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금숙, 오멸 원작 / 서해문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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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제주 4.3 사건에 대해 다룬 책들을 몇 권 읽었단다. 소설이나 교양서적이었어. 제주 4.3 사건을 다른 책들 중에 <지슬>이라는 만화책이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단다. 아빠도 예전에 사 두고 있었어. 만화책이다 보니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얼마 전에 아빠가 4.3 사건을 다룬 한강 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고, <지슬>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고 읽었단다.

<지슬>이라는 영화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아빠는 만화 원작을 영화로 만든 것인 줄 알았는데, 반대더구나. 영화 <지슬>을 만화로 옮긴 것이라고 하더구나. 영화 <지슬>은 오멸이라는 사람이 감독을 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 등 많은 상을 탔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만화책은 김금숙 님이라는 분께서 그리셨는데, 영화 내용을 충실히 따르셨다고 했어. 우리가 보통 만화와는 색감이 좀 달랐단다. 굵은 붓으로 터치한 것 같았어. 그래서 인물 묘사가 사실적이지 않아서 너희들이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 아빠가 생각하기에 제주4.3사건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만화는 이런 거친 붓질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주인공들이 당시 제주도에 살던 평범한 서민들인데 그런 거친 붓 터치가 그들의 거친 삶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했어. 또 한편으로는 수묵화 느낌이 나기도 했단다.

 

1.

책 제목 지슬은 제주도 사투리로 감자를 뜻한다고 하는구나. 요즘에야 가공식품으로 맛있는 과자나 술안주로 많이들 먹지만, 예전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의 비상식량으로도 생각되는 감자였잖니. 빈센트 반 고흐도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작품 속 사람들은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던 기억이 있구나. 지슬은 바로 그 감자의 제주도 사투리. 이 책에서도 숨어지내고 도망다니는 이들에게 서로 지슬을 주고 받았단다. 지슬은 단순히 먹거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었고 사랑이었던 거야. 제주 4.3사건은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를 해서 또 하지는 않겠지만, 제주 4.3 사건은 피해를 입은 국민들만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고, 국가의 부당한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었던 군인들에도 큰 상처를 주었던 것이란다. 이 책에서도 국가의,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갈등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어.

 

 

그 부분을 읽으면서 작년 12.3 내란 사태 때 출동했던 군인들도 생각이 났단다. 어디로 출동하는지도 몰랐던 그들이 내린 곳은 국회이고, 그들이 상대하는 것이 적군이 아니고 시민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소극적으로 대응을 하면서 갈등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 속에도 보였거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마음은 당연한 것 같구나. 당시 몰상식한 지도자로 인해 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되었지. 그리고 그런 몰상식한 지도자의 흉악한 결정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2024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또 한번 큰 충격이었지. 많은 상식 있는 국민들이 나서서 행동하여 과거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구나.

….

만화 <지슬>을 읽고, 영화 <지슬>도 보고 싶더구나. 그런데 어디서 볼 수 있나? 찾아봤는데, 고맙게도 유튜브에서 무료로 공개되어 있더구나. 오랜만에 영화도 한 편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춘섭아, 조심해.

책의 끝 문장: 민간인 학살의 배후에는 미군정과 미군 고문관이 있었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학살에 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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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진 2025-02-08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연극으로 4.3을 처음 만났죠. 가슴 먹먹했던 순간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책을 보기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죠.

bookholic 2025-02-08 22:0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연극은 더욱 실감이 나겠네요...
그래서 나중에라도 4.3 사건을 다룬 연극을 못볼 것 같습니다.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