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적은 외국의 문화권에서 오는 것이지 나와 같은 민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오, 대시종장. 상대라는 말이 더 낫겠군. 일반적인 표현에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단어니까. 아니, 나는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를 보복 대상으로 보지 않소.” 카이사르는 꿈쩍도 하지 않고 말했으나, 그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차가운 응어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관용을 방침으로 삼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관용의 입장을 고수할 거요. 내가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를 직접 찾으러 온 까닭은 진실한 우정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서요. 아첨꾼들만 우글거리는 원로원으로 들어가는 건 딱한 노릇일 테니까.”


(203-204)

인색하게 굴지 마시오, 클레오파트라! 당신 돈을 써서 백성들을 먹이시오. 가난한 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마시오! 로마가 무산자들과 별 갈등이 없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전차 경주 입장료를 받지 말고, 아고라에 무료로 몇 가지 구경거리를 오릴 생각을 하시오. 그리스인 배우들로 이루어진 극단을 데려다가 아리스토파네스와 메난드로스같이 유쾌한 희극작가들의 작품을 공연하게 하시오. 일반 민중은 자기네 삶 자체가 비극에 가까워서 비극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한나절 잠깐이라도 웃으면서 걱정근심을 잊어버리고 싶어한다오. 공공 분수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설치하고 공중목욕탕도 몇 개 만드시오. 로마에서는 목욕탕에서 한 번 마음껏 즐기는 데 4분의 1세스테르티우스 밖에 들지 않소. 그 돈이면 사람들은 몸도 깨끗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서 나가는 거요. 여름 동안 저 망할 새들을 관리하시오! 남녀 몇 명을 고용해서 거리 청소를 하고, 오물을 내보내는 하수구가 있는 곳마다 제대로 된 공중변소를 설치하시오.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관료들로 꽉 차 있으니 귀족은 물론 다른 인구까지 포함하는 시민 명부를 마련하시오. 또 빈민들에게 매달 밀 1메담노스를 받을 자격을 주는 곡물 목록을 작성하고 맥주를 빚어 마실 수 있게 보리 배급도 포함하시오. 당신이 소득으로 받는 돈은 썩어 없어지게 처박아두지 말고 고루 분배해야 할 것이오. 그 돈을 쌓아두면 경제가 붕괴하는 거요. 알렉산드리아는 이제 길들었지만, 계속 그 상태로 있을지는 당신 하기에 달렸소.”


(207)

나는 군주가 아니오! 로마에는 집정관과 법무관과 다수의 정무관이 있소. 독재관은 임시방편일 뿐, 다른 의미는 없소. 독재관으로서 로마를 바로 세우는 일이 끝나는 즉시 그 자리에서 물러날 거요. 술라가 그랬듯이. 내게 법적으로 로마를 지배할 특권은 없소. 그런 게 있었다면 로마를 벗어나지 않았을 거요. 당신이 이집트를 떠나선 안 되는 것처럼 말이오.”


(340)

브루투스는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카이사르는 내전의 승자로서 권리가 있어. 이봐, 카시우스, 이번 전쟁이 로마 최초의 내전도 아니잖나. 우린 가이우스 그라쿠스 이후 최소 여덟 번 내전을 치렀고, 승자들은 고난을 겪는 법이 없었어. 물론 패자들은 그 반대였고, 지금까지는 말이네. 그런데 이제 카이사르라는 사람이, 과거는 과거로 기꺼이 묻어두려는 승자가 나타났어. 이런 승자는 처음이네, 카시우스, 처음이라고! 사면을 받는 게 어때서 그래? 사면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말로 부르게. ‘과거는 과거로 묻기도 괜찮아. 카이사르는 자네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도 않을 거고, 자넬 벌레처럼 본다는 인상도 주지 않을 거야! 그는 내게 더할 수 없이 친절했네. 내가 잘못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조차 않는 것 같았다니까. 그가 나를 위해 사소한 무언가라도 해줄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정말이지 카이사르는 그랬다네, 카시우스! 마치 폼페이우스의 편에 선 게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각자 서야 하는 편에 서는 것이 모두의 권리라는 것처럼 말이네. 카이사르는 지극히 예의바른 사람이야. 그는 남들을 하찮게 보이게 하거나 그렇게 느끼게 해서 본인을 드높이겠다는 필요를 전혀, 조금도 느끼지 않아.”


(383)

베니, 비디, 비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말을 모토로 삼을까 생각중이네. 이 말에 들어맞는 상황이 걸핏하면 생기는데다 간명한 표현이기까지하니 말이지.


(386)

내 말이 무정하고 다소 경박하고 답답하게 들린다는 것 아네. 하지만 난 몰라볼 정도로 변했어, 마티우스. 한 사람이 반드시 필적할 자가 없을 만큼 높이 올라갈 필요는 없는데, 유감스럽게도 내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네. 나와 치열하게 경쟁할 만한 사람들은 다 죽었어.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가이우스 쿠리오. 마르쿠스 크라수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파로스의 등대가 된 기분이야-자기의 반만큼 높은 것조차 전혀 없는 등대 말이지. 이런 걸 원했던 건 아닌데, 내겐 선택권이 없었어.


(532)

게다가 <파이돈>은 또 뭔가? 스타틸로스한테서 이야기를 듣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카이사르가 스타틸로스를 곧 브루투스한테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낌새를 보이자 그 끔찍한 자살의 전모를 샅샅이 듣게 되었다. , 카토의 그 담금질할 강철 같은 불굴의 페르소나가 속으로는 완전히 부스러졌다는 걸 알게 되니 기분이 무척 좋은걸. 죽을 때가 되자 카토는 죽기를 두려워했어. <파이돈>을 읽어 자신이 영원히 살 것임을 스스로에게 확신시켜야 했던 거지. 거참 흥미롭군. 그리스어로 쓰인 가장 아름답고 시적인 저서 중 하나지만, 그 책을 쓴 사람은 제삼자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지. 저자도, 최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논리와 합리성, 상식에 있어 타당하지 않아. <파이돈>, <파이드로스>, 그 밖의 책들도 궤변으로 때로는 순진한 거짓으로 점철되었고 케케묵은 철학적 죄를 저지르고 있어. 다시 말해 그들은 진실이 아니라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결론에 도달한다. 스토어 철학보다 더 편협한 철학이 어디 있겠나? 그 외의 어떤 정신적 강령이 그렇게 완벽한 미치광이를 그토록 성공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겠는가?


