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 - 제1부 격랑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일 년이 금방 지났구나. 작년에 아빠가 조정래 님의 <아리랑> 12권을 다시 읽고 나서, 내년에는 <한강> 10권을 다시 읽겠다고 이야기했었잖아. 그 내년이 올해가 되었구나. 올해 독서 계획 중에 하나인 <한강>을 다시 읽기로 했단다. <한강> 1권을 찾아 앞면지를 펴 보니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2002 2 26일이더구나. 23년이 지났지만, 책 앞면지에 적은 날짜는 어제 적은 듯 번짐이 없더구나. 23년 전의 메모가 그대로인 것이 세월의 너무 빠름을 증명하는 것 같았어. 세월 빠름을 다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면서도 23년이란 세월이 금방 지나가 버린 것에 무서움마저 드는구나.

2002 2 26아빠는 무엇을 했을까? 어떤 마음으로 <한강> 1권을 펼쳤을까? 당시에도 독후감을 쓰긴 해서 찾아보니, 뭐에 바빴는지 10권을 다 읽고 퉁쳐서 간단히 적었더구나. 이번에는 너희들에게 독서편지 형식으로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이야기를 해줄게. 올해도 주중에는 다른 책들을 읽고 <한강>은 주말에 1권씩 읽으려고 한단다. 그럼 <한강> 1권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

조정래 님의 <한강> 1950년대 후반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전쟁으로 전국이 폐허가 된 이후 다시 일어나기 위해 온 국민이 몸부림을 치던 그런 시기였지. 그리고 여전히 이승만 독재가 권력의 꼭대기에 있던 시기였단다. 공부를 한다고 돈벌이를 구한다고 너도나도 서울로 올라가기 시작하던 시기도 이 즈음이란다.

유일민도 대학교에 합격하여 입학을 앞두고 서울로 향했단다. 그러면서 동생 고등학생 유일표도 서울에서 공부를 시킨다고 함께 왔단다. 그들은 성북동에 들어서는 움막촌에서 지내기로 했단다. 유일민의 아버지는 빨치산 출신으로 전쟁 때 월북을 하여 어머니 혼자 아이들을 키웠단다. 그렇게 아버지와 인연이 끝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유일민과 어머니는 수시로 경찰의 수사를 받곤 했단다.

서울에 처음 오게 된 유일민은 선배 김선오가 서울역에 마중 나와 주었어. 김선오는 일류대 법대생으로 국회의원 강기수가 후원하는 남천장학사에서 지내면서 공부했단다. 강기수는 유일민의 아버지와 악연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어. 영악한 국회의원 강기수는 자기 지역 출신의 법대생들에게 숙소와 학비를 대주면서 장학생들을 후원한다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실상을 그 학생들을 빨리 사법고시에 합격시켜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두려는 목적이 있었단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 때면 지역에 함께 내려가서 선거 운동을 도와야 했어. 돈 없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강기수 의원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단다.

강기수 의원의 딸 강숙자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김선오와 선배 이규백이 강숙자의 과외도 해주어야 했어. 그런데도 강숙자는 결국 돈 내고 대학에 입학하였단다. 강숙자의 친구로 의대생 안경자, 역사학도 박영자 등이 있단다. 그들은 남천장학사 학생들과 어울렸는데, 유일민은 김선오의 후배로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지만 깊은 이질감만 느끼고 말았단다. 유일민은 임호태라는 학생의 가정교사 일을 하게 되었는데, 시험 때마다 살얼음판이었단다. 성적이 떨어지면 바로 자리가 잘리기 때문에 학생보다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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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말 마. 성적표 받아오는 날이 사형 언도 받는 날이니까. 성적이 떨어지는 거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제자리걸음만 해도 사형이지. 5등 이내의 경우는 예외지만, 그런 아이들이 가정교사 두는 게 어디 흔한가. 끝없이 성적이 오르기를 바라는 부모들 욕심 앞에서 우리들 목숨은 하루살이야. 아까운 돈 쓰고 있는 부모들 욕심 탓할 게 아니라 가난한 우리들 신세를 탓해야지.”

어떤 선배가 쓰디쓰게 웃으며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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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민과 유일표가 살고 있는 움막촌에는 소작농으로 일하던 농민들도 많이 올라왔단다. 기술도 없고 일자리도 없으니 그들은 지게꾼일 등을 하며 하루벌이를 했단다. 그런 사람 중에 천수만이라는 사람도 무작정 상경하여 움막살이를 했어. 지게꾼으로 일했어. 고향 사람인 나삼득은 식구들과 좀더 일찍 상경하였어. 같음 움막집이지만, 어느 정도 터를 잡은 듯 했단다.

