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57호 - 2017년 11월~1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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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 녹색평론 157호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빠는 다른 것보다 신고리 5, 6호 핵발전소 재개로 결정 난 공론화에 대해 녹색평론이 어떤 의견을 있는지 읽어보았단다. 공론화에 의한 핵발전소 재개 결정이 10월에 있어서 많은 지면에 싣지 못하고, 앞에 몇 페이지에 짧게 의견을 놓았더구나. 핵발전소 공사 재개여부를 공론화로 결정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어. 하지만, 아빠는 사실 이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단다. 공론화를 한다면 당연히 핵발전소의 해악을 충분히 이해하여 당연히 중단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대만의 경우는 완공 직전의 핵발전소도 공론화로 중단했다고 하던데 말이야. 공론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핵발전소 중단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큰 좌절감이었단다. 이런 결정이 난 것에 대해 녹색평론 편집인 김종철님은 우리나라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에 너무 빠져 있었고, 핵에 관한 상식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평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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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기는 절대다수의 시민이 일방적인 선전과 프로파간다에 오랫동안 노출돼온 사회에서 핵에 대한 시민적 상식이 선진적 탈핵국가들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더욱이 척박한 여건에서 자기희생적으로 활동해온 소수의 탈핵운동가들의 노력만으로 사회 전체의 해묵은 사고습관을 깨트리는 것은 애당초 그 한계가 명백했다. 또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사회의 핵에 관한 상식이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왜곡된 교육과 사이비 언론 때문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끊임없이 인간의 이기심과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는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의 압력 밑에서 우리 자신이 보다 지혜로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박탈당해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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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론화에 대한 긍정적인 면도 평가를 했단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을 할 때, 이론 공론화를 통해서 결정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어. 나라다운 나라가 되어 가는 것 같았어. 아빠도 이런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단다.

 

1.

얼마 전에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쏘았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젠 이런 소식이 일상이 된 것처럼 느낄 정도로 올 한 해 정말 많은 북핵의 위기가 있었구나. 이번 녹색평론의 권제로 뽑은 것은 <북핵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란다. 누군가 정말 해법을 알고 있다면 좋겠는데, 그것을 풀겠다고 나서는 국가들을 보면, 북핵 문제를 풀고 싶어하지 않다는 느낌이었어. 그들은 모두 북핵을 이용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았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미국인데, 북핵의 대한 미국의 선택지가 모두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어.

먼저, 북한의 핵무기를 무시하는 방법이 있어. 숫적으로 보면 미국의 핵무기 보유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시해도 상관이 없어. 그런데, 미국이 북핵을 무시하면, 그것을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정당성을 주게 되어 있고, 그렇다 보면 한국과 일본의 자주성이 높아지니 이것이 미국에 부담이 된다는 거야. 두 번째 방법으로는 북한을 봉쇄하고, 제재하여 붕괴시키는 거야. 이것은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단다. 아무래도 순망치한처럼 북한이 입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중국은 오히려 쌍중단, 쌍궤병행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북한은 핵을 중단하고, 미국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을 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이것은 미국에서 반대를 하지. 세 번째 방법은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하고 침공하는 방법인데, 이것은 한국, 중국, 러시아 모두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 쉽지 않아. 그러면 평화적 협정이 남는데, 이는 정전 협정을 이야기하는 거야.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이게 가장 나을 것 같은데, 이것은평화를 지킨다고 외치는미국이 반대를 하고 있단다. 왜냐하면 무기 장사에 불리하거든.. 그리고 중국 견제하는 것에도 불리하고, 주한 미군도 철수해야 하고…. 이놈의 세상. 죄다 겉으로만 평화를 외치지. 전부 자기 나라가 돈 벌 생각들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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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떻게 핵기술을 갖게 되었는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 네덜란드 헹크 슬레브스라는 사람의 행적을 알아보았단다. 칸 박사와 헹크 슬레브스는 파키스탄이 핵기술을 갖게 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고 하는구나. 칸 박사는 파키스탄 국적이었는데, 1974년 인도가 핵실험이 성공한 이후, 서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칸 박사는 파키스탄에 도움을 주겠다고 수상에게 편지까지 썼대. 이후, 핵 스파이로 핵기술 핵심인 초원분리기술을 빼돌려 파키스탄에 가지고 갔대. 그렇게 개발한 핵무기에 관련된 기기와 부품을 헹크 슬레브스를 통해 얻어왔다는 거야. 그리고 그 칸박사와 헹크 슬레브스는 북한과 연결고리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북한에 핵기술을 갖게 되었다고 해.. , 많은 것들이 꼬여 있고, 얽혀 있는 것이 북핵인가 싶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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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시아의 위기와 긴장은 미국도 원하는 바란다. 그것이 미국은 무기 장사를 하는데 도움이 되거든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보수우익 정당에게도 안보 장사를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단다. 북한의 북핵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표출하는 행동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가장 증오한다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란다. 농담으로 김정은과 트럼프가 핫라인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이야기하는데, 가끔은 그것은 농담이 아니고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트럼프의 존재 이유를 북한에서 제공하고 있는 형세니까 말이야.