(533)

, 하지만 카이사르의 인생은 갈수록 고독해지고 있다. 카토, 비불루스, 아헤노바르부스, 렌툴루스 크루스, 렌툴루스 스펜테르, 아프라니우스, 페트레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쿠리오까지 다 죽었다. 로마는 과부들의 도시가 되었고 제대로 된 카이사르의 경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이사르에게 동기부여가 될 반대 없이 그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 하지만 절대, 절대로, 그의 군대로부터 반대를 당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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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9 0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가장 재밌는 부분만 발췌!

시월의 말 아끼며 읽었습니다 ^ㅅ^

bookholic 2021-09-30 08:06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
어느덧 구월의 마지막날이네요...
구월 마지막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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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소설들을 가끔 살펴본단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보다 보니, 우리 나라 젊은 작가들이 많고, 그들이 다루고 있는 소설의 소재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번에 읽은 천선란 님의 <천 개의 파랑>도 인터넷 서점에서 살펴 보다가 알게 된 책이란다. 이 소설의 장르는, 책 제목에서는 유추하기 어려운, SF였단다. 젊은 작가들 중에 SF를 소재로 소설을 쓰는 이들이 꽤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이 소설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탄 책이라고 하는구나. 아빠가 그 전에도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들을 읽은 적이 있었고, 그 작품들이 괜찮아서 이번 책도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있잖니이 소설이 아빠가 읽은 우리나라 SF 소설들 중에 가장 좋았단다. 소설이라는 것이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는데, 아빠의 취향에 있어서 만큼은 이 소설이 가장 좋았어. 지은이는 천선란이라는 분인데, 이번 소설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추가해야겠구나. 더욱이 작가 소개에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라고 쓰신 것을 보고 더욱 호감을 갖게 되었단다. 천선란 님의 다른 소설도 더 찾아봐야겠구나.


1.

때는 서기 2035우리 일상에 휴머노이드라고 하는 인공 로봇이 상용화되어서 여기저기에 쓰이고 있었단다. 경마 대회의 기수도 모두 인공로봇으로 대체되었어. C-27. 이 휴머노이드도 그런 기수였어. 그런데 다른 기수 휴머노이드와는 조금 달랐어. 개발자가 실수로 개발중인 학습능력 소프트 칩이 장착되어 있었거든. 다른 기수 휴머노이드와 달리 좀더 사람에 가까운 그런 휴머노이드였어. 물론 C-27은 자신이 다른 기수와 다른 줄 모르고 있었지.

C-27이 경마장에서 탄 말은 투데이라는 이름을 가진 말이었어. 투데이는 한창 때 우승을 다투던 명마였는데, 이제는 전성기가 지난 말이었어. 경주 중에 투데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된 C-27은 일부러 말에서 떨어졌어투데이가 자신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 하는 줄 알고그런데 뒤에서 오는 다른 말들에 밟혀서 C-27는 고장이 나서 폐기처분 대상이 되었단다.

….

이 소설의 주인공 우연재. 열일곱 살. 엄마 보경, 언니 은혜와 셋이 살고 있었어. 엄마 보경은 젊었을 때 배우 지망생이고 몇몇 단편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어. 그런데 다니던 연기 학원에서 불이 나서 그만 얼굴에 화상을 입고 말았단다. 배우 지망생에게 화상이라니..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 화재 발생했을 때 보경을 구해준 소방관이 있었는데, 그 소방관이 바로 은혜와 연재의 아빠였단다. 그런데 어빠는 그만 큰 화재 진압 도중 돌아가시고 말았어. 그래서 셋이 살고 있는 거야.

엄마 보경은 연재의 외할머니가 하던 식당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갔단다. 언니 은혜는 태어날 때부터 척추 장애를 갖고 있었어, 지금은 경마장의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었고, 언니 덕에 연재도 경마장에 자주 놀러 갔단다. 연재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소프트 로봇 개발의 영재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학생이었어. 그런데 연재가 경마장에 갔다가 우연히 고장난 C-27을 보게 되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해서 받은 돈을 탈탈 털어서 그 고장 난 C-27을 사가지고 왔단다. 그것을 수리하려면 또 돈이 들어가지만 일단 가지고 왔어. 그리고 그 C-27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어. 콜리. 브루콜리에서 딴 이름 콜리.


2.

C-27의 짝꿍인 투데이도 전성기가 지가고 무릎을 다쳐서 더 이상 경주에 나갈 수 없었어. 경주에 나갈 수 없는 경주마들은 관리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서, 대부분 안락사를 하게 된대. 무릎을 다쳐서 경주에 나갈 수는 없지만 투데이는 아직 말 인생에 있어 젊은 축에 드는데 말이야. 너무 불쌍하구나. 투데이를 늘 지켜보던 은혜는 친하게 지내는 수의사 복희에게 투데이의 다리를 고쳐줄 없냐고 부탁했어. 복희는 경마장의 경주마들을 보살피는 수의사였거든하지만 안락사 하기로 한 날은 점점 다가오고, 투데이의 다리는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연재의 학교 친구 중에 서지수라는 아이가 있었어. 부잣집에 공부 잘하는 아이이지만 연재와는 별로 친하지 않고, 친해지고 싶은 아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그 서지수가 연재에게 차세대 다르파제작하는 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했어. ‘다르파는 인공 개 로봇이었단다. 연재는 친해지고 싶지 않은 지수였기 때문에 거절했지만, 지수는 계속 따라다니면서 부탁을 했어. 심지어 집까지 따라왔단다.

지수는 살갑게 구는 스타일이었어. 지수가 우연히 고장 나 있는 콜리를 보게 되었고, 자신이 콜리를 고칠 수 있도록 부품도 구해줄 테니 다르파 제작 대회에 같이 참가하자고 했단다. 거기서 입상을 하게 되면 대학 입학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수가 거기에 그리 집착하는 것이었단다. 사실은 지수가 아니라 지수의 엄마가 집착하는 것 같았어. 아무튼, 콜리의 부품을 구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연재는 그러겠다고 했단다.


3.

연재의 엄마 보경은 고장 난 콜리를 가지고 온 것에 대해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고, 적대감을 가지고 바라 보았어. 그것도 돈 주고 사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 더 말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콜리와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게 되었단다. 콜리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휴머노이드와는 좀 다른 휴머노이드였잖아. 보경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콜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를 받고 외로움도 달래는 듯했단다.

=======================

(204)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 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마음을 떼어낸다는 게 가능한가요? 그러다 죽어요.”

. 이러다 나도 죽겠지. 죽으면 다 그만이지, 하면서 사는 거지.”

