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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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일본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소설이란다. 지은이 기리노 나쓰오라는 지은이는 처음 들어본 작가인데, 약력을 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많이 눈에 띄었던 <아웃>이라는 작품의 지은이더구나. 오늘 이야기할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책은 몇 달 전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서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골랐단다. 아빠는 귀가 얇아서 이 소설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 광고문구에 혹했단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잘 읽히고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일본과 우리나라의 성문화 차이인지, 아빠 세대와 젊은 세대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공감 가지 않는 부분들이 좀 있었단다.

계급 없는 평등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보이는 사회적 계급과 차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어. 그런데 그런 것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아빠의 기준으로 봤을 때) 부자연스러운 설정들이 있었단다. 그런 것들을 차차 다시 이야기할게. 그럼 책 이야기를 해볼게.

 

1.

주인공 리키는 고향에 있는 지방의 요양원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도쿄의 종합 병원에서는 일하고 있는 스물아홉 살 아가씨란다. 보수는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월급의 3분의 1을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은 것은 얼마 없어 늘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단다. 먹는 것도 편의점 음식 등 간신히 끼니를 때우는 정도였어. 그러나 삶의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았어. 그러다가 친구가 난자를 기증하면 50에서 80만엔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이트에 접속해서 등록을 했단다. 그러자 얼마 후에 사이트에서 연락이 와서 상담하러 갔단다.

그 회사의 이름은 플란테라는 곳이고 리키를 담당하는 사람은 아오누미라는 사람이었어. 아오누미와 상담을 했는데, 난자만 기증하는 것이 아니고 대리모를 제안해왔어. 돈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단다. 아오누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리키에게 그런 제안을 한 이유가 있었어. 어떤 불임 부부가 있었는데, 아내와 닮은 사람이 있다면 대리모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거든. 대리모는 난자 기증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단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내 몸 속에 키우고 나중에 낳은 후에는 그 부부에게 아이를 주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일본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이었단다. 대리모를 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난관이 참 많을 것 같구나. 그래도 거금의 유혹 때문에 리키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 그만큼 리키는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단다. 리키는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단다.

…

그럼 대리모를 부탁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구사오키 모토이. 그는 43살로 전직 발레리노이고 아내 유코는 44살로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어. 임신을 위해 인공 수정 등 여러 가지 시술을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단다. 모토이는 큰 문제가 없었고 아내 유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어. 모토이는 아이를 낳아서 발레를 전수하고 싶은 간절한 꿈이 있었어. 그런데 아이를 갖지 못하자 대리모까지 생각하게 된 거야.

사실, 모토이와 유코는 불륜으로 만나 모토이가 이혼한 후 재혼을 한 거야. 모토이의 전 아내는 발레리나였는데, 이혼 후 재혼하여 아들을 둘을 낳았다는 소식들 듣고 모토이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했단다. 그렇다고 모토이가 그런 마음을 유코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어. 모토이의 엄마인 지미코도 발레를 하셨던 분으로 모토이는 엄마 지미코와 함께 발레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단다. 모토이는 자신의 아이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갖고 싶어했고, 유코는 꺼렸단다. 하지만 모토이가 너무 간절하게 원하니까 유코도 결국 동의했단다.

…

 

2.

리키는 고민 끝에 의뢰 부부를 만나보기로 했어. 모토이와 유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고, 리키는 대리모를 하기로 했어. 그 대가로 1000만엔을 받기로 했단다.

…

대리모로 1년 가까이 임신한 상태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리키는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겨나서 호스트바에 갔단다. 그곳에서 다이키라는 남자를 만났단다. 처음에는 대화만 나누려고 했는데, 다이키가 잘 대해주고 그래서 섹스도 나누게 되었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고 공허감마저 느꼈단다. 리키가 대리모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고민하고 갈등했단다. 다른 부부의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이 말이 쉽지, 대리모라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도 컸어. 하지만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탈출구는 보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자기합리화를 했단다.

…

한편, 유코는 절친 리리코를 만났어. 그러면서 대리모를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했어. 리리코라는 사람은 비혼주의자이면서 춘화작가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야. 리리코는 대리모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여성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했어. 유코도 리리코의 말에 동의하지만 남편이 너무 간절히 원하고 아이가 없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

리키는 선수금 200만엔을 받고 병원 일도 그만두었단다. 대리모를 하려면 일년이나 자리를 비워야 하니 먼저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 리키는 이사도 하고 모토이와 유코 부부와 정식 계약서도 썼어. 일본에서 대리모는 불법이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몇몇 절차가 더 추가되었단다. 리키가 모토이의 아이를 낳으면 사생아가 되는 것이었어. 그래서 모토이와 유코가 위장 이혼을 하고, 문서 상으로 모토이와 리키가 위장 혼인 신고를 했단다. 그래서 나중에 아이를 낳아도 모토이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는데 문제가 없는 거야. 리키가 아이를 낳으면 다시 이혼하고 유코와 다시 결혼하게 되는 거야. 뭔가 복잡하면서도 무척 불안하구나.

