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뚝 ㅣ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1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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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박완서 님께서 돌아가신 지도 벌써 15년이 지났구나. 이젠 이전 시대의 작가가 되어 가시는 것 같구나. 아빠가 책을 즐겨 읽기 시작할 때는 박완서 님의 후반기 작품들이 출간하던 시기라서, 그 당시에 출간했던 장편 두어 편을 읽었고, 돌아가신 후에 예전 소설집과 에세이 등을 읽었는데, 쓰신 작품 수에 비해 아빠가 읽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단다. 헤아려 보니 다섯 권을 읽었더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엄마의 말뚝>은 세계사라는 출판사에서 박완서 소설전집으로 출간한 것 중에 한 권으로 연작소설 <엄마의 말뚝>과 단편들을 엮은 책이란다. 아빠가 알기로 박완서 님은 생계형 작가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가 쓴 소설들이 당시의 일상을 다룬 소설들이 많단다. 그래서 박완서 님의 소설을 보면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과 생활상과 사회문제를 알 수 있었단다. 잔잔하면서 따뜻한 소설을 일상의 언어로 재미있게 쓴 소설을 찾는다면 박완서 님의 소설을 추천하고 싶구나.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쓰인 소설들이라서 오늘날의 감각과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 나름대로 색달라서 좋았단다.

 

1.

먼저 <엄마의 말뚝>은 세 편으로 된 연작 소설이란다. 지은이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단다. 먼저 <엄마의 말뚝 1>의 이야기를 해볼게. 주인공 나는 1930년대 개성 근처 박적골에서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어.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오빠 공부 때문에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어. 그런데 나도 서울에서 학교를 보내려고 엄마는 박적골에 내려와서 나를 서울로 데리고 가려고 했어. 조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엄마는 나를 신여성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완강하게 주장하셔서 결국 나는 엄마를 따라 서울에 오게 되었어. 당시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서울살이는 쉽지 않았어.

1930년대면 아직 일제 시대 아니니. 서울 현저동에 있는 달동네 초가집의 단칸방에 세 들어 살아서 늘 주인집 눈치를 봐야겠어. 엄마는 삯바느질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단칸방에 세 들어 살지만, 자존심만큼은 하늘을 찌르셨단다. 그리고 엄마의 교육관도 확실해서, 친구도 엄마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곧바로 못 만나게 하고 외출 금지 당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단다.

주인공 ‘나’가 학교에 들어갈 즈음, 먼 친척집에 주소를 옮겨서 문 안에 있는 학교에 입학시킬 정도로 학구열이 높으셨어. 그렇게 성 안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기는 했지만 그만큼 고된 등하굣길이었단다. 월세살이를 하다 보니 주인집 눈치를 보게 되는데 별 일 아닌 일에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도 있었어. 자존심 센 엄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사를 가기로 했는데 돈이 부족했어. 시골 조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집을 구했단다. 넉넉하지 않은 돈으로 집을 구하다 보니 더 위쪽으로 올라가야 했어. 지금 사는 곳도 비탈길을 따라 한참 올라와야 하는데, 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집을 마련했단다.

이사하는 날 엄마는 드디어 서울에 말뚝을 박았다면서 좋아하셨어. 그곳에서 10년을 살았단다. 오빠는 든든한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지냈어.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서울살이도 녹록지 않았어. 잠시 시골로 피신해서 약 6개월을 살다가 해방을 맞이했단다. 오빠는 서울 문 안에 집을 마련하였고, 그 이후에는 여러 번 이사를 했지만, 엄마는 처음 서울집은 현저동 그 집을 못 잊지 못하셨단다.

….

<엄마의 말뚝 2>에서는 시간이 흘러 집 ‘나’는 결혼도 하고 오남매의 엄마가 되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었어. 그런데 ‘나’는 집을 비우면 크고 작은 사고가 나는 징크스가 있었어. 어느날 친구 집에서 놀고 온 날이 있었는데, 집에 오니 엄마가 빙판길에 넘어져서 다리 골절상을 입고 입원하셨다는 거야. 당시 ‘나’의 엄마는 오빠의 큰 아들이 모시고 있었어. 병원에 가니 의사는 엄마가 여든여섯 살의 고령이라서 깁스로 뼈가 붙기 어렵다면서 수술을 하자고 했어. 하지만 엄마는 반대를 하셨지만 결국 수술을 했단다.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라고 했어. 수술에서 깨어난 엄마는 헛소리를 하시고 헛것을 보는 증상이 생겼어. 엄마는 전쟁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가 있었어. 6.25 전쟁 때 오빠가 좌익 운동했다가 전향을 했는데, 북한이 다시 서울을 점령했을 때 이웃의 고발로 끌려가게 되었어. 다시 의용군을 지원해서 그냥 넘어가게 되었는데, 세 달 뒤에 이번에는 다시 국군이 서울을 점령하여 ‘나’의 집은 빨갱이 집으로 낙인이 찍혔어. 얼마 후 오빠가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빨갱이 집이라서 시민증을 얻지 못했어. 그래서 피난을 갈 수 없어서 현저동 산동네에 있는 빈집에 숨어 지냈어. 그런데 인민군에 발각되었고, 오빠는 다리에 총상을 입었어. 다 피난 간 산동네에서 오빠의 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 결국 오빠는 그렇게 죽었던 거야. 엄마는 오빠의 시신을 화장해서 강화도에서 고향 개풍군 쪽 바다에 날려보냈단다. 그런 아픔이 있었던 거야. 자랑스러운 아들을 그렇게 보냈으니 얼마나 가슴 아팠겠니. 그 아픔을 가슴에 힘들게 간직하고 살아가시다가 큰 수술을 하고 깨어나니 무방비 상태의 마음에서 쏟아져 나왔던 것 같구나. 전쟁은 이렇듯 보통 사람들에게 더 큰 아픔을 준단다.

….

<엄마의 말뚝 3>에서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후의 이야기란다. 엄마는 골절상 수술을 한 후 7년 뒤에 돌아가셨어. 다치시기 전에는 해마다 강화도의 지인 집에 방문하여 고향을 바라보셨는데, 다치고 돌아가신 이후에는 가지 못하셨어. 엄마는 ‘나’와 장손자의 집에서 번갈아 가면서 머무셨어. 장손자도 참 착한 사람인가 보구나. 엄마는 외출도 안하고 집에서만 지냈어. 마치 살아가는 목적이 화장실 가는 것처럼 보였어.