이렇게 다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엄청난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단다. 요즘도 큰 태풍이 올 때마다 가끔씩 소환되는 태풍 사라가 그 주인공이란다. 태풍 사라로 많은 피해, 특히 전라도 쪽 피해가 컸다고 하는구나. 재산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많이 죽었는데, 김선오의 아버지도 태풍 사라로 돌아가시고, 이규백의 형도 태풍 사라로 돌아가셨단다. 김선오는 자신의 꿈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에 상심이 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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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42)

상복을 입은 김선오는 아버지 영전에 망연히 앉아 있었다. 비가 아무리 심하게 퍼부었어도 아버지는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아니, 비가 심하면 심할수록 아버지는 더 나가서 논을 돌보려고 했을 것이다. 열 마지기의 논, 그건 아버지의 육신이었고 생명이었다. 소작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손수 그 열 마지기의 논을 장만한 것은 아버지의 크나큰 긍지였고 자랑이었다. 지주와 소작인 사이에 철저한 착취구조 속에서 그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자신이 고등학생이 되고서였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더욱 크고 강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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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45년 해당 이후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1950년대 후반에도 이어졌단다. 오히려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이 푸대접을 받곤 했단다. 광복군 출신으로 대령으로 복무하고 있는 한인곤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어. 군 내부에서 계속 차별을 받다가 결국 대령으로 예편했단다. 그보다 먼저 중령으로 예편한 남재구는 일자리를 못얻어 수위로 일하고 있었는데, 직장을 찾아가보니 그것도 그만 두었다고 한다. 한인곤의 둘도 없는 친구이기 때문에 한인곤은 신문 광고까지 내면서 친구 남재구를 찾았단다. 결국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

유일민의 친구 서동철이란 사람이 있어. 서동철의 아버지도 빨치산 출신이야. 유일민의 아버지와 다른 점은 돌아가셨다는 거야. 그래서 경찰의 조사는 받지 않았지. 서동철은 유일민보다 먼저 서울에 올라와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반공청년단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말이 반공청년단이지, 정치깡패였단다.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었는데, 자유당의 이승만은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선거를 준비했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으로 투표용지까지 사서 대리 투표하는 방법도 있었어. 야당 민주당에서는 조병옥이라는 후보가 나왔는데, 이승만을 압도할 인기를 누리고 있었어. 하지만 미국에서 돌연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단다. 결국 장면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어.

군인을 그만둔 한인곤은 민주당에서 경호대로 일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단다. 자유당은 정부기관을 이용하여 야당의 선거유세를 계획적으로 방해를 했어. 온갖 불법을 일삼은 이승만이 다시 대통령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불법선거시위가 장난이 아니었어. 그런데 마산에서 일어난 시위에서 11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쳤단다. 이 일로 시위는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어. 고등학생들이 먼저 앞장섰고, 대학생들도 동참했단다. 그 이후에는 전 연령층의 사람들이 시위에 동참을 했단다. 이것이 그 유명한, 너희들도 알고 있는 4.19 혁명이란다. 경찰은 시위대에 총으로 응수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하지만 시위는 더욱 커지고 조용하던 대학교수들도 시위에 동참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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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53)

고등학생들까지 터져나오고 있구나. 저것들이 세상이나 정치를 뭘 안다고. 투표권도 없는 미성년자들이. 헌데 아니야…… 고대생들이 데모를 일으키기 전에 전국에서 일어난 그 많은 데모는 전부 고등학생들이 일으키지 않았나. 데모대 중에 제일 무서운 게 물불 가리지 않는 고등학생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고등학생들이 왜 그렇게 대학생들보다 먼저 데모를 시작하게 된 거지? 가만있거라…… 그게…… 아아 그렇구나.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선거기간 동안 야당 유세장에 못 가게 아느라고 일요일에도 등교를 시키고, 갑자기 시험을 치르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글짓기를 시키고…… 그런 처사에 대해 유일표가 얼마나 불평 불만을 했던가. 그 따위 치졸한 처사들이 고등학생들을 자극해 불평불만을 사고 결국 정치의식까지 길러준 것이로구나. 이거야말로 자업자득이 아니고 뭔가. 그나저나 물불 가리지 않는 고등학생들까지 저렇게 터져나오면 이 판이 어떻게 될까? 정말 엎어지는 것 아닐까?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글쎄…… 한 정권이 그리 쉽게 무너질 리 있나. 한바탕 불평 불만을 터뜨리고 가라앉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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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표도 이 시위에 적극 동참했지만, 유일민은 아버지의 이력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어. 동생이 시위에 참석했다는 것을 알고 동생을 찾으러 나섰다가 시위 행렬에 끼게 되었는데, 유일민은 계속 갈등하고 자신을 자책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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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나는 오늘 무엇이었는가. 방관자였는가, 구경꾼이었는가, 훼방꾼이었는가. 방관자는 비겁자다, 다같이 궐기하자고 하지 않았는가. 방관자보다도 더 나쁜 존재. 비겁자도 못 되는 나는 무엇인가. 비겁자보다도 더 나쁜 명칭…… 이기주의자, 기회주의자, 파렴치한…… 그 어느 것도 합당하지가 않았다.

유일민은 자신이 인간벌레 같은 부끄러움과 혐오감에 묻혀 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구급차에 실리는 부상자들을 보았을 때, 피 흘리는 여학생이 업혀가는 것을 보았을 때, 피범벅된 시체를 떠메고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을 보았을 때 가슴 푸들거리는 데모의 충동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끝내 행동화하지 못한 자신은 참으로 하잘 것 없고 한심스런 인간벌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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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갈등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남천장학사 학생들이었단다. 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자신들을 후원하는 강기수 의원에 배신하는 행동이라 생각했지만, 무엇이 정의인지 모두 알고 있었단다. 어떤 이들은 시위에 참석하고, 어떤 이들은 시위에 참석하지 않았단다. 김선오는 계속 갈등하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서도 시위에 참석하지 않았단다.

전국적인 시위는 결국 이승만의 하야를 이끌어내면서 4.19 혁명은 성공의 깃발을 꽂았단다.