그렇게 유코는 이혼녀가 되었고, 리키는 결혼한 사람이 되었어. 모토이의 어머니 지미코는 자신의 손주가 생긴다는 생각에 모토이만큼 이 일을 기뻐했단다. 그러면서 리키의 임신 기간 동안 자신의 발레 스튜디오에 머물러 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했단다. 리키는 그것까지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거절했단다. 그리고 리키는 인공수정을 했는데, 두 번이나 실패했단다.

…

다음 인공수정 할 때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고향에 내려갔단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이모의 장례식장에도 못 가서 성묘를 한다는 이유이지만 아빠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동이란다. 대리모로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숨어 지낼 것 같은데, 고향에 내려가다니… 심지어 부모님을 만나서는 결혼했다고 이야기도 했어. 일본 문화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부모님한테 이야기하지도 않고 부모님 초대도 하지 않고 결혼하는 것이 일상인가? 부모님도 섭섭해 한 것은 당연했어. 그리고 결혼한 딸이 고향에 오는데 신랑도 데리고 오지 않고 혼자 오다니… 고향에 와서도 결혼한 사실은 이야기하지 말지, 왜 이야기했을까? 공감 안 가는 행동들이구나.

거기에 고향에서 일했던 요양원 직원들까지 만났어. 예전에 어떤 유부남과 불륜을 저질렀는데 심지어 그 남자도 그 모임에 나왔어. 엄청 불편할 것 같은데… 더 공감 안되고 황당한 것은 그 불륜남과 다시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거야. 리키라는 주인공이 처음에는 불쌍했는데 하는 행동들이 너무 답답하더구나. 리키는 도쿄로 돌아와서는 이번에는 호스트바에서 만났던 다이키를 만나 또 사랑을 나누었단다. 주인공 리키가 인공 수정을 앞두고 이런 문란한 생활을 하는 것이 그 다음 인공 수정에서 임신에 성공했다는 것을 보고는 지은이의 억지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친부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게 하는 설정으로 소설의 재미를 더해보려는 것 같았어. 아빠가 오늘 편지를 시작하는 부분에서 공감되지 않고 지은이의 억지 설정이라고 말한 부분의 대표적인 부분이 이 부분이란다. 리키는 불륜남과 다이키와 사랑을 나눌 때 피임을 했지만 찜찜했단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제 와서 모토이 부부에게 할 수는 없었어.

…

 

3.

모토이는 임신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지만 유코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 모토이는 유코의 기분도 고려하지 않고 그렇게 기뻐하다니, 잘못했네. 유코는 시간이 갈수록 대리모를 선택한 것에 회의를 느꼈어. 자신이 엄마가 되어 대리모가 낳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을 것 같았어.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 같았어. 그래서 모토이와 말싸움을 하기도 했단다.

…

리키는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아기의 아빠가 불륜남이나 다이키면 어쩌나 걱정이 점점 커갔단다. 일 년은 금방 가는데, 그냥 꾹 참지.. 인공 수정을 앞두고 그렇게 사랑을 나누고 임신이 되니 누구의 아빠인지 걱정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구나. 계속 고민을 하던 리키는 유코에게 전화해서 솔직히 다 이야기를 하고 아이를 지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어. 며칠 후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리키는 유코와 만났는데 유코는 그 자리에 리리코를 데리고 왔어. 리리코를 데리고 오는 게 맞나? 리키는 유코하고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것 같은데.. 리리코는 주변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지금의 사태를 이야기하면 이야기했단다. 아빠에게는 공감이 안 가는 설정이구나. 리리코는 당장 낙태하라고 옆 테이블까지 다 들리게 크게 이야기하고 유코는 낳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어.

결국 유코를 만나서도 결정을 하지 못했고 조금 더 생각해 보다가 낳기로 했단다. 시간을 흘러 임신 6개월째로 접어들었단다. 아참, 뱃속 아이는 쌍둥이라고 하는구나. 인공 수정을 하면 쌍둥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모토이의 아이들일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하지만 100퍼센트는 아니니까 리키는 계속 불안해했어. 몸이 무거워지자 혼자 지내기 어렵게 되어, 리키는 유코와 리리코의 제안으로 리리코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병원의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했어. 그래서 몸에 갑자기 이상이 있으면 병원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리키는 리리코의 일도 도와주기로 했단다. 일종의 아르바이트라고 할 수 있지.