전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라는 사람은 완전 골 때리는 사람이구나. 부시 행정부 당시 북한에 대한 자세로 강경파였던 그는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기 전에 북한 경수로 매각 업체의 비상근 이사로 수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북핵으로 돈을 억수로 벌었던 그가 미국 국방장관이 되었을 때는 북핵을 비난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니, 두 얼굴도 이런 두 얼굴이 없구나. 결국 북핵위기로 돈 버는 것은 미국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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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여기에는 의도적으로 아시아의 위기와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사가 국제관계 속에 존재했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동안 많은 나라들의 관련 분야 기업들은 합법/불법적으로 무기시스템, 부품, 관련 기기, 소재-말하자면 창을 수출해서 거대한 이익을 얻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지스 시스템, 사드 등, 차례차례로 거액의 요격 미사일들과 여러 종류의 통상무기-방패를 이 지역 국가들의 정부에 떠넘기고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후에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국가를 초월한 국제 군산정복합체라고 해야 할 세력이 대두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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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래 녹색평론에서는 매번 서너 편의 서평을 통해 책을 추천해준단다. 그 서평 이외에도 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 이번 호의 권제가 <북핵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여서인지 북한에 관련된 책들도 소개를 해주었어. 그 중에 흥미를 끄는 책들도 있었단다. 외국 사람들이 북한을 취재하고 쓴 책들인데, 그 두 책의 내용이 서로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그 책들의 제목은 <장마당과 선군정치>라는 책과 <조선자본주의 공화국>이라는 책이야. 이 책들의 핵심은 북한 사회가 자본주의가 스며들고 있다는 거야.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아래계층으로 부르는 사람들 사이로부터 말이야. 이 두 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아빠도 이 책들을 읽고 싶은 책목록에 추가해 두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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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피어슨과 튜더는 이 같은 변화가 북한사회 내부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는 현상들도 포착한다. “도시 외곽에서는 농부들이 여전히 소를 끌고 밭을 간다. 병사들은 묽은 죽으로 연명한다. 심지어 평양시내의 보다 일반적인 주거지역에서도 수십만 시민이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 평균적인 북한의 생활수준은 어림잡아 1970년대보다 더 나빠진 상태다.” 그러나 사적 거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신흥 상업 계급이 떠오르는 것 등은 분명히 이전에 없었던 변화다. 출신성분에 따라 사회적인 지위가 결정되는 등의 전통은 여전하긴 하지만, 과거에 견줘 그 힘을 크게 잃었다. 이제 북한을 움직이는 주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이다. “북한의 새로운 시스템은 불공정하며, 다윈의 적자생존 방식이다.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인 시민에게 삶의 주체라는 느낌과, 미미하기는 하나 스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연 이것을 자본주의가 아니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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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빠가 읽으려고 사둔 책도 소개가 되었단다. 그 책은 다름 아닌 반디라는 필명을 쓰는 북한 작가의 <고발>이라는 소설이야. 이 책은 탈북자에 의해 몰래 북한 밖으로 빼돌려 출간한 책으로 북한의 전체주의에 대한 현실을 꼬집는 책으로 많은 나라에서 번역출간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이란다. 아빠도 전부터 알고 있어서 읽으려고 사둔 책인데, 이번 녹색평론에서 이 책을 소개해 주어 반가웠단다. 녹색평론 157호를 읽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발>이라는 읽었단다. 왜 이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는지 알겠더구나. <고발> 책에 관한 이야기는 그 책에 대한 독서편지를 쓸 때 이야기해줄게. 녹색평론 157호에 지은이 반디와 책에 관한 간단히 소개한 글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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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작가반디 1900년대 초 북한의 경제난과 1990년대 중반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민중의 노력이 배반당하는 현실을 목도했다. 1900년대 초는 구소련의 해체로 인한 사회주의체제의 위기, 연이은 자연재해, 미국이 주도한 경제봉쇄로 북한이 극심한 체제위기를 맞이했던 때였다. ‘반디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북한이 직면했던 경제위기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민중을 배제하는 억압적 신분질서, 민중생활을 억압하는 과도한 통제에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반디’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1990년대 초, 중분 북한의 상황을 그려냈다. 그는 민중의 성실한 노력이 배반당하는 북한의 현실에 절망했고, 아래로부터의 세계관으로 북한 체제의 변화와 민주주의를 열망했다. <고발>은 북한에서 보내온 문학적 탄원서이다. 북한 민중의 고통에 대한 증언이며, 그 고통의 발화점이 민중을 배반하는 정치체제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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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소설을 좋아하는데, 소설도 한 편 소개해주었어. 이규정이라는 분의 장편소설 <사할린>이라는 소설이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제시대 때 사할린으로 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책도 꼭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의 저자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글도 실려 있었어. 아빠도 그 분의 책 중에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 녹색평론에 실린 글은 바로 체르노빌 핵발전소에 관한 이야기였단다.

 

3.

녹색평론에서 최근 연재하는 것 중에 <스승과 제자>가 있어. 이번호에서는 순자와 이사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이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 사이인 줄도 몰랐고, 이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흉악한 사랑인지도 몰랐어. 순자의 제자 중 유명한 사람이 둘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은 한비자였고, 나머지 한 명이 바로 이사였어. 한비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모술수를 최고의 가치라고 여긴 것에 비해, 이사는 인의 길을 버리고 폭력의 힘이 국가를 지킨다고 했어. 이사는 스승을 버리고 진나라로 떠났고, 여불위의 식객이 되었어. 그리고 진왕에 눈에 들어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고, 나중에 시황제가 위세를 떨칠 때 이사는 진나라의 이인자 자리까지 오르게 돼. 당시 유학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죽인 분서갱유 사건도 이사가 주도했다는구나. 한비가 진나라에 왔을 때 자신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그를 중용할까 싶어. 이사는 모략을 부려 한비를 죽이고 말았대. 어찌 스승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순자와 이사가 스승이 맞기는 한단 말인가. 글을 쓰신 전호근 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단다. 시황제가 죽고 나서, 이사의 권력도 추풍낙엽. 뿐만 아니라 대역죄로 몰려서 삼족을 멸하는 벌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거 참.. 권력이 무어라고.. 그것에 왜 그렇게 집착을 했단 말인가. 그런 것을 보면 이사는 참 무능한 사람이었던가 싶구나. 그리고 그런 무능한 사람이 권력이 잡으면 세상이 엉망이 되고, 무섭게 된다는 것을 역사에서도 배우게 되는구나. 다른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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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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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먼저 읽은 이들의 끊임없는 극찬의 평가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이 책은 최은영이라는 작가의 중단편 소설을 모은 책이야. 아빠가 단편소설은 잘 안 읽는 편이라서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좋은 평으로 인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집어 들었단다. 지은이 최은영. 1984년생. 젊은 작가로구나. 아빠가 최은영의 소설을 읽은 것이 딱 한 편인데, 2018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소설이란다. 이력을 보니 2014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구나. 나름 탄탄하게 자신의 입지를 키워오고 있는 소설가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는 이 책의 좋은 평들을 최근에 많이 봐서 올해 출가된 책인 줄 알았는데, 작년에 출간된 책이로구나. , 그럼 많은 사람들이 왜 그를 좋게 평가했는지 책을 펴보자꾸나.