7년 전에 다치셨을 때 엄마는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단다. ‘나’는 이 엄마의 유언을 늘 마음 속에 두고 있었어.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이 일로 장손자와 의견 충돌이 있었어. 지금이야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화장이 일상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안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화장은 약간 불효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단다. 결국 장조카의 의견대로 안장하기로 하고 묘지를 안칠 땅을 계약했어. 이 당시에도 장례문화는 이제 돈벌이로 전락되어서 절차 하나하나가 돈이었단다. 그렇게 <엄마의 말뚝> 연작소설은 마무리가 되었단다. 소설가의 엄마로 사신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딸이 엄마의 삶을 소설로 써주니 말이야. 엄마에게는 큰 선물이 아니었나 싶구나. 비록 그 삶이 고되고 힘든 삶이었지만 말이야.

 

2.

이 책에 실린 다른 단편 소설들 중에 세 편만 짧게 이야기해볼게.

<유실>. 주인공 김경태는 오십대 중반의 남자로 초로에 접어들기 시작한 노인으로 소개하고 있단다. 오늘날 오십대 중반이면 ‘초로’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텐데, 당시에는 그렇게들 생각한 것 같구나. 김경태는 갓난아이 손주도 보았어. 5년 전 당뇨병과 폐결핵 진단을 받은 후 꾸준히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유지해서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했단다. 하지만 당뇨병과 함께 생긴 발기부전은 여전했단다.

어느날 책 외판원이 회사에 찾아왔는데 알고 보니 국민학교 동창이었단다. 그 동창은 힘들게 살아왔는지 자기보다 십 년은 늙어 보였어. 그 친구가 불쌍하기도 해서 책을 계약하고 술자리고 가졌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술자리여서인지 필름까지 끊겼고 낯선 여관방에서 깨어났단다. 동네도 서울이 아닌 성남이었어. 어떻게 성남까지 왔는지 전혀 기억나질 않았어. 그리고 가지고 있던 삼백만 원의 어음과 아끼던 라이터가 모두 사라졌어. 여관방 주인한테 물어보니 어떤 젊은 여자와 함께 왔다가 여자가 방값을 계산했다고 했어. 김경태는 당황했어. 전혀 기억나질 않았거든.

겨우 집으로 돌아와서 주머니를 보니 조미숙이라는 여자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었어. 그 주소를 찾아가니 조미숙은 몸을 파는 여자였는데, 자신과 몇 번의 밤일을 했다는 거야. 김경태는 자신이 발기부전이라서 밤일을 한  것이 먼 과거인데, 밤일을 했다고?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어. 조미숙이 이야기하기를 삼백만 원 어음도 직접 주었다고 했어. 김경태는 이런 일들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으니 자기 안의 또다른 자아가 깨어나 자기 모르게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구나. 그런데 박완서 님께서 이런 통속 소설도 쓰셨구나.

….

<꿈꾸는 인큐베이터>. 주인공 ‘나’는 중소기업 사장을 남편을 둔 넉넉한 집안의 아내이자, 딸 둘, 아들 하나의 엄마인데, 아이들은 다 컸단다. 이웃에 여동생이 사는데 여동생은 학교 선생님이기 때문에 여동생의 아들, 그러니까 조카 슬기의 보호자 역할을 가끔 해주었어. 유치원 재롱잔치가 있어서 대신 가서 비디오 촬영을 해주기로 했단다. 그런데 오랜만에 비디오 촬영을 하다 보니 동작법이 생각이 나질 않았어. 이것저것 만져봐도 잘 되지 않았어.

그때 어떤 남자가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그 남자는 촬영까지 해주었어. 재롱 잔치가 끝나고 그 남자와 차 한 잔 같이 하게 되었어. 그 남자는 딸이 그 유치원에 다닌다면서 맞벌이 부부라서 아내 대신 자신이 참석했다고 했어. 그 남자는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었어. 그 남자는 딸만 둘이라고 했어. ‘나’는 아들을 낳고 싶지 않냐면서 아들선호사상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어. 당시 시대상이 아들선호사상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처음 만난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아들선호사상에 대해 열변할 정도로 당시에는 아들선호사상이 강했던 것인가?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주인공 ‘나’는 무척 무례한 행동이었단다. 아무튼 그 남자는 아들 없어도 괜찮다고 했어. 차를 마시고 헤어지는데 ‘나’는 왠지 아쉬웠어. 남자의 딸도 비디오에 담겨 있을 테니, 복사해서 주겠다면서 명함을 한 장 받았단다. 평범한 주부의 일탈이 그려지나 싶었단다.

소설 속 주인공 ‘나’도 설레는 것 같았어. 비디오 촬영한 것은 동생에서 전해주었는데 그날 밤에 연락이 왔어. 비디오 찍는 실력이 엄청 늘었다면서 같이 보자고 했어. ‘나’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어. 동생과 같이 비디오를 보는데 자꾸 남자 생각이 났어. 동생한테 비디오 복사본 하나를 받아서 며칠 뒤 다시 그 남자를 만났어. 설레는 만큼 단정하게 꾸미고 나갔어. 남자는 밤샘 작업을 하고 와서 꾀죄죄했단다. ‘나’는 실망했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또다시 아들선호사상에 대해 열변을 토했어. 지난번보다 강도가 세게 이야기했어. 그러자 남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어. 의사들을 취재한 적이 있었대. 의사들이 딸을 임신하면 낙태시켰는데 이로 인해 남녀 성비율 균형이 깨지고 있다면서 이것은 남편들도 다 공범이라고 이야기했어.

‘나’는 뜨끔했어. 자신도 아들을 낳기 전에 딸 하나를 낙태한 경험이 있었거든. 당시가 기억나면서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낙태를 당연하게 이야기해서 그 이후로 그들을 미워하게 되었던 ‘나’가 아들선호사상을 이야기하더니… 남자와 헤어지고 ‘나’는 혼자 교외로 드라이브를 했어. 하지만 여전히 남자가 한 이야기로 머릿속이 가득 찼어. 자신의 식구들은 모두 아들선호사상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깨닫는 바가 생긴 것 같았단다. 이 소설은 당시 아들선호사상을 꼬집는 소설인 듯 싶었단다.

