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악취가 나는 곳은 배수로가 아니에요.” 여자가 말했다. “세월이에요. 말하자면 부패한 세월이죠. 부패하고 타락하고 황폐해진 세월!”


(29)

“형편없는 시기에서는 말똥 맛이 나. 좋은 시가에서는 담배 맛이 나고, 아주 좋은 시가에서는 세상맛이 나지!”


(102)

수면 시간은 짧아졌고 자는 내내 뒤숭숭한 꿈이 끊이질 않았다. 이따금 프로이트 교수의 조언에 따라 잠에서 깨는 즉시 꿈 내용을 기록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사나워진 자신의 정신 상태를 다스려보려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소용이 없었다. 전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아네스카가 그의 가슴에서 심장을 꺼내 들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의 가슴에서 여전히 두방망이질하는 건 이미 그녀의 소유가 되어버린 심장에 대한 기억뿐이었다. 그 심장은 이제 그녀의 활짝 벌린 손에 들려 있었고, 그녀의 앞치마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가 누운 침대 틀의 버팀목 사이에 눌려 있었고, 그녀 잎에서 뜨겁게 고동치며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122-123)

사랑하는 프란츨,

네가 말한 그 ‘이유’가 뭔지 잘 알 것 같아. 그래도 한 가지만 말하마. 오늘의 이유는 내일이면 벌써 어제의 이유가 되고, 늦어도 내일모레가 되면 잊어버린단다. 네가 여기 와서 불쑥 부엌 창문 앞에 서 있었다면 난 아마 너무 기뻐서 심장 마비로 죽었을지도 몰라. 그대로 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나는 자랑스럽단다. 그렇지, 사람에겐 책임감이라는 게 있어야지! 무엇보다 자신의 양심을 지킬 줄 아는 책임감이. 그리고 어차피 집에는 일찍 오게 될 거야. 너를 꼭 껴안아주고 싶구나.

-       엄마가


(151)

“그 문제에 대해선 내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구나.” 프로이트가 말했다. “마음에 맞는 여자를 찾아내는 건 우리가 사는 문명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야. 그건 저마다 오롯이 혼자 해결해야 할 일이지. 우리는 혼자 세상에 태어나고 혼자 죽는단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름다운 여자 앞에 섰을 때 우리가 느끼는 고독에 비하면, 태어나고 죽는 건 그야말로 일대 사회적 사건처럼 생각되지.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처음부터 자기 자신에게 의지해야 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늘 자신에게 물어야 해. 바꿔 말하면, 네 머리를 수고롭게 하라는 뜻이야. 그래도 답을 얻지 못하면, 네 심장에 물어봐!”


(239-240)

프로이트는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대부분의 길이 뭔가 낯익다고 생각되기는 하더구나. 하지만 길을 아는 것이 우리의 운명은 아니란다. 길을 알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운명이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건 대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을 하기 위해서야. 말하자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가는 거지. 크게 운이 좋아야만 간혹 작은 빛이나마 타오르는 걸 볼 수 있어. 그리고 커다란 용기를 내거나 끈기를 보이거나 우직함이 있어야만, 가장 좋은 건 이 세 가지를 다 갖춰야만 스스로 여기저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거야!”


(254)

그게 참 뭔가 이상해요. 하루하루가 길어질수록 인생은 더 짧게 느껴지거든요. 모순이죠. 하지만 그게 원래 그래요. 내가 하나 물어볼게요. 인생을 연장하고 하루하루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무얼 할까요? 이야기를 해요. 이야기를 하고, 종알거리고, 수다 떨고, 남들 얘기를 해요. 그것도 거의 한시도 쉬지 않고. 이제야 드디어 조용한 곳에 왔구나. 하고 가끔 생각할 때가 있죠. 예를 들면 교회라든가, 그보다 더 조용한 공동묘지라든가 하는 곳에 갔을 때, 하지만 이게 웬걸! 벌써 누가 또 재잘재잘 수다를 떨기 시작해요! 아마 그건 천상이나 지하라고 해도 똑같을 거예요. 늘 누군가 입을 벌려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한 가지 말씀드리면, 하루 종일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되는 것들이에요! 너도나도 다 이야기를 하지만 뭔가를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요. 뭔가 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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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회사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프린트된 명함이나 우리의 출생과 죽음, 결혼과 건강을 기록하는 관공서의 수많은 서류들도 개인의 절대적인 존재감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지갑 속의 기념사진, 일주일 단위로 약속과 일과를 적어내려간 수첩, 이국의 어느 공항 출입국심사대에서 경쾌한 소리와 함께 찍힌 여권 속의 스탬프들, 어딘가로 들어갈 수 있는 녹슨 열쇠나 읽고 있던 책의 접힌 페이지 같은 것들 역시 우리 삶의 부분적인 단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생애 전체를 관통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아침 7시면 눈이 떠지고 저녁 6시가 되면 온몸이 피로해지는, 시스템에 길들여진 몸의 리듬마저 변하지 않는 소속감을 약속해주지 않는다.