 

1.

첫 번째 작품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쇼코의 미소>. 자매 결혼을 맺은 한국 학교로 견학 온 일본인 학생 쇼코. 한국인 학생 소유의 집에서 일주일 간 머물기로 했어. 소유는 엄마와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어. 쇼코가 집에 왔을 때 엄마와 할아버지는 과도한 환영을 했어. 특히, 할아버지는 평상시 무뚝뚝한 분이었는데, 쇼코가 집에 방문하자, 일제시대 때 배웠던 일본어로 계속 수다를 떨었어. 소유가 지금껏 봐왔던 할아버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 일주일 내내 그렇게 쇼코에게 환대를 해주었고, 할아버지는 쇼코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쇼코와 소유는 서툰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의사 소통에는 어려움은 없었어. 쇼코는 일본에서 고모와 할아버지와 시골 해변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했어. 그런 가족 구성에 쇼코는 불만이 많았고, 외로움을 많이 느꼈대. 할아버지에 대한 증오심도 컸다고 하는구나. 쇼코는 일주일 간 소유의 집에서 머물다가 일본으로 돌아갔어.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편지는 소유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도 주고 받았단다. 쇼코의 꿈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서 집을 떠나는 것이었어. 그런데 대입 시험을 망치고 도쿄를 떠날 수 없다는 편지와 함께 소식이 끊겠어.

소유도 대학에 진학해서 쇼코를 거의 잊고 지냈어. 시간이 한참 흐르고 캐나다 유학을 갔다가 뉴욕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고등학교 때 쇼코와 함께 견학을 왔던 쇼코의 친구를 만났어. 그 친구로부터 쇼코의 소식을 들었는데, 도쿄 와세다 대학을 붙었으나, 할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포기했다는 소식이었어. 그렇게 다시 소유의 삶에 쇼코가 들어왔지. 소유는 대학 4학년 때 무작정 쇼코의 집을 찾아갔어. 그곳에는 할아버지를 증오하면서 할아버지의 병간호 때문에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쇼코가 있었어. 쇼코와 소유는 처음에는 반가워했지만, 쇼코가 할아버지를 막 대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을 하고 바로 귀국했어. 그리고 다시 쇼코를 잊었어. 아니 잊기로 했어. 소유는 영화감독의 꿈이었기 때문에 노력했지만, 재능은 없었어. 시간은 흘러 이십 대 끝자락에도 여전히 작은 원룸에서 꿈을 쫓고 있는 신세였어. 어느날 불쑥 찾아온 할아버지의 방문. 쇼코로부터 편지 왔다가 편지를 전달해주었어. 소유는 물리치료사가 되었다고, 소유가 방문했을 때 쇼코는 아팠었다고 했어. 우울증에 자살시도도 하던 시절이었대. 도쿄에 안 간 이유도 사실 자신이 혼자 있으면 자살할 것 같아서였대. 자신이 자살하지 않은 것도 할아버지가 지켜주셨던 것이라고 했어. 지금은 다 나았다고 했어. 그 소식을 전해주려 할아버지가 오셨고, 소식을 전해주고 다시 집으로 가셨어.

그리고 다음날 엄마로부터 전화. 화가 잔뜩 난 목소리. 아프신 할아버지를 빗속에 그냥 보냈다고.. 전화기 멀리서 할아버지가 괜찮다고 하시는 목소리가 들렸어. 할아버지가 불치병으로 2년간 투병 중이셨는데, 소유는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던 거야. 그날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갔어. 그때부터 엄마와 할아버지와 생활하면서 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소유가 고향에 온지 두 달 만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 할아버지는 40년 동안 혼자 사시고, 엄마는 결혼한 지 4년 만에 남편이 죽고 혼자 소유를 키웠던 거야. 소유는 쇼코에게 편지를 보냈어. 할아버지의 부음 소식과 함께얼마 지나 쇼코가 찾아왔어. 쇼코는 할아버지가 보낸 편지 수백 통을 건네주면서, 다 번역해 주었어. 그들은 다시 화해를 안 할 수 없었지. 함께 할아버지의 납골당에 갔단다. 집안 환경이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의 두 젊은 여인의 우정 이야기. 그들의 앞으로 이어질 우정도 기대가 되지만,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었어.

 

2.

신짜오, 신짜오

1995년 주인공은 십대 초반 어렸을 때 부모님들의 일 때문에 독일에서 생활했어. 주인공의 이름이 안 나왔던 것 같아. 일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거든. 그냥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할게. 주인공은 같은 반 친구 투이라는 베트남 친구가 있었는데, 같은 아시아계라서 그랬는지 투이의 집안과 함께 무척 친하게 지냈어. 특히 투이의 어머니 응웬 아줌마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초대를 하고 초대를 받고 하면서 식사도 같이 했어. 주인공도 그런 투이네 식구와 함께 하는 걸 좋아했어.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투이네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좀 좋아지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어느날 아이들이 이야기하다가 베트남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식탁 위에 올라왔어. 투이의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 많은 가족들이 한국군에 의해 죽었다고 했어.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형님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죽었다고 했어. 두 가족 모두 상대방 국가의 군인으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이 어색해진 분위기. 그 날 이후 두 가족은 멀어지게 되었단다. 몇 달 뒤 주인공은 귀국해야 했어. 그때 엄마는 털실로 뜬 모자, 장갑, 목도리를 투이네 식구들에게 선물로 남겼어.