=======================

….

투데이를 살리는 것에 은혜와 연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총 동원되었어. 지수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왔고, 수의사 복희, 연재와 은혜의 사촌오빠인 신문기자 서진도 도왔어. 때론 신문기자 서진이 협박성 발언으로 경마장 관계자한테 이야기하기도 했어. 경마 조작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결국 투데이의 안락사 일은 2주 뒤로 늦추었고, 경마 경주에도 출전할 수 있게 허락을 받아냈단다. 비록 안락사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투데이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선물로 주고 싶었던 거야. 경주마가 가장 행복한 것은 달리는 것이니까 말이야. 투데이가 경주에 출전한다고 하면 기수는 당연히 C-27, 아니 콜리여야 했지. 그들은 남은 2주 동안 열심히 준비했단다. 일등이 목적이 아니고 행복하게 달리는 것이 목적인 그런 경주

그리고 콜리와 투데이의 마지막 경주이 책을 읽는 이들도 이들이 마지막 경주를 응원하게 된단다. 비록 투데이가 일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야. 말이든 사람이든 로봇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한 것이니 말이야. 경주 도중 콜리는 다시 한번 낙마를 했어. 아마 투데이가 좀더 자유롭게 달릴 수 있도록 착한 콜리가 이번에도 일부러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콜리의 이번 낙마는 상반신까지 완전히 망가져서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단다. 투데이에서 떨어져 다른 말들에 밟히고 마지막 전원에 꺼지기 전에 바라본 파란 하늘에서 콜리는 행복을 느꼈을 거야. 그리고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도 느꼈을 거야.

….

안락사를 앞둔 마지막 질주를 한 투데이의 소식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경주마들의 안락사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 올랐단다. 그리고 투데이를 살려달라고 하는 청원도 올라왔어. 결국 그 청원은 받아들여져 투데이는 제주도의 어느 목장에 가서 살 수 있게 되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이 천선란 님의 소설은 SF 소설이라고 하지만, SF적은 요소보다 사람 냄새가 더욱 풍기는 소설이었단다. 책 표지는 파란색 일색이지만, 참 따뜻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지난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읽었지만 따뜻함을 느꼈던 소설너희들도 조금만 더 크면 읽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 꼭 한번 읽어보고 너희들도 아빠와 같은 취향이길…^^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기수(騎手)방은 성인 한 명이 웅크려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책의 끝 문장: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물론 콜리가 스스로 깨닫거나 책에서 읽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책보다 더 정확하고 지혜롭다는 인간의 삶에서 나온 진리였다.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 P233

"틀렸어.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세상에는 원래 이유가 없었어. 인간들이 이유를 가져다 붙인 거지. 그러니까 순서를 따지자면 이유 없이 생겨난 게 먼저야."
"하지만 저는 틀릴 수가 없는데…"
"누구라도 틀려. 원래 살아가는 건 틀림의 연속이야."
- P313

인간의 눈이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도 각자가 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다가 모든 연료를 다 소진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즐거울 것 같기도 했다. 콜리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모든 상황이 즐거웠으리라. 삶 자체가 연속되는 퀴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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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고 앉아있네 4 - 김상욱의 양자역학 더 찔러보기 스낵 사이언스 Snack Science 시리즈 4
원종우.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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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짐 배것의 <퀀텀 스토리>였잖아. 그 책을 쉽지 않게 읽었다고 했지. 그래서 그 책의 에필로그 겸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예전에 사 두었던 < 과학하고 앉아있네 4 (김상욱의 양자역학 더 찔러보기)>를 읽었단다. 아빠가 읽은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 중에 그나마 가장 괜찮게 읽고, 이해한 듯 착각을 일으켰던 책이 <과학하고 앉아있네 3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였단다. 그 책의 후속편이 바로 <과학하고 앉아있네 4 (김상욱의 양자역학 더 찔러보기)>이야.

이 책은 오래 전에 원종우 님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김상욱 교수님이 초대되어 양자역학을 이야기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란다. 그래서 두 분의 대화체로 책이 엮여 있단다.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양자역학을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읽기 어렵지 않았단다. 물론 양자역학에 대한 개념은 어렵지. 먼저 <과학하고 앉아있네 3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을 먼저 간단히 정리하면서 시작했단다.

보어와 하이델베르크가 양자역학을 행렬역학으로 설명함에 반해 슈뢰딩거는 파동역학으로 양자역학을 설명했었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파동역학은 간단한 미분방정식으로 표하는 장점은 있지만, 전자의 입자성과 양자 도약을 설명하는 못하는 단점도 있었어. 양자역학은 코펜하겐 해석에 의해 정리되었고, 그 중에서도 핵심은 불확정성의 원리로, 측정한다는 그 행위가 대상을 변화시켜서 제대로 된 측정을 할 수 없다고 했어. 그래서 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의 측정 결과(위치)는 확률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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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8)

본다는 것은 빛이 물체에 부딪혀 튀어나온 후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빛이 물체에 부딪히는 공안 교란이 전혀 없을 수는 없어요. 물론 대부분 물체는 너무 무거워서 빛에 맞더라도 별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죠. 아이스크림을 맛 볼 때에도 아이스크림을 교란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어떤 물리량일지라도 측정을 하려면 그 대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교란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이것을 극도로 반대한 사람이 아인슈타인이었고,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논쟁은 1927 5차 솔베이 물리학 회의였고 말이야. 이 정도가 <과학하고 앉아있네 3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의 정리였단다.


1.

1932, 아인슈타인은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그리고 전에도 이야기한, 포돌스키와 로젠과 함께 EPR 논문을 1935년에 발표를 한단다. (이것에 대한 내용은 지난번 <퀀텀 스토리>의 독서편지 참고 바람) EPR 논문의 핵심은 양자역학의 측정이라는 것이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상대성 이론에 맞지 않다는 것이야. 그러면서 숨은변수이론을 주장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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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양자역학이 이상한 것은 단지 아직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결정되어 있는데, 아직 우리가 모르지만 우주는 아미 알고 있는 무엇인가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것을 알게 되면 양자역학의 측정문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죠.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을 숨은변수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숨은변수라는 말의 의미를 아시겠죠? 우주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직 숨어있는 그런 것이 있는데, 이것이 결정론으로 된 것이라는 겁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숨은변수를 찾는 것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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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는 이걸 양자얽힘으로 반박을 했는데, 아빠는 설명하기 어렵고, 유튜브 하나를 추천해 본단다.