…

유코는 모토이와 점점 거리감을 느끼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냥 이혼 상태로 유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아이가 태어나면 모토이와 시어머니가 알아서 잘 키울 것이라 생각했어. 반면 모토이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리키에게 1년 동안 아이들을 키워달라고 부탁했단다. 처음과 달리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구나. 모토이가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유코는 친부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어. 결국 모토이에게 아이들의 친부가 모토이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어. 모토이는 약간 당황하면서 상관없다고 했어. 그리고 산달이 되어 리키는 갑작스럽게 양수가 터져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낳았단다. 한 명은 아들, 한 명은 딸, 이란성 쌍둥이였어.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유코는 다시 마음이 바뀌어 모토이와 함께 재결함하여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어. 그래서 리키에게는 두 달만 아이를 봐주면 된다고 했어.

날마다 유코와 모토이는 리키를 찾아와 아이들을 보았어. 두 달이 지나고… 리키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했단다.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자기 아이들이라는 마음이 크게 생기고 모성 본능이 강하게 자라나게 된 거야.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예상되던 결과였단다. 하지만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가는 것은 유코와 모토이 부부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았어. 유코와 모토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서로 쌍둥이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한 명은 리키 자신이 키워도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리키는 아들 구리는 남겨 두고 딸 구라만 데리고 길을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리키의 마지막 선택은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최선이었을까? 리키가 아이들을 두 달 동안 키우면서 고민했겠지만 앞으로 험난한 삶을 딸과 둘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제목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비는 철새로 봄이 되면 돌아오는 새인데,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떠나기 전의 장소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의미일까? 돈이라면 아기까지 대신 낳아주는 이런 사회에서는 다시 돌아와 살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을까? 아빠 혼자 짐작해 보았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억지 설정과 공감 가지 않는 몇몇 상황을 제외한다면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할 수 있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작은 냄비 안에서 하얀 달걀  하나가 달그락거린다.

책의 끝 문장: 리키의 달뜬 그 말이 전해진 것처럼 구라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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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저는 딱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정도가 회사에서 월급 받은 만큼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신경을 더 쓰면 돈을 더 받아야 맞는 계산인데, 아니, 최소한 복지라도 더 받아내야 정당한 거래인데, 과연 제가 더 신경 쓴다고 회사에서 뭘 더 해주겠어요?”


(144)

“홈페이지에 올릴 프로모션 캠페인 시안을 가져갔더니 ‘여기는 1밀리 자르고 저기는 1밀리 더하고’라더라. 근데 그건 인쇄 광고가 아니고 온라인 시안이란 말이야. 그걸 픽셀도 아니고 밀리미터로 수정하라는 게 웬 말이니? 거기에 색감은 뭐라는 줄 알아? ‘냉랭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게’ 하래.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내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러면 원하시는 스타일의 레퍼런스라도 보여달라고 했더니 뭘 내밀었게? 패션잡지에 실린 나이키 화보였어. 아니, 캠페인 페이지 디자인을 패션 화보처럼 만들라는 거야? 메시지는? 설명은? 심지어 그 화보는 하얀 바탕에 모델들이 나란히 폴짝폴짝 뛰고만 있는 사진이었다고!”


(309-310)

“대연아, 삶은 길이로 가치가 매겨지는 게 아니야. 네가 길거나 짧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하지. 막말로, 우린 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어. 운이 없어서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거나 지나던 다리가 끊기거나. 정말 희귀한 확률로 타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벼락에 맞을 수도 있지. 희박하지만 누구에게나 가능한 죽음이야. 그렇게 보면 평등하지 않아? 우린 그중 하나를 운 나쁘게 만났을 뿐이야. 하지만 또 운이 좋게도 시기는 알 수 있어. 그러니까 그때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지 선택하면 되는 거야. 내 마흔 해의 삶이 누군가의 여든 해보다 과연 가치가 없을까? 어쩌면 이미 난 그들보다 큰 행복을 누렸을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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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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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란다. 책소개도 자세히 보지 않고, 책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란다. 민제이 님의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라는 책이야. 회사원인 아빠로써 책제목은 너무나 공감이 가더구나. 초능력이 필요한 것은 히어로들만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도 필요하다고 말이야. 책표지도 만화처럼 구성을 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고, 먼저 읽은 이들의 평점도 나쁘지 않아서 읽어보았단다.

책제목만 보면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하지만, 초능력이 없어서 힘들게 생활하는 회사생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회사원들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더구나. 주인공들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뺀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회사생활을 그대로 소설 속에 담아놓은 것 같았어. 예상했던 것처럼 재미있었고, 공감할만한 이야기들도 많았단다. 지은이 민제이 님도 글쓰기 전에 회사 생활을 해서 회사생활을 잘 그리신 것 같더구나.

