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장 쓰기 오늘의 사상신서 15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1992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십여 년 전에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기(3)>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들을 읽고 아빠의 글쓰기는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단다. 비록 아빠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인터넷 게시판에도 글을 쓰고, 회사에서도 대부분의 일을 메일로 하기 때문에 글쓰기는 아빠의 생활에서 중요한 일 중에 하나였거든. 그때,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을 읽은 다음부터 이오덕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단다. 아빠가 잘못 쓰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었어.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을 일고 아빠가 마음에 새긴 것들은 이런 것들이란다.

첫째, ‘~’, ‘~()’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말들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라 대신 쓸 수 있는 우리나라 말이 있다고 했어. 이렇게 일본에서 들어온 말들이 많았는데, 아빠의 기억에 남은 것이 이 두 개 정도였어.) 둘째, 중국말 중에 우리말이 가능한 것이 있으면 우리말로 쓴다. 셋째, 말에 가깝게 글을 쓴다. (이오덕 선생님은 글이라는 것은 말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과 비슷하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하셨어.) 넷째, ‘그녀라는 말은 쓰지 않고, ‘스스로에 를 붙이지 않는 등 우리가 무심결에 잘못 쓰는 말들을 쓰지 않는다. (‘그녀라는 말도 사실 영어 she를 번역해서 근대에 들어와 만들어낸 신조어라고 하는구나.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남자, 여자 구분 없이 3인칭 대명서는하나였다고 하는구나. 너희들과 함께 보는 <보리국어사전>를 찾아보니 그녀라는 말이 없더구나.)

글쓰기를 할 때마다 이 정도를 마음 속에 품고 글을 썼단다. 그리고 많은 시간들이 지나서 내용들이 많이 잊혀졌어. 다시 그 책들을 읽어도 좋지만, 아빠가 그 이후에도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만나면 바로 샀거든. 그렇게 사두고 읽지 않은 책 중에 하나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읽게 된 책이 <우리 문장 쓰기>란 책이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잖아. 하지만, 그 책들을 모두 초라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책들이 아닌가 싶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우리 문장 쓰기>는 십여 전에 읽은 책들의 내용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또 종류에 따른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어.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92년이기 때문에 당시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글쓰기의 종류별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했단다. 오늘날 보통 사람들의 대부분 글쓰기를 차지하는 인터넷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대부분 일맥상통해서 지금 읽어도 아주 유용하단다. 이제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은 고전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1.

어떤 글인가 쓰려고 마음 먹을 때 시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빈 종이만 한창 뚫어지게 쳐다 보는 경우가 있단다. 컴퓨터 앞이라면 빈 화면만 쳐다 보겠지. 왜 그럴까? 그것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글쓰기는 그냥 말하듯 쓰면 되는 거야. 아빠가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후딱 써버리는 이유도 잘 쓰려고 하지 않고 그냥 너희들에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쓰기 때문이란다. 그러다가도 좀 잘 써버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어. 이오덕 선생님이 이야기하시는 유식병이지. 남들이 잘 안 쓰는, 나만 알고 있는 한자어를 쓰면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병. 유식병.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그런 신문이나 방송을 많이 보는 보통 사람들도 모두 유식병에 걸리게 되는 거지. 그것을 이오덕 선생님은 비판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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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사람들이 거의 모두 걸려 있는 정신병이 있는데, 그것이유식병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쉬운 말을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남들이 잘 안 하는 말, 어려운 말, 유식한 말을 하고 싶어한다. ‘말을 한다고 할 것도언어를 사용한다고 보통으로 글을 쓰고 말도 그렇게 한다. ‘우리 집은 산 밑에 있는데할 것을산 밑에 위치해 있는데한다. 누구를 만났다든지, 무슨 책을 읽었다든지, 무슨 소식을 들었다든지 하는 말은 모조리접한다고 한다. 그래야 공부를 한 사람, 유식한 사람으로 알아준다고 여긴다. 나는 아직 우리 나라 신문에서언어를 사용한다.’를 안 쓰고말을 한다고 써놓은 기사를 읽은 저기 없고, 무슨 건물이 어디에위치한다고 안하고있다고 쓴 신문 기사를 읽지 못했다. ‘사건이 발발했다고 안 쓰고일이 일어났다고 쓴 신문도 본 적이 없다. 거의 100년 전에 나왔던 <독립신문>에서 우리 말을 읽은 이후 쉬운 우리 말로 쓴 신문을 보지 못했다. 쉬운 말로 글을 쓰면 무식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이라고 말할까봐 그렇게 쓰는 것이다. 유식한 척하려고, 학문이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임을 내보이려고 하는 것이다.(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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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식병은 언론이나 방송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에서도 보인다고 하는구나. 특히 소설의 첫머리 부분많은 소설들이 첫머리 부분이 부자연스럽게 시작한대. 왜냐하면 일부 소설가들이 근사한 말로 시작하고 싶어서, 평소 잘 안쓰는 말들로 쓰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래서 첫머리가 잘 안읽히는 소설들이 있대. 그러다가 한참 읽다 보면 술술 읽어진대. 왜냐면 첫머리처럼 말과 다른 멋을 내려고 하는 글들로 끝까지 쓸 수가 없기 때문이래. 결국은 평소의 말로 돌아온다는 것이지. 이렇게 유식병은 어른이 될수록 더 심각해 진단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쓴 글들은 말하는 것을 그대로 쓴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한자어도 별로 없고 말이야. 아빠가 너희들과 공책에 편지를 써서 주고 받잖아. 너희들이 쓴 글을 보면 이오덕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꼭 맞더구나. 너희들이 쓴 글을 보면 너희들이 목소리가 그냥 들리는 듯 해. 앞으로도 쭉 너희들이 글을 쓸 때 괜히 어려운 한자어를 갖다 쓰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말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썼으면 좋겠구나.