여기까지가 <한강> 1권의 이야기란다. 독재를 끌어낸 국민들을 보면서, 오늘날 독재를 하려던 코끼리를 끌어낸 국민들이 떠오르더구나. 우매하고 야욕에 넘치는 지도자들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런 괴물들을 끄집어내리는 힘을 가진 국민들 또한 있단다. 그런 지도자들을 가진 우리나라가 부끄럽다가도 그런 국민들은 가진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구나.

오늘 내란 수괴가 구속이 취소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난다. 아직 내란은 진행 중이란 명심해야겠구나. 얼른 내란의 수괴는 대통령 탄핵되고, 내란을 범한 죄를 달게 받았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그를 따르는 내란의 힘은 공중분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새벽 어스름이 스러져 가고 있는 한겨울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세상을 떠난 큰누나 같기도 했던 그 여자의 수심 깊은 얼굴이 어른거렸다.



"아니야, 그건 보통의 경우고 난 비적떼라는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일찍 냉수 마시고 속차려야 될 것 같애. 생각해 보면 51년 김홍일 장군 예편 때부터 우리 광복군이나 독립군 출신들의 앞날은 결정났던 거야. 도대체 김홍일 장군이 어떤 분인가. 김구 선생을 도와 이봉창, 윤봉길 의사가 사용할 폭탄을 제조한 독립투사고, 중국 정규군 소장으로 왜놈들과 맞서 싸운 걸출한 인물인 거야 세상이 다 아는 것 아닌가. 그런 분은 겨우 별 둘 달고 예편당하고, 독립군들 등뒤에 총질해 댔던 만군 출신 정일권이가 그 새파란 나이에 마구 별 달아대며 참모총장을 해먹는 판이니 볼장 다 본 거지. 말이 좋아 중국 대사로 파견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김홍일 장군을 유배시킨 동시에 군부에서 독립운동 세력의 중추를 제거해 버린 것이었어. 그 다음부터 독립운동 세력은 진급은 안 되는 것만이 아니라 추풍낙엽 신세들이 되지 않았나. 참, 우리도 만군 출신 못 된 게 천추의 한이로구만 그래." - P49

그런데 동네사람들의 춤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작지가 그냥 자기들 것이 되는 줄 알았는데 유상몰수 유상분배로 돈을 내고 사게 되어 있었다. 그것도 헛김 빠지는 일인데 더 기막힌 일이 또 있었다. 논 열 마지기를 소작하던 사람을 예로 놓고 보면 그 사람 앞으로 돌아온 것은 서너 마지기뿐이었다. 나머지는 농지개혁을 하네 마네 하며 질질 끌어오는 몇 년 동안 지주들이 소작인들은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넘겨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실망한 소작인들이 더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다. 딴 사람들에게 팔아넘긴 줄 알았던 그 논의 태반이 지주들과 짜고 명의만 살짝 바꾸어놓은 것이었다. 그건 결국 농지개혁을 하나마나였지만 법에 걸리지 않으니 소작인들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P59

"아닙니다. 이건 대처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돼서 그런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경향신문>을 폐간시키면서 미군정법령 88호를 끌어다가 적용시킨 것에 대해 위헌이라고 한 것부터가 발상이 잘못됐고, 방향이 어긋났다 그겁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수립과 동시에 미군정은 종식됐고, 따라서 군정법도 완전히 폐기처분됐습니다. 그런데 엄연히 독립국가고 법치국가에서 집권자의 편익을 위해 미군정법을 끌어다 적용시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독립국가의 정통성을 전면 부인하는 반역행위이고, 법치국가의 존엄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반란행위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미군정법을 끌어다 대는 건 일제 총독부의 법을 끌어다 대는 것과 뭐가 다르냐 그겁니다. 이 점을 부각시켜 정부를 비판하고 공격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위헌이다 뭐다 하고 있으니 일이 해결될 게 뭡니까." - P116

"여기 대학의 양심은 증언한다. 우리는 보다 안타까이 조국을 사랑하기에 보다 조국의 운명을 염려한다. 우리는 공산당과의 투쟁에서 피를 흘려온 것처럼 사이비 민주주의 독재를 배격한다.
조국에의 사랑과 염원이 맹목적 분격에 흐를까. 우리는 얼마나 참아왔는가.
보라! 갖가지 부정과 사회악이 민족적 정기의 심판을 받을 때는 왔다. 이제 우리는 대학의 양심으로 일어나노니 총칼로 저지 말라. 우리는 살아 있다. 동포의 무참한 살상 앞에 안일만을 탐할소냐! 한숨만 쉴소냐! 학도여, 우리 모두 정의를 위하여 총궐기하자."
- P245

그러나 오늘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혁명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인지. 혁명은 어떻게 성취되는 것인지, 혁명을 왜 위대하다고 하는지, 왜 혁명에 몸을 던지는 것인지, 구름이 걷히듯 확연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혁명이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응결된 분노와 증오의 집단적 폭발이었다. 그 인식은, 불투명하고 원망도 섞여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해이면서 발견이기도 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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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버지, 남쪽의 반공주의를 자극하고 유도하는 행위를 계속하는 북쪽의 저의는 무엇입니까? 모든 정치행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게 마련인데, 저는 오래 전부터 북쪽이 노리고 있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고 있습니다. 남쪽의 반공주의를 강화시켜 가며 북쪽이 정치적으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하고 신경을 집중시켜 왔습니다. 그동안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남쪽의 반공주의가 분단을 강화해 나가듯이 남쪽의 반공주의 강화를 유도하고 있는 북쪽도 분단의 벽을 쌓아올리는데 열중할 뿐 진정으로 민족통일을 이룩할 뜻이 없다는 걸 말입니다.