 

1.

이 책에서는 회사와 직책이 다른 네 명의 주인공들이 나온단다.

첫 번째는 광고대행사 신입사원 김가현. 대표의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무서운 대표가 있는 회사란다. 대표로부터 늘 갈굼당하고 욕 먹기 일쑤였단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했어. 분명 아까 있었던 일들, 들었던 지시가 반복되는 거야. 그제서야 자신이 긴장해서 찢은 명함 한 장이 보였고, 학교 선배인 하나 언니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어. 농담인줄 알고 지나쳤던 이야기. 하나 언니는 명함 3장을 주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 그 명함을 찢으라고 했었거든. 그게 농담이 아니고 진짜였단 말이야? 이젠 명함이 두 장 남았어.

어느 날 대표로부터 엄청 심하게 욕을 먹었어. 가현은 그 명함이 생각났어. 가현은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리치며 이야기했어. 속이 다 후련했단다. 대표는 벙찐 얼굴을 했는데, 가현은 하나 언니가 준 명함을 찢었단다. 그러자 자신이 큰소리치기 이전으로 돌아갔단다. 그래서 욕먹지 않게 행동을 하고 그날을 잘 넘겼단다.

이제 남은 것은 한 장… 중요한 때를 위해 잘 남겨두기로 했단다. 그 이후 가현은 이럭저럭 회사 생활을 잘 해냈단다. 시간이 흘러 가현 밑으로 신입이 들어와 가현은 그 신입의 사수가 되었어. 그 신입도 마찬가지로 대표의 갈굼으로 힘들어했어. 회사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가현은 남아 있는 명함 한 장을 신입에게 건네주었단다.

…

두 번째 이야기는 IT 기업의 파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나정 주임이란다. 파견 직원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나정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 파견직이긴 하지만 잘 나가는 IT기업이라서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기대와 달리 나정이 하는 일은 무료하고 하는 일도 단순작업이 전부였단다. 나름 역량을 키워서 정사원이 되거나 더 좋은 회사에 가려고 했었는데 말이야.

파견을 보낸 부서의 파트장이나 파견을 받은 부서의 파트장 모두 나정에게 무관심이었어. 그런데 나정은 힘들고 지칠 때 자신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회사에서의 무관심과 무료함은 나정에게 큰 스트레스였는데, 그때마다 나정은 자신의 몸을 힘들고 피곤하게 해서 해외로 순간이동을 했단다. 그렇게 순간이동으로 간 해외여행은 나정에게 리프레쉬가 되었단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약 연장의 제안이 들어왔는데도 나정은 그만두기로 했단다.

…

세 번째 이야기는 패션회사 팀장 강다영이라는 사람이란다. 강다영은 전팀장으로부터 마음을 읽는 능력을 물려받았단다. 팀장이 마음을 읽는 능력을 준다고 할 때 당연히 농담인줄 알았는데, 전팀장이 퇴사하고 나서 실제로 다영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겼어. 처음에는 당황을 했지만 이것을 잘만 이용하면 성과를 잘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상사의 마음을 읽고 알아서 일을 척척 하다 보니 승진도 빨랐고 팀장의 자리까지 올라오게 된 거야. 하지만 이 능력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어. 마음 속으로 사람들을 흉보는 것이 다 들렸는데 모른 척 해야겠어.

시간이 흐를수록 이 능력은 저주 같은 능력이라고 생각했단다. 어떤 동료는 다영을 귀신이 씌었다고도 했단다. 그 때 새로 들어온 신입 재희가 눈에 들어왔고 재희에게 이 능력을 넘기고 회사를 그만둘 계획을 세웠어. 재희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다른 이들과 좀 달랐어. 다영이 자신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증명도 했는데 신기해 하는 거야. 다른 사람 같으면 다영을 멀리하고 뒤에서 흉을 봤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강다영은 자신의 이 능력을 재희를 돕는데 쓰기로 마음을 먹었단다. 재희에게 그 능력을 준다면 자신과 같은 괴로움도 같이 주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앞으로는 재회와 함께 일을 하면 회사 일이 좀더 좋아질 거라 생각도 들었어.

