 끌어안아 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품을 가진 사회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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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6-19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굉장한 리뷰네요 읽어보고파요

섬사이 2007-06-19 12:40   좋아요 0 | URL
중학생 딸아이도,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마음잡고 읽으면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홍수맘 2007-06-1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강한 유혹을 전 이겨낼 수 없답니다. ㅠ.ㅠ

섬사이 2007-06-19 12:41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강하게 요염을 떨었나요? ㅋㅋㅋ^^

향기로운 2007-06-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섬사이님의 강한 유혹을 결국은...뿌리치지 못하겠어요.. 다음주 알라딘을 습격할지도 몰라요~^^

섬사이 2007-06-19 13:20   좋아요 0 | URL
제 서재에는 유난히 유혹에 약한, 순진한 분들만 오시나봐요.^^ 알라딘이야 누군가 습격해 주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향기로운 님의 향기로운 습격, 나도 환영인데..^^
 

이제 너에 대한 미움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
가시처럼 마음 한 쪽에 박혀서 날 불편하게 했던 감정.
빼내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더 깊이 박히는 것 같고
상처만 더 벌어지는 것 같아서 말이야.

더 이상 이 미움 때문에 내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래.
그렇게 노려봐도 난 꿈쩍도 안할거야.

난 너와는 다른 인생을 살거야.
네가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너 때문에 나의 소중한 하루가 구겨져서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너에 대한 미움 때문에 내 자신을 한심스럽게 여기거나
무기력하게 느끼지 않도록,
난, 그렇게 살거야.

난 다행히 미움보다 사랑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고,
내가 가진 사랑이 너를 향한 미움을 덮어버리면
아예 보이지 않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이제 미움이라는 감정이 주는 불편을
묵묵히 감당하고 내것으로 받아들이며 살래.

아무튼 난 좀 더 행복하게, 좀 더 즐겁게 살고 싶어.
그렇게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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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1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말씀대로 그렇게 살래요. 감사해요. ^ ^

섬사이 2007-06-18 15:05   좋아요 0 | URL
네, 행복하게, 즐겁게~^^

2007-06-18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7-06-18 15:04   좋아요 0 | URL
네, 다같이 행복하자구요~^^

네꼬 2007-06-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의 힘찬 안마를!!

섬사이 2007-06-18 15:04   좋아요 0 | URL
에고~~ 시원하다..^^

2007-06-18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7-06-19 08:2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가시가 어쩌면 얼음가시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어요. 빼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스스로 녹아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요. ^^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는 걸 확인하면 심각해보이던 제 문제가 별 것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여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예, 님의 말씀처럼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

2007-06-18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7-06-19 08:29   좋아요 0 | URL
고맙긴요, 무사튼튼한 모습 보여주셔서 제가 더 고마워요.

하늘바람 2007-06-19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기를 바랍니다. 님 저도 수없이 잉런 편지를 제자신에게 썼었어요.

섬사이 2007-06-19 08:32   좋아요 0 | URL
일종의 자기최면이죠.^^ 자꾸자꾸 저런 생각을 되풀이하고 확인하다 보면 언젠간 정말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쓰고 나서 또 공연한 헛짓을 했구나 하다가도 어차피 무한반복의 학습을 하며 강화되어 가는게 우리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행복해지려고 해봐야지요, 뭐 별 수 있나요....^^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
정희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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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십대에서 이십대 초반에 걸친 시기에 나는,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프랑스와 케냐, 그리고 인도와 티베트를 꼽았었다.  왜냐고 이유를 물으면, 나는 프랑스에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과 예술을 보고 아프리카의 케냐에서는 사바나 초원을 자유롭게 누비는 야생의 세계와 원시의 색을 만나고, 끝으로 인도나 티베트에서 인간의 내면, 정신과 영혼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고 대답하곤 했다.  아마 그 나이쯤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평범하고 뻔한 대답이었을 것이다. 