아버지, 단견이라는 저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저는 우리 집안의 특수성 때문에 몸사리고 조심스럽게 살아오면서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는 분단현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제가 그 사람을 만나지 않고 아버지의 편지를 되돌려보내는 뜻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남과 북의 정치적 저의에 대해 계속 관심을 두고 살필 것입니다. 그건 구겨지고 찢겨진 제 인생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건강하십시오,.

 

(143)

그래, 말 잘했다. 이번 사태는 그 누구보다도 대학생들이 그 흑심과 악영향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해. 신문에 보도된 왈 유신헌법이라는 것을 빨간 줄 쳐가면서 조목조목 따져봤는데, 그건 한마디로 법이 아니야. 아까 말한 대로 대통령을 임금으로 바꾼 건데, 이북에서 김일성이 혼자 출마해서 당선되는 것처럼 이쪽도 똑 같은 수법을 만들어냈어. 세상에 소가 웃을 일이지, 달에 사람이 오가는 20세기에 이 무슨 졸렬하고 유치한 만행이냐. , 내가 법을 공부한다는 것에 절망하고 환멸을 느낀다.”

 

(151-152)

그러길래 이 지구상에 영어가 마흔다섯 가지 정도 된다는 말이 있지. 말이 다른 각 나라마다 자기네 식으로 영어 발음을 하게 되는 거야. 이런 일화가 있어. 2차대전 후에 일본의 어떤 영어 학자가 일본의 국제화를 위해서 공용어를 영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어. 그 돌발적인 주장은 패전의 열등감에 빠져 있던 일본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되었지. 그런데 뜻밖에도 그 사람은 미국의 초청을 받았어. , 뜻밖일 것도 없는 일이지. 그때 패전 일본을 장악하고 있던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스스로 그런 주장을 하고 나선 학자를 환영할 수밖에. 그 학자는 난생처음 미국에 가서 환대를 받으며 미국의 저명인사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게 되었지. 물론 영어로 말야. 강연을 다 마치고 났는데 청중들이 하는 말이. ‘일본말도 우리말하고 좀 비슷한 데가 있는데 그래’, ‘, 그런 것 같기도 하군이랬던 거야. 그 학자는 일본으로 돌아와 다시는 그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 다른 나라 말을 하는 데는 다 그런 한계가 있는 거니까 최선을 다해서 노력은 하되 그들과 똑같이 되지 않는다고 고민할 건 없어. 똑같아지려고 하는 건 망상이고, 망상에 매달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

 

(239-240)

‘10월유신이란 지금까지 있어 온 군부독재가 더욱 강화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죽을 때까지 권좌를 보장하는 임금의 탄생이었다. 그건 정치제도 중에서 가장 추악한 봉건제도의 부활이었고, 몇백 년의 뒷걸음질이었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이승만 독재를 비판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민중의 편에 설 것을 역설하며 후배들을 이끌었던 신 선배는 그때와 정반대의 배를 바꿔 타고 있었다.

 

(247)

사실 인생이란 게 별게 아니긴 한데 고비고비 잘 풀리지 않으면 그것 참 팍팍한 모래밭인 거라. 죽고 나면 다 헛것인데 산 목숨 하루하루는 심각하고 절실하니까 최선을 다해 노력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숱한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제 나름으로 많은 말들을 했는데 정작 정답은 없는 게 인생이거든. 사는 것, 그것에 열중할 수밖에 없어.”

 

(307-308)

저에 대한 것은 과찬입니다. 저는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오늘의 포철이 이룩된 것은 임직원 여러분들과 공사에 참여한 수많은 분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피땀을 흘려 쌓아올린 공입니다. 다시 말해 공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입니다. 이 말은 후판공장에서 첫 생산된 두루마리 후판 몸체에 제가 쓴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포철 준공을 기적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포철의 성공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계를 비롯해서 재계, 언론계까지 포철은 실패할 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후발국들은 종합제철 건설에 거듭 실패하고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나라가 브라질과 터키입니다. 특히 브라질은 나라가 굉장히 크고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도 실패했는데 우리나라는 별다른 자원도 없으니 더 어렵지 않으냐 하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성심을 다한 사람의 힘은 하늘도 움직인다는 말을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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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
쥘리앙 보브로프 지음, 김희라 옮김, 이재일 감수 / 북스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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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쥘리앙 보브로프라는 사람이 쓴 <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란다. 오랜 만에 양자역학 책을 읽는 것 같구나.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어려운 것은 맞단다. 그런데, 이 책의 앞표지와 제목을 보면 그 어려운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되어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단다. 양자역학은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이고 중복되는 내용이 있어도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을 가끔씩 읽는 것이 좋단다. 복습한다는 생각도 있고, 새로운 지식을 만난다는 생각도 있고, 무엇보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아빠는 같은 내용이라도 주기적으로 읽어주어야 사라지는 기억력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게 된단다.