…

<그 가을의 사흘 동안>. 이 소설도 여성의 낙태를 다루는 소설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꿈꾸는 인큐베이터>와는 좀더 다른 시각의 소설이란다. 주인공 ‘나’는 여자의과전문학교를 나오고 전쟁통에 부상병들을 치료했던 경험으로 병원을 차리기로 했어. 서울 외곽 양주 근처에 산부인과 병원을 차렸단다. ‘나’가 그곳에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한 이유는 근처에 미군부대의 기지촌이 있었어 소파 수술을 하려는 고객이 많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야. 소파 수술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는데, 찾아 보니 자궁의 조직 내벽의 병변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인데, 이 소설에서는 중절 수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구나.

개업 첫날, 첫손님은 자신의 뜻과 다르게 분만 때문에 온 사람이었어. 병원이 있는 건물의 주인 황영감이 자신의 딸을 데리고 왔어. 다른 곳에서 지내던 딸이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만삭의 몸으로 집에 돌아온 거야. 딸이 미혼모였기 때문에 몰래 분만을 해달라고 했어. 그리고는 황영감은 딸은 다시 다른 동네로 쫓아내고 그 아기는 업동이라고 하고 자신이 양아들로 키우는 것으로 할 테니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어. 그 첫손님을 제외하고는 이후 30년 동안 분만은 한 번도 없었어. ‘나’는 처음 계획했던 대로 소파 전문 병원으로 큰 돈을 벌었어.

얼마 안 있으면 건물도 허문다고 해서 ‘나’는 은퇴하고 지금까지 번 돈으로 즐기면서 살기로 했단다. 이제 삼 일이 남았어. 그런데 갑자기 첫손님을 제외하고 한번도 분만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분만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 하지만 마지막 날이 되어도 분만 손님은 없었어. 그런데 마지막 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한 소녀가 임신한 줄도 모르고 왔는데 진찰해 보니 7~8개월이 되었어. 소녀는 아이를 떼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어. ‘나’는 소녀의 간절한 부탁으로 일단 수술하고 수술도 잘 되었어. 그런데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가 살아있는 거야. ‘나’는 그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열망 같은 것이 생겼어. ‘나’는 아이를 포대기를 감싸서 큰 병원으로 정신 없이 달려갔단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안타깝게도 아이는 그만 죽고 말았단다. ‘나’는 그 아이를 다시 데려와서 자신의 새집 마당에 묻어주었어. 사실 ‘나’는 아픈 기억이 있었어. 젊었을 때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 수술의 경험이 있었던 거야. 그런 기억 때문에 그런 일을 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낸 것은 아니었나 싶구나. 그리고 마지막 그 아이를 살리려고 했던 것은 지난 30년간 아이를 지운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보기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오늘날을 배경으로 이런 소설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인데, 지은이 박완서 님은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세태를 비판하신 것 같구나.

…

그 외에 <꿈을 찍는 사진사>와 <창밖은 봄>, <우리들의 부자>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할게. 세계사에 출간한 <박완서 소설전집> 시리즈가 총 22권이더구나. 읽을만한 책들이 없으면 이 시리즈를 하나하나 읽으면 좋겠지만, 밀려 있는 읽을 책들이 너무 너무 많아서 장담하지는 못하겠구나. 기회 될 때마다 하나하나 읽어보도록 하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농바위 고개만 넘으면 송도라고 했다.

책의 끝 문장: 우리 집엔 남아도는 빈방이 하나 있었다.

 



어머니가 세운 신여성이란 것의 기준이 되었던 너무 뒤떨어진 외양과 터무니없이 높은 이상과의 갈등, 점잖은 근거와 속된 허영과의 모순, 영원한 문밖 의식, 그건 아직도 나의 의식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의식은 아직도 말뚝을 가지고 있었다. 제아무리 멀리 벗어난 것 같아도 말뚝이 풀어준 새끼줄 길이일 것이다. - P81

나는 내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 ‘신여성’이란 말을 마치 복원한 성벽처럼 옛것도 아닌 것이, 새것도 못 되는 우스꽝스럽고도 무의미한 억지라고 느꼈다. 나는 앞으로 다시는 그것을 복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지나간 세월 역시 부정되어선 안 될 것 같았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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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악취가 나는 곳은 배수로가 아니에요.” 여자가 말했다. “세월이에요. 말하자면 부패한 세월이죠. 부패하고 타락하고 황폐해진 세월!”


(29)

“형편없는 시기에서는 말똥 맛이 나. 좋은 시가에서는 담배 맛이 나고, 아주 좋은 시가에서는 세상맛이 나지!”


(102)

수면 시간은 짧아졌고 자는 내내 뒤숭숭한 꿈이 끊이질 않았다. 이따금 프로이트 교수의 조언에 따라 잠에서 깨는 즉시 꿈 내용을 기록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사나워진 자신의 정신 상태를 다스려보려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소용이 없었다. 전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아네스카가 그의 가슴에서 심장을 꺼내 들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의 가슴에서 여전히 두방망이질하는 건 이미 그녀의 소유가 되어버린 심장에 대한 기억뿐이었다. 그 심장은 이제 그녀의 활짝 벌린 손에 들려 있었고, 그녀의 앞치마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가 누운 침대 틀의 버팀목 사이에 눌려 있었고, 그녀 잎에서 뜨겁게 고동치며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122-123)

사랑하는 프란츨,

네가 말한 그 ‘이유’가 뭔지 잘 알 것 같아. 그래도 한 가지만 말하마. 오늘의 이유는 내일이면 벌써 어제의 이유가 되고, 늦어도 내일모레가 되면 잊어버린단다. 네가 여기 와서 불쑥 부엌 창문 앞에 서 있었다면 난 아마 너무 기뻐서 심장 마비로 죽었을지도 몰라. 그대로 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나는 자랑스럽단다. 그렇지, 사람에겐 책임감이라는 게 있어야지! 무엇보다 자신의 양심을 지킬 줄 아는 책임감이. 그리고 어차피 집에는 일찍 오게 될 거야. 너를 꼭 껴안아주고 싶구나.