이제 젊음의 시기를 지나서 그 시절의 내 대답을 떠올리면, 난 그 때 여행을 꿈꾸었던 게 아니라 낭만이나 멋을 부리려 했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꿈꾸었던 그 곳에 내가 발을 딛지 않았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여겨질만큼, 그 시절 나의 대답들이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어떤 특별한 장소에 대한 여행정보나 유적에 대한 느낌, 우리와 다른 문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저자가 "여행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이다."라고 했듯이 책 속에는 나라를 잃은 티베트 사람들의 딱한 처지가 담겨 있기도 하고, 중국에 정복된 티베트의 실상들도 적혀 있다.  중국에 의해 변질되고 있는 티베트의 그 맑고 순정한 영혼의 세계가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티베트 현실의 끝이 너무 위태롭고 날카로워서 소파에 편히 앉아 책을 읽는 내 처지가 안온하다 못해 늘어진 엿가락처럼 느껴지곤 했다.  또 책 속에서, 중국의 거센 중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자기들만의 순정한 영혼은 침범당하지 않으려 하고 자비와 헌신의 티베트 고유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티베트인들을 만나는 순간에는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저려왔다.

모든 여행은 자기를 찾아가는 순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스승으로 삼고, 숭고한 자연 앞에 겸손을 배우고, 역사가 들려주는 가르침을 듣고, 현실의 회한을 가슴으로 싸안으면서 밖이 아니라 안을 향한 걸음을 옮기는 것. 

저자는 책에서 말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신성한 산이나 호숫가라고 다르지 않"(p.336)고, "풍경은 당신의 마음을 궁극적으로 변화시키지 못"(p.335)한다고.  그러고보면 우리의 순례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옳다. 여행과는 달리 순례에는 고통이 따른다.  저자는 고산병에 시달리고, 발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고, 입술에선 고름이 터지고 피가 맺히는 상황을 극복해야 했다. 그 뿐아니라 중국공안의 검문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야 했고 가슴 아픈 현실 깊숙한 곳까지 스스로 걸어들어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종국엔 "오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인간을 이해하듯 나는 스스로를 받아들였다.  이것이 바로 나라고 불리는 존재임을."이라고 고백한다. 

결국 나는 나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죽어갈 수도 있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티베트 친구들의 목숨을 건 탈출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뜨거운 우정으로, 영혼의 성지인 티베트를 순례하고 싶다는 타는 갈망으로 순례의 길에 오른 저자는 그 곳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 이해하고 돌아온 것일까.  그래서 나를 향한 내 눈빛이 한없이 온유해질 수 있고, 나를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까.  더 나아가 타인을 사랑할 수도 있게 된 걸까. 

나는 어떤 갈망과 뜨거움으로 순례의 길에 오를까.  어떤 열기로 내게 주어지는 고통들을 녹여내고 어떤 기도와 성찰로  담금질할까. 나태해지고 싶을 때, 한없이 늘어져 안온함이 주는 편안에 몸을 맡기고 싶을 때, 인생이 뭐 별거냐 싶게 심드렁해질 때, 내 앞에 놓인 여러가지 가치들의 선택을 두고 갈등하게 될 때, 그 갈등이 버거워 되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싶어질 때, 타인이 내두르는 편견과 아집의 잣대에 맞아 시퍼렇게 멍들 때, 미움이나 절망같은 감정에 기운을 모두 소모하고 고슴도치처럼 잔뜩 가시를 세우고 옹크린 채 꼼짝하기 싫을 때, 내가 순례의 길 중에 있음을 기억하고 마음의 여유와 길고도 먼 시각을 가다듬게 해 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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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8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7-06-18 10:05   좋아요 0 | URL
제 글보다도 님의 결고운 감수성이 작용한 것 같네요.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마음을 담아 읽어주셔서.
 

 

 

 

 

미술관련 서적으로 선택한 책이다.  <이주헌의 프랑스미술관순례>와  <가우디, 공간의 환상>은 지니를 위해서 선택했다.  물론 나도 보고 싶기도 했고.. ^^ 그런데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옛그림읽기의 즐거움>,<그림, 아는만큼 보인다>,<보는 만큼 보인다> 등의 책이 밀려 있으니..