https://www.youtube.com/watch?v=lOOhM9AxW3A


이 양자얽힘에 대한 논쟁은 보어와 아인슈타인 사이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많은 물리학자들에 의해서 논쟁은 계속되었단다. 컴퓨터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고, 게임이론으로 유명한 폰 노이만이라는 사람은 수학적으로 코펜하겐 해석을 설명하였는데,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등에 칼을 꽂은 셈이라고 하는구나. 이것을 반론하고 아인슈타인의 숨은변수이론을 주장한 데이비드 봄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는 아인슈타인의 숨은변수이론이 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단다. 그것이 1952년이었는데, 그게 주목을 받지 못했단다.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어. 데이비드 봄은 당시 미국에서 불었단 반공 매카니즘의 희생양으로 대학에서 재계약도 못하고, 브라질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렇게 그의 논문은 잊혀지는 듯 했어. 그런데 나중에 존 스튜어트 벨이라는 과학자가 데이비드 봄의 논문을 보고 깜짝 놀랐대. 그리고 12년 동안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요지는 폰 노이만이 틀리고 숨은변수이론이 맞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어. 이 논문도 인기 없는 학술지에 실리면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어.

그런데 또 다시 10년 뒤 알랭 아스페란 사람이 이 논문을 보고 벨을 찾아가 만났어. 벨도 자신의 논문이 이미 오래 전에 쓰여진 논문이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으니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실험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스페는 실험을 하였고 확인을 하였다고 하는구나. 이 때 나오는 이야기가 국소성과 실재성이라는 말인데, 이것 또한 개념이 쉽지는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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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하나는 국소성이고 다른 하나는 실재성입니다. 말이 무척 어렵죠? 하나씩 풀어봅시다. ‘국소성이라는 건 빛보다 빠른 정보 통신이 가능하지 않다는 겁니다. 상대성이론의 가정을 말하는 거지요. ‘실재성은 아인슈타인이 이야기한 대로 측정하기 전에 물리량이 결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국소성과 실재성을 가정하면, 이것이 아마도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그런 숨은변수이론이 아니겠냐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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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많은 물리학자들에 의해 이 논쟁은 계속 이어졌다고 하는구나.


2.

계속되던 양자얽힘에 대한 논쟁은 더 후대에 와서 맞는 것으로 밝혀졌대. 그럼 이 양자얽힘을 산업에 이용할 수는 없을까. 과학이라는 것이 언제까지 이론에만 머물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이 양자얽힘을 이용한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란다.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안 갔지만 계속 개발되고 있어. 컴퓨터라는 것이 사실 0 1로 이루어져 있는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야. 그냥 0 1을 처리하는 기계라고 아주 간단히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지. 지금까지 정보는 0 1만 가능하지만, 양자역학에서의 정보는 0 1이 중첩되어 동시에 가지고 있는 거야. 우리가 관측하지 전까지는 무엇인지 모르니까 말이야. 이 정보를 양자 비트 또는 큐비트라고 하고 말이야.

데이비드 도이치라는 사람은 양자알고리즘을 최초 개발하였고, 상태중첩을 이용하면 처리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단다. 최초의 양자컴퓨터는 2011년 오리온 시스템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디 웨이브-I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2013년 디 웨이브-II 이라고 하는구나. 이 엄청나게 비싼 양자컴퓨터를 유명한 회사나 정부기간에서 구입했다는 거야. 그런데 이게 정말 양자컴퓨터가 맞냐는 논쟁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검증도 제대로 안되었다고 말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계속 개발되고 있으니, 앞으로 기대해보자꾸나.

….

이 책도 대화체로 되어 있긴 하지만, 양자역학에 대한 내용은 역시 이해하기 어렵구나. 하지만 그것이 양자역학의 특징이니 실망하지는 말자꾸나. 리처드 파인만이 이야기한 것처럼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하니 양자역학을 이해했다면 사람이 아닐 테니 말이야. ㅎㅎ


PS:

책의 첫 문장: 지금 저희가 이것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아요.

책의 끝 문장: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우리가 운동이라고 하면, 물체가 움직이는 위치를 계속 눈으로 추적하면서 위치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위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만약 위치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운동을 어떻게 기술할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그 대상으로부터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것만 가지고서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원자의 경우에는 그게 바로 이런 숫자들이라는 겁니다. - P30

관측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과학의 기본 전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보지 않은 걸 믿지 않는 거죠. 이게 그냥 과학자들의 믿음 같은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아요. 양자역학, 아니 우주가 그렇게 굴러간다는 겁니다. 과학자들도 이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무슨 관념론 같잖아요. 사실 처음엔 저도 거부감이 좀 있었습니다. 무언가 우리의 의식이나 의지 같은 게 거기에 관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약간 있어서 그래요. - P60

실체(實體)나 실재(實在)라는 단어도 상황에 따라 어려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종교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또는 어떤 철학적 배경이 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겁니다. 과학자들이 실재성 논쟁에서 염두에 두는 것은 오직 물리량이 측정 전에 정의되어 있으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선 물리량으로 표현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어요. 측정하기 전 물리량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을 두고서 실제로 존재가 없는 거냐고 물으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답해드리겠습니다. 존재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잖아요? 빨간 알약인지 파란 알약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때, 적어도 알약은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 적어도 색은 존재하는 것인 것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죠.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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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25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 ㅎㅎ 제목만 봐도 어려워 보여요 😅 역시 북홀릭님의 독서 범위는 역사에서 과학까지 다양하네요~!!

오거서 2021-09-26 08:57   좋아요 2 | URL
양자역학 어려운 주제의 책을 읽는 것만 해도 엄청나지요. 새파랑 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자 이제 새파랑 님의 독서 깊이를 재러 가겠습니다. 심호흡 하고 풍덩~ 꼬로로로로로…

bookholic 2021-09-26 07:36   좋아요 2 | URL
저의 독서 범위는 그저 쬐끔 넓어보일 뿐이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깊이인데, 그마저도 깊이는 아주 얇아요 ㅎㅎ

오거서 2021-09-26 08:59   좋아요 2 | URL
이런… 댓글을 수정하였는데 빠진 내용이 있어서 늦었지만 추가해서 다시 올립니다. (물론 제 실수지만 북플 앱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

양자역학 어려운 주제의 책을 읽는 것만 해도 엄청나지요. bookholic 님의 독서량과 범위는 감히 따라하기 힘들어요. 새파랑 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새파랑 님은 도 선생만 파는 것 같아요. 14좌… 자 이제 새파랑 님의 독서 깊이를 재러 가겠습니다. 심호흡 하고 풍덩~ 꼬로로로로로…