-       엄마가


(151)

“그 문제에 대해선 내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구나.” 프로이트가 말했다. “마음에 맞는 여자를 찾아내는 건 우리가 사는 문명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야. 그건 저마다 오롯이 혼자 해결해야 할 일이지. 우리는 혼자 세상에 태어나고 혼자 죽는단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름다운 여자 앞에 섰을 때 우리가 느끼는 고독에 비하면, 태어나고 죽는 건 그야말로 일대 사회적 사건처럼 생각되지.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처음부터 자기 자신에게 의지해야 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늘 자신에게 물어야 해. 바꿔 말하면, 네 머리를 수고롭게 하라는 뜻이야. 그래도 답을 얻지 못하면, 네 심장에 물어봐!”


(239-240)

프로이트는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대부분의 길이 뭔가 낯익다고 생각되기는 하더구나. 하지만 길을 아는 것이 우리의 운명은 아니란다. 길을 알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운명이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건 대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을 하기 위해서야. 말하자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가는 거지. 크게 운이 좋아야만 간혹 작은 빛이나마 타오르는 걸 볼 수 있어. 그리고 커다란 용기를 내거나 끈기를 보이거나 우직함이 있어야만, 가장 좋은 건 이 세 가지를 다 갖춰야만 스스로 여기저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거야!”


(254)

그게 참 뭔가 이상해요. 하루하루가 길어질수록 인생은 더 짧게 느껴지거든요. 모순이죠. 하지만 그게 원래 그래요. 내가 하나 물어볼게요. 인생을 연장하고 하루하루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무얼 할까요? 이야기를 해요. 이야기를 하고, 종알거리고, 수다 떨고, 남들 얘기를 해요. 그것도 거의 한시도 쉬지 않고. 이제야 드디어 조용한 곳에 왔구나. 하고 가끔 생각할 때가 있죠. 예를 들면 교회라든가, 그보다 더 조용한 공동묘지라든가 하는 곳에 갔을 때, 하지만 이게 웬걸! 벌써 누가 또 재잘재잘 수다를 떨기 시작해요! 아마 그건 천상이나 지하라고 해도 똑같을 거예요. 늘 누군가 입을 벌려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한 가지 말씀드리면, 하루 종일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되는 것들이에요! 너도나도 다 이야기를 하지만 뭔가를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요. 뭔가 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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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회사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프린트된 명함이나 우리의 출생과 죽음, 결혼과 건강을 기록하는 관공서의 수많은 서류들도 개인의 절대적인 존재감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지갑 속의 기념사진, 일주일 단위로 약속과 일과를 적어내려간 수첩, 이국의 어느 공항 출입국심사대에서 경쾌한 소리와 함께 찍힌 여권 속의 스탬프들, 어딘가로 들어갈 수 있는 녹슨 열쇠나 읽고 있던 책의 접힌 페이지 같은 것들 역시 우리 삶의 부분적인 단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생애 전체를 관통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아침 7시면 눈이 떠지고 저녁 6시가 되면 온몸이 피로해지는, 시스템에 길들여진 몸의 리듬마저 변하지 않는 소속감을 약속해주지 않는다.

(48-49)


로는 의심스러웠다. 영양실조로 성장이 멈춘 아이들. 병자처럼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지던 청년들, 삶의 이유이기도 했던 공장의 기계를 분해하여 중국의 값싼 곡물과 물물교환을 해야 했던 젊은 노동자들, 농장 창고에 몰래 숨어들어가 곡식을 훔쳐먹다가 체포되던 그 순간에도 악착같이 손을 뻗어 한움큼이라도 더 먹으려 했던 사람, 그런 사람들, 하루 걸러 들려오던 부음, 상비약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병원, 냉난방시설은커녕 전깃불조차 수시로 꺼지던 했던 관공서들, 더 이상 교과서와 학용품을 대주지 못했던 학교…… 그건, 그 사람들은 허구였던가. 이토록 풍요로운 세계 저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기근에 허덕이는 거대한 공동체가 분명 하나의 국가로 존재한다는 것이 로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그 세계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머나먼 연회장을 초대장도 없이 찾아온 이상한 방문객이 된 것처럼, 고향을 떠올린 그 순간 로는 스스로가 이유없이 부끄러웠다.


(91)

로는 자신의 조국이 가난하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그곳이 지옥이라고는 단 한번도 여기지 않았다. 대체 지옥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로는 궁금했다. 가난이 지옥이라면 자본주의에도 지옥은 있다. 차이가 있다면 자본주의 국가는 일부만이 그 지옥을 경험하지만, 자신의 조국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절박한 지옥들, 너무도 조직적으로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뿐, 그뿐이라고 로는  생각했다. 국가가 부강하여 뭐든 줄 것이 있었다면 기꺼이 베풀었을 거라는 믿음이 로에겐 있었다. 로는 나눌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던 자신의 조국을 생지옥으로 규정하는, 줄 것이 있음에도 줘야 하는 순간에는 망설이고 도망가는 자들이 경멸스러웠다.


(93)

어머니와 함께 강을 건너 중국으로 간 것도, 중국에서 공안의 눈을 피해 골방에만 갇혀 있다시피 살았던 것이나 어머니를 잃고 그 돈으로 이름도 몰랐던 벨기에라는 나라에 오게 된 것 역시, 그 모든 것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그 기다림의 시간 때문일 거라는 차가운 분노. 살기 위하여 살아왔을 뿐인데 고향을 떠나온 순간부터 쫓기고 숨어야 하는 범법자가 되어야 했고 때로는 한 인간으로서 지키고 싶었던 것까지 송두리째 잃어야 했던 그 불가해한 시간들을 오는 입술을 깨물며 돌아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다림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모이고 모여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때까지 체제 안의 사람들도, 바깥의 구경꾼들도 똑같이 침묵했단. 이제 더 이상 그리운 마음 하나만으로 고향을 추억하는 달콤한 시간은 자기 삶에 없을 것임으로 로는 깨달았다.