20여 년이 흐르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회사원이 된 주인공은 다시 독일에 가게 되었어. 그리고 용기를 내어 응웬 아줌마를 만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응웬 아줌마는 반갑게 주인공을 맞아주었단다. 그 동안의 세월이 그 어색함을 모두 지워버렸지. 전쟁이 낳은 상처를 안고 가는 사람들그들의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 아직 이 세상에 전쟁이 남아 있는데, 그 전쟁조차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이 소설의 제목신짜오는 베트남어인데,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3.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화자의 엄마의 이야기란다. 엄마의 이름은 해옥. 엄마가 어렸을 때 먼 친척언니 순애이모가 집에 와서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지냈어. 엄마와 순애 이모는 정말 친하게 지냈어. 순애 이모가 결혼해서 분가를 해서도 친하게 지냈어. 그런데 어느날 순애 이모의 집에 갔더니 순애 이모의 온몸이 멍 투성이에 집은 난장판이었어. 아빠는 순간 이모부한테 맞은 줄 알았어.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었어. 순애 이모부는 경찰에 잡혀간 거야.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잡혀갔는데, 모두 간첩이라는 이유였어. 그 경찰들에게 순애 이모도 맞았고, 그 경찰들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 아빠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가 보다 했단다.

혹시 인혁당 사건을 다룬 소설인가 싶었는데,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니 그 사건을 다룬 소설 맞더구나. 엄마는 그 이후에도 순애 이모 집을 찾아갔지만, 순애 이모는 외면을 했고, 심지어 아무 소식 없이 떠났어. 그것은 아마 간첩 가족이라는 굴레로 동생에게도 피해가 갈까 해서였을 거야. 엄마는 형부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 목요기도회에 나가고, 정의사제구현단과 함께 구명활동을 했어. 그때가 엄마의 나이 20대였어.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법은 그들에게 사형과 무기징역, 유기징역이 내려졌어. 형부는 그나마 다행으로 유기징역이었어. 소설에서는 당시 사법살인의 현장을 가슴 아프게 그리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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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사형은 대법원 판결 열여덟 시간 만에 집행되었다.

사형이 이미 집행된 줄도 모르고, 사형 판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길을 가던 가족들은 그 소식을 듣고 주저앉았다. 내 남편, 내 아빠, 내 아들의 얼굴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안녕, 잘 가, 한마디도 해보지 못하고, 걱정 말라고,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해보지도 못하고, 눈이라도 한번 마음껏 맞춰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잃었다. 나라에서는 유족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사형수들의 시신을 강제로 화장해서 가족에게 보냈다. 죽은 몸이라도 만져보고 싶었어요. 기진한 사형수의 부인이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엄마는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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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결혼을 했어. 어느날 순애 이모한테 연락이 왔어. 그런데 엄마와 순애 이모는 서로 배려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어. 또 세월이 흐르고 형부가 출소했다는 소식도 와서 순애 이모의 집에 찾아갔어. 단칸방에 순애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어린 조카가 살고 있었어. 형부는 감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 폐인이 되었어. 자신의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한쪽에 멍한 눈은 초점조차 잡지 못했어. 그런 남편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순애 이모. 그 방문 이후 엄마는 순애 이모와 연락을 끊고 살았어. 세월이 또 흐르고 엄마도 늙어 병이 생기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어. 그 병실에 날개를 단 16살짜리 순애이모가 찾아왔었대.

엄마는 분명히 봤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엄마는 순애이모와 화해한 것이었어. 앞선 작품에는 전쟁의 아픔을이번 작품에서는 독재시대에 국가폭력에 쓰러진 힘없는 국민의 아픔을지은이는 시대를 이야기할 줄 아는구나. 그래서 지은이 최은영이 점점 마음에 들게 되더구나.

 

4.

한지와 영주

영주는 스물일곱 살에 다니던 대학원을 중퇴하고 프랑스 한 수도원에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어. 사실은 일주일만 하려고 갔는데, 그곳이 왜 끌리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대학원까지 중퇴를 하고 그곳에 머물게 되었어. 그곳에서 케냐에서 봉사활동을 온 한지라는 남자를 알게 되었어. 영주와 한지는 같은 일을 하다가 친해져서 저녁마다 이야기 꽃을 피웠어. 영주의 일기장에는 한지의 이야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어. 한지는 케냐에서 수의사 일을 하다가 왔고, 참 착했어.

하지만,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는 않고 거리감을 두는 그런 사람이었어. 또 하지만, 영주와는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면 그건 사랑인 것 같았어. 그런데 한지가 떠나기 2주 전부터 갑자기 영주를 외면하기 시작했어. 영주도 그 이유를 몰랐어. 다른 친구들과 주변인들은 그들이 싸운 줄로만 알고 있었어. 영주는 한지가 떠나기 전에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다행히 만날 기회가 있어 자신의 생각을 쭉 이야기했는데, 한지는 아무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예정된 시간에 케냐로 돌아갔단다. 끝내 이유는 알지 못한 채아빠도 답답하더구나. 아빠가 읽다가 무엇인가 빼먹은 줄 알고 페이지를 앞으로 넘겨 찾아봤는데특별한 것이 없었어. 인터넷으로한지와 영주 결말이라는 검색어를 넣고 찾아봤는데, 한지가 갑자기 외면한 이유를 아빠만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더구나. 지은이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으려나 아니면 그냥 이런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일까?

 

5.