(48-49)


로는 의심스러웠다. 영양실조로 성장이 멈춘 아이들. 병자처럼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지던 청년들, 삶의 이유이기도 했던 공장의 기계를 분해하여 중국의 값싼 곡물과 물물교환을 해야 했던 젊은 노동자들, 농장 창고에 몰래 숨어들어가 곡식을 훔쳐먹다가 체포되던 그 순간에도 악착같이 손을 뻗어 한움큼이라도 더 먹으려 했던 사람, 그런 사람들, 하루 걸러 들려오던 부음, 상비약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병원, 냉난방시설은커녕 전깃불조차 수시로 꺼지던 했던 관공서들, 더 이상 교과서와 학용품을 대주지 못했던 학교…… 그건, 그 사람들은 허구였던가. 이토록 풍요로운 세계 저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기근에 허덕이는 거대한 공동체가 분명 하나의 국가로 존재한다는 것이 로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그 세계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머나먼 연회장을 초대장도 없이 찾아온 이상한 방문객이 된 것처럼, 고향을 떠올린 그 순간 로는 스스로가 이유없이 부끄러웠다.


(91)

로는 자신의 조국이 가난하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그곳이 지옥이라고는 단 한번도 여기지 않았다. 대체 지옥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로는 궁금했다. 가난이 지옥이라면 자본주의에도 지옥은 있다. 차이가 있다면 자본주의 국가는 일부만이 그 지옥을 경험하지만, 자신의 조국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절박한 지옥들, 너무도 조직적으로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뿐, 그뿐이라고 로는  생각했다. 국가가 부강하여 뭐든 줄 것이 있었다면 기꺼이 베풀었을 거라는 믿음이 로에겐 있었다. 로는 나눌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던 자신의 조국을 생지옥으로 규정하는, 줄 것이 있음에도 줘야 하는 순간에는 망설이고 도망가는 자들이 경멸스러웠다.


(93)

어머니와 함께 강을 건너 중국으로 간 것도, 중국에서 공안의 눈을 피해 골방에만 갇혀 있다시피 살았던 것이나 어머니를 잃고 그 돈으로 이름도 몰랐던 벨기에라는 나라에 오게 된 것 역시, 그 모든 것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그 기다림의 시간 때문일 거라는 차가운 분노. 살기 위하여 살아왔을 뿐인데 고향을 떠나온 순간부터 쫓기고 숨어야 하는 범법자가 되어야 했고 때로는 한 인간으로서 지키고 싶었던 것까지 송두리째 잃어야 했던 그 불가해한 시간들을 오는 입술을 깨물며 돌아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다림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모이고 모여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때까지 체제 안의 사람들도, 바깥의 구경꾼들도 똑같이 침묵했단. 이제 더 이상 그리운 마음 하나만으로 고향을 추억하는 달콤한 시간은 자기 삶에 없을 것임으로 로는 깨달았다.


(208)

“나는 늙었어요. 김작가. 늙었다는 말의 의미를 아오? 감정이 다 사치가 된다는 뜻이에요. 남은 시간이 빤하니 저절로 그리 되어가는 거요. 관용이라면 관용이고 체념이라면 체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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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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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권이다. 14권의 제목은 <에이턴 숲의 은둔자>야. 이전 13권의 이야기는 1142년 6월부터 시작했는데, 이번 14권의 이야기는 1142년 10월에 시작한단다. 이턴 영지라는 곳이 있었어. 이턴 영지는 원래 모드 황후 지지자인 피챌런의 땅이었는데, 스티븐 왕 진영에서 차지면서 리처드 루델의 소유가 되었어. 리처드 루델은 스티븐 왕편의 사람으로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입었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치료를 받다가 죽고 말았어. 리처드 루델의 아내는 오래 전에 죽고 상속인으로는 아들 리처드뿐인데 이제 고작 열 살이었다. 리처드 루델이 죽기 전에 리처드를 극성스러운 할머니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 수도원에서 지내면서 공부를 시켰어. 리처드의 할머니 디오니시어 부인은 드세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어.

휴 베링어는 리처드 루델의 사망 소식을 전하러 라둘푸스 수도원장을 만나러 왔어.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아들 리처드의 후견인이었단다. 폴 수사는 어린 리처드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했고, 오래 전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서인지 리처드는 담담히 받아들였어. 그러면서 폴 수사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했어. 할머니가 자신을 이웃 영지의 상속녀와 결혼시키려고 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상속녀는 나이가 자신보다 많이 많다고 했어.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제 고작 10살짜리 소년인데 벌써 결혼시키려고 하다니. 그것도 강제로 말이야. 폴 수사는 이 이야기를 리처드의 후견인 라둘푸스 수도원장에게 이야기를 했고, 수도원장은 자신이 그 결혼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단다.

...

디오니시어 부인은 아들이 죽자마자 리처드를 데리고 가려고 집사를 수도원에 보냈는데, 원장이 이를 거절했단다. 후견인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있었어. 그래도 장례식장에는 참석해야 하므로 폴 수사, 안젤름 수사, 캐드펠 수사를 함께 보냈단다. 할머니가 리처드를 안 보낼 것을 대비하여 수사들이 함께 간 것이야. 할머니는 소송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할머니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커스러드라는 사제였어. 커스러드는 순례중인 사제인데, 지금은 에이턴 영지의 오두막에서 은둔하며 지낸다고 했다. 그는 종복인 히아신스와 함께 지냈다. 그 히아신스가 수도원에서 와서 커스러드의 말을 전했어. 리처드를 할머니에게 보내지 않아서 최근에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는 논리로 이야기했어. 이상한 논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사이비처럼 보이구나.

