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의 지은이 마거릿 애트우드는 꽤나 유명한 사람인 것 같구나. 아빠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말이야. 작년에 겉표지를 싹 바꾸어 특별판이 출간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어. 당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었기 때문에 이 책의 특별판을 제작해서 출간하지 않았나 싶더구나. 작년에 사람들이 이 소설과 이 작가에 대해 엄지척을 드니, 귀가 얇은 아빠도 관심리스트에 책목록을 적어놓았단다.

이 소설은 1985년에 쓴 책이라고 하는구나. 디스토피아에 관한 이야기. 대충 이 정도 사전 지식을 가지고 책을 집어 들었어.

가까운 미래북아메리카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시스템이 변해 있었단다. 나라이름도 길리어드 공화국이라는 나라가 생겼고, 여전히 국경 지역에서는 전쟁을 하고 있었어. 자유를 상징하고 최우선 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자유가 억압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단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이런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싶어. 소설의 시작에는 어떻게 그런 사회가 되었는지 알려주지 않았어.

주인공 오브프레드의 글을 통해서 당시 사회를 추측해야만 해. 오브프레드도 본명은 아니고, “of”라는 소유격을 뜻하는 전치사와 그녀의 주인 이름인프레드가 합쳐진 이름이야.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미국이라는 나라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길리아드 공화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해.

우선 철저한 계급사회처럼 보였어. 사령관이라고 하는 사람의 집에 많은 하인들, 시녀들이 있었고. 오브프레드도 그런 시녀들 중에 한 명이었지. 오브프레드는 그 이전에도 다른 사령관의 집에 있었고, 이번에도 새로운 사령관의 집에 발령받은 거야. 시녀들은 그 전에 단체로 교육을 받곤 하는 것 같았는데, 그 교육을 관할하는 사람의 직급을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것 같았어. 길리아드 공화국에서는 사랑도 할 수 없고, 연애도 할 수 없었어. 그런 억압된 규칙에 위반한 자들은 교수형에 처해져서 장벽에 걸려 있었어. 낙태 수술을 했던 의사들, 동성애자들도 교수형에 처해졌단다.

시녀들의 역할은 무엇인고 하니, 사령관의 아이를 낳는 것이었어. 그렇다고 은밀한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도 아니었어. 사령관의 아내가 시녀의 상반신을 잡고 있으면, 사령관이 서서 그 짓을 하는 것이었어. 이것은 성스러운 사랑 행위도 아니고, 동물들이 하는 교미와 다를 바 없었단다. 어쩌다가 이런 사회가 되었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그 궁금증과 함께 페이지를 넘겼단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렇게 세상이 변한다고, 사람들이 순순히 따를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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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대재앙 직후, 그들은 대통령을 쏘아죽이고 의회를 기관단총으로 쓸어 버렸고, 군대는 계엄령을 선언했다. 당시 그들은 이슬람 광신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침착하십시오.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말했다. 상황은 완벽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충격을 받았을 거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정부 전체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다니. 그들은 어떻게 침입했을까.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때가 바로 그들이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다. 그들은 한시적인 조치라고 했다. 거리에선 소요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밤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지시를 기다렸다. 사태의 주범이라고 지목할 수 있는 확실한 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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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렇게 변한 것이라고 짧게 이야기하고 있단다. 물론 초기에는 저항 세력도 많았고, 저항을 할 수 없다면 국경 넘어 도망가려는 사람도 많았어. 오브프레드의 남편이었던 루크도 그런 사람이었어. 오브프레드와 루크 사이에는 사랑스러운 딸도 있었어.

그들은 길리아드 공화국 초창기 시절,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일 때, 오브프레드와 루크는 소풍 가는 척하면서 국경을 넘으려고 했지만, 실패를 했고, 그 이후로 그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어. 딸은 입양되었고, 루크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어. 이건 그들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야.  탈출 실패에는 죽음 만에 기다리고 있었지. 가장 친했던 친구 모이라도 탈출 시도를 했는데,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어. 행방불명.

2.

시녀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면 쓰레기 폐기 처분하는 것처럼비여성이라는 딱지를 붙여 죽였어. 그들의 역할은 아이를 낳는 거니까 말이야. 한 달에 한번 병원에서 가서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어. 그런 시녀들의 운명을 알고 있는 의사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위험한 유혹을 하기도 해. 어차피 임신을 하지 못하면 죽게 되니까, 자신이 임신을 시켜주겠다고 말이야.. , 끔찍한 사회로구나.

그런데 어느날 남자 하인 닉이 찾아와서 사령관의 서재로 오라고 이야기했어. 사령관의 명령이라고 말이야. 아내 몰래 오브프레드를 서재를 불러들인 사령관. 아빠는 음침한 짓을 하려는 줄 알았어. 그런데 사령관은 스크래블 게임을 하자고 했어. 길리아드 공화국에서는 사라졌지만, 예전에 많이 했던 보드 게임이었지. 낱말 맞추기 보드 게임.

지금 이런 게임을 하는 것은 불법이었어. 그렇게 사령관은 오브프레드와 함께 스크래블 게임을 했어. 매일 얼굴을 보면 정이 든다고 했나? 두 번째 의례가 있는 날은 첫 번째와 다른 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었어. 사령관뿐만 아니라 오브프레드에게도 말이야. 그런 다른 감정을 사령관의 아내가 눈치를 채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

오브프레드는 사령관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몰래 만나게 되면서 사람다움을 찾았다고 생각했어. 그로 인해 행복마저 느끼게 되었지. 사령관과는 이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사령관은 지금은 금기가 된 잡지책을 오브프레드에게 보여주기도 했어.