(208)

“나는 늙었어요. 김작가. 늙었다는 말의 의미를 아오? 감정이 다 사치가 된다는 뜻이에요. 남은 시간이 빤하니 저절로 그리 되어가는 거요. 관용이라면 관용이고 체념이라면 체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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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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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권이다. 14권의 제목은 <에이턴 숲의 은둔자>야. 이전 13권의 이야기는 1142년 6월부터 시작했는데, 이번 14권의 이야기는 1142년 10월에 시작한단다. 이턴 영지라는 곳이 있었어. 이턴 영지는 원래 모드 황후 지지자인 피챌런의 땅이었는데, 스티븐 왕 진영에서 차지면서 리처드 루델의 소유가 되었어. 리처드 루델은 스티븐 왕편의 사람으로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입었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치료를 받다가 죽고 말았어. 리처드 루델의 아내는 오래 전에 죽고 상속인으로는 아들 리처드뿐인데 이제 고작 열 살이었다. 리처드 루델이 죽기 전에 리처드를 극성스러운 할머니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 수도원에서 지내면서 공부를 시켰어. 리처드의 할머니 디오니시어 부인은 드세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어.

휴 베링어는 리처드 루델의 사망 소식을 전하러 라둘푸스 수도원장을 만나러 왔어.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아들 리처드의 후견인이었단다. 폴 수사는 어린 리처드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했고, 오래 전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서인지 리처드는 담담히 받아들였어. 그러면서 폴 수사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했어. 할머니가 자신을 이웃 영지의 상속녀와 결혼시키려고 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상속녀는 나이가 자신보다 많이 많다고 했어.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제 고작 10살짜리 소년인데 벌써 결혼시키려고 하다니. 그것도 강제로 말이야. 폴 수사는 이 이야기를 리처드의 후견인 라둘푸스 수도원장에게 이야기를 했고, 수도원장은 자신이 그 결혼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단다.

...

디오니시어 부인은 아들이 죽자마자 리처드를 데리고 가려고 집사를 수도원에 보냈는데, 원장이 이를 거절했단다. 후견인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있었어. 그래도 장례식장에는 참석해야 하므로 폴 수사, 안젤름 수사, 캐드펠 수사를 함께 보냈단다. 할머니가 리처드를 안 보낼 것을 대비하여 수사들이 함께 간 것이야. 할머니는 소송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할머니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커스러드라는 사제였어. 커스러드는 순례중인 사제인데, 지금은 에이턴 영지의 오두막에서 은둔하며 지낸다고 했다. 그는 종복인 히아신스와 함께 지냈다. 그 히아신스가 수도원에서 와서 커스러드의 말을 전했어. 리처드를 할머니에게 보내지 않아서 최근에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는 논리로 이야기했어. 이상한 논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사이비처럼 보이구나.

수도원장은 디오니시어 부인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어. 히아신스가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리처드가 그를 불러 한참 이야기를 했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와 친분이 쌓인 것 같았어. 히아신스가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수에 불어난 물에 빠진 삼림감독관 에일먼드를 구해주었어. 에일먼드는 홍수 때문에 둑 작업하다가 나무와 흙이 몰려와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어. 에일먼드를 구해준 히아신스는 사람들을 불러와 함께 에일먼드를 에일먼드의 오두막에 데려다 주었어. 그곳에서 히아신스는 에일먼드의 딸 에넷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캐드펠이 소식을 듣고 와서 에일먼드의 부러진 다리를 맞추고 치료해 주었어. 그리고 히아신스와 에넷 사이에 싹트는 사랑의 감정을 알아차렸단다.

 

1.

최근에 옥스포드에서 탈출하여 방황하는 말 한 마리가 발견되었어. 휴와 캐드펠은 그 말을 조사했는데 안장에는 온통 핏자국이고 주인은 없었어. 말의 주인은 르노 부르시에라는 사람으로 밝혀졌는데 그는 모드 황후가 신임하던 사람이었다고 했어. 그런데 르노 부르시에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누가 르노 부르시에를 공격했는가?

....

어느 날 수도원에 드로고 보시에라는 사람이 그의 마부 워린과 함께 수도원을 찾아와 도망간 젊은 농노 브랜드를 찾는다고 했어. 왠지 에이턴 영지에 은둔해 있는 커스러드 사제와 그의 종복이 연관성이 있는 것 같더구나. 드로고는 폭력적인 영주인데 워린도 드로고에게 맞아서 얼굴에 부상을 입었어. 농노 브랜드가 왜 도망갔는지 짐작이 되는구나. 캐드펠이 워린의 다친 얼굴을 치료해 주었어. 드로고는 수도원 총회에 참석해서 도망간 농노 브랜드의 인상 착의를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했어. 그런데 제롬 수사가 따로 드로고를 만나 브랜드가 히아신스의 외모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어. 드로고는 곧바로 커스러드의 오두막을 찾아갔지만 히아신스를 만나지 못했어. 그 이유는 제롬 수사가 드로고와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리처드가 들었는데, 히아신스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히아신스를 찾아 숲으로 갔고, 그곳에서 에넷과 함께 있는 히아신스를 만났어. 그리고 히아신스에게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

한편 에일먼드를 치료하고 돌아오는 길에 캐드펠은 우연히 단검에 찔려 죽은 드로고를 발견했어. 드로고는 히아신스를 만나러 오두막에 길을 나섰었는데 그렇게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야. 캐드펠을 이 사실을 수도원장과 휴 베링어에게 이야기하고 수사를 시작했단다. 제롬 수사는 히아신스를 유력한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자신이 드로고에게 히아신스가 의심된다고 이야기를 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쉽게 범인이 밝혀지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아니지.

휴 베링어와 캐드펠은 은둔자 커스러드를 만나러 갔다. 커스러드가 말하길 어젯밤 드로고가 왔었지만 히아신스가 없어서 그냥 돌아갔다고 했단다. 커스러드는 히아신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처음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함께 다니게 되었는지... 정황상 히아신스가 도망친 농노 브랜드가 확실한 것 같고, 지금까지는 드로고를 죽인 강력한 용의자가 되겠구나.

..

그런데 그날 폴 수사는 뒤늦게 리처드가 사라진 것을 알고 당황했단다.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리처드는 제롬 수사와 드로고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망아지를 타고 수도원 밖으로 나갔다가 안 들어왔다고 했어. 점점 히아신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리처드는 어디로 간 것인가. 폴 수사는 캐드펠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했어. 캐드펠이 이 내용을 휴와 공유하고, 그들은 리처드가 히아신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어. 그리고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텐데,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휴는 부하들을 시켜 수도원 안팎을 수색하게 했다.

...