먼 곳에서 온 노래

소은은 페테크부르크에 폴란드인 율랴를 만나러 갔어. 율라는 미진 선배와 3년 동안 함께 살았던 사람이야. 소은과 미진은 대학 때 노래패 동아리 선후배 사이였고.. 당시 노래패 동아리는 경직되고 보수적이고 권위적이고 상하구분이 뚜렷한 그런 동아리였는데, 선배에게 부당하게 혼나고 있는 신입생 소은을 변호하며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던 미진 선배. 그런 일로 소은은 미진 선배를 좋아하고 따랐어.. 졸업 후 러시아로 공부하러 떠난 미진 선배. 그런데, 그곳에서 그만 심장마비로 죽고 만 거야. 소은은 큰 슬픔에 빠지고그때 율랴와 메일을 주고 받기 시작한 거야. 그러면서 조금씩 그 슬픔을 치유하게 된 것이고 결국 율랴를 만나기 위해 러시하행 비행기까지 탔던 것이란다.

 

6.

미카엘라.

수진의 세례명은 미카엘라야.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엄마. 수진의 아빠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고, 감옥에서 나왔지만 그 후유증 때문인지 일찍 돌아가셨어. 엄마는 혼자 미용실을 하면서 수진을 키웠어.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어린 수진을 데리고 여의도 미사에 참석하기도 했어. 그리고 2014 8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번 한국에 방문했어. 아빠도 그때 기억나는구나. 세월호 사건이 있고 얼마 안 있어 교황의 우리나라 방문은 큰 이슈가 되었지.

수진의 엄마는 이 교황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어. 서울에 와서 딸 수진의 집에서 잘 생각이었는데딸 수진에게 신세지지 않으려고 먼저 전화는 안 했어. 수진도 엄마의 전화만 기다리다가 안 와서 그냥 내려가셨나 했어. 엄마는 좁은 찜질방에서 하룻밤 잘 자려고 했어. 그 찜질방에서 어떤 할머니를 만났어. 그 할머니는 친구를 찾는다고 했어. 할머니의 친구의 손녀가 세월호 사건 때 죽었다고 했어. 그 사건 이후 할머니의 친구가 사라져서 그 할머니를 찾는다는 거야. 그 죽은 손녀의 세례명도 다름 아닌 미카엘라라는 거야. 수진의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다음날 찜질방에서 만난 할머니를 돕겠다고 같이 광화문으로 갔어.

수진은 다음날 엄마한테 전화하니 전원은 꺼져 있고, 엄마의 친구분한테 전화하니 엄마는 딸 집에서 자고 간다고 했대. 그때부터 걱정이 되는 수진우연히 TV 화면 속 광화문에서 엄마를 봤어. 수진을 그 길로 광화문으로 달려가 엄마를 만났단다. 엄마들의 내리사랑은 어떨 때는 미련하기까지 보이는 법이란다. 너희들도 커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것은 엄마가 미련한 것도,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니야. 그건 그냥 엄마이기 때문인 거야. 그것은 너희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구나.

 

7.

비밀

말자 할머니는 딸이 하나 있어. 영숙이라고그리고 영숙과 사위 박서방 사이에는 외동딸 지민이 있어. 말자 할머니는 손녀 지민과 참 각별한 사이였단다. 말자 할머니는 손녀가 어렸을 때 키워주었고, 지민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글자를 모르는 자신에게 지민이가 한글을 가르쳐 주었어. 그렇게 말자 할머니는 글을 깨우쳤어. 한참 전에 말자 할머니가 말기암 판정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열심히 했어. 말자 할머니에게는 암과 싸워 이겨야 할 이유가 있었거든. 지민이. 그렇게 5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어. 그 때 가장 많이 울어준 사람이 바로 손녀 지민이야. 그런데 6개월 뒤 다시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지민은 학교 선생님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면서, 기간제 선생님으로 일했어. 그래도 말자 할머니는 무척 기뻐했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지민이가 공부하려고 중국에 갔다는 거야. 중국에 간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연락도 없고, 오지도 않고. 지민의 생일날 영숙의 집에 찾아갔는데, 영숙과 박서방은 산 사람 같지 않았어. 넋이 빠진 사람들처럼그들 사이에서는 지민이가 중국에 간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말자 할머니도 지민이가 이미 하늘나라에 간 것을 알고 있었어. 지민이는 안산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단원고 기간제 선생님이었던 거야. 말자 할머니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어. 달라지는 것은 없잖아.

말자 할머니는 암이 재발되었을 때, 이제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서 오히려 마음조차 편했어. 이제 지민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 이 소설은 어찌나 슬프던지

.

지은이 최은영.

이 분은 시대를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소설가라고 생각했어. 그의 이름을 잘 기억했다가 신작이 나오면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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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 영어 앞에서 당당한 아이를 만드는 새벽달의
새벽달 지음 / 청림Life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1년 전쯤 엄마가 산 책이란다. 책제목에 떡 하니엄마표라고 써 있으니, 아빠가 볼 책은 아니겠다 싶었어.. 몇 달 전에 MBC 김민식 PD가 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영어 공부에 대한 급관심이 생겼어. 그래, 맞아. 실제 공부는 안하고 관심만 생긴 거 맞아. 그러다가 북플이라는 책 관련 SNS에 이 책의 리뷰를 읽어보았어. 아참, 이 책이 우리 집에 있었지. 깨닫고서, 엄마한테 이 책 좀 빌려달라고 했어. 비록 책제목에엄마표라고 붙어 있지만, 아빠가 감히 읽어보았단다.

지은이 자신이 17년 동안 스스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아이들의 영어를 가르친 과정을 이야기해주는 것인데, ,, 이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 이의 이야기가 아닌가. 지은이 새벽달님은 즐기면서 하면 된다고 했지만, 즐기지 않고 억지로 해보겠다는 다짐하고 책을 편 이들도 있을 텐데. 그런 이들에게 좌절을 줄 만큼의 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 같구나. 지은이 자신은 기대치가 엄청 낮다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걱정보다 행동을 먼저 한다고그래서 세상에서 엄마표 영어가 제일 쉽다고 이야기하는 사람그 엄마표 영어의 핵심은 자신이 먼저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란다. 지은이는 중국어 통역번역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중국어에 능통해. 영어는 썩 잘하지 않은 편이라고 하면서 엄마표 영어를 하기 위해 먼저 스스로 엄청 영어공부를 했다고 하는구나. 영어회화 책을 달달 외우고, 필사를 하고,, 이런 꾸준함을 어떻게 따라 한단 말인가. 그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관찰하면서 적은 육아일기도 엄청난 분량이더구나. 더욱 놀란 일은 회사를 다니는 워킹맘이었다는 거야. 둘째 아이가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 말이야. 그리고 출퇴근 길에는 언제나 영어 공부를 했고, 퇴근 후에는 직접 교구를 만들기도 해서 늦게까지 아이를 돌보았대. 즐겁게만 생각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타고난 체력이

 

1.