그리고 좀더 나아가 어떤 날은 오브프레드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어. 그곳은 사령관과 비슷한 사람들, 즉 다른 사령관들이 여자들을 몰래 데리고 와서 만나는 일종의 클럽이었던 거야. 그곳은 길리아드 공화국 이전의 세상 같았어. 남자들과 여자들이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지. 상위 계급에 있는 사람들도 진정한 사람 사는 곳을 열망하고 있던 거야. 그리고 그 클럽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모이라를 다시 만났단다. 탈출했다가 다시 잡혀 온 이후 겪었던 숱한 고생을 모이라는 이야기해주었어. 클럽에서의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모이라를 다시 만나 기뻤단다.

.

3.

자신 전에도 사령관과 이런 밀담을 나눈 시녀가 있었다고 했어. 그러다가 사령관의 아내에게 들킨 이후 자살을 했다고 했어. 오브프레드는 어떻게 될까. 사령관의 아내의 이름은 세레나인데, 그 세레나는 아이를 무척 갖고 싶었지만, 사령관의 임신시도가 계속 실패를 하자, 오브프레드를 몰래 찾아와서 은밀한 부탁을 했어. 하인 닉과 자리를 주선해줄 테니, 닉의 아이를 임신하고, 사령관의 아이인척 하라고 말이야.그 정도로 아이를 원했던 것 같아.

오브프레드도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가져야 하니까 그러겠다고 했어. 그 이후 오브프레드는 닉에게 사랑을 느꼈어. 닉을 몰래 찾아가 사랑을 나누기도 했지. 닉은 무슨 조직에 있었던 것 같았어. 닉과 같이 무기를 들고 들이닥친들에게 오브프레드가 끌려갔어. “눈”들은 비밀 경찰 같은 사람들이었지. 국가기밀법 위반이라는 죄목이라고 했고, 사광관과 세레나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단다.

사실 그 일은 오브프레드를 탈출시키기 위한 속임수였거든…. 그렇게 오브프레드의 글은 맺었어. 그 이후 오브프레드는 다시 자유를 찾았는데, 다시 잡혀왔는지 알 수는 없었단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오브프레드의 글이 발견되어 그 글에 대한 연구논문이 쓰여졌지만, 그녀가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기술되지 않은 채 소설은 끝을 맺게 되었단다.

미래를 그린 소설이긴 한데, 너무 어둡게 미래를 그렸단다. 그리고 주인공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소설이 끝이 났단다. 오브프레드가 길리아드 공화국에 대항하는 해방군에 합류를 하면서 끝이 났다면 희망을 볼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마지막 그녀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로 길리아드 공화국 이후의 세상을 추측해야 하는 것 같은데, 아빠로서는 그것까지 추측하기에는 능력 부족이로구나.


(102쪽)
나는 기다린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내 자아는 지금부터 내가 구성해야만 하는 물건이다. 연설을 짜맞춰 구성하듯이. 지금부터 내가 내놓아야 하는 것은 선천적인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인공적인 무엇이다.

(126~127)
우리는 기다리고, 복도의 시계는 똑딱거리고, 세레나는 담배를 한 개비 더 꺼내 불을 붙인다. 그 사이 나는 자동차 속으로 들어간다. 토요일 아침이고 9월이다. 우리한테는 아직 자동차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사정이 나빠져서 자동차를 다 팔아야만 했다. 내 이름은 오브프레드가 아닌 다른 이름이다. 지금은 금지된 이름이라 아무도 불러주지 않지만. 나는 상관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이름이란 건 전화번호와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나 쓸모 있는 거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일 뿐 사실이 아니다. 이름은 중요한 문제다. 나는 그 이름의 기억을 숨겨놓은 보물처럼 언젠가 다시 돌아와 파낼 나만의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 이름이 묻혀 있다고 여기고 있다. 나의 진짜 이름에는 마력이 있다. 상상할 수도 없이 아득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부적 같은 마력이. 밤마다 내 싱글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으면 그 이름이 눈앞에 어른거미려 떠다닌다. 손에 닿을락 말락 어둠 속에서 빛을 내며 떠다닌다.

(336)
옛날 우리의 사고 방식을 돌이켜 보면 낯설기만 하다. 손만 뻗으면 뭐든 가능할 것처럼 생각했다. 우연이라든가 한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한없이 뻗어가는 우리 삶의 경계를 마음대로 빚고 수정하는 일을 영원히 계속할 수 있을 것처럼, 우리는 믿고 생각했지.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나 역시 그렇게 행동했다. 루크는 내게 첫 남자가 아니었고, 어쩌면 마지막 남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얼어붙어 버리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시간 속에, 허공 한가운데, 그때 그 나무들 사이에 떨어지는 모습으로, 그렇게 정지해 죽어 버리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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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3-04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별판으로 사둔 책이 책장에서 반짝거리는데 얼릉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독서시간이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도외시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요.
북홀릭님의 자녀들에 대한 편지를 보며
훌륭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언젠가 따라해도 되죠? ㅎㅎ

bookholic 2018-03-05 00:08   좋아요 1 | URL
물론이지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애들이 어려서..) 아직 이 독서편지의 존재를 모릅니다. ㅎㅎ
나중에 커서 보면... 읽다가 꾸벅꾸벅 졸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녀이야기> 즐독하시고요.
월요일인데, 즐거운 한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