수도원장은 디오니시어 부인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어. 히아신스가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리처드가 그를 불러 한참 이야기를 했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와 친분이 쌓인 것 같았어. 히아신스가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수에 불어난 물에 빠진 삼림감독관 에일먼드를 구해주었어. 에일먼드는 홍수 때문에 둑 작업하다가 나무와 흙이 몰려와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어. 에일먼드를 구해준 히아신스는 사람들을 불러와 함께 에일먼드를 에일먼드의 오두막에 데려다 주었어. 그곳에서 히아신스는 에일먼드의 딸 에넷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캐드펠이 소식을 듣고 와서 에일먼드의 부러진 다리를 맞추고 치료해 주었어. 그리고 히아신스와 에넷 사이에 싹트는 사랑의 감정을 알아차렸단다.

 

1.

최근에 옥스포드에서 탈출하여 방황하는 말 한 마리가 발견되었어. 휴와 캐드펠은 그 말을 조사했는데 안장에는 온통 핏자국이고 주인은 없었어. 말의 주인은 르노 부르시에라는 사람으로 밝혀졌는데 그는 모드 황후가 신임하던 사람이었다고 했어. 그런데 르노 부르시에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누가 르노 부르시에를 공격했는가?

....

어느 날 수도원에 드로고 보시에라는 사람이 그의 마부 워린과 함께 수도원을 찾아와 도망간 젊은 농노 브랜드를 찾는다고 했어. 왠지 에이턴 영지에 은둔해 있는 커스러드 사제와 그의 종복이 연관성이 있는 것 같더구나. 드로고는 폭력적인 영주인데 워린도 드로고에게 맞아서 얼굴에 부상을 입었어. 농노 브랜드가 왜 도망갔는지 짐작이 되는구나. 캐드펠이 워린의 다친 얼굴을 치료해 주었어. 드로고는 수도원 총회에 참석해서 도망간 농노 브랜드의 인상 착의를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했어. 그런데 제롬 수사가 따로 드로고를 만나 브랜드가 히아신스의 외모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어. 드로고는 곧바로 커스러드의 오두막을 찾아갔지만 히아신스를 만나지 못했어. 그 이유는 제롬 수사가 드로고와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리처드가 들었는데, 히아신스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히아신스를 찾아 숲으로 갔고, 그곳에서 에넷과 함께 있는 히아신스를 만났어. 그리고 히아신스에게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

한편 에일먼드를 치료하고 돌아오는 길에 캐드펠은 우연히 단검에 찔려 죽은 드로고를 발견했어. 드로고는 히아신스를 만나러 오두막에 길을 나섰었는데 그렇게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야. 캐드펠을 이 사실을 수도원장과 휴 베링어에게 이야기하고 수사를 시작했단다. 제롬 수사는 히아신스를 유력한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자신이 드로고에게 히아신스가 의심된다고 이야기를 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쉽게 범인이 밝혀지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아니지.

휴 베링어와 캐드펠은 은둔자 커스러드를 만나러 갔다. 커스러드가 말하길 어젯밤 드로고가 왔었지만 히아신스가 없어서 그냥 돌아갔다고 했단다. 커스러드는 히아신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처음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함께 다니게 되었는지... 정황상 히아신스가 도망친 농노 브랜드가 확실한 것 같고, 지금까지는 드로고를 죽인 강력한 용의자가 되겠구나.

..

그런데 그날 폴 수사는 뒤늦게 리처드가 사라진 것을 알고 당황했단다.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리처드는 제롬 수사와 드로고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망아지를 타고 수도원 밖으로 나갔다가 안 들어왔다고 했어. 점점 히아신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리처드는 어디로 간 것인가. 폴 수사는 캐드펠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했어. 캐드펠이 이 내용을 휴와 공유하고, 그들은 리처드가 히아신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어. 그리고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텐데,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휴는 부하들을 시켜 수도원 안팎을 수색하게 했다.

...

휴 베링어는 인력을 동원하여 리처드의 원래 집, 은둔자의 집, 에일먼드의 집과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리처드도 못 찾고, 히아신스도 못 찾았단다. 캐드펠은 에일먼드에게 줄 목발을 만들고 그의 집을 찾아갔단다. 이전에 히아신스와 에넷 사이를 눈치챈 캐드펠은 수도원에 돌아가는 척 하면서 에넷의 뒤를 밟았는데, 역시나 에넷이 히아신스를 숨겨두고 있었어. 캐드펠은 본 그들을 깜짝 놀랐지만 히아신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단다. 캐드펠도 시간상 히아신스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어. 캐드펠은 그들을 설득하여 에넷의 아버지 에일먼드에게 데리고 왔단다. 그리고 일단은 히아신스를 숨겨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침대 밑에 숨겨두었어.

히아신스는 자신이 커스러드의 종복이 된 이야기를 했어. 히아신스는 어떤 여자를 강제추행 하는 집사를 때려눕히고 도망을 갔다고 했어. 그러다가 커스러드를 만나 그의 종복이 되었다는 거야. 히아신스가 비록 죄를 짓긴 했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탓이었구나. 에일먼드는 캐드펠에게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이실직고했어. 최근 삼림에 홍수가 난 것은 양떼가 삼림에 들어와서 땅이 엉망이 되어서 그런 것인데 그렇게 양떼가 삼림에 들어온 것은 디오니시어 부인이 시킨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했단다. 캐드펠은 휴 베링어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자고 했지만 에일먼드는 관리들을 믿을 수 없다면서 극구 반대했단다. 캐드펠도 어쩔 수 없이 에일먼드의 의견을 따라야 했어.

...