이 책은 영어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야. 17년 동안 아이를 키웠던 육아의 달인의 모습도 보여주었단다. 그렇게 육아를 잘 해야만, 엄마표 영어의 효과가 난다고 이야기하더구나. 그래, 맞는 말이지. 그리고 육아가 힘든 것도 맞는 말이고그것은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자신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가끔 너희들과 놀 때, 아빠의 체력이 받혀주지 않아 힘든 경우가 있어. 그러네, 결국 힘든 것은 아빠의 체력.. 즉 아빠 때문이네.. 체력을 키워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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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엄마표 영어가 힘들고 육아가 힘들다면 그건 아이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때문에 힘든 것이다. 나 자신이 못마땅하고, 내가 처한 상황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육아고 엄마표 영어고 뭐고 다 지겹다. 나와 친정 엄마 사이에서 무의식 중에 쌓인 상처가 만든 어떤 강박, 트라우마가 불행의 이유로 작용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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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우리 아이가 이러저러하다면서 친구들한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어. 물론 다른 친구들도 아빠한테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 육아 문제는 친구한테 물어봐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 육아문제는 아이와 부모 사이의 일이니까. 그냥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거야. , 그렇구나. 아이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모라면, 엄마표는 저절로 될 거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엄마표 영어를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 사이의 유대관계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빠도 너희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만, 아빠의 저질체력으로 쉬 피곤해지다 보니 놀아주지 못할 때도 많잖아. 이해해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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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이게 정답이다. 육아 문제는 자기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옆집 아줌마 말고 아이와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와 엄마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하려면 평소 아이가 엄마한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관계가 좋아야 할 것이다. 아이와 평소에 이야기를 자주 나눠서 적어도 대화가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대화가 어색하면 엄마가 먼저 물꼬를 터야 한다. 엄마가 먼저 엄마의 힘든 점, 걱정거리들을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이에게 실수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엄마라면, 즉 대화가 통하는 엄마라면 아이는 솔직하게 속마음을 툭 털어놓을 수 있다. “엄마, 나 이거 안 하면 안 돼? 정말 못하겠어.” 그래도 대화가 시작된다. 엄마와 정말툭 까놓고이야기 나누는 것이 익숙한 아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엄마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라면 이게 쉽다. ‘이게 뭐지? 왜 짜증이 나지? 이 억울한 느낌은 뭐지? 이 무기력은 뭐지?’하며 자신의 감정, 상황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말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 내 아이를 이런 아이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대화가 되는 아들과 엄마의 관계라면 엄마표는 저절로 올바르게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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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번 말해도 지나치질 않구나. 지은이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아이들과 소통에 대해 강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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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두 아들의 엄마표 영어 17년 후에 알았다. 아이와 엄마를 성장하게 하는 건대화였고, 대화가 어렵고 어설펐던 나를 키워준 것은이었다. 대화의 소재가 꼭 책일 필요는 없다. 어떤 엄마에게는 그것이 TV 드라마일 수도 있고, 코미디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혹은 여행, 게임, 웹툰, 요리, 운동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나는 손을 뻗으면 잡히는 그림책과 소설책,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이 아이와의 대화 소재였다. 아이랑 대화 하는 거 쉽지 않다. 내가 무슨 토크쇼 진행자도 아니고,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늘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눴던 부부는 밤마다 마주 앉아도 또 이야기가 많다. 어제 이야기한 에피소드 후속편이 날마다 이어지기 때문에 보충설명을 해줘야 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그렇다. 대화를 많이 하는 집은 언제나 대화가 넘친다. 반면, 대화가 없는 부부, 대화가 없는 부모와 자식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감당이 안 되어 입을 닫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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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가 한 엄마표 영어를 따라 하기에는 고 난이도란다. 그 정도는 안되더라도 한번 따라는 가보자꾸나. 먼저 엄마 먼저, 아빠 먼저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거야. 전에 작심삼일로 하다 중단했던 영어회화 책 외우기를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그리고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필사 한번 하고엄마표 영어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눈대. 상반기 10년과 하반기 10. 상반기 10년에는 엄마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시간이야. 엄마가 애써서 아이가 좋은 습관을 만들도록 엄마의 희생이 따르게 되는 시간이야. 10년은 엄마의 희생과 노력이 뒤따르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대. 즐기면서 하라는데, 즐기면서 하는 이를 이길 수는 없지. 하반기 10, 즉 아이 10살 이후에는엄마는 아이 뒤에 물러서서 기다리고 지켜봐 주는 10년이래. 상반기 10년을 잘 보내면, 하반기 10년은 그냥 따라 온다고 하는구나.

..

, 상반기 10년이 무척 중요하다고 해. 특히 3세까지 무척 중요한 시기라고 하는구나.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이야기하면서 이 시기에 2가지 언어를 모두 접하면 둘 다 잘하게 된다고 이야기를 하더구나. 영어에 대한 노출을 위해서 팟캐스트, 유튜브 활용도 하라고 했어.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은 영어 관련 유튜브도 많이 정리해 주었어. 전자기파가 나오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은 최대한 늦게 접하게 해야 한다는 아빠의 생각과 상반되는 의견이구나. 그런 것처럼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모두 동의할 수는 없었어. 지은이의 생각이 모두 옳다고도 생각은 안 해. 지은이는 그렇게 했더니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거지. 정말 노력을 해서, 지은이처럼 하더라도 결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지은이와 전혀 다른 방법을 했는데,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말이야. 아빠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무조건 따라 하기에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무리가 따를 테고.. 참고용으로는 참 좋은 책인 것 같구나. 강도를 약하게 해서 아빠가 시도해 볼 수도 있고. 말이야.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었다는 점이야.