<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라는 책은 몇 달 전부터 봐두던 책이란다. 이 책의 지은이 쥘리앙 보브로프는 프랑스의 대학 교수이고, 과학의 대중화에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이 책도 양자역학을 일반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려고 기획한 책이란다. 수식도 없이 말이야.. 그러나 책 제목처럼 술술넘어갈 양자역학이 아니지

 

1.

아빠도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좀 읽었더니,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이전 책에서 본 내용들이 많았고, 지은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낼 때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알겠더구나. 빛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노력한 많은 과학자들이 빛이라는 것은 파동과 입자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무척 놀랐을 거야. 파동과 입자라는 것은 그 성질로 보아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빛도 그리 놀랬는데, 전자라는 물질이 그렇다면실험을 해보면 전자라는 입자도 파동처럼 움직이는 확인했을 때,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을 거야.

파동이면서 입자.. 이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아빠는 이해하고 있단다. 그렇다면 작은 입자 말고 큰 입자들은? 큰 입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거야. 아빠가 이해한 바를 다시 이야기해보면모든 입자의 위치는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야. 어떤 입자가 그 위치에 있는 것은 그 위치에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리고 누군가 그 입자를 관찰하려고 하면 파동의 성질은 사라지고, 확률 높은 곳에 입자로 보이게 되는 것이지

큰 물질들은 무엇인가에 의해 관찰되기 쉬워지고, 그로 인해 가장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위치에 있게 되는 거야. 파동의 성질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가장 큰 입자는 어떤 것인가? 전자 알갱이에서 시작한 이후로 많은 과학자들이 더 큰 알갱이를 가지고 이중슬릿실험을 하여 파동의 성질을 찾아 보았다고 하는구나. ChatGPT에 물어보니 2000개 이상의 원자로 된 분자에서도 확인을 했다는구나. 정말 대단하지 않니? 우리 같은 사람도 어차피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가능한 거야. 그래서 그런 것을 확장하여 관련된 SF 소설도 있고 어벤져스 같은 영화도 있는 것이란다.

이 책에는 양자역학 하면 꼭 나오는 파동함수에 관한 이야기, 결 잃음에 관한 이야기, 그 유명한 코펜하겐 해석에 관한 이야기, 다세계(다중우주) 해석에 관한 이야기, 양자 얽힘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이런 이야기들은 아빠가 이전에 다른 책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오늘은 패스할게.

 

2.

양자역학을 읽다 보면 스핀이라는 용어가 나온단다. 스핀은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고유한 각운동량으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여서 스핀(spin)이라고 불린단다. 스핀은 up, down 두 방향 상태를 가지고 있단다. 대부분의 물질을 이루는 up down은 거의 5050으로 비슷하단다. 예전에 읽은 <쿼런틴>이라는 SF 소설에서 스핀의 방향을 하나씩 일일이 세던 사람이 생각나는구나. 스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지식 전달의 우려로 하지 말아야겠다. 단지 전자 알갱이 하는 1/2 스핀이라는 점, 스핀 한 개는 2개 입자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 스핀의 개수가 정수인 물질을 보손이라고 하는 점, 스핀의 개수가 정수가 아닌 물질은 페르미온이라는 점 정도만 이야기해야겠구나.

표준모형 입자 중에서 보손의 예로는 광자, 글루온, W보손, Z보손, 힉스 입자, 폰론 등이 스핀 1개로 보손이고, 페르미온의 예로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 쿼크, 중성미가가 각각 1/2스핀 한 개로 이루어져 있어 페르미온이 된단다. 수소 알갱이 한 개는 양성자 1, 전자 1개로 이루어져 있으니 1/2스핀 더하기 1/2스핀 하면 1개 스핀이 되어 정수의 스핀이기 때문에 보손이 되는 것이란다. 만일 너희들을 이루고 있는 원자의 구성과 개수를 모두 안다면 너희들이 보손인지 페르미온인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거야.

….

최근 양자 컴퓨터 관련 주식이 뜨거운 것 같구나. AI 다음은 양자 컴퓨터라면서 주식이 하늘 높이 치솟다가도 양자 컴퓨터는 아직 멀었다는 전문가의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 아래로 치박기도 한단다. 컴퓨터의 기본 단위 bit는 한 개로 0, 1 이렇게 두 가지 정보를 알려주지만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 큐비트는 양자의 중첩과 얽힘으로 더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고 했어. 전에도 한번 읽은 적이 있지만, 잘 이해가 안 가서 패스. 나중에 유튜브에서 쉽게 설명한 것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책에 큐비트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너희들도 한번 읽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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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양자 컴퓨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겉보기에는 고전적 컴퓨터처럼 비트와 논리 게이트를 가진 회로 같다.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보면 각각의 비트는 단순한 0이나 1이 아니고 둘의 중첩 상태로 나타난다. 각각의 양자비트, 큐비트(qubit)’ 8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시에 두 상태에 놓인다. 중요한 것은 스핀의 두 방향, 원자의 두 에너지, 광자의 두 분극이다. 핵심은 두 가지 상태의 중첩을 얻어내는 것이다.