…

네 번째 이야기는 뷰티 브랜드 대표 최라희의 이야기란다. 100만 유튜버이자 인플루엔서 출신으로 창업을 한 사람이란다. 하지만 회사를 꾸려가는 것은 쉽지 않았어. 특히 자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어. 그리고 직원들과 소통도 쉽지 않았어.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서 편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대표와 직원이라는 벽이 있었어. 그러다가 인플루엔서로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사이트 하나를 알려주었어, 유튜브 구독자와 돈을 바꿀 수 있는 사이트라고 했어. 최라희는 그런 이상한 사이트가 있다고 믿지 않았는데, 더 이상 자금을 끌어들여올 때가 없게 되자,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단다. 그리고 구독자 10만과 돈을 바꾸겠다고 사이트에 입력을 하자 실제로 그렇게 되었단다. 돈이 더 부족해서 이번에는 구독자 30만을 돈으로 바꾸었어. 그래서 회사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단다.

그런데 유튜브 구독자 수가 갑자기 급격히 줄어들게 되자 SNS에서 그동안 구독자 수를 조작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단다. 그 소문은 널리 퍼져서 원래 있던 구독자들도 물밀듯이 빠져나갔어. 결국 유튜브 계정을 없애고 사업에만 집중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회사도 사정이 좋지 않아 함께 일했던 팀장들 중 절반이 퇴사를 했단다. 그래도 이럭저럭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었는데 6개월 뒤 기존 멤버도 확 바뀌고 분위기도 확 바뀌었단다. 신입사원들의 제안으로 회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되었는데,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를 올렸어. 기존과 달리 이 콘텐츠는 신입사원들이 좋아하는 올리는 콘텐츠였고, 솔직함으로 회사 생활을 담고 있었어. 입소문을 타고 구독자도 10만명을 돌파했어. 최라희도 기존과 달리 솔직함으로 사원들을 대하자 회사 분위기도 좋아졌단다. 그러면서 매출도 조금씩 나아졌단다.

마지막 이야기는 구독자수를 돈으로 바꾸는 것이 초능력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부분에 최라희의 진정한 초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단다. 최라희에게 생긴 초능력은 다름 아닌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능력이란다. 대표가 사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서 꼭 갖고 싶어하는 능력이니 말이야.

…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로 소설이 끝이 났구나. 누구나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잖니. 너희들은 어떤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니? 음.. 아빠는 글쎄… 너무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 어렵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제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두근두근 떨려온다.

책의 끝 문장: 계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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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정조 이후의 왕들은 하나같이 허수아비였습니다.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들이 어린 왕들을 앉혀놓고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하면 그냥 도장이나 찍어주는 존재였어요. 외척 가문의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 왕권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흥선대원군은 자신의 아들 명복만큼은 그런 왕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아들의 파워를 키우고, 추락할 대로 추락한 왕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레 개혁의 핵심을 왕권 강화에 둡니다. 그리고 세도정치 아래 문란해질 대로 문란해진 민심을 바로잡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련의 경제 개혁을 단행하지요.

 

(28-29)

흥선대원군은 끄떡하지 않습니다. 잔뜩 독기를 품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이렇게 말해요. “공자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 뜻이 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나는 공자의 뜻을 받들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선언입니다. 성리학의 나라에서 공자의 뜻을 받들지 않겠다니요.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 정도로 흥선대원군은 서원 정리에 엄청난 힘을 쏟습니다. 물론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만동묘도 폐지합니다. 만동묘는 명의 신종을 모시는 사당입니다. 그런데 당시 명은 망하고 없는 나라입니다. 임진왜란 때 명이 조선을 도와준 은혜를 기리기 위해 당시 황제의 제사를 계속해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죠. 만동묘는 철저한 사대주의의 상징입니다. 흥선대원군은 기어이 만동묘를 폐지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흥선대원군은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납니다. 아직까지는 흥선대원군의 힘이 그 시대의 성리학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누를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69)

이 얼마나 굴욕적입니까? 명성황후 정권 하나 살리자고 나라의 국격, 나라의 자존심을 완전히 망가뜨리다니요. 외교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우호관계요? 혈맹이요? 그저 웃고 말지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단어들이 얼마나 겉바른 수사(修辭)들인지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인류의 외교사를 보세요. 절대 우방도 절대 혈맹도 없습니다.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 존재할 뿐입니다. 당시도 마찬가지였어요. 조선은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을 통해 너무도 많은 것을 잃습니다.