새파랑 2021-09-26 09:58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저는 정말 얇고 좁습니다 😅 안재셔도 되요 ㅋ

오거서 2021-09-26 10:0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말대로라면 풍덩~ 꼬로…푹!일 텐데 저는 아직 잠수 중입니다 ㅋㅋㅋㅋ
 
퀀텀스토리 - 양자역학 100년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 퀀텀 시리즈
짐 배것 지음, 박병철 옮김, 이강영 해제 / 반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 중에 양자역학이 있단다. 몇 번 이야기했지만, 리차드 파인만이 이야기했듯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양자역학...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졌다는 것이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져서 아빠는 양자역학에 대한 자꾸 들쳐보게 되는 것 같구나. 그래서 책도 몇 권 보고, 유튜브 동영상도 보고... 이번에 읽은 책 <퀀텀 스토리>도 그런 맥락에서 읽게 되었단다.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한 역사를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 이 책의 부제는 <양자역학 100년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인데, 이 책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았단다. 책의 초반부는 양자역학이 탄생하기까지의 일들,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 대충 알고 있던 내용들이었어. 그래서인지 앞 부분은 읽기 편하고 재미도 있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서 양자역학 이후 그것에 영향을 학문과 응용 부분에 대해 나오는데, 그 부분은 쉽게 이해하지 않았단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그것이 양자역학의 가장 큰 특징이니까 말이야..^^ 책이 600 페이지가 넘고, 내용도 방대해서 그걸 정리해서 다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구나. 다른 것도 아니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이해한 부분과 발췌한 글들 위주로 이야기를 해볼게.


1.

양자역학을 이야기한 전에 그 전에 세상을 지배해온 뉴턴역학을 이야기해야겠구나. 뉴턴 이후 물리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뉴턴 역학이 진리로 알고 있었단다. 절대공간과 절대시간, 그러니까 이 세상은 변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여전히 중력의 원인은 밝혀내지 못한 상태로 20세기를 맞이했단다. 중력이라는 것은 질량을 가지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현상과 확인했지, 도대체 왜 끌어당기는가는 알지 못했어.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중력이라는 것이 왜 생기는지 아인슈타인이 밝혀내고, 원자 같이 작은 세상에서는 뉴턴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그런 작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칙이 있어야 했단다. 양자역학 같은 것 말이야.

....

빛이란 무엇인가? 빛은 입자의 성질도 갖고 있고, 파동의 성질도 갖고 있다고 했어. 빛이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그럼 매질이 무엇인지 고민들을 했단다. 햇빛이나 별빛 모두 우주를 거쳐 지구에 도달하는데, 파동이라는 것은 매질을 진동하면서 이동을 하니까, 빛이 파동이라면, 우주에는 그 매질이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추측했어. 그래서 한 때 그 매질을 에테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입증은 하지 못했어.

...

1900. 막스 플랑크라고 하는 열역학의 대가인 사람이 있었어. 열역학으로 원자론을 바라 보니, 모순 덩어리였어. 그래서 그는 원자론을 반대했다고 하는구나. 왜 이런 모순이 발생했는가를 설명하려다가 복사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고, 원자의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단계로 나타남을 알게 되었어.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가 양자화되었다는 뜻으로, 막스 플랑크는 자신도 모르게 세계 최초로 원자에너지가 양자화 되어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

(47)

막스 플랑크는 통계적 방법을 이용하여 고정된 에너지 요소를 진동자에 할당하면서 그 물리적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은 플랑크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자나 분자가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그는 에너지가 복사와 물질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흐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플랑크는 복사 공식을 유도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다는 발상을 처음 도입했지만, 그의 강연록이나 논문 어디를 뒤져봐도 이 사실이 분명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

1905, 물리학계에 있어 기적의 해라고 부르는 1905. 아인슈타인은 4개의 위대한 논문을 발표하게 된단다. 원자의 존재를 밝히게 되는 브라운 운동, 빛 에너지가 유한 개수의 에너지로 양자로 구성된다고 하는 광전효과, 그리고 그 유명한 특수 상대성 이론, 마지막으로 질량 에너지 등가 이론(E=mc^2). 그 중에 광전효과에서 설명한 빛 에너지의 양자론은 나중에 양자역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단다. 아인슈타인은 나중에 양자역학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데, 양자역학의 기초를 다진 것 또한 아인슈타인이니 아이러니 하구나. 1905년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빛의 양자가설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아인슈타인은 이때 이미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

1923, 닐스보어... 그는 원자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당시 원자론의 대가였던 톰슨이 있던 영국 캠브리지 대학으로 갔단다. 하지만 덴마크 출신으로 영어를 잘 하지 못했던 닐스 보어는 톰슨과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고, 닐스 보어는 맨체스터로 옮겨 러더퍼드를 만나 연구를 하게 된단다. 러더퍼드와 닐스는 함께 원자구조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고전 뉴턴 역학으로는 원자의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대표적인 이유는 전자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양자역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어. 그 즈음 코펜하겐에서 대학 교수 제의가 와서 닐스 보어는 코펜하겐으로 돌아갔단다.

...

1923, 프랑스 귀족이었던 루이 드 브로이는 나중에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중요한 기초를 쌓는단다. 특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연결 짓는 공식을 발표했어.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전자에 적용해서 일반화를 한 공식이었어. 그리고 그는 전자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고, 전자가 물질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므로 물질들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주변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했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말이 안되거든. 물질에 무슨 파동성을 가지고 있냐 말이지그리고 전자가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면, 사실이 입증된 양자 도약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없었어. 파동이라는 것은 연속적인데 어떻게 불연속적인 양자 도약을 설명을 하겠느냐 말이야.

...

1925. 당시 코펜하겐의 닐스 보어와 함께 연구하던 하이젠베르크는 병이 생겨 헬골란트 섬에서 요양 중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드디어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증명을 해냈어. 이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던 것 같구나. 행렬역학이라고 하는, 전문가들도 무척 어렵게 생각하는 것으로 증명한 것이지만 말이야. 볼프강 파울리라는 사람도 학술대회에서 보어와 만난 이후 코펜하겐에서 함께 연구를 했는데, 이상 제만 효과와 배타원리를 발견했는데 이는 전자들이 낮은 에너지궤도로 몰리는 것을 막아준다고 하는데, 정확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가지는 않더구나.

...