 

 

 

 

그림책과 동화책 관련 서적으로는 <그림책>, <미래의 독자>, 그리고 <그림책 쓰는 법>을 선택했다.  <그림책 쓰는 법>은 작가가 되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서평에서 그림책 전반에 대한 설명을 잘 담아놓았다는 평가가 있어서였다. 

 

 

 

 

철학관련도서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선택했는데, 아직 책꽂이에 <철학 콘서트>나 <철학, 역사를 만나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당신의 그림자가 울고있다>가 줄서서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서 언제쯤 읽게 될 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다.  어느 날 불쑥 손이 가는대로 읽는 수 밖에.

 

 

 

 

 

엄마로서 고른 책도 있다.  이제 슬슬 비니의 한글 배우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한글아, 놀자>를 골랐고, 아이들과의 미술관 나들이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고자 <나는야 꼬마 큐레이터>를 골랐다.  그리고 아이들 글짓기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책으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를 골랐다.

 

 

 

 

그저 내 관심을 따라 선택한 책은 <끄르일로프 우화집>이다. 전에 중학교 2학년 아들에게 권하는 우화에 대한 스크랩을 한 게 있었는데 거기에 소개된 세 권의 우화집 중에 하나다. 읽어보고 더 관심이 가면 나머지도 구입해볼까 한다.  그 외에 내가 읽어내야 하는 책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선비>,<비슷한 것은 가짜다>, <페스트푸드의 제국>이 있다. 

 

 

 

 

 

이럴 때보면 책을 읽는다는 게 좀 추하게 느껴진다.  읽어야 할 책을 잔뜩 쌓아놓고 노려보고 있는 내 꼴이라니..  읽고 싶을 때마다 한 권, 한 권.. 차분하게 욕심없이 읽어가는 맑은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먼 나를 발견하게 돼서, 왠지 옆에 까스활명수라도 갖다 놓고 책을 읽어야 소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주문하고 읽어야 할 책에 대해서는 그동안 페이퍼를 쓰지 않았음에도 굳이 이렇게 페이퍼의 한 면을 빌어 주절주절거리며 읽어야 할 책을 모아 놓는 것도 일종의 다짐이다.  저 책들을 다 읽기 전까진 책에 추한 욕심 들이밀지 않을 것과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읽겠다는 작심이다. 

옆지기가 선심을 써서 책을 사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읽어야할 책이 확 늘어나 버린 것도 있지만, 결국은 다 내 욕심 탓이다.  읽을 책이 많음은 분명 행복하고 즐겁고 기쁜 일인데,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내 추한 욕심을 들킨 것 같아 어쩐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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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8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7-06-18 10:31   좋아요 0 | URL
그래요, 행복한 비명이겠죠? 그런데 어쩐지 제 자리가 말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깔끔한 성격도 아니고, 집안을 항상 깨끗하게 정돈해 두고 사는 스타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

치유 2007-06-18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보시고 아이들도 볼텐데요..뭘 추한 욕심이라고 불편해 하세요..그만큼도 욕심 안부리고 사는 이가 어디있을려구요..
저도 어제 괜한 욕심 한건 부리고 좀 불편했었는데 맘 편히 갖기로 했어여..
님도 천천히 편한 맘으로 보셔요..
책을 보다보면 부담갖고 보면 정말 불편하더라구요..그저 편안하게 내손때 팍팍 묻혀가며 읽는게 젤 좋아요..ㅋㅋ
그나 저나 이렇게 잔뜩 모아놓고 보실수 있는 님이 그저 부럽다는 배꽃이야요..
잘 지내셨지요??