그 날 레이프라는 매 사냥꾼이 수도원에 방문했는데, 캐드펠은 레이프가 드로고나 히아신스를 아는지 떠봤는데 모르는 것 같았어. 캐드펠은 레이프와 이야기를 하다가 레이프가 가지고 있는 은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 은화를 통해 레이프가 모드 황후 진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캐드펠은 레이프에게 르노 부르시에의 살인범을 찾으러 왔냐고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는데 아니라고 했지만, 캐드펠은 그의 정체를 눈치챈 것 같았어. 음.. 도대체 레이프는 누구인가.

한편 히아신스는 자신을 구해준 리처드를 돕기 위해 사라진 리처드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어. 히아신스는 리처드는 할머니 디오니시어 부인에 데려갔을 것이라 확신하고 수색했어. 결국 리처드는 리처드가 갇혀 있는 곳을 알게 되었지만, 너무 단단히 잠겨 있어서 그를 구출하지 못했어. 말로나마 리처드에게 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에일먼드의 집으로 돌아왔단다. 히아신스는 에넷에게 부탁해서 리처드가 감금되어 있는 곳을 휴 베링어에게 알려주라고 하고 자신은 리처드를 구할 방법을 궁리했어. 리처드는 히아신스가 이야기해 준 대로 할머니에게 순종하는 척 했어. 그리고 할머니한테 심심해서 힘들다고 하자 약혼녀로 점 찍은 힐트루드를 리처드에게 보냈어. 리처드는 힐트루드와 이야기를 해보니 힐트루드도 이 정략결혼을 무척 싫어했어. 심지어 따로 사랑하는 남자도 있다고 했어. 리처드는 자신이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힐트루드는 도와주겠다고 했어.

할머니가 힐트루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나 보구나. 리처드는 힐트루드의 도움으로 자신이 타고 왔던 망아지를 타고 탈출했고 리처드의 탈출을 힐트루드의 아버지가 뒤늦게 알고 추격했지만 간발의 차로 수도원에 도착했단다. 리처드는 수도원장의 뒤에 숨었으나 힐트루드의 아버지 풀크 애스틀리는 리처드가 어젯밤에 결혼했으니 수도원에 머물 수 없다고 했어. 리처드에게 물어보자 결혼 서약을 하긴 했는데 그건 도망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 이라고 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혼을 주재한 신부님이 진짜 신부가 아니라고 했어. 그래서 결혼은 무효라고 했어. 이건 모두 히아신스가 시킨 대로 이야기한 것이야. 리처드의 결혼서약을 한 신부는 바로 은둔자 커스러드였어. 라둘푸스 수도원장님은 일단 리처드는 수도원에 머물고 내일 다함께 커스러드를 만나러 가자고 했어.

다음날 라둘푸스, 캐드펠, 휴, 리처드는 커스러드의 오두막에 도착했는데 칼에 찔려 죽은 커스러드를 발견하게 되었어. 얼마 후 풀크 애스틀리, 디오니시어 부인도 도착했어. 커스러드는 누군가 단검을 가지고 싸운 흔적이 있었어. 상대방도 부상을 입었을 것 같았지. 캐드펠은 범인이 대충 누구인지 알아 채린 것 같았지만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그리고 오두막에 있는 상자 안에 물건이 사라지고 없었어. 커스러드의 시신을 일단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단다.

 

2.

드로고의 아들 에이마 보시에가 아버지의 시신을 고향으로 옮기려고 수도원에 머무르고 있었어. 에이머는 커스러드의 시신을 보더니 아는 사람이라고 했단다. 아버지와 여행 중 만난 적이 있는 뜨내기라고 했어. 아버지와 체스도 같이 두었다고 했어. 그렇다면 드로고가 히아신스를 만나러 그 오두막에 갔다가 서로 마주쳤을 테고, 서로 알아봤을 테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 드로고를 죽인 것이었어. 휴 베링어와 캐드펠은 히아신스를 만나러 갔단다.

히아신스는 커스러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다시 해주었어. 커스러드는 떠돌이 건달이자 도망자 신세라고 했어. 히아신스 자신도 도망자 신분이라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 신부와 종복으로 위장을 했다고 했어. 앞서 이야기했던 도망친 농도 브랜드는 히아신스가 맞았어. 그러니까 커스러드가 가짜 신부라는 걸 히아신스가 알고 있었던 거야.

....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짜맞춰졌구나. 캐드펠은 다시 수도원에 와서 길을 떠나려고 준비하는 레이프를 만났어. 캐드펠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치료받고 가라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들은 레이프도 놀라지 않았어. 레이프의 정체는 모드 황후 진영의 피츠카운트의 가신이었어. 모드 황후가 피츠카운트에게 보석과 편지를 보냈는데 그것을 전달하던 사자 르노 부르시에는 사라지고, 보석과 편지도 함께 사라졌어. 레이프는 그 보석과 편지를 찾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커스러드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했고, 그를 죽이고 모드 황후의 보석과 편지를 찾았다고 했어. 캐드펠은 레이프를 치료해주었고, 치료를 받고 난 레이프는 길을 떠났단다. 레이프가 떠난 후에 캐드펠은 휴에게 레이프의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레이프가 이야기하지 않은 진짜 이야기를 하나 더 했어. 사라진 르노 부르시에가 바로 다름 아닌 커스러드였다는 거야. 마치 누군가에게 공격받은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은 신부로 위장한 채 도망간 것이었어. 모드 황후를 배신하고 보석을 훔치려고 했던 것이지...