이 즈음 양자역학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또 한 명이 등장한단다. 슈뢰딩거. 그는 큰 성과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드 브로이의 논문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 전자가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 그 사람 말이야. 슈뢰딩거는 1925년 크리스마스 휴가 여행을 가서, 파동 역학을 완성하여 돼.. 이 사람들은 요양을 가거나 휴가를 가서 뭔가 하나씩 건져 오는구나. 휴가를 간 것은 맞나 싶구나. 아무튼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을 비교적 쉬운 파동방정식으로 설명하는데 성공했어. 일부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일단 하이젠베트크의 행렬역학보다는 쉬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환영했단다.

...

1926. 슈뢰딩거, 보어, 하이젠베르크는 함께 모여 양자역학에 대한 토론을 하였다고 하는구나. 특히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불연속적인 양자도약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내용에 대해서 말이야. 토론 전에는 슈뢰딩거는 양자도약에 대해 반대하였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양자도약은 실제 있는 현상이라며 큰소리를 치는 등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나중에는 서로 이해하고 각자 학문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

(147)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엇걸렸지만,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와 자신이 같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안개상자 속에서 나타나는 전자의 궤적처럼 지극히 간단한 현상조차 다루기 어렵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행렬역학에서는 궤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반면에 파동역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넓게 퍼지는 물질파의 개념을 이용하여 안개상자 속을 지나가는 전자의 궤적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개상자 속에서 전자가 남긴 궤적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전자가 입자라는 주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었다.

===================

..

1927년부터는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이론들을 잇달아 발표했어. 하이젠베트크의 불확정성 원리도 이때 나왔고, 보어 중심으로 전자 등 미시 세계는 고전적 개념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언어로 된 새로운 수학 개념을 수용해야 한다고 하는 코펜하겐 해석도 이 때 나왔어.

===================

(175-176)

보어는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은 고전물리학의 개념들을 원자 규모에 적용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비로소 그 특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관측장비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고전적인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양자역학에서는 매우 생소한 결과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

이런 이론에 대해서 많은 물리학자들이 지지하기도 했지만 격렬하게 반대하기도 했단다. 반대하는 이들의 대표주자는 아인슈타인이었고, 그 토론의 장이 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1927 10월에 열린 제 5회 솔베이 물리학 회의였단다. 솔베이 물리학회의는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열리는데 이때 주요 안건이 양자역학이었어. 이때 보어를 중심으로 한 양자역학 지지자와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한 양자역학 반대자들의 격렬한 논쟁이 있었어. 양자역학에 대한 모순을 아인슈타인이 질문하고, 그것을 보어가 방어하는 식의 논쟁이었지.

이 때의 논쟁을 어떤 훌륭한 영화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어.. 아빠의 희망 사항이긴 하지만, 연출만 잘 하면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해. 아무튼 이 때의 토론은 보어 측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어. 그렇다고 아인슈타인이 그만둘 분이 아니지... 1935년 아인슈인인, 포돌스키, 로젠의 이름 앞 스펠링을 EPR 역설로 다시 한번 양자역학의 모순을 들추려고 했어. 간단히 이야기하면, A라는 정보가 B라는 정보에 영향을 줄 때 두 개의 정보가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A라는 정보를 알게 되면 그 즉시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B의 정보가 결정되는 것으로, 이 정보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되므로 모순이다... 대충 이런 논리로써, 보어도 설명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보어는 이 질문에 대해 양자얽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단다. 이 논란은 후대에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서도 계속 되었다고 하는구나.


2.

물리학계에 많은 성과들이 나오던 이 시기, 전 세계는 전쟁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었어. 세계2차대전 말이야. 그러면서 물리학의 성과들이 이 전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단다. 이 즈음에 핵분열이 발견되었는데, 코펜하겐에서도 이것을 연구했다고 했고, 전쟁에 참가한 나라에서는 이것을 폭탄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단다. 물리학을 전쟁에 이용된다? 당연히 윤리적인 문제와 충돌했단다. 하지만 적국은 만드는데 우리가 안 만들고 있다가 당하면... 이런 생각에 미국과 독일은 각자 원자 폭탄에 대한 연구를 하게 돼.

양자역학에 대한 큰 공을 세웠던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에서 이 연구에 합류하였다고 하는구나. 이 이야기도 다른 책 이야기하면서 몇 번 했던 것 같구나. 갈등이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인 것 같았어. 미국에서도 오펜하이머 중심으로 맨하탄 프로젝트가 진행하고 있었어. 이 때는 아인슈타인과 보어 모두 미국으로 망명한 상태인데, 이 흐름에 반대했지만, 끝내 막지는 못했단다. 맨하탄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오펜하이머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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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1947년에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계기로 물리학자들은 죄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다른 지식은 모두 잊어버려도, 이것만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

....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 입자물리학은 입자는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에 대한 연구로 계속되었단다. 계속되어 작은 새로운 입자들을 발견하였어.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 입자...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양성자들과 중성자들은 또다시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어. 쿼크라는 말이 처음 생겨난 유래가 재미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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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339)

서버는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생각임을 인정했다. 전하가 분수인 입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겔만은 서버가 찾는 것이 완전히 어불성설이라며, ‘코크(quorks)’라는 이상한 단어를 갖다 붙였다. 그 뒤 이어진 강연에서 이 단어를 몇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서버는 겔만이 지어준 이름을 쿼크(quirk, ‘기발함이라는 뜻의 명사)’로 알아듣고, 분수 전하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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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자, 뮤온 등을 이루는 렙톤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면서, 쿼크의 종류도 6, 렙톤의 종류도 6개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했어. 쿼크 6개 종류, 렙톤 6 종류를 합쳐서 페르미온이라고 했고,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힘들. ,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을 만들어내는 4가지 입자를 보존(bos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어. 휴 힘들구나. 아빠가 정확한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서... , 쿼크 6, 렙톤 6, 보존 4, 합이 16.. 여기에 물질의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보존이 더해져서 총 17. 이렇게 17개를 표준모형이라고 하는데, 이 모형들이 발견되는 과정이 책의 후반부에 설명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는 쉽지가 않더구나.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된 책인데, 당시만 해도 힉스 보존은 이론만 있고 실제로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힉스 보존은 언젠가 발견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힉스 보손에 대한 내용은 작년에 아빠가 한번 했던 것 같구나. 2012년에 발견되었다고 말이야..

....