섬사이 2007-06-18 10:32   좋아요 0 | URL
어쩌다 보니 책이 저리 쌓이게 되었네요. 님 말씀대로 천천히 읽으려구요. 어제 읽은 책에 "늦으면 깊은 법이다"라는 말이 나오던데, 책도 좀 늦게, 천천히, 하지만 깊게 읽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 자체가 별로 깊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깊게 읽고 싶다고 깊이 읽어지는 것도 아니지만요. 책욕심을 저렇게 무리하게 부린 대신에 다른 데서 욕심을 조금 덜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치유 2007-06-18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른 새벽이네요..아침인사는 더 있다가 해야겠지요??

섬사이 2007-06-18 09:56   좋아요 0 | URL
배꽃님, 오늘도 쨍하게 맑은 하루가 될 것 같네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로 꽉 찬 오늘 하루가 되시길 바래요. ^^

하늘바람 2007-06-19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네요. 멋져요 님

섬사이 2007-06-19 08:25   좋아요 0 | URL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어서 그래요. 언젠간 마음붙일 분야를 만나서 정착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
정희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절판


행복은 스스로 깨우쳐 얻지 않으면 결코 제 발로 다가오지 않는 냉정한 연인과 같다.-10쪽

그 순간 나는 믿었다. 우리가 어딘가로 쏟아 부은 사랑은 결코 무의미하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사랑이 의미를 찾고 꽃을 피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이 우주 어딘가에는 우리가 쏘아 올린 사랑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는 것을. 이 믿음이야말로 춥고, 외롭고, 막막했던 내게는 구원이었다.-23쪽

우연히 똑같은 것을 보고 웃거나, 똑같은 것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아니면 똑같은 순간에 똑같은 것을 보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도록 하소서.

나도 아이를 향해 웃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서로 웃었을까. 그것이 무엇이건 아이와 함께 바라본 순간의 진실에 나는 감사한다.
우리를 천상으로 이끌고, 지옥으로 내팽개치는 지독한 체험들 가운데 몇 개나 사랑하는 이들과 절실히 나눌 수 있을까. 그래서 공감하게 해달라는 저 기도가 진정성을 가지는 것이리라.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깨닫는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함께 바라보고 느끼는 그 작은 행위에서 시작되는 것임을.-24쪽

"이생에서 아무런 원한 맺힌 것 없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 것은 과거의 영향 때문입니까?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즈음 나는 세금 고지서처럼 꼬박꼬박 찾아오는 인생의 크고 작은 고통들이 지긋지긋했다. 스승이 답하셨다.
"티베트 불교에는 통렌 수행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가진 좋은 것, 아름다운 것, 귀한 것을 모두 다른 이들에게 주고, 중행의 아픔과 고통을 내가 대신 받는 상상을 하는 수행이다. 수행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이번 생에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럴 때면 다음 생에 받아야 할 것을 이번 생에 미리 받았다고 기뻐해야 한다. 그리고 내게 고통을 주는 이야말로 가르침을 주는 은인임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78쪽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의 몸이 완전히 타는 데 세 시간 정도가 걸리며,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이 더 쉽게 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사람 타는 냄새가 돼지고기 굽는 냄새와 닮았고, 좀 더 비릿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장이 팽창하다가 터질 때는 피융 하는 소리가 나고, 팔보다는 다리가 먼저 떨어져 나와 배 위에 얹힌다는 걸 알았다. 그것이 죽음에 관해 내가 시각과 후각, 청각으로 알아낸 사실이었다. 죽음은 우리의 감각을 벗어난 곳에 있지 않았다.-84쪽

나는 그 순간을 사랑했다.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가 신성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 아니라면, 삶이 나를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어디에서 찾을까.-97쪽

세계가 내게 적의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거기에 지옥이 있다.-103쪽

어느 하늘 아래, 어느 침대 위에서 혹은 방바닥에서 잠들건 이곳의 삶도 영원하지 않다. 그러기에 견딜 만한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고통인 것이다.-106쪽

인생의 서글픔을 아는 사람들, 넘어져서 크게 코가 깨져 본 사람들은 다른 이의 아픔에 등 돌리지 못한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물질적 환경이 불안정한 사람들일수록 인간의 고통에 더 섬세한 공감을 일으킨다. -108쪽