휴 베링어는 인력을 동원하여 리처드의 원래 집, 은둔자의 집, 에일먼드의 집과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리처드도 못 찾고, 히아신스도 못 찾았단다. 캐드펠은 에일먼드에게 줄 목발을 만들고 그의 집을 찾아갔단다. 이전에 히아신스와 에넷 사이를 눈치챈 캐드펠은 수도원에 돌아가는 척 하면서 에넷의 뒤를 밟았는데, 역시나 에넷이 히아신스를 숨겨두고 있었어. 캐드펠은 본 그들을 깜짝 놀랐지만 히아신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단다. 캐드펠도 시간상 히아신스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어. 캐드펠은 그들을 설득하여 에넷의 아버지 에일먼드에게 데리고 왔단다. 그리고 일단은 히아신스를 숨겨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침대 밑에 숨겨두었어.

히아신스는 자신이 커스러드의 종복이 된 이야기를 했어. 히아신스는 어떤 여자를 강제추행 하는 집사를 때려눕히고 도망을 갔다고 했어. 그러다가 커스러드를 만나 그의 종복이 되었다는 거야. 히아신스가 비록 죄를 짓긴 했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탓이었구나. 에일먼드는 캐드펠에게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이실직고했어. 최근 삼림에 홍수가 난 것은 양떼가 삼림에 들어와서 땅이 엉망이 되어서 그런 것인데 그렇게 양떼가 삼림에 들어온 것은 디오니시어 부인이 시킨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했단다. 캐드펠은 휴 베링어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자고 했지만 에일먼드는 관리들을 믿을 수 없다면서 극구 반대했단다. 캐드펠도 어쩔 수 없이 에일먼드의 의견을 따라야 했어.

...

그 날 레이프라는 매 사냥꾼이 수도원에 방문했는데, 캐드펠은 레이프가 드로고나 히아신스를 아는지 떠봤는데 모르는 것 같았어. 캐드펠은 레이프와 이야기를 하다가 레이프가 가지고 있는 은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 은화를 통해 레이프가 모드 황후 진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캐드펠은 레이프에게 르노 부르시에의 살인범을 찾으러 왔냐고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는데 아니라고 했지만, 캐드펠은 그의 정체를 눈치챈 것 같았어. 음.. 도대체 레이프는 누구인가.

한편 히아신스는 자신을 구해준 리처드를 돕기 위해 사라진 리처드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어. 히아신스는 리처드는 할머니 디오니시어 부인에 데려갔을 것이라 확신하고 수색했어. 결국 리처드는 리처드가 갇혀 있는 곳을 알게 되었지만, 너무 단단히 잠겨 있어서 그를 구출하지 못했어. 말로나마 리처드에게 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에일먼드의 집으로 돌아왔단다. 히아신스는 에넷에게 부탁해서 리처드가 감금되어 있는 곳을 휴 베링어에게 알려주라고 하고 자신은 리처드를 구할 방법을 궁리했어. 리처드는 히아신스가 이야기해 준 대로 할머니에게 순종하는 척 했어. 그리고 할머니한테 심심해서 힘들다고 하자 약혼녀로 점 찍은 힐트루드를 리처드에게 보냈어. 리처드는 힐트루드와 이야기를 해보니 힐트루드도 이 정략결혼을 무척 싫어했어. 심지어 따로 사랑하는 남자도 있다고 했어. 리처드는 자신이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힐트루드는 도와주겠다고 했어.

할머니가 힐트루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나 보구나. 리처드는 힐트루드의 도움으로 자신이 타고 왔던 망아지를 타고 탈출했고 리처드의 탈출을 힐트루드의 아버지가 뒤늦게 알고 추격했지만 간발의 차로 수도원에 도착했단다. 리처드는 수도원장의 뒤에 숨었으나 힐트루드의 아버지 풀크 애스틀리는 리처드가 어젯밤에 결혼했으니 수도원에 머물 수 없다고 했어. 리처드에게 물어보자 결혼 서약을 하긴 했는데 그건 도망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 이라고 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혼을 주재한 신부님이 진짜 신부가 아니라고 했어. 그래서 결혼은 무효라고 했어. 이건 모두 히아신스가 시킨 대로 이야기한 것이야. 리처드의 결혼서약을 한 신부는 바로 은둔자 커스러드였어. 라둘푸스 수도원장님은 일단 리처드는 수도원에 머물고 내일 다함께 커스러드를 만나러 가자고 했어.

다음날 라둘푸스, 캐드펠, 휴, 리처드는 커스러드의 오두막에 도착했는데 칼에 찔려 죽은 커스러드를 발견하게 되었어. 얼마 후 풀크 애스틀리, 디오니시어 부인도 도착했어. 커스러드는 누군가 단검을 가지고 싸운 흔적이 있었어. 상대방도 부상을 입었을 것 같았지. 캐드펠은 범인이 대충 누구인지 알아 채린 것 같았지만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그리고 오두막에 있는 상자 안에 물건이 사라지고 없었어. 커스러드의 시신을 일단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단다.

 

2.

드로고의 아들 에이마 보시에가 아버지의 시신을 고향으로 옮기려고 수도원에 머무르고 있었어. 에이머는 커스러드의 시신을 보더니 아는 사람이라고 했단다. 아버지와 여행 중 만난 적이 있는 뜨내기라고 했어. 아버지와 체스도 같이 두었다고 했어. 그렇다면 드로고가 히아신스를 만나러 그 오두막에 갔다가 서로 마주쳤을 테고, 서로 알아봤을 테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 드로고를 죽인 것이었어. 휴 베링어와 캐드펠은 히아신스를 만나러 갔단다.

히아신스는 커스러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다시 해주었어. 커스러드는 떠돌이 건달이자 도망자 신세라고 했어. 히아신스 자신도 도망자 신분이라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 신부와 종복으로 위장을 했다고 했어. 앞서 이야기했던 도망친 농도 브랜드는 히아신스가 맞았어. 그러니까 커스러드가 가짜 신부라는 걸 히아신스가 알고 있었던 거야.