고전적 컴퓨터와의 두 번째 큰 차이점은 큐비트가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얽혀 있고 서로 복잡하게 섞여 있어 큐비트 하나에 영향을 주면 즉시 다른 모든 큐비트에 영향을 미친다. 요컨대 개별적인 0 1 대신 우리가 접하게 될 것은 0 1의 조합이 중첩되면서 동시에 얽혀 있는 상태다. 영원히 결속된 집단이 있는데 그 구성원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있어 나중에는 서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거기에 이 개인들 각자가 남자인 동시에 여자라는 점을 추가해보라! 이것은 바로 양자 컴퓨터가 시작된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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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의 사양 분야는 어디가 적합할까? 이 책의 지은이는 분자 시뮬레이션이라는 곳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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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268)

양자 컴퓨터의 수많은 잠재적 사용 분야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분자 시뮬레이션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비료를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 슈퍼컴퓨터는 더 저렴한 또 다른 화학반응을 개발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며, 그 결과 화학공업의 새로운 촉진제가 발견될 것이다. 또 이 컴퓨터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거나 광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과정을 연구할 수 있으며, 신약을 위한 분자를 고안하거나 몇 가지 암 치료에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 접힘 같은 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효율적인 배터리 개발을 위한 인공 소재 발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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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아빠의 생각에 양자컴퓨터가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구나. 알고리즘이 너무 복잡하고, 아직은 오류율이 높아서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해. 오류율을 30퍼센트에서 1퍼센트까지 줄이긴 했는데 여전히 높은 것은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만 상용화된다면, 적은 비트로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전력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어. 언젠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어 전력을 확 줄여서 지구온난화를 더디 가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왜 양자물리학을 이해해야 할까?’

책의 끝 문장: 또한 이 학문을 탐구하는 이들의 깊은 내면으로 빠져드는 일이고, 120년 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나 이제 막 출발한 탐험이다.

 



이제 당신은 어떤 홀에 있고 오케스트라는 첫 번째 화음을 연주한다. 악기들로부터 음악이 솟아나 홀 전체로 퍼져나가지만 확률적으로만 그렇다. 게다가 넓은 홀 안의 침묵은 완벽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파동은 침묵 속에 퍼져나가고, 그때 갑자기 파동이 한 점으로 축소되어 청중 한 명의 귀에 닿는다. 나머지 청중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다음 음이 두 번째 청중이 각자 단편적으로 들었던 것을 서로 주고받아야지만 그날 밤 연주된 교향곡을 재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 P40

2018년 11월 16일 베르사유 컨벤션센터에서 전 세계 물리학자들은 역사적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준비를 했다. 그것은 국제단위계의 변화였다. 참가자들은 열기가 넘쳤다. 각국 대표는 자기 차례에 일어나서 구두로 ‘예스(Yes)’를 외치며 자국 표지판을 들었다. 우루과이 대표가 마지막으로 ‘예스’를 외치자 모든 과학자가 일어나 진심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들은 만장일치로 킬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결의했다. - P76

그런데 불확정성 원리를 적용하면 열역학은 심지어 절대 영도에서도 원자들이 계속해서 조금씩 움직일 거라고 예상한다. 원자들은 ‘영점 에너지(zero point energy)’를 가진다. 구체적이며 놀라운 결과로 절대 얼지 않는 액체 헬륨이 존재한다. 심지어 절대 영도에 대해 근접한 온도에서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생기를 얻은 조그만 움직임으로도 이 액체의 원자를 요동시키기에 충분하며, 결과적으로 원자들이 고체를 이루지 못하도록 막는다. 다른 액체는 모두 얼지만 헬륨 원자들은 상호작용이 극도로 적어 쉽게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 P86

게다가 양자물리학 논문에서 여러 해석 중 어떤 것을 언급하는 경우는 극히 머물다. 연구자 대부분이 취하는 입장은 데이비드 머민의 이 말로 잘 요약된다. "입 다물고 계산하라!" 과학의 역할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있다며 이들에게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목표는 무엇보다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것이지 반드시 ‘왜’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 P134

애초에 원자를 이해하려고 연구된 양자물리학은 입자물리학을 탄생시켰다. 이 학문은 소재의 세계와 IT 세계를 탐험했다. 마침내 입자물리학은 화학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흔히 물리학자들은 거만한 눈으로 동료 화학자들을 대한다. 아마도 이것은 두 학문의 역사적 기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물리학은 갈릴레이, 뉴턴과 함께 탄생했고 이들은 세계에 대해 수학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을 제시했지만, 화학은 연금술사 덕분에 여러 의식으로 가득한 마법 세계에서 첫발을 떼었다. 양자물리학이 탄생한 이후 카드 패는 다시 섞였다. 화학과 물리학은 하나의 동일한 학문이 되었다. 물리학자들은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P189

그런데 저항이 완전히 0이라고 하거나 저항이 너무 약해서 측정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점을 알아보기 위해 건전지를 제거해보자. 초전도체가 아닌 구리에서는 전류가 즉시 멈춘다. 전자들은 끊임없는 충격 때문에 계속해서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초전도체 고리에서는 전류가 계속해서 완벽히 흐른다. 한 시간 후에도 전자는 지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음 날이 되어도 전류는 여전히 그대로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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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작가 헤벨이 주는 정답은 이렇다. 천사가 당신에게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물어줄 경우 답해야 할 첫째 소원은,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알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것. 둘째 소원은 무얼 빌어야 할지 물어서 알게 된 그 소원을 비는 것. 마지막으로 빌어야 할 세 번째 소원이 중요한데, 바로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35)

세상의 일은 다 어렵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하면서, 이를테면 내가 죽지 못해서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제 일인걸요하면서 성실히 임하는 것은 많이 다를 것이다. 일의 성과도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의 삶의 질이 다를 겁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함으로 하는 것이 지금 주어진 일을 감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40-41)

아이들은 아이들일 때 놀아야 한다. 놀아야 몸도 마음도 튼튼해지고 주위를 살피며 세상 이치도 깨닫고, 무엇보다 심심해서 이것저것 해보는 가운데 진정한 창의력이, 생각이 자란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아이 때 아이노릇 잘 해야 학생 때 학생노릇 잘 하고 어른 때 어른 노릇 잘 하는 건 자명한 이치이다. 아이 때는 공부하고, 어른 되어서는 남의 눈치나 보며 그저 놀고 싶어 하고, 저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차면 어떻게 되겠는가.