인생의 새벽이라는 아동기에 왜 어떤 아이들은 강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우는 물고기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까?-112쪽

인간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인간으로서 서로 소통한다는 건 고귀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115쪽

우리는 모두 자신의 존재 상황이 낯설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긍정하기가 어렵다.-126쪽

"이봐,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돼. 절망하고 상처받아 세상을 원망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안에는 희망의 씨앗이 담겨 있음을 잊어선 안 돼. 그걸 발견하지 못하는 건 그 순간 너무 큰 기대와 분노가 우리의 눈을 가리기 때문이야. 되는 일이라곤 없고, 접시 물에 코라도 박고 싶다고? 좋군, 좋아! 뭘 걱정하나? 이제 더 일을 것도 없는데. 붕괴 너머로 어떤 징후가 오는지, 어떤 기회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한번 봐. 이번 생에 이루지 못했다면 다음 생에는 좀 더 나운 인간이 될 수 있을 거야."
물고기는 원형의 반쪽을 이루며 이렇게 속삭였다.
희망이라니, 너무나 구태의연한 제도의 꼬드김이다. 이 세상이라는 시스템이 인간에게 마지막 남은 힘까지 끌어내려 고안해 낸 오래된 회유책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이 깊은 차원에서 진실임을 뼈아프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이 한 번의 생이 전부가 아니라는 전제를 인정하기만 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해진다. 그것이 바로 희망 아닐까.-134쪽

많은 이들이 익숙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삶의 권태와 불안, 공포, 환멸을 보지 않으려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우리가 삶의 사전에서 빼버리고 싶은 불길한 단어들이 살고 있지 않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이렇게 쫓길 바에는 차라리 모파상처럼 우리가 삶의 권태와 공포 속으로 들어가 한 몸으로 살아 버리는 편이 낫다. 그 때에야 비로소 운명을 향한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므로. 별들은 어둠 속에 떠 있으나 결코 제 길을 읽는 법이 없다. -137쪽

여행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이다. 누구를 어떤 시점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내용도, 과점도 달라진다. -138쪽

사람이 산다는 것, 보살피고 헌신하고 마음 쓰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잠빠는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양로원에서도 얼마나 따뜻하고 속 깊은 모두의 딸이었던가.
다른 사람을 삶의 첫자리에 놓고 산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런 친구를 또 한 명 알게 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146쪽

켈상. 이 현실의 세계, 마야의 세계에 너무 깊게 빠지지 말자. 이곳은 우리가 일생을 걸쳐 뭔가를 배워야 하는 학교이지 영원한 안식처가 아니니까. 그 사실을 잊어버리면 인생이란 우리가 설계한 대로 펼쳐지는 홀로그래피라는 걸 놓치기 쉬워. 그렇게 되면 게임 속 승패나 아이템에 매몰돼 공격적인 에고만을 키우게 되지. 이 사실을 몰라서, 아니 알아도 몸으로 체득하지 못해 나는 지금껏 좌충우돌 살아왔단다. 세상 끝까지 가도 슬픔이 끝나지 않을 거라 슬퍼했단다.
우주는 꼭 필요한 때에 필요한 것들과 만나게 해주더라.
..........(중략)........
이건 삶을 방관하며 허술하게 살겠다는 태도는 결코 아니야. 오히려 더 치열해지는 거지. 우리가 가진 긍정적인 힘에 집중하는 것, 그게 바로 우이의 자부심이 돼야 해.
...........(중략)........
어디선가 슬픔도 집착의 결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슬픔과 같은 예민한 감정을 잘 느끼는 나에게, 그리고 네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말 아니야? 슬픔이나 쓸쓸함, 고립감은 우리를 다리에 돌을 매단 새처럼 만들지. 땅바닥을 힘겹게 기어다닐 뿐,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게 만드는 새....
-148쪽