....

이번 14권도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대충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 것인지 짐작이 되고, 캐드펠의 시선에서 등장인물을 바라보다 보면 범인도 대충 눈치챌 수 있게 된 것 같구나. 앞으로 7권 남았는데 올해 안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마.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42년 10월 18일, 대대로 이턴 영지를 물려받아 경작했던 루델 집안의 리처드 루델이 스티븐 왕의 편에서 링컨 전투에 참전하여 싸우던 중 부상을 입고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책의 끝 문장: 글줄뿐 아니라 그 행간을 읽어내시는 분, 정의의 문제뿐 아니라 연정의 문제에 있어서도 결정권을 행사하실 하느님만은 예외로 하고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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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방정식 - 궁극의 이론을 찾아서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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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 며칠 회사 일이 좀 바빠서 아빠가 독서편지가 계속 밀리고 있구나. 그 이야기는 독서편지가 또 밀렸다는 것.^^ 밀린 독서편지를 따라잡기 위해 오늘은 좀 짧게 이야기할게. 사실 오늘 이야기할 책이 아빠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어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오늘 이야기할 책은 미치오 카쿠의 <단 하나의 방정식>이라는 책이란다. 지은이 미치오 카쿠는 아빠가 예전에 읽은 <평행우주>를 사람이기도 해. 어려운 현대 과학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읽기 편한 문체로 되어 있어서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책이란다. 그래서 <단 하나의 방정식>이라는 책의 지은이를 보고, 낯이 익어 찾아보니 <평행우주>의 지은이라서 이 책도 읽게 된 것이란다. 책 제목을 보면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감이 좀 오더구나.

<단 하나의 방정식>. 과학계의 오랜 숙제가 하나 있단다.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과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이론, 소위 통일장이론을 찾으려고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단다. 이 책의 제목 단 하나의 방정식도 그 통일장이론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아인슈타인도 이 통일장이론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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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그 노트에는 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라 불렀던 궁극의 이론이 미완의 상태로 적혀 있었다. 그의 목표는 “신의 마음이 담겨 있는” 단 한 줄짜리 방정식으로 우주의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것이었으나, 끝내 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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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많은 과학자들이 세상을 설명하는

그 단 하나의 방정식에 대한 연구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1.

그런데 세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은 현대 물리학에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 중세 시대에도 그런 노력이 있었어. 르네상스와 함께 과학이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과학의 업적이 이루어졌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뉴턴이란다. 너희들도 이제 뉴턴의 운동 법칙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하잖니. 뉴턴의 뉴턴 법칙은 최초의 통일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당시 세계관은 하늘과 땅이 전부인 세계였는데, 그 세계의 모든 물체의 운동을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했으니 말이야. 영국의 시인은 그런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시까지 썼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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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뉴턴이 발견한 운동 및 중력이론은 기존의 운동법칙을 하나의 원리로 묶은 최초의 통일이론이자, 인간의 지적 능력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포프는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자연의 법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뉴턴이 있으라!”는 신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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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부터 약 200년 후 또 하나의 통일 이론이 만들어진단다. 당시 자기와 전기를 별도의 물리적 특성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패러데이가 자기와 전기가 ‘장’ 때문에, 그러니까 자기장과 전기장 때문에 특징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어. 그리고 맥스웰은 벡터와 미적분학을 통해 전기장과 자기장을 수식으로 설명했어. 이 계산으로 전자기파의 속도를 구했는데, 빛의 속도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어. 그래서 빛도 전자기파라고 주장을 했단다. 자기와 전기를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은 또 하나의 만물의 이론이었어. 이 맥스웰 방정식은 오늘날 라디오, 휴대폰 등 무선 통신의 기초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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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수학적으로 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방정식에는 ‘이중성(duality)’이라는 대칭이 존재한다. 빛(전자기파)에 포함된 전기장을 E라 하고 자기장을 B라 했을 때, E와 B를 맞바꿔도 맥스웰의 방정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기와 자기가 동일한 힘의 두 가지 측면임을 의미한다. 맥스웰은 E와 B 사이의 대칭을 이용하여 전기와 자기를 통일했고, 그 덕분에 19세기 과학은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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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헤르츠라는 사람은 맥스웰 방정식을 실험으로 증명하여 라디오를 발견했고, 마르코니는 이것을 무선 통신에 이용했단다. 1894년의 일이었단다. 얼마 전 Jiny가 국사 공부한다면서 열심히 외웠던 1894년이네.

…

2.

20세가 되면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였단다. 아인슈타인은 광속불변의 법칙을 발견하여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단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여러 번 이야기해서 간단히 이야기하고 넘어갈게.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속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란다. 이루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주변의 공간이 휜다는 것을 설명했단다.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는 혁신적인 이론을 발표한 거야. 그 이론들은 나중에 모두 증명되어 사실임이 밝혀졌단다.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일장이론을 연구했지만 결국 발견하지는 못했단다. 그리고 아빠가 전에 현대물리학과 양자역학 관련된 책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했듯이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기초를 놓았지만 평생 인정하지 않았단다.