 

(86)

1885년, 조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거문도를 영국이 점령해버려요. 그런데 조선 정부는 거문도가 영국에서 불법으로 점령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 기가 막힌 일이지요. 도리어 청에서 연락이 와요.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했다는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해봐라”하고요. 조선은 청에 보고서를 올립니다. “그런 일 없는데요?” 또 다시 청이 연락해옵니다. “아냐, 분명 거문도가 점령되어 있을 거야. 가서 잘 알아봐.”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거문도에 영국 깃발이 떡하니 꽂혀 있는 거예요. 외세가 자국 땅에 들어와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정부라니요! 이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 정권 유지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112)

개항 이후 집권세력의 목표는 오직 하나, 정권 유지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외세의 힘을 빌립니다.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도시 빈민과 구식 구인들을 진압하기 위해 청에 SOS, 갑신정변이 벌어지자 급진개화파를 제압하기 위해 청에 SOS,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또 청에 SOS를 보낸 그들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기세가 등등해지자 이번에는 러시아의 품으로 뛰어들어요. 심지어 러시아 공사관으로 왕이 몸을 피합니다. 정말 일관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이렇게 고종 정부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외세는 힘을 빌려줍니다. 하지만 절대 공짜로 도와주지는 않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합니다. 아관파천의 비용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160)

나는 솔직히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한국을 돌아본 결과 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 일본군은 양민을 무차별 학살하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비인도적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한국인은 비겁하지도 않고 자기 운명에 대해 무심하지도 않았다. 한국인들은 애국심이 무엇인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메킨지 <자유를 위한 한국의 투쟁> 중에서

 

(193)

전등은 1887년에 최초로 불을 밝힙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전등불이 맨 처음 밝혀진 곳은 경복궁입니다. 향원정 연못가에서 불을 밝혔는데 불이 확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맨 처음 들어온 전등불은 시원찮았던가 봐요. 동력이 부족해서인지 깜박깜박했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등불을 건달불이라 불렀습니다. 한편 이때 전등을 밝히는 동력은 증기기관이었는데요. 증기기관을 식히기 위해 향원정 물을 썼는데, 그 바람에 연못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곳에서 놀고 있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거예요. 이걸 본 사람들이 또 난리를 피우죠. “물고기들이 저렇게 죽다니 이게 웬 괴변이냐! 상서롭지 못하다!”고 하면서요.

 

(274)

의열단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은 김원봉입니다. 항일무쟁투쟁에서는 쓰리 봉, 세 명의 ‘봉’ 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첫 번째 봉이 김원봉, 두 번째 봉은 김두봉, 세 번째 봉은 양세봉입니다.

 

(305-306)

비슷한 이름도 많이 나오고, 중복되는 이름도 곧잘 등장하는 바람에 골치가 아픕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계속 쫓겨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름도 잘 바꾸고 조직 구성도 잘 바꿉니다. 이 시기에 가끔 이청천이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가 실은 지청천이에요. 그런데 조직명의 경우는 바꾸는 데 제약이 따릅니다. 쓸 단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앞의 고유명사로는 ‘조선’이나 ‘한국’이나 ‘대한’, 그 뒤에 따라붙는 말로는 ‘혁명’이나 ‘독립’ 같은 단어밖에 쓸 게 없습니다. 그래서 자꾸 중복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름을 골라 쓰는 데 사회주의 진영과 민족주의 진영 사이에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조선이라는 단어를 쓰는 쪽은 주로 사회주의 쪽이고, 한국과 대한이라는 말은 민족주의나 자본주의 진영에서 많이 썼습니다.

 

(345)

그런데 모스크바 3상회의의 내용이 우리나라에 전해질 때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당시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과를 보도한 어떤 신문이 헤드라인으로 이런 문장을 뽑았어요.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 점령.’

이 신문은 임시정부의 수립이 모스크바 3상회의의 첫 번째 내용이었다는 것은 전하지도 않았어요. 이걸 받아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겠어요? 일제 강점기라는 길고 긴 터널을 뚫고 이제 막 광복을 맞이했어요. 그런데 다시 외국이 신탁통치를 하겠다니요. 거기에 미국은 신탁통치를 반대했는데 소련이 그렇게 하자고 제안했다니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당연히 소련은 나쁜 놈들이고, 미국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소련은 사회주의니까 그들을 추종하는 좌익 세력도 덩달아 나쁜 놈들이 되는 거고요. 결국 그 신문의 보도 하나 때문에 여론이 확 뒤집혀버립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오보였어요. 대한민국 언론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보였습니다. 이 오보로 인해 우익진영의 반탁반소운동이 거세어져 찬탁 입장을 밝혔다고 오해를 받은 송진우가 암살당하고 다른 인사들 역시 큰 위협을 받습니다.

 

(406-407)

“어머님을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어머님,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어머님,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습니다.

너무도 조급하여 손이 잘 놀려지지 않는군요.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을 이미 바치려고 결심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만 그치겠습니다.”

한성여중 2학년 진영숙 학생의 편지입니다. 열다섯 살 소녀가 목숨을 바칠 생각으로 거리에 나가다니, 얼마나 절절한 마음입니까? 소녀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해요. 경찰이 쏜 총에 가녀린 몸이 풀썩 꺾였지요. 민주주의를 위해 어린 목숨을 버린 겁니다. 그러자 이젠 초등학생들까지 나옵니다. “우리 언니, 우리 오빠, 우리 형들을 잡아가지 마세요!”하고 당당하게 외치면서요.