 

2.

소설가들은 소설 작품을 쓰고 나서 퇴고를 한다고 해. 퇴고. 아빠가 어렸을 때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랐어. 사전을 찾아보고 자신이 쓴 글을 수정한다는 뜻인 걸 알았단다. 이오덕 선생님은퇴고라는 말도 중국어이니다듬기라는 말을 쓰는 것이 알맞다고 했어.

다듬기.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듬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는구나. 아빠도 회사에서 업무 메일을 쓰고 나면, 꼭 다시 한번 훑어 보고 오타라는가 어색한 부분을 수정해서 보낸단다. 상사에게 보내는 보고 메일이나 중요도가 높은 메일은 경우는 더욱 집중해서 보고, 여러 번 읽어보고 수정에 신경을 쓰기도 해. 그렇게 수정한 다음에도 보낸 편지함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어색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여 발신취소를 하는 경우도 많아. 이렇듯 자신의 글을 다듬는 것은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란다. 아빠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지 꽤 오래되었단다. 아빠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독후감을 쓰는 거야. 그 독후감을 인터넷에 남겼는데, 그 글들을 보는 이들이 생겼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더구나.

그래서 그 다음에는 최소한의 다듬기는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보면 그렇게 다듬기를 해도 틀린 글자나 어색한 부분이 많더구나. 예전에 다듬기를 하지 않고 그냥 쓴 글들은 얼굴 붉어질 정도로 잘못된 부분들이 많아. 아빠가 그동안 다듬기를 어떻게 해주었는지 이야기해주었는데 이오덕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다듬기는 이렇게 설명을 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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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면 곧 그 자리에서 읽어 보고 잘못된 곳을 바로잡는다. 한 차례 그렇게 해서 다듬어 놓고는 며칠 뒤에, 될 수 있으면 그 글을 어떻게 썼던가를 거의 잊어버렸을 때 다시 찾아내어서 다듬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는 흔히 마음이 흥분해 있어서 바로 뒤에 읽으면 그 글을 올바른 눈으로 보기가 힘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글이든지 적어도 두 차례는 다듬어야 한다.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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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은 말을 그래도 적어야 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말 뿐만 아니라 생각도 글로 적는 경우가 많잖아. 어쩌면 생각을 글로 적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어. 그 생각은 누가 하지? 바로 내가 하잖아. 그러니까 글은 곧 글 쓰는 사람 자신이 되는 거야. 이오덕 선생님은 거짓으로 글 쓰는 것을 경계하셨단다. 온몸으로 경험한 것을 써야 진정한 글인데, 방안에 앉아서 머리로만 쓴 글들은 거짓 글이라고 했어.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우리가 하는 말들 중에서도 잘못된 말들이 많단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말하기도 잘 해야 하는 거야. 유식한 척한다고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는 한자어. 일본에서 들어온 말, 미국에서 들어온 말을 쓰는 것은 제대로 된 말하기가 아닌 것이야. 어떤 말을 쓰지 말아야 할까. 이 책에서는 많은 예를 들어 잘 된 글쓰기가 잘못된 글쓰기를 보여주었어. 그러면서 잘못된 글쓰기에서는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도 이야기 주었지. 그래서 아빠도 이 책에 나온 예를 읽어보면서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서 읽었단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것 중에 아빠가 생각한 것과 같은 게 나오면 시험 문제를 맞춘 기분도 들었단다. 이 책의 210쪽부터 213쪽까지 단어 중심으로 빽빽하게 고쳐 써야 할 것을 정리해 주었단다. 이 부분들을 자주 읽는다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더구나.

, 오늘 너희들에게 쓴 독서 편지. 아마 아빠가 신경을 써서 쓰긴 했지만, 여전히 쓰지 말아야 할 단어들, 표현들이 많을 거야. , 이제 그럼 다듬기를 해봐야겠구나.^^

 

 

어른들의 글쓰기도 자기의 삶을 정직하게 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우리 문학이 크게 잘못된 글쓰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문학은 겨레의 삶과 말에서 멀리 떠나 있었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방안에 앉아 글만 쓰는 데서 오는 필연의 결과였다. 삶과 말에서 떨어져 나간 문학은 일부 사람들의 오락물 구실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문장은 갈수록 사실과 사물을 떠난 병든 말의 희롱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 문학작품이 일본말과 일본말법을 퍼뜨려 우리 글 전체를 오염하고 우리 말을 병들게 한 사실도 바로 보아야 한다.(3 쪽)

이제 와서 새삼 또 친일작가를 들먹이느냐 할는지 모른다.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을 단죄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살아 남으려면 역사 전체의 잘못된 흐름을 기어코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한 번도 겨레의 이름으로 반역의 무리들을 정죄하지 못했으니, 그 일을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와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말과 글의 사기꾼들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겨레정신을 세울 수 없다.(426쪽)

중국글자말을 쓸 경우에 그 뜻을 잘못 알게 보는 보기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그 첫째는 ‘글은 말보다 어렵게 써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더 친절하게 써야 한다’는 사실이고, 다음 또 하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중국글자말을 쓰지 말고 우리 말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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