....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짜맞춰졌구나. 캐드펠은 다시 수도원에 와서 길을 떠나려고 준비하는 레이프를 만났어. 캐드펠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치료받고 가라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들은 레이프도 놀라지 않았어. 레이프의 정체는 모드 황후 진영의 피츠카운트의 가신이었어. 모드 황후가 피츠카운트에게 보석과 편지를 보냈는데 그것을 전달하던 사자 르노 부르시에는 사라지고, 보석과 편지도 함께 사라졌어. 레이프는 그 보석과 편지를 찾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커스러드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했고, 그를 죽이고 모드 황후의 보석과 편지를 찾았다고 했어. 캐드펠은 레이프를 치료해주었고, 치료를 받고 난 레이프는 길을 떠났단다. 레이프가 떠난 후에 캐드펠은 휴에게 레이프의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레이프가 이야기하지 않은 진짜 이야기를 하나 더 했어. 사라진 르노 부르시에가 바로 다름 아닌 커스러드였다는 거야. 마치 누군가에게 공격받은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은 신부로 위장한 채 도망간 것이었어. 모드 황후를 배신하고 보석을 훔치려고 했던 것이지...

....

이번 14권도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대충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 것인지 짐작이 되고, 캐드펠의 시선에서 등장인물을 바라보다 보면 범인도 대충 눈치챌 수 있게 된 것 같구나. 앞으로 7권 남았는데 올해 안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마.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42년 10월 18일, 대대로 이턴 영지를 물려받아 경작했던 루델 집안의 리처드 루델이 스티븐 왕의 편에서 링컨 전투에 참전하여 싸우던 중 부상을 입고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책의 끝 문장: 글줄뿐 아니라 그 행간을 읽어내시는 분, 정의의 문제뿐 아니라 연정의 문제에 있어서도 결정권을 행사하실 하느님만은 예외로 하고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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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방정식 - 궁극의 이론을 찾아서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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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 며칠 회사 일이 좀 바빠서 아빠가 독서편지가 계속 밀리고 있구나. 그 이야기는 독서편지가 또 밀렸다는 것.^^ 밀린 독서편지를 따라잡기 위해 오늘은 좀 짧게 이야기할게. 사실 오늘 이야기할 책이 아빠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어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오늘 이야기할 책은 미치오 카쿠의 <단 하나의 방정식>이라는 책이란다. 지은이 미치오 카쿠는 아빠가 예전에 읽은 <평행우주>를 사람이기도 해. 어려운 현대 과학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읽기 편한 문체로 되어 있어서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책이란다. 그래서 <단 하나의 방정식>이라는 책의 지은이를 보고, 낯이 익어 찾아보니 <평행우주>의 지은이라서 이 책도 읽게 된 것이란다. 책 제목을 보면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감이 좀 오더구나.

<단 하나의 방정식>. 과학계의 오랜 숙제가 하나 있단다.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과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이론, 소위 통일장이론을 찾으려고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단다. 이 책의 제목 단 하나의 방정식도 그 통일장이론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아인슈타인도 이 통일장이론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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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그 노트에는 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라 불렀던 궁극의 이론이 미완의 상태로 적혀 있었다. 그의 목표는 “신의 마음이 담겨 있는” 단 한 줄짜리 방정식으로 우주의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것이었으나, 끝내 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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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많은 과학자들이 세상을 설명하는

그 단 하나의 방정식에 대한 연구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1.

그런데 세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은 현대 물리학에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 중세 시대에도 그런 노력이 있었어. 르네상스와 함께 과학이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과학의 업적이 이루어졌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뉴턴이란다. 너희들도 이제 뉴턴의 운동 법칙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하잖니. 뉴턴의 뉴턴 법칙은 최초의 통일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당시 세계관은 하늘과 땅이 전부인 세계였는데, 그 세계의 모든 물체의 운동을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했으니 말이야. 영국의 시인은 그런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시까지 썼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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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뉴턴이 발견한 운동 및 중력이론은 기존의 운동법칙을 하나의 원리로 묶은 최초의 통일이론이자, 인간의 지적 능력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포프는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자연의 법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뉴턴이 있으라!”는 신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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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부터 약 200년 후 또 하나의 통일 이론이 만들어진단다. 당시 자기와 전기를 별도의 물리적 특성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패러데이가 자기와 전기가 ‘장’ 때문에, 그러니까 자기장과 전기장 때문에 특징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어. 그리고 맥스웰은 벡터와 미적분학을 통해 전기장과 자기장을 수식으로 설명했어. 이 계산으로 전자기파의 속도를 구했는데, 빛의 속도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어. 그래서 빛도 전자기파라고 주장을 했단다. 자기와 전기를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은 또 하나의 만물의 이론이었어. 이 맥스웰 방정식은 오늘날 라디오, 휴대폰 등 무선 통신의 기초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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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수학적으로 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방정식에는 ‘이중성(duality)’이라는 대칭이 존재한다. 빛(전자기파)에 포함된 전기장을 E라 하고 자기장을 B라 했을 때, E와 B를 맞바꿔도 맥스웰의 방정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기와 자기가 동일한 힘의 두 가지 측면임을 의미한다. 맥스웰은 E와 B 사이의 대칭을 이용하여 전기와 자기를 통일했고, 그 덕분에 19세기 과학은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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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헤르츠라는 사람은 맥스웰 방정식을 실험으로 증명하여 라디오를 발견했고, 마르코니는 이것을 무선 통신에 이용했단다. 1894년의 일이었단다. 얼마 전 Jiny가 국사 공부한다면서 열심히 외웠던 1894년이네.

…

2.

20세가 되면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였단다. 아인슈타인은 광속불변의 법칙을 발견하여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단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여러 번 이야기해서 간단히 이야기하고 넘어갈게.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속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란다. 이루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주변의 공간이 휜다는 것을 설명했단다.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는 혁신적인 이론을 발표한 거야. 그 이론들은 나중에 모두 증명되어 사실임이 밝혀졌단다.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일장이론을 연구했지만 결국 발견하지는 못했단다. 그리고 아빠가 전에 현대물리학과 양자역학 관련된 책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했듯이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기초를 놓았지만 평생 인정하지 않았단다.

…

당시 과학자들은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연구를 한창이었단다. 점점 미시세계를 연구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양자역학까지 이어지게 되었단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결정론적 세계관과 상충되는 불확실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그래서 양자역학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과학자들 사이 논란이 많았단다. 양자역학에 과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어록도 이 책에서 다시 한번 만났단다.