이 책에는 그 밖에 양자역학과 중력역학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대충 이렇게 이 책에 실린 내용 중에 아빠가 대충 이해한 것 위주로 이야기보았단다. , 아빠가 쓴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아빠도 잘 모르겠구나. ㅠㅠ 요즘에는 유튜브에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도 많이 나와 있으니, 양자역학에 궁금하다면 그런 동영상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구나.

...

이 책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양자역학의 태동 이후 100여 년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해 시간 순서로 잘 정리해 준 것인데, 아무래도 원래 어려운 내용이다 보니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더구나. 아빠가 아까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 일어난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논쟁을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된 양자역학 100년에 대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얼마 안 있으면 제5차 솔베이 회의 100주년이 될 텐데, 그거 기념으로 누군가 만들면 좋겠는데.. ㅎㅎ

...


PS:

책의 첫 문장: 지금부터 약 110년 전, 그러니까 20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에 대다수의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거의 종착역에 이르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그들의 계산을 신뢰하지 않는다.


19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전 세계 물리학자들에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그의 이론은 1901년 1월에 독일의 유명 학술지 <물리학연보>에 게재되었는데, 이 논문에서 막스 플랑크는 자신이 도입한 상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상수는 에너지와 시간이 곱해진 단위를 갖고 있으므로 에너지요소 hv와 구별하기 위해 기본작용양자(elementary quantum action) 또는 작용요소(element of action)라 부르기로 한다."
이로써 1900년 12월 14일은 양자혁명이 촉발된 날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러나 정작 플랑크 자신은 E=hv가 고전물리학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리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P46

러더퍼드는 실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원자 질량의 대부분은 중심부에 있는 원자핵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보다 훨씬 가벼운 전자들이 마치 태양계의 행성처럼 그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모형에 따르면 원자의 내부는 거의 텅 빈 것이나 다름없었다. 요즘 출간되는 물리학 관련 서적을 보면 원자의 내부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할 때 러더퍼드의 태양계 모형을 그려 넣곤 한다. 궁극적으로 맞는 모형은 아니지만, 원자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이것만큼 적절한 그림을 찾기 어렵다. - P62

그 후 폴 디랙은 "전자의 스핀 방향이 두 가지이기 때문에 원자의 각 궤도에 두 개의 전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론을 제안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궤도에 들어가는 두 개의 전자는 스핀 방향이 반대여야 한다는 뜻이다. 스핀이 반대인 한 쌍의 전자들이 짝을 이루어 궤도를 채우면, 그 궤도는 더 이상 다른 전자를 수용할 수 없다.
이것은 이론물리학의 커다란 진보였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많이 남아 있었다. 고전물리학에서 팽이처럼 자전하는 물체의 자전축은 임의의 방향을 향할 수 있는데, 전자의 자전축은 외부 자기장이 걸렸을 때 왜 두 가지 방향으로만 나타날까? 이런 제한 조건이 전자의 양자적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심증만 있을 뿐 그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 P110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생각을 요약하여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양자역학은 매우 인상적인 이론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양자역학이 물리적 세계를 정확히 예견한다 해도, 자연의 비밀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신은 주사위놀음 같은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탁월한 천재성과 직관으로 양자역학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결국에는 양자역학을 가장 극렬히 반대하는 쪽에 서게 되었다. 보른은 아인슈타인의 냉담한 반응에 크게 당황했다. 그 뒤 물리학계는 양자 수준에서 ‘실체란 무엇인가?’를 놓고 과학 역사상 가장 격렬한 논쟁을 벌이게 된다.
- P135

실증주의든 실용주의든 간에, 보어는 명백한 ‘반-실존주의자’였다. 그는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은 관측 장비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물리적 실체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으며, 앞으로 이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감춰진 실체의 지금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다. 일상적인 물리학적 관점에서 말하는 ‘독립적 실체’는 눈앞에 나타난 현상이나 관측 방식과 무관하다."
- P182

자발적 대칭성 붕괴는 고체물리학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양자장이론이나 입자물리학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대부분의 이론물리학자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물리학적 원리를 찾아내는 순수주의자’로 생각했기에, 고체물리학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고체물리학을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시스템을 몇 개의 가정으로 단순화시키는 작업"쯤으로 생각했다. 머리 겔만도 고체물리학을 "너저분한" 물리학이라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 P345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질은 대부분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중심부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자리잡고 있으며, 파동이면서 입자이기도 한 유령 같은 전자가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또한 양성자와 중성자는 위쿼크와 아래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쿼크와 전자, 전자뉴트리노는 스핀이 1/2인 페르미온이며, 이들은 표준모형에서 ‘1세대 물질 입자’에 속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세계를 서술할 때에는 이 세 종류의 입자로 충분히다.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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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3 0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북홀릭님
양자 역학 책을 추석 연휴 동안~~
전 영상으로 보면 끄덕, 끄덕,
활자로 읽으면 숫자가 나오기 시작 하는 순간 멈짓, 멈짓 ^ㅅ^

bookholic 2021-09-23 07:23   좋아요 3 | URL
읽은 건 꽤 지났고,
편지 초안 쓴 지도 꽤 되었고,
게으름 찬양하느라 오타 수정 및 정리만 어제...^^
...
추선 연휴가 순삭되었지만, 이틀만 더 버티는 걸로...
즐거운 하루 되세요~~^^

scott 2021-10-08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

아들과 딸에게 비밀! 👆 ^.~

bookholic 2021-10-08 23:13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지금도 퇴근해서 애들 몰래 댓글 달고 있습니다~~^^
즐겨운 주말 되세요..

mini74 2021-10-08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10-08 23:13   좋아요 2 | URL
땡큐 베리 머치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새파랑 2021-10-08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달 늘어나는 비밀!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0-08 23:14   좋아요 3 | URL
님들의 ˝좋아요˝ 덕분에 비밀이 자꾸 적립됩니다...
이 비밀로 뭘 지를까 보관함으로 고고~~

그레이스 2021-10-08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bookholic 2021-10-08 23:15   좋아요 0 | URL
넵.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되십시오~~~^^

강나루 2021-10-08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 님 당선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0-08 23:1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글날 연휴 되시고요~~^^

서니데이 2021-10-08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1-10-08 23:16   좋아요 2 | URL
언제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축하 계속 받은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ㅎ
즐거운 연휴 되세요~~

이하라 2021-10-08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0-08 23:19   좋아요 0 | URL
이번달도 축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한글날 연휴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0-19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0-20 19:21   좋아요 0 | URL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즐겁고 여유로운 수욜 저녁 되십시오~~
 














(39)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소위 탈동조화론에 기반한 생태적 현대화론이라는 환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접근 탓에 기업들을 해결 주체로 삼아 이들을 지원하고 기술과 시장을 활성화하여 탈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회는 논의과정에서는 기존 지배적 자본의 이해관계에 맞설 배포도 없이 감축목표 상향을 깎아내리는 데 매달리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그렇게 접근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적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떠안고 있는 민중들을 해결 주체로 세워 정보와 기업의 책임을 묻고, 무한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체제를 넘어서려는 목표와 전략으로써만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51)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의 것이다. 그래서 세계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있어서 국가의 역할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먹거리를 공공재로 인식한다. 서유럽에서는 폭우로 1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동토 시베리아가 펄펄 끓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도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한 기후위기의 결과물이다. 기후위기에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농업이다. 그리고 농업이 붕괴되면 식량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식탁의 5분의 1만을 자급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농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공농업이다.