 

(481-484)

한편 저곡가의 구조는 농촌 사회를 어렵게 만듭니다. 당연히 이촌향도 현상이 나타났지요.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이러한 이촌향도 현상이 아주 심각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중심입니다. 수출을 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임금이 싸야 해요. 임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쌀값이 싸야 하고요. 쌀값이 비싸면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곡가 정책을 유지한 거예요. 당연히 농촌에서는 농사를 지어봐야 남는 게 없으니 자꾸 도시로 떠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도시로 사람이 몰리다 보니 인력이 남아도는 겁니다. 임금을 낮춰도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렇듯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해 저임금과 저곡가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삶의 질은 아주 열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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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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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오랜만에 나무의사 우종영 님의 책을 이야기하려고 해. 우종영 님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이 이제는 20년이 되었구나. 그렇다고 많이 읽은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로구나. 아빠가 예전부터 등산을 좋아해서 나무에 대한 책이 눈에 쏙 들어왔던 것 같구나. 그리고 우종영 님의 글들이 너무 좋았어. 나무들이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들도 다시 보게 되었어. 산에 가게 되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들의 모습과 나무들이 주는 기운에 힐링하곤 하는 것 같았어.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책은 우종영 님의 <나는 나뭇결에서 숨결을 본다>라는 책이란다. 이번 책도 우종영 님의 나무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 있더구나. 그동안 나무의사를 30년동안 해오시면서 자연으로 받은 삶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책으로 엮으신 것 같구나. 그리고 최근에 급격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 급격한 기후변화는 우리뿐만 아니라 나무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단다. 그 영향은 물론 안 좋은 영향으로 많은 식물들이 멸종위기를 맞이하고 있단다.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니 그렇다 보니 기후변화에 대한 공격에 도망갈 수도 없으니 큰일이구나. 더 늦기 전에 이에 대해 온세계가 대응책을 찾아야 할 텐데 자본주의의 성장논리가 아직 세계를 지배하고 있어서 걱정이구나.

 

1.  

이 책은 생, 태, 감, 수, 성이라는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고 각 장마다 생태감수성에 관련된 단어를 선택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단다. 그런 글들 중에 아빠의 마음을 울린 글 몇 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독서편지를 대신할게.

...

이 책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생태감수성이란 무엇인가? 생태감수성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을 가지는 것이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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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생태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은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지구 환경 문제를 거시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자연과 자신의 삶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주변의 다른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표현합니다. 이들은 생태계에도 깊이 공감하며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 특정 새나 식물의 부재와 같은 현지 생태계의 미묘한 변화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환경 윤리를 따르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피하고,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가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는지를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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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일상 생활에서 어떤 날은 흙으로 된 땅을 한번도 밟지 않고 지내는 날도 많단다. 포장된 도로와 인도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땅을 밟지 않고도 생활하게 돼. 그리고 우리는 더욱이 신발을 신고 지내잖니. 지은이는 맨발로 땅을 밝아보라고 하더구나. 생각해보니 아빠도 맨발로 땅을 밟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구나. 바닷가에서 가야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오래 전 일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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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땅과 교감하며 발맘발맘 걷다 보면 생태감수성도 생깁니다. 땅과 접촉하지 않는 사람은 신(God)과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신발을 신으면서부터 인간은 자연과 멀어졌습니다. 걷기를 통해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알싸한 고통이 다른 생명의 아픔처럼 전해오면서 환경을 보호하려는 마음도 생깁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스킨십을 원합니다. 부드러운 발바닥으로 땅을 어루만지면 땅의 기운이 온몸을 정화해줍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폴 스르트르는 “인간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혼자서 걸으며 길 위에 떨어진 나뭇가지나 조그만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무심히 떠가는 구름을 쪼개보거나 이웃 구름과 만나게 해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보기도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걷기는 나무가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일입니다. 일단 걸어보세요. 걷기의 힘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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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이나 식물들의 이름을 보면 재미있는 이름들이 참 많단다. 물론 아빠가 알고 있는 이름들은 몇 개 안되지만 말이야.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이름을 소개해주면서 이름에 ‘개’라는 접두어가 들어간 것은 약간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구나. 개들이 싫어하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이셨어. 그래도 순우리말로 된 이름들이 정겹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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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자연 속에 존재하는 이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복이 허리춤에 다는 복주머니처럼 생긴 복주머니꽃은 한때 개불알꽃이라고 불렸습니다. 꽃봉오리를 숙이고 있다고 하여 할미꽃, 제비꽃의 방언인 앉은뱅이꽃, 갈고리 같은 가시의 쓰임새를 상상한 며느리밑씻개, 비하의 의미를 지닌 개똥쑥, 개옻나무, 거지딸기 같은 이름도 있습니다. 동물에도 꼽추재주나방, 무당벌레, 벙어리뻐꾸기, 송장벌레, 문둥이박쥐 등 부정적인 이름이 많습니다. 개가 들으면 기절할 이름인 개나리, 개비자, 개여뀌, 개살구처럼 ‘개’가 접두어로 들어가면 부정의 의미를 지녀 어떤 것의 아류쯤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바꿔 생각하면 개들의 사회에서 못된 개를 일컬어 ‘사람 같은 개’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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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의사답게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도 빼놓지 않으셨어. 우리가 산에 가면 나무들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도시에서 느끼는 바람과는 확실히 다르단다. 아빠는 그냥 시원한 바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은이는 나무와 바람의 관계를 좀더 소중한 관계로 비유했는데, 아주 공감이 가면서 아빠에게도 바람과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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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71)