,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딴 거 필요 없고 행동이 중요한 거야. 다시 영어책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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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이쯤 되면 답이 나왔죠? 복습할 시간을 확보하려면 학원에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겁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 학습을 관리하는 능력을 초등학교 때 어느 정도라도 길러줘야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가정에서 복습 지도를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선행학습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선행학습이 필요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세 번째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65)

운전은 습관에 따라 해도 되지만, 수학은 하나하나 머리를 회전시키면서 사고를 해야 합니다. 똑같은 작업을 단순하고 지루하게 반복하는 식의 연산 학습은 머리를 나쁘게 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시간낭비입니다. 더욱이 이로 인해 아이들은 수학을 아주 지루한 과목, 쓸데없는 과목으로 여기게 됩니다. 이래서야 연산 훈련이 아이에게 득이 될 게 없겠죠.

 

(79)

이처럼 초등학교 때 배운 개념은 중*고등학교 때 다 쓰이게 돼 있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구구단은 물론이고, , 비율, 넓이 같은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비율 개념은 미분으로 연결되죠. 하지만 아이들은 미분을 비율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비율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데다 중학교 과정 내내 비율 개념이 계속 나왔는데도 미분은 미분일 뿐 이를 비율 개념과 연결시킬 줄 몰라요. 그저 공식으로만 외우려 들죠. 그러면서 교사가 이를 이적하고 들면 짜증부터 냅니다. ‘문제만 잘 풀면 되지 왜 자꾸 개념을 물어?’ 싶은 거죠.

 

(103)

우리나라 같은 영어 환경에서는 조기 교육이 아닌 적기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영어사교육포럼이 내린 결론입니다. 영어를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국어가 어느 정도 됐을 때, 이해력이 어느 정도 발달하고 동기 부여도 어느 정도 됐을 때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게 좋다는 거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 교육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적절한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요. 영어사교육포럼이 몇 년째 적기 교육을 주장했더니 조금씩 변화하는 것들도 보입니다. 영어 학습지로 유명한 한 사교육 업체도 요즘에는 영어는 조기 교육이 아니라 적기 교육입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더라고요(청중 웃음).

 

(155)

예전에 한국을 방문한 핀란드인 교장과 한국 교사들이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가 한국 교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선생님들은 굉장히 헌신적이다. 아이들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수고한다. 부모님들도 대단히 헌신적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그 사교육비를 다 대고 있더라. 그런데 여러분이 심리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마음을 살폈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욕심은 많은데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강의 앞부분에서도 얘기했지만, 아이들을 교육시키려면 근본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는 겁니다.

 

(166)

미국이 빠른 속도로 강대국이 된 데는 건국 초기부터 도서관을 중요하게 여긴 힘이 컸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작성한 제퍼슨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우리가 민주국가를 선포하고 건립했는데, 플라톤의 말처럼 민주정치라 중우(衆愚)정치로 빠지면 안 된다. 민주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분별력이 있어야 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배움이 있어야 한다. 배우기에 가장 좋은 곳은 도서관이다.”

 

(183)

저는 존 F. 케네디의 이 말을 참 좋아해요. “배움이 없는 자유는 굉장히 위험하고 자유가 없는 배움은 헛되다(Liberty without learning is always in peril and learning without liberty is always in vain.” 배움이 없는 자유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배움이 없는데 자유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험한 짓을 너무 많이 하죠. 반면에 자유가 없는 배움은 헛됩니다. 오히려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하죠.

 

(264)

자존감 못지않게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자기효능감입니다. ‘나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어라는 자세를 갖게 하는 게 바로 자기효능감이죠. 이런 자기효능감을 키워주려면 집안일을 돕게 하는 등 어려서부터 가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때 불안해하지 않도록,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않는 것도 필요하죠.

이렇게 보면 아이가 초등학교 시기 부모라는 존재는 정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요. 필요할 때는 조언을 하면서, 아이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줄여야 하겠죠.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아이를 내팽개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고요. 아이가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충분히 기를 수 있게끔 의미 있는 인생 경험도 많이 하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초등 시기뿐 아니라 다른 모든 시기에도 이런 부모 역할이 필요하겠습니다만……. 한 가지, 여기서 많은 부모님들이 놓치곤 하는 게 아이에게 내면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줬다 뺏었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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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6)

그런 날 말구 내 말을 듣소.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그건 자본론도, 과학적공산주의 건설 이론도 아닌 바로 프롤레타리아독재 이론이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무기가 자본이라면 우리가 사는 사회주의의 무기는 프롤레타리아독재이기 때문이오. 프롤레타리아독재! 그게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이 도시 사람들은 누구나가 토영삼굴을 따르며 살고 있는 거요. 그런데 당신은 피살자 유가족이라는 그 밑자리 하나만을 믿구 너무도 천진스레 살고 있소. 일단 그 독재에 걸리는 날엔 피살자 유가족이 다 뭐겠소. 당신은 전설 속의 어비는 알아도 현실 속의 어비는 너무도 모르며 살고 있단 말이오.”

 

(76)

면상이 온통 털 속에 묻힌 마르크스와 매섭게 입을 다문 김일성의 초상화였다. 그 두 붉은 유령은 지금 한경희에게 분명 이렇게 호령하고 있었다.

나가라믄 찍소리 말구 나갈 거지 무슨 허튼 생각이야. 이게 내 도시지 네 도신 줄 아니?”