…

당시 과학자들은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연구를 한창이었단다. 점점 미시세계를 연구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양자역학까지 이어지게 되었단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결정론적 세계관과 상충되는 불확실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그래서 양자역학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과학자들 사이 논란이 많았단다. 양자역학에 과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어록도 이 책에서 다시 한번 만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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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두고 “성공을 거둘수록 더욱 멍청한 이론처럼 보인다”고 했고, 전자파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슈뢰딩거조차도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률적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파동이론의 철학적 의미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당신이 어떻게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내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한 가지뿐이다. 그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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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통일장이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단다. 슈뢰딩거와 파울러가 통일장이론에 대해 발표를 했지만 모두 오류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단다. 과학자들은 핵력, 즉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을 연구가 활발했단다. 강한 핵력은 양성자와 양성자, 양성자와 중성자를 원자핵 속에서 강하게 묶어주는 힘이고, 약한 핵력은 입자의 성질을 변화시켜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힘이란다. 머리 겔만과 그의 동료들과 핵력을 연구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가 기본 입자가 아니고 그보다 저 작은 입자들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입자가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쿼크란다.

…

이 입자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어 표준모형까지 만들어졌는데,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구나. 과학자들의 간단하고 깔끔한 식들을 좋아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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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42)

둘째, 표준모형은 각기 다른 힘을 서술하는 여러 이론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다소 부자연스러우면서 누더기 같은 인상을 준다(한 물리학자는 ‘표준모형을 칭찬하는 것은 마치 오리너구리와 땅돼지, 고래를 하나로 묶어서 희한한 동물을 만들어놓고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을 예뻐할 생명체는 엄마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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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게릭 병에 걸렸지만 많은 업적을 낸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 병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2년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고 중력에 양자역학을 접목하는 문제에 도전했다는구나. 그리고 기존 알려져 있던 블랙홀 이론의 오류를 발견했대. 자세한 내용은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발췌로 대신하고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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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블랙홀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블랙홀에서는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호킹은 이것이 양자이론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블랙홀이 완전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때문인데, ‘완벽한 암흑’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확정성원리에 위배된다. 양자세계에서는 암흑조차도 불확실하다. 그리하여 호킹은 블랙홀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양자복사quantum radiation를 방출한다는 혁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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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연구하면서 블랙홀이 빨려 들어간 것들은 어디로 갔나를 설명하기 위해 웜홀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러면서 시간여행이 가능한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는데, 시간 여행에 대한 역설은 평행우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는구나. 그런 이야기만 있다는 것으로만 체크하고 또 패스.

…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 또는 수축을 해야 하는데, 당시 우주는 정적인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넣어 보정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1929년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되었어.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잘못 넣었던 거야. 그것 없이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의 팽창을 설명했던 거야.

…

자, 이제 마지막으로 끈이론이 등장한단다. 끈이론은 양자중력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라고 하는데, 끈의 진동 패턴에 따라 앞서 이야기했던 쿼크, 전자 등 다른 미립자들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야. 끈이론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다른 책에서도 보긴 했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어. 끈이론을 설명하려면 10차원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시간까지 포함해도 4차원 세상인데 10차원 세상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니.

그런데 끈이론으로 중력과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했어. 한마디로 그토록 찾던 통일장이론이자 만물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10차원에 대한 이야기도 홀로그램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어. 홀로그램이 3차원의 정보를 2차원에 저장하는 것처럼 끈이론의 10차원과 11차원이 현실에서는 3차원에 저장되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거야. 그럴 듯하긴 하지만 10차원은 너무 고차원이구나.

끈이론이 이론적으로 오류가 없어 통일장이론의 강력한 후보이긴 한데, 검증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구나. 끈이론이 등장한지 수십 년 동안 검증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검증을 하지 못했대. 우주가 흩어지지 않게 하는 중력의 근원 물질인 암흑물질을 분석을 해서 검증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은가 보구나. 앞으로는 가능할까? 모르겠다는구나. 끝내 검증하지 못할 수도 있대. 대략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비록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그 이론을 찾으면서 다른 이론들을 만들고 과학계의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연금술처럼 말이야. 그러니 앞으로도 만물의 이론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야겠구나. 인류는 과연 통일장이론을 찾을 수 있을까. 혹시 너희들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니?^^ 짧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궁극의 이론이란 우주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하나로 통일하고, 팽창하는 공간에서 소립자의 미세한 운동에 이르는 우주 만물의 안무(按舞)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책의 끝 문장: 오랜 세월 동안 무지한 상태로 살아왔던 인간이 드디어 신의 마음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 빅뱅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무엇이 빅뱅을 유발했는가?
* 블랙홀의 내부(또는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우리 우주에는 웜홀(wormhole)이 존재하는가?
* 4차원 이상의 고차원 공간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가? 즉, 다중우주 또는 평행우주가 존재하는가?
- P12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체중은 증가한다. 그런데 이 초과질량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움직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초과 질량의 출처는 바로 운동에너지이다. 이는 곧 운동에너지의 일부는 질량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 P55

양자의 개념은 190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제기한 간단한 질문에서 탄생했다. ‘뜨거운 물체는 왜 빛을 발하는가?’ 물체를 불에 달구면 특정한 색의 빛이 방출된다. 인류는 이 사실을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릇을 만드는 도공들은 가마의 온도가 수천 도에 도달하면 그 안에 넣은 도기가 적색에서 황색을 거쳐 청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것은 성냥이나 촛불, 또는 라이터만 있으면 즉석에서 확인 가능하다. 촛불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아래쪽은 푸른색을 띠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면서 노란색-붉은색으로 변한다.) - P83