 

(57-58)

공부하느라 고생이 막심한 어미를 일찍부터 보아온 탓에 어려서부터 공부는 절대로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거의 좌우명 삼고 산 것 같다. 그러나 자기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도 끝도 없이 했다. 그러고 보면 어떤 점에서는 어미로부터 그리 멀리 가지도 않은 것 같다. 온 식구가 그렇다. 다들 가끔씩 만나면 매우 반가워하는 그런 사이가 일찍부터 되어버렸다.

 

(103)

어두운 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불 켜진 딸의 방을 쳐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안에 정말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피어 있구나, 작은 한 송이 지혜의 꽃이. 세상의 비바람 속에서도 견뎌야 할 텐데. (어미가 일하며 힘든 모습을 너무 많이 보인 탓인지 딸은 용돈을 달라고 떼를 써야 할 나이에도 용돈은커녕 학교에 내는 돈조차 안 받으려 들었다. 훗날 장학금 주며 데려가 공부 잘 시켜준 좋은 학교를 잘 마쳤다.)

만년필을 잡으면 글을 쓰지 않아도 손이 따듯하다. 만년필을 놓고 스탠드 불빛 앞에서 손을 펴본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주먹을 가만히 쥐었다가 다시 펴면, 내 손안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듯하다.

 

(139)

남의 살을 세세히 알 수야 없다. 그러므로 남들은 대체로 편안하거나 그저 그만한 것 같고 나 혼자만 이런 수렁에 빠져 있는 것 같은 오해, 어쩌면 그런 오해를 기반으로 우리는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한 구절을 대할 때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나 내 눈 앞을 스쳐가는 삶의 굽이굽이들. 그걸 지나고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171)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이 미미한 것이라면, 우리의 사랑이 그것을 살리고 키울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미한 나도, 무엇인가를 소중히 할 줄 아는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리라. 무언가 큰 것을, 거리를 두거나 실없이 미워하는 대신 사랑한다면, 어쩌면 나도 그만큼 따라서 커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무얼 얻어내겠다는 생각과 계산이 끼어들면, 그때는 사랑이 부서지고 만다. 세상 허섭스레기에 가 있는 눈길은 단호히 거두어들여야 한다. 그런 것들을 바라보고 사랑아닌 사랑을 하는 동안 우리는 귀한 것, 가엾은 것, 우리 모두 나서서 바꾸어야 할 것, 자라나는 것, 푸르른 것은 확실하게 외면하고 있다.

 

(227)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눴고, 어딘가에서는 무얼 읽었고, 또 어딘가에서는 뭔가 간절한 생각을 했고, 그런 이유로 소중해진 곳들이 어느새 다 내 자리가 되어 있다. 푸코의 말마따나 이 세상에서 자리 하나 만드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개인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어 있는데 나는 참 부자로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235)

아이를 나 혼자 기른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어차피 세상에서 살 것이기도 하지만 당장 있으나마나한 어미 대신, 주변 사람들이 내 아이를 한번이라도 아끼는 눈길로 보아주길 바랐다. 나도 이웃아이들에게 그렇게 했다. 늘 문이 열려 있다 보니 가끔씩은, 냉장고 안에는 이웃이 넣어두고 간 김치나 다른 반찬이 들어 있기도 했다. 헌 신발이나 옷가지가 현관문 안에 놓여 있기도 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내 아이들이 어디선가, 아프거나 슬퍼서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그 분들이 왜 그러느냐고 물어주셨을 것이다. 내 아이들은, 절절 매며 시간을 쪼개 쓴 어미가 아니라, 그 분들이 키워주신 것 같다.

 

(249-252)

나는 지금까지 글을 읽어오면서 문학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남기고, 전하고,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현실에서는 일일이 다 만나낼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만나보는 일은 세상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면서 가능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글을 배우고 읽는 궁극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힘들여 남기고, 전하고, 읽는 것은 아마도 바른 삶이어야 할 것이다. 글 읽는 시간이란 것도 궁극적으로 바른 삶을 생각하는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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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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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은 시를 읽곤 한단다. 즐겨 읽는 편은 아니야.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자유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류시화 시인이라고 말할 것 같구나.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류시화 시인은 시 뿐만 아니라 에세이도 참 좋단다. 시라는 것이 한 번 읽고 바로 와 닿지 않아 애를 먹이는 경우도 많은데, 류시화 시인의 시들은 한번에 가슴에 딱 달라붙어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기쁘게 해주기도 한단다.

나이를 먹게 되면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단다.