 

(76~77)

한경희는 돌연 우들우들 온몸이 떨려왔다. 9월의 밤 냉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삶을 부지하자면 벌써부터 알고 있어야 했을 무섭고도 무서운 그것이 불시에 가슴에 콱 실려와서였다.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인원을 사십오 분 안에 광장으로 끌어들였던 그것이 무엇이었던지도 이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만약 남편이 지금 또 당신은 저기 저 마르크스의 모든 이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이 뭔지 아오?”하고 물어준다면 한경희는 보다 학술적으로, 그리고 보다 진지하고도 뼈저리게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것이었다.

 

(108)

전영일의 새끼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걸며 ---!” 외쳐댔던 그 신념, 그 기대가 한갓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실망과 회오의 괴로움을 이 세상 무엇에 비길 수 있었으랴! 하여 누구를 탓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뼈저린 상실의 아픔을 안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부대껴야 했을 설용수가 아닌가! 그러고 보면 결국 도끼산장이라는 말은 안전부 선로공들이나 느티나무에 가해진 폭언인 것이 아니라 자가당착에 빠진 설용수라는 인간의 자기규탄의 부르짖음이었던 것이다.

 

(144)

당신이 놔주고 간 이튿날 아침에 보니 저것들이 다시 날아오지 않았겠어요. 그래 조롱을 다시 달아주었더니 저렇게…”

길들었구나!... 불쌍한 것들!”

명철은 한마디 한마디 씹어 뱉듯 중얼거렸다.

삐쫑삐쫑 삐쪼르릉…” 종달새가 다시 우짖었다. 마치 명철에게 당신도 길들었기에 그렇게 그냥 돌아왔죠하고 반박이라도 하듯이

그래, 나 역시 지척도 천리 밖으로 살아야 하는 조롱 속의 짐승인가보다! 조롱 속의 짐승!’

 

(178)

옛날 어느 곳에 열 길 울타리를 빽빽이 둘러친 한 동산이 있었다우. 거기선 늙은 마귀가 수천의 종들을 거느리구 있었구요. 한데 놀라운 건 그 동산의 열 길 울타리 안에선 언제나 웃음소리밖에 들려나오는 것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사시절 하하호호 하고 말이지요. 그건 바로 늙은 마귀가 자기의 종들한테 다 온통 웃는 마술을 걸어놓았기 때문이었다나요. 왜 그런 마술을 걸어놓았냐구요? 그야 물론 종들을 학대하는 자기 죄행을 가리우구 우리 동산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합니다 하는 속임수를 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고 다른 동산 사람들이 넘볼 수도, 드나들 수도 없게 열 길 울타리두 쳤던 거구요. 그러니 글쎄 생각 좀 해보시우. 그 동산 사람들의 입에서는 어디가 아프거나 슬퍼서 엉엉 울어도 그것이 하하호호 하는 웃음소리만 되어 나왔으니 세상에 그처럼 악한 마술이 어디 있고 그처럼 무시무시한 동산이 또 어디 있겠수.”

 

(197-198)

조희 첫 시기는 몰랐으나 하루이틀 지나면서부터 사람들은 자기들의 조문회가 은밀히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하루에 한 번 조문은 누구나 지키는 철칙으로 되었을뿐더러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조문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내 인구 50여만 명이 시당으로부터 인민학교에 이르기까지 단위별로 꾸려진 수백 개의 조의장들에게 그렇게 꽃을 꺾어 들이다 보니 꽃밭의 꽃이 남아날 리 만무했다. 학교와 직장들에서는 인원을 뽑아 야생화 채취를 내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자기 단위에 하루 동안 필요한 만큼의 꽃을 따들여야 하는 것이 꽃 채취에 동원된 사람들의 하루 책임량이었다. 아이 어른들이 산과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사고가 빈번했다. 아내의 근심이 공연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홍영표의 입에서는 그냥 모진 말만 튀어나왔다.

 

(207)

글쎄 제가 부모님 앞에서 다짐했으니 그와 결혼할 생각까지는 안 합니다. 그러나 이성 간이 아닌 인간적인 사랑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 솔직히 말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처녀인 그가 기를 못 펴고 사는 데 대한 동정심을 금할 수가 없어요. 그의 아버지의 죄라는 게 뭡니까. 김정일이 후처를 한 사실을 말했다는 그 하나뿐이 아닙니까.”

 

(209)
이런 쓰레기나 가지고 물어들이고 받아들이며 사람들을 억압, 통제하려 드는 자들이 말입니다. 진실한 생활이란 자유로운 곳에만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억압, 통제하는 곳일수록 연극이 많아지기 마련이구요. 얼마나 처참해요. 지금 저 조의장에선 벌써 석 달째나 배급을 못 타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애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꽃을 꺾으려고 헤매다 독사에게 물려 죽은 어린아이의 어머니가 애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단 말입니다. 그래 그들의 눈물이 진실이란 말입니까. ? 백성들을 이렇게 지어낸 눈물까지 흘릴 줄 아는 명배우들로 만들어버린 이 현실이 무섭지도 않은가 말입니다.”

 

(201)

그게 아버지의 정 소원이라면! 하지만 백 번을 쏘아도 죽이지 못할 겁니다. 인간다운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은 저의 욕망만은!”

 

(261)

왜 자진해서 벽돌집 시녀가 됐던가 말야!”

간판에 속아서였지, 나처럼. 속엔 독재의 칼을 품고도 겉으로만 평등이요, 민주주의요, 역사의 주인이요, 지상낙원 건설이요 하는 허울 좋은 그 간판에 속아서 말야.”

 

(270)

북한식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문제점, 출신 성분으로 구분되는 인류 최악의 연좌제로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대변자로 자신의 역할을 설정한 반디는, 북한 주민들이 실제 겪고 있는 고통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아픈 사연들을 하나하나 수집하여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두었습니다. 각종 사연들이 담긴 소문들과 실제 벌어졌던 사실들을 기초하여 모든 것을 자신의 작품들에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 <출간의 부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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