지난 100년 사이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색이 없는 트랜지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조그만 회로소자는 장거리 통신 네트워크와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혁명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간단히 말해서,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일종의 밸브이다. 수도 파이프에서 장착된 밸브를 돌려서 수량을 조절하는 것처럼, 트랜지스터는 홍수처럼 밀려오는 전자들 중 극히 일부만 통과시키는 초미세 전자밸브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면 작은 신호를 크게 증폭할 수 있다. - P119

1920년대에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대부분이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지도, 수축되지도 않으면서 항상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얻은 해는 우주가 격렬하게 팽창하거나 수축된다고 강변하고 있었다(아인슈타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리처드 벤틀리가 제기한 질문의 해답이었다. 중력이 작용해도 우주가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팽창하는 힘이 중력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 P179

그러나 이 세상을 이해할 때에는 ‘증명 가능하고 재현가능하며 반증도 가능한’ 과학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이 논지의 핵심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마다 각양각색인데, 이 상황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흐를수록 몇 개의 방정식으로 축약되면서 더욱 단순하고 강력해진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의 매력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과학을 넘어선 영역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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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

이 사진을 찍은 박헌영, 주세죽, 현앨리스 등 세 청춘 남녀는 다가올 가혹한 운명의 전조를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희망으로 가득했던 상하이의 인연이 30여 년 뒤 자신을 파멸로 이끌 것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헌영은 1933년 상하이에서 체포된 이후 다시는 주세죽과 해후할 수 없었다. 주세죽은 박헌영의 혁명동지 김단야와 재혼했지만, 그마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처형되었다. 노동교화형에 처해졌던 주세죽은 1953년 박헌영의 재판 소식을 듣고 딸의 안위를 걱정하며 유배지 크질오르다에서 모스크바로 가던 중 폐렴으로 사망했다. 박헌영과 현앨리스는 1956년 평양에서 처형되었다. 뜨거웠던 청춘들은 ‘혁명동지’들의 손에 의해 처형되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 글은 이들의 열정과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시대와 역사의 수레바퀴에 으깨진 한 여성의 운명에 관한 보고서다.

 

(90)

현앨리스가 네 번째로 하와이에 도착했다는 기사가 정확하다면 이는 현앨리스가 1903년(출생), 1924년(이민), 1927년(임신, 출산), 1930년(재입국)에 한 차례씩 하와이에 입항한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1924년 이후 한국으로 돌아간 앨리스는 결혼 문제를 정리했고, 1927년 웰링턴을 출산한 후에는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녀가 1923년 블라디보스토크 향할 때의 비밀 임무와 같은 종류였을 것이다. 1920년대 후반 현앨리스는 여전히 중국에서의 독립운동 및 혁명운동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112)

이들은 하와이에서 출생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식민지 한국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미국 시민이 되었지만, 이들의 정체성과 정신은 그들의 시민권이 속한 미국에도, 그들의 강제된 국적 일본에도, 미국 내 객관적 위치였던 동양계 이민에도 속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여타 한국인 이민 2세들과도 다른 정신세계에 속해 있었다. 이들의 정체성과 정신은 상하이 시절 받은 독립운동과 혁명 활동의 세례에서 발원했다. 이들은 진정한 한국인이길 희망했다. 하와이에서 남매의 삶은 여전히 1920년대 초반 상하이의 꿈결 같은 순간들이 계승되거나 변형된 형태로 지속되었던 것이다.

 

(179)

이들의 한국 귀환과 추방 과정은 이들이 장차 미국 사회에서 깃들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자 한반도가 당면할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현앨리스와 피터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진정한 해방, 진정한 완전 자주독립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 독립운동과 혁명운동의 길을 따라 옛 친구, 동지들과 함께 길을 가고자 했을 뿐이다. 반면 ‘해방자’로 등장한 미국은 이들의 행동을 공산주의 단정하고 이들을 해임한 뒤 추방했다.

 

(197)

그렇지만 이들은 재미한인 사회 내에서 주류적 존재가 되기는 어려웠다. 이미 1920년대부터 재미한인 사회는 이승만, 박용만, 안창호라는 걸출한 3명의 지도자에 의해 사회, 교민 조직이 잘 분할된 상태였다. 특히 이승만 계열의 동지회와 반이승만 계열의 국민회, 흥사단의 대결이 치열했다. 민족혁명단 미주지부는 그 밖의 진보적 소수파였다. 태평양전쟁 전후 재미한인사회는 통일과 분열을 반복했는데, 그 핵심에는 여전히 이승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표면적으로 분열은 재미한인들이 조직하고 임시정부가 승인한 주미외교위원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임시정부와 그를 오랫동안 지지해온 재민한인, 나아가 재미한인 진보진영에 재앙적 결말을 초래하게 된다.

 

(269-270)

동유럽에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확산되었고, 이들이 페코로 건너오는 시기에 중국에서는 공산혁명이 완성되고 있었다. 세계의 대세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해석되었고, 남한에서도 4.3사건과 여순사건 등 유격대의 ‘무장항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남한의 무장혁명이 승리한다면 약동하는 “승리와 건설의 북한”과 통일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였다. 북미조선인민주전선은 북한의 조국전선 결성(1949년 6월)에 맞춰 체코에 있던 이경선과 현앨리스를 대표로 선정해(1949년 9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이들은 재미한민 <독립> 진영의 대표이자 북미조선인민주전선의 대표로서, 또한 미국공산당 당원으로서 자신들이 꿈에도 그리던 사회주의 조국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284-285)

현앨리스의 이름은 1953년 8월 이승엽, 이강국 등 남로당 핵심 간부 12명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처음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재판은 민간법정이 아닌 군사재판으로 진행되었다. 공판 과정에서 현앨리스는 현피터, 이윌리엄과 함께 언급되었다. 공판 기록에 따르면 현앨리스는 모두 네 번 언급되었는데 기소장, 검사 논고, 판결문 등에서 조금씩 혐의 사실이 다르게 표현되었다. 현앨리스와 이윌리엄의 이름은 이강국 재판 과정에서만 거론되었을 뿐, 다른 관련자의 재판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즉 현앨리스와 이윌리엄(이득환)은 이강국을 ‘미제의 고용간첩’으로 특정하는 데에만 활용되었던 것이다.