(83)

물론 이들 각자의 목적들 사이에는 갈등과 경합이 불가피하게 예상된다. 하지만 사회적 효율성, 사회적 이동성, 그리고 민주적 시민성이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아동 중심 진보주의 교육과 사회 중심 진보주의 교육이 분리되어서는 안된다. 사회화의 기능과 주체화의 기능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양자의 가치를 적절하게 배합하는 국가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는 새로운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비판적 학문활동과 함께, 학교의 시민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결사체의 활성화와 집단적 학습공동체 구성과 문화적 진지가 구축하여야 한다. 공존과 상생의 평화시대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의 새로운 교육체제는 단순히 공교육만을 통해서 실현될 수 없다.


(93)

실제로 신입생이 줄어드는 대안학교가 있는 반면에 입시에 최적화된 대안학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미 숫자상으로는 기독교 대안학교와 창의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곳이 대안학교의 주류가 되었다.


(99)

학교의 쉬는 시간은 아이들이 단지 지적인 요구로부터 숨을 돌리거나 긴장을 푸는 휴지기가 아니다. 그것은 어른들에 의해서 면밀히 감독되는 사회적 물리적 조건들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기회이다. 바로 그때에 아이들은 성인 권위자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들의 관계를 스스로 협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를 누린다. 그럼에도 미국 전역에서 이런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뉴올리언스 대학 주디스 키에프 부교수의 200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40%가 넘는 미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완전히 철폐했다. 동시에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교육부 통계자료는 학교들의 기술에 대한 지출이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에 30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5)

아이들이 컴퓨터 환경에 그토록 매혹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하고 좌절감을 느끼게 만드는 저항들이 그 속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의 세계에서 한 아이가(누구든 마찬가지이지만) 자연세계의 물리적 한계와 자연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의 한계,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자들의 의지를 존중해야 할 필요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무제한으로 조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바로 그런 사물들의 저항이다. 한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대로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무릎 위에 가만히 앉아 있게 만들 수도, 장미꽃 봉오리를 피어나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또 친구에게 상처를 준 뒤에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130)

사람은 뜻으로 살지만, 그 뜻은 말과 행동으로 꽃이 핍니다. 사람의 향기 그득했던 김종철 선생님, 따스하고 향기로운 선생님의 내음을 어찌 잊겠습니까. 세월은 가도 그 향기 내내 남아 우리의 가슴을 진동시킬 거라 믿습니다.


(146)

지식은 공동체와 정치경제의 산물이다. 이 구조를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 의지로 돌파하려는 이들이 혁명가다. 나는 김종철이 한국 현대사에서 그런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로컬에서 작시 지식을 생산하지 못하고 서구 지식의 수입상이라는 소리는 듣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식민주의 사회에서는 요약을 잘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도 없다. 실제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수입상조차 없다는 현실이다. 페미니즘을 포함, 서구 지식을 소개하려면 그 지식이 생산된 특정 사회(또하나의 로컬인 서구)의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147)

한국사회처럼 지식인이 부재한 사회에서 진정한 혁명은 혼자 도모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인식의 혁명이 훨씬 어려운 이유다. 제도권에서의 권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대신하는 이들에게 보조를 맞춰주다가는 공부할 시간이 없다. 게다가 바우만이 온라인을 두고 말한 새로운 중세우중의 시대에서, 공동체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식인은 없고 발전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사회에서 우울증이 많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156)

다시 <녹색평론> 창간사로 돌아가 정리해보면 우선 여기서 과학은 기술이 아니다. “오늘의 크나큰 비극을 가중시키는 주요한 요인은 과학기술이 모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어리석은 믿음인바, 오히려 과학과 기술공학은 사태를 줄곧 악화시켜왔다. 이때 과학기술은 대중이 비판 없이 수용해온 기술의 의미로 이해해야 옳은데, 그것은 바로 이어지는 단락에 과학사의 관점에서 과학의 진리에 대한 관계는 언제나 잠정적이고 모색적인 것이므로 진정하게 과학적인 태도는 그러니까 늘 열려있는 겸손한 태도라고 쓴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어서, 따라서 자신의 현재 능력이나 인식방법으로써 포착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하여 그것을 무시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참다운 과학정신과 인연이 먼 태도라고 밝힌 부분이다. 이 부분은 앞뒤 문맥을 보더라도 튀는논리인데, 나는 여기에 과학을 대하는 선생의 관점이 응축되어 있다고 본다.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 <간디의 물레>, 15~16)


(192)

정부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에서 실패를 거듭할수록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더 많은 권력과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 정부는 최대의 고용주가 된다. 정당들은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국가권력은 계속해서 성장해서 이제 많은 경우 국가 수입의 50% 가까이를 흡수하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을 뜯어먹고 살아가므로 불가피하게 (가장 좋은 의미에서) 기생적이다. 다만, 원래는 사회의 소관이었던 문제들을 인계받음으로써, 말하자면 좀더 악성 종양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현실에서 이 국가통제의 악순환은 바닥을 치에 된다. 국가가 더 이상 빌릴 것이 없는 지경까지 자국 시민들을 빚지게 만들면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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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no책읽기yes 2021-10-14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뜻으로 살지만, 그 뜻은 말과 행동으로 꽃이 핍니다.- 이 구절 참 좋네요.

bookholic 2021-10-16 09:04   좋아요 0 | URL
그런 좋은 말씀 많이 하신 김종철 선생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아직도 안타깝습니다..

걷기no책읽기yes 2021-10-1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인이 북홀릭님의 말씀을 들으면 하늘에서도 뿌듯하시겠어요. 좋은 뜻이 누군가에게로 끊임없이 이어져 좋은 세상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