세상에는 멈출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길이 있다. 길 자체가 모든 의문과 고통에 대한 해답이 되는 그런 순간이 있다. -184쪽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사람들이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얻었습니까?"
부처님이 답했다.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 어느 것도 얻지 않았다. 단지 그동안 찾아오던 것이 항상 내 안에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단지 이해하게 되었다. 자각에 이르게 되었다. 나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완전했다."-193쪽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욕망이, 사로잡힘이, 두려움이 '나를 따르라'고 채찍질했는지. 따라가본들 거기에는 어떤 평화도, 자비도, 행복도 없었다. 그저 남들 하는 만큼 해봤다는 가냘픈 자기만족이 있었을 뿐. -196쪽

그 자리에서 나는 통렬하게 깨달았다. 고통을 치유할 영약을 찾아 세상 끝까지 헤매었지만 결국은 아무에게도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았음을. 찾고, 구하고, 헤맨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았으므로, 그토록 피곤하고 불행했음을. -198쪽

노스님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중략)... 먼 세계에 대한 관심을 내면으로 돌리고, 무엇인가를 얻고자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구는 '활동에 대한 욕구'를 제어하면 보이는 세계. 단순한 생활 속에서 건지는 소박한 기쁨들. -233쪽

늦으면 깊은 법이지요.-240쪽

일체의 인연이 내게 닿기까지의 수고로움을 기억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생에 필요한 진정한 초심이리라. -270쪽

전쟁과 여행은 서로 상관없을 것 같은 단어이지만, 삶에 굶주린 사람들이 벌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닮았다. 군인은 타인을 파괴하과, 여행자는 자신을 무너뜨리고 새 신화를 쓰고자 떠난다. 에고가 비워지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여행자의 심장에 순결하게 담긴다. -287쪽

누구에게나 하나의 세계가 완벽하게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떤 기억이 저장되고, 언제 상처의 실핏줄이 터지고, 언제 일그러진 웃음을 치유하기 시작하는지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때로는 광기에 가까운 열정과 도취가 구원으로 가는 첫 단추일 수도 있는 것이다. -307쪽

여행이 가르쳐 주는 가장 일상적인 진리는 행복도 지나가고 불행도 곧 지난간다는 사실이다. 지나가는 것들은 우리에게 영원한 기쁨을 주지 못한다. 세상의 변화와 무상함에 지쳐 길 위로 나선 이는 모든 것을 치우치지 않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삶이라는 여행길에도 얼마나 자주 고갯길을 만나 주저앉게 되던가. -312쪽

인생에는 '이치에는 맞지만 순리에 맞지 않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상식, 이치가 있다. 그러나 자기 논리가 모두 순리에 맞는 것은 아니다. -314쪽

우린 순간순간 매혹당하며 사랑하고, 떠나고, 환멸을 배우고,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천천히 죽어 가고 있지. 오래전 누군가가 내 가슴에 들어와 살고 싶게 만들었고, 종종 가슴을 꿰뚫는 고독을 느낀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게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때는 모든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세계에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다시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난 이제 감각의 세계, 변화하고 죽는 세계에서 발을 빼고 싶다. 그게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야. -332쪽

"당신은 욕심이 많군요. 깨달음은 더 이상 덧붙일 게 없을 때 오는 게 아닙니다. 더 이상 떨어져 나갈 것이 없을 때, 철저하게 벌거벗을 때 오지요."-334쪽

모든 것은 변한다. 그 모든 것 같운데 인간의 마음이 가장 빨리 변한다. 그것에 반응하는 내 마음 역시 마찬가지이다. -340쪽

춥고 외로운 이 황야에서 시간을 건너뛰려면 무엇에든 사로잡혀야 했다. 인생에, 언어에, 황에의 벌판을 비추는 달빛에, 가슴속 묻어 두었던 사무친 기억들에.-350쪽

티베트를 떠나며 깨닫는다. 그림자를 없애는 단 한 가지 방법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몸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착각을 버리는 것임을. 그림자와 싸우지 않고, 그림자를 만드는 몸의 실체를 고요히 바라봐야 하는 것임을. -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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