 

(298)

첫째, 박헌영이 1949년 현앨리스의 입북을 허가한 이유가 1948년 6월 하지로부터 지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새로 제시되었다. 하지의 지령은 남한에 파견되었던 서득은을 통해 박헌영에게 전달되었다고 했다. 즉 박헌영이 하지의 직접 지령을 받는 “미제의 고용간첩”이며, 현앨리스는 그것을 실행한 미국 간첩망의 우두머리임을 입증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박헌영과 현앨리스의 관계가 단순히

 

(311-312)

현앨리스, 이사민(이경선), 이윌리엄(이득환) 등 태평양전쟁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재미한인 진보진영의 핵심 인물이자 스스로 진실한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했던 재미한인들은 남한의 상황에 절망했고 북한을 희망이자 조국이며 정치적 사상적 이상향이라 생각했다. 이들은 1947~1949년 미국에서 체코와 소련을 경유하는 실낱 같은 경로를 개척해 북한을 찾아갔다. 역경을 거쳐 북한에 진입한 이들의 사례는 재미한인 공산주의자들에게 행운으로 비쳤다. 몇 년 뒤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이들의 운명은 모두 비극으로 종결되었다.

 

(322)

우리는 가능한 범위에서 현앨리스의 삶을 복기할 수 있게 되었다. 3.1운동이라는 독립과 혁명의 찬연한 빛에 매료되었던 한 청춘은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 하와이, 뉴욕, 도쿄, 서울, 로스앤젤레스, 프라하, 부다페스트, 평양으로 줄달음질치며 역사와 가기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비극적 역사의 경로만큼 쓰라린 개인적 불행과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의지와 열정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마침내 이상향에 도달했다고 믿던 순간 샹그릴라는 죽음의 하데스임이 드러났다. 그녀와 함께 북한에 도달했던 이경선, 이득환은 물론 1950년 중반 미국에서 추방당하자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한 김강, 전경준, 곽정순 등 재미한인들도 같은 운명의 희생자가 되었다.

 

(333)

현데이비드에게는 미국공산당 당원이라는 혐의가 적용되었지만, 이 팸플릿들은 ‘공산주의’라는 단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데이비드가 얼마나 ‘미국화’를 갈망하고 ‘미국화’되었는지를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팸플릿에 거론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데이비드는 일곱 살에 미국으로 이민왔고, 존경받는 현순 목사의 아들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으며, 웅변대회에서 ‘미국 헌법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연설하기도 했다. 하와이 대학 ROTC에 지원했을 때 시민권이 없어 가입할 수 없었지만, 군복과 장비를 스스로 구입했고, 마침내 ROTC 후보생 대위 계급까지 진급했다. 태평양전쟁 중에는 미군 복무를 할 수 없게 되자 하와이 방위군에 참가했다. 그의 부인은 미국 태생이며, 2명의 미국 태생 자녀를 두었고, 미국의 이상에 충성하고 헌신했다. 그는 미국인이 되고자 귀화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현데이비드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백인 노동자보다 소수민족이 임금을 덜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산업별노동조합회의(CIO)의 집행위원에 임명되자 1946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 파업을 주도했다.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주 ‘빅파이브(big five)’는 현데이비드의 노동운동을 ‘전복’ 또는 ‘공산주의적’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 혐의로 1949년 현데이비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체포되었다. 이상이 팸플릿에 기재된 현데이비드의 모습이다.

 

(390-391)

현앨리스의 존재론적 기반은 미국, 기독교, 민족주의였다. 그녀는 목사의 딸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교회와 기독교 학교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그녀는 1920년대 초반 사회주의에 공명한 이래 진보주의자, 혁명가로 삶을 추구했다. 역설적으로 그녀를 진보주의와 사회주의로 이끈 중요한 동력은 3.1운동과 그 여파였다. 3.1운동의 거대한 에너지가 한 소녀의 뇌리에 새겨졌고, 그녀가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나머지 인생은 결정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3.1운동의 후예였고, 나머지 삶은 3.1운동의 후기였다. 상하이의 시대조류와 시대정신은 1920년대 초반 민족주의에 사회주의로 급선회했다. 민족주의자 목사의 딸은 상하이에서 사회주의와 당면했고, 3.1운동의 여진 속에 혁명적 전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상하이 시절의 관성이 미주 시절 현앨리스의 삶을 규정했다. 그녀는 상하이의 독립운동와 사회주의 운동, 하와이에서 노동운동, 해방 후 남한 혁명운동의 민족주의적 에너지에 매료되었다. 정확히 말해 그녀가 매료된 것은 사회주의 이념이라기보다는 민족주의와 결합한 사회주의적 이상주의 혹은 이상주의자들이 뿜어내던 열정과 시대정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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