나무에게 바람이란 어렸을 때는 무서운 훈육 주임이고, 사춘기에는 친구이고, 청년기에는 연인이며, 장년기에는 질서와 규율이고, 노년기에는 스킨십을 잊기 못하게 하는 추억과 같습니다. 멀리 벋어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나무가 좀 더 커서는 바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친구처럼 대하고, 어엿한 나무가 되면 바람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연연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무가 장성하여 숲의 주인이 되어갈 즈음이면 바람은 누구랄 것도 없이 더 크고자 하는 욕망을 통제하는 훈육 주임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훈육 주임이 두 번 등장입니다. 무서운 것도 잠시, 수백 년이 흘러 노목이 되면 무성했던 가지와 잎들도 사라지고 엉성한 가지들 사이로 바람도 피해가고 가지들의 울렁거림도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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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은 더러운가? 사람들은 보통 흙이 묻으면 흙의 종류와 상태를 불문하고 모두 더럽다면서 털어내려고 하는데, 흙의 입장에서 보면 더러운 흙은 따로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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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91)

흙이 더럽다는 인식을 두고는 흙의 입장과 사람의 입장이 서로 다릅니다. 사람들은 흙 속에 동물의 똥이나 사체들이 들어 있어 흙을 더럽다고 여기고, 흙의 입장에서는 오염 물질이 유입되거나 못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밟혀서 다져진 땅이 되었을 때입니다. 정상적인 흙은 광물질45퍼센트, 수분25퍼센트, 공기25퍼센트, 유기물5퍼센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수치에서 흙 속의 절반이 비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빈 공간이 줄어들면 물과 공기가 저장되지 못하고 살아 있는 생명체들이 내뿜은 탄산가스마저 빠져나가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식물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죽고 썩어들어가면서 에너지를 순환하지 못하고 흙이 ‘더러운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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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속을 비운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욕심이 더 쌓여가 속을 채우려고만 하니, 나무에게 좀더 배워야겠구나. 물론 아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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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나무는 속을 비웁니다. 오래된 나무는 대부분 속이 비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중심을 비우므로 하늘과 땅의 소통을 이룹니다. 비어 있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텅 빈 공간입니다. 노자는 마차 바퀴의 중심이 비어 있어서 유용하다고 했습니다. 나무는 속을 비워내므로 많은 생명체들이 그 안에 깃들어 삽니다. 아늑하고 따뜻하며 숨기 좋은 그곳은 하룻밤 동물들이 쉬어가고 새들의 집이나 곤충들의 사냥터가 되기도 합니다. 살아서 몸을 보시하는 보살의 화신인 것이지요. 한편 나무가 속을 비운다는 것은 과거를 잊는 것과 같습니다. 나무는 지나간 시간을 잊고 오로지 현재에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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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오늘 너희들에게 소개해준 그들 이외에도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단다. 그래서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겠지만, 너무나 바빠서 쉽지 않겠지? 그나저나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해 세계의 과학자들과 지도자들이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전쟁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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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386)

인류는 현재 기후 변화라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풍족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소비를 줄이고, 나무처럼 자연의 회복 능력을 믿으며, 서로 협력하면서 작은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일 때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찾아올 것입니다.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사람에게 가장 큰 희망입니다. 뛰어난 지능을 지난 과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미래를 이해하고 싶다면 과학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과학의 시선이 지금 ‘이루어야 할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것’에 머물 때,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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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이 신호등이 깜박거립니다.

책의 끝 문장: 과학의 시선이 지금 ‘이루어야 할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것’에 머물 때,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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