아빠의 예를 들어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류시화 시인의 시들을 읽어보면 그 말이 틀린 것 같단다. 시라는 것이 함축적이고 비유적인 말들이 많은데, 류시화 시인이 어떤 사물을 두고 비유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단다. 평상시에는 연관성이 없어 보였는데, 류시화 시인이 이야기하니까 둘 사이가 그런가 보네

삶을 노래하고, 죽음을 노래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희망을 노래하고, 그리움을 노래하는 류시화 시인의 이번 시집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도 좋았단다.

 

1.

아빠가 책을 읽고 나면 좋은 구절들을 발췌하곤 하는데, 시집은 아빠가 마음에 들었던 시 전체를 발췌한단다. 시라는 것은 전체를 다 읽어야 제대로 된 맛을 알 수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오늘은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시집에서 발췌한 몇 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독서 편지를 대신할게. 책의 첫 번째 실려 있는 <살아있다는 것>이라는 시는 연탄 시로도 잘 알려진 안도현 님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떠오르는 듯 했어. 물고기와 새를 통해 온 생애를 걸어봤냐고 묻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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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살아 있다는 것

 

뭍에 잡혀 올라온 물고기가

온몸을 던져

바닥을 치듯이

그렇게 절망이 온몸으로

바닥을 친 적 있는지

그물에 걸린 새가

부리가 부러지도록

그물눈을 찢듯이

그렇게 슬픔이 온 존재의

눈금을 찢은 적은 있는지

살아 있다는 것은

그렇게 온 생애를 거는 일이다

실패해도 온몸을 내던져

실패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돌릴 겨를도 없이

두렵게 절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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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의 책에 사랑이 빠질 수 없지. 이 책의 제목을 뽑은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는 사랑에 관한 시야. 사랑에 빠지게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되지..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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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밤늦게까지 시를 읽었습니다

당신이 그 이유인 것 같아요

고독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사랑을 만난 후의 그리움에 비하면

이전의 감정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도

 

시 아니면 당신에 대해 얘기할 곳이 없어

내 안에서 당신은 은유가 되고

한 번도 밑줄 긋지 않았던 문장이 되고

불면의 행바꿈이 됩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당신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

..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라는 시는 사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것은 누군가가 아닌,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고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는 감수성과 창의성이 부럽구나.

==================

(92)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것은

당신을 발견한 내 눈을 사랑한 것이고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내 귀를 사랑한 것이고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나를 사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신에게 다가간 내 목숨을 사랑한 것이고

당신 곁에서 웃는 나의 아픔까지 사랑한 것이고

당신의 폐에 들어갔던 공기를 숨 쉬는

나의 폐를 사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지대가 꽃나무가 사랑하듯이

슬픔의 무게로 기쁨의 가벼움을 사랑하듯이

아무도 모르게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사랑이었는지도 모른다

==================

….

<물음표>라는 시는 계속 질문을 하는 하는 시란다. 시를 쓰려고 이것저것 스스로 물어본 글들을 쭉 놓아놓은 듯 한데, 그것으로 좋은 시 한 편이 된 것 같구나. AI 시대에서는 누가 얼마나 더 좋은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단다. 그런 시대에 발맞춰 쓰신 시는 아니겠지? 이 시에 나온 질문들은 ChatGPT에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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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31)

물음표

 

우리의 눈은 사랑하는 사람을 발명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을까?

내 눈썹을 그릴 때 신은 어디서 검은 색을 얻었을까?

바다의 결정체인 소금은 왜 파란색이 아닐까?

숯은 불을 어디에 감추고 있을까?

바람은 자신을 손짓하는 나뭇잎을 어떻게 찾아갈까?

돌이 흘리는 눈물은 왜 냉정하지 않고 고단해 보일까?

무는 세상의 무엇이 보고 싶어서 흰 목을 빼고 있을까?

지빠귀처럼 사람도 자신의 얼굴을 정하고 태어날까? 그 얼굴은 어디서 고를까?

아득한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동안 빗방울의 심장은 두려울까? 두근거릴까?

거리에서 혼잣말하는 여인은 누구와 이야기하는 걸까?

속으로 우는 울음만큼 절창이 없다는 걸 갈대 피리는 언제 알았을까?

모든 전등은 왜 약간은 떨면서 켜져 있을까? 자신이 돌아갈 어둠에 맞서기 때문일까?

내가 그리워한 첫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금 간 사랑을 꿰매려면 얼마나 긴 인동초 꽃실 빌려야 할까?

왜 우리는 평생을 함께 지내는 자신과 행복하지 않을까? 더 큰 형벌이 있을까?

억새는 왜 지나가는 모든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까?

내일을 알려면 얼마나 많은 어제를 불러 모아야 할까?

수십 억 인구 중에 왜 둘만으로 부족함이 없는 걸까?

나는 언제부터 당신의 나이고

당신은 언제부터 나의 당신이기로 결정했을까?

누가 인간의 몸을 본떠 물음표를 만들었을까?

==================

아빠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시는 곧 공부라고 생각했단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은 늘 아빠를 괴롭혔으니 말이야.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구나. 책 읽을 시간도 적은데, 거기에 시집까지 읽어보라고 할 수는 없겠구나. 시집은 나중에 감수성 충분해지는 이십 대에 읽는 것으로…^^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물에 잡혀 올라온 물고기가 온몸을 던져 바닥을 치듯이

책의 끝 문장: 아무리 연습해도 나는 작별의 말이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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