======================

(96)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두고 “성공을 거둘수록 더욱 멍청한 이론처럼 보인다”고 했고, 전자파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슈뢰딩거조차도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률적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파동이론의 철학적 의미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당신이 어떻게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내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한 가지뿐이다. 그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

…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통일장이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단다. 슈뢰딩거와 파울러가 통일장이론에 대해 발표를 했지만 모두 오류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단다. 과학자들은 핵력, 즉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을 연구가 활발했단다. 강한 핵력은 양성자와 양성자, 양성자와 중성자를 원자핵 속에서 강하게 묶어주는 힘이고, 약한 핵력은 입자의 성질을 변화시켜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힘이란다. 머리 겔만과 그의 동료들과 핵력을 연구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가 기본 입자가 아니고 그보다 저 작은 입자들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입자가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쿼크란다.

…

이 입자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어 표준모형까지 만들어졌는데,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구나. 과학자들의 간단하고 깔끔한 식들을 좋아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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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42)

둘째, 표준모형은 각기 다른 힘을 서술하는 여러 이론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다소 부자연스러우면서 누더기 같은 인상을 준다(한 물리학자는 ‘표준모형을 칭찬하는 것은 마치 오리너구리와 땅돼지, 고래를 하나로 묶어서 희한한 동물을 만들어놓고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을 예뻐할 생명체는 엄마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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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 병에 걸렸지만 많은 업적을 낸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 병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2년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고 중력에 양자역학을 접목하는 문제에 도전했다는구나. 그리고 기존 알려져 있던 블랙홀 이론의 오류를 발견했대. 자세한 내용은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발췌로 대신하고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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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블랙홀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블랙홀에서는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호킹은 이것이 양자이론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블랙홀이 완전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때문인데, ‘완벽한 암흑’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확정성원리에 위배된다. 양자세계에서는 암흑조차도 불확실하다. 그리하여 호킹은 블랙홀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양자복사quantum radiation를 방출한다는 혁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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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연구하면서 블랙홀이 빨려 들어간 것들은 어디로 갔나를 설명하기 위해 웜홀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러면서 시간여행이 가능한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는데, 시간 여행에 대한 역설은 평행우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는구나. 그런 이야기만 있다는 것으로만 체크하고 또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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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 또는 수축을 해야 하는데, 당시 우주는 정적인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넣어 보정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1929년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되었어.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잘못 넣었던 거야. 그것 없이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의 팽창을 설명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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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지막으로 끈이론이 등장한단다. 끈이론은 양자중력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라고 하는데, 끈의 진동 패턴에 따라 앞서 이야기했던 쿼크, 전자 등 다른 미립자들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야. 끈이론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다른 책에서도 보긴 했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어. 끈이론을 설명하려면 10차원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시간까지 포함해도 4차원 세상인데 10차원 세상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니.

그런데 끈이론으로 중력과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했어. 한마디로 그토록 찾던 통일장이론이자 만물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10차원에 대한 이야기도 홀로그램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어. 홀로그램이 3차원의 정보를 2차원에 저장하는 것처럼 끈이론의 10차원과 11차원이 현실에서는 3차원에 저장되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거야. 그럴 듯하긴 하지만 10차원은 너무 고차원이구나.

끈이론이 이론적으로 오류가 없어 통일장이론의 강력한 후보이긴 한데, 검증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구나. 끈이론이 등장한지 수십 년 동안 검증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검증을 하지 못했대. 우주가 흩어지지 않게 하는 중력의 근원 물질인 암흑물질을 분석을 해서 검증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은가 보구나. 앞으로는 가능할까? 모르겠다는구나. 끝내 검증하지 못할 수도 있대. 대략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비록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그 이론을 찾으면서 다른 이론들을 만들고 과학계의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연금술처럼 말이야. 그러니 앞으로도 만물의 이론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야겠구나. 인류는 과연 통일장이론을 찾을 수 있을까. 혹시 너희들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니?^^ 짧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궁극의 이론이란 우주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하나로 통일하고, 팽창하는 공간에서 소립자의 미세한 운동에 이르는 우주 만물의 안무(按舞)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책의 끝 문장: 오랜 세월 동안 무지한 상태로 살아왔던 인간이 드디어 신의 마음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 빅뱅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무엇이 빅뱅을 유발했는가?
* 블랙홀의 내부(또는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우리 우주에는 웜홀(wormhole)이 존재하는가?
* 4차원 이상의 고차원 공간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가? 즉, 다중우주 또는 평행우주가 존재하는가?
- P12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체중은 증가한다. 그런데 이 초과질량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움직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초과 질량의 출처는 바로 운동에너지이다. 이는 곧 운동에너지의 일부는 질량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 P55

양자의 개념은 190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제기한 간단한 질문에서 탄생했다. ‘뜨거운 물체는 왜 빛을 발하는가?’ 물체를 불에 달구면 특정한 색의 빛이 방출된다. 인류는 이 사실을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릇을 만드는 도공들은 가마의 온도가 수천 도에 도달하면 그 안에 넣은 도기가 적색에서 황색을 거쳐 청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것은 성냥이나 촛불, 또는 라이터만 있으면 즉석에서 확인 가능하다. 촛불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아래쪽은 푸른색을 띠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면서 노란색-붉은색으로 변한다.) - P83

지난 100년 사이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색이 없는 트랜지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조그만 회로소자는 장거리 통신 네트워크와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혁명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간단히 말해서,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일종의 밸브이다. 수도 파이프에서 장착된 밸브를 돌려서 수량을 조절하는 것처럼, 트랜지스터는 홍수처럼 밀려오는 전자들 중 극히 일부만 통과시키는 초미세 전자밸브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면 작은 신호를 크게 증폭할 수 있다. - P119

1920년대에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대부분이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지도, 수축되지도 않으면서 항상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얻은 해는 우주가 격렬하게 팽창하거나 수축된다고 강변하고 있었다(아인슈타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리처드 벤틀리가 제기한 질문의 해답이었다. 중력이 작용해도 우주가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팽창하는 힘이 중력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 P179

그러나 이 세상을 이해할 때에는 ‘증명 가능하고 재현가능하며 반증도 가능한’ 과학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이 논지의 핵심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마다 각양각색인데, 이 상황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흐를수록 몇 개의 방정식으로 축약되면서 더욱 단순하고 강력해진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의 매력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과학을 넘어선 영역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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