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금 미국의 정치가들,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많은 양식 있는 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그들의 대통령 트럼프의 정신건강 문제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적잖은 고민거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정파적 이해관계로 볼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정신과의사협회의 규칙에 따르면, 환자에 대한 충분하고 직접적인 면접에 근거하지 않은 의학적 진단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에 한에서는 이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지금 미국의 정신의학계에서는 꽤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는 군 통수권자로서 언제라도 미국과 세계를 파국으로 빠뜨려 놓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대통령이 된 이후 그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온갖 상식 이하의 기괴한 언행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을 볼 때, 이것은 마땅히 국가적 비상사태로 봐야 한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쓴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증례>(2017.10)라는 책이 출판되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는 전문적 증언들이 공개되고 있다.

 

(12)

베이징은 이제 놀랄 만큼 잘 정비되고 공기도 깨끗한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고층 건물을 짓고, 택배, 청소원, 서비스 노동자 등으로 일하며 이 도시에 공헌해온 가난한 농촌 출신 노동자들은 쫓겨나고 있다. 석탄난방 금지도, 노동자 내쫓기도, 그로 인한 고통을 덜어줄 어떤 준비나 예고도 없이 주민들의 삶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밖에도 베이징 시정부는 수도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을 밝고 맑게만든다는 명분으로 11월말부터 건물 간판을 모두 철거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베이징시내에서 1 4,000여 개의 간판이 사라졌고 사람들이 건물을 찾지 못해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5)

직업대표제는 정당 중심 구역대표제로 구성된 의회제의 폐단을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1) 대표 수(의석 수)는 직업별 인구비례(혹은 직업단체 회원 수)에 따라 분배되므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소수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각 직업 종사자를 포괄하는 진정한 다수의 정치를 할 수 있다. (2) 직업단체 단위로 대표를 선출하면 대표가 제한된 목적과 직능에 한하여 권한을 행사하므로, 의원이 포괄적 위임에 의거해 모든 영역에서 만능적 대표로 군림하는 폐단을 방지할 수 있다. (3) 유권자가 직업단체 단위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의원과 지속적으로 만나 대의(代議)과정을 형성하고 의정활동을 감시하며 직접민주(국민소환, 국민발안 등)을 실행하기에 용이하다. (4) 각 직업 방면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직업대표제가 구역대표제보다 민주공화의 원리에 훨씬 더 충실한 제도로 평가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47)

중국 체제의 우월성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혁명전쟁을 통해 건국한 나라이다. 중국 국가는 혁명을 지지한 인민에게 무한책임을 진다. 무한책임을 진다는 말은 설령 월급을 주지 않아도 공무원들은 정상 출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국가가 무한책임을 지는 여러한 상층구조는 어떠한 경제기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를 대신하여 불경기에 경기를 진작하고 활황기에 조절을 할 수 있는, 국유 경제 제도만이 무한책임을 질 수 있다. 그리고 국가전략을 수행해야 하므로 당연히 효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과잉 장기 독점 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유 은행이 필요한 것이다.

 

(69)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한 질문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무대 위에 있고, 눈부신 경제력, 과학, 정치력과 심오한 문화를 지닌 중국이야말로 국제 무대의 한가운데에 서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다. 과거 아시아에서 가장 강했던 중국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처럼 식민지 개척의 길을 걷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이 공평한 세계 경기장구축에 공헌할 수 있으리라 나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이 왕성한 창조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경제력과 권력추구를 냉정하게 절제하고, 어떻게 자신들의 전통문화가 국가와 세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78)

중국은 전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석유는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시멘트의 60%를 소비한다. 기술분석가 바츨라브 스밀에 의하면, 2011~2013 3년 동안 중국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쏟아부은 시멘트의 양은, 미국이 20세기 전 기간 동안 도시와 항만, 도로, 열차 시스템, 공항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 쏟아부은 것보다 더 많았다. 중국은 또한 목재와 임산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하여 시베리아로부터 동남아히아, 뉴기니, 콩고, 마다가스타르에 이르는 숲들이 대규모로 벌채되었다. 중국의 이 게걸스러운 소비 덕택에 미래세대는 원시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행성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그린피스는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9년에 중국은 미국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는데,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의 3분의 2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이 미국의 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83~84)

설상가상으로 중국 북부 도시들의 대기의 질을 개선하려고 시진핑 정부는 서쪽으로 산시성, 오르도스 분지, 내몽골, 기타 외딴 지역들에 광대한 석탄가스화기지들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현장에서 석탄을 태워 전력을 생산하고, 석탄을 합성가스와 같은 액화 연료로 변환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연료는 도시로 운반되어 발전소와 공장과 자동차의 연료로 태워질 것이다. 미국의 델라웨어와 코네티컷 주들보다도 더 넓은 땅을 포괄하는 이 광대한 기지들은 지구상에서 전례가 없는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또한 합성가스와 기타 화학물질들의 생산을 위해 너무나 많이 석탄화학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므로, 그 석탄을 그냥 베이징의 발전소들에서 태운 경우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만약 이 공장들이 전면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면 기후는 끝장날 것이라고 말한다.

 

(85~86)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인류 역사 전체를 통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살고 있다. 임박한 전 지구적인 생태적 붕괴가 점점 더 뚜렷이 부각됨에 따라, 자본주의에 대한 지지는 도처에서 무너지고 있고, 세계 전역에서 사람들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 경제 체제를 필사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실패할지도 모르고, 그것은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류가 그러한 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친 다음, 그리고 수천 년간의 놀라운 문명과 문화적 성취를 이룩한 다음에,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기껏 300년에 불과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 자신과 수많은 종()을 절멸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는 나는 믿을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지구상의 생명이 끝장나는 끔찍하게 슬픈 피날레가 될 것이다.

 

(114)

204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에 의한 자연재해가 각국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며 물과 식량을 둘러싼 투쟁이 격화될 것이다. 가뭄과 홍수 등으로 살 곳을 잃은 수백만 난민들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가로질러 상하수도 시설이 잘돼 있는 유럽 지역으로 몰려들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혼란을 거치면서 유럽은 유럽의 안보에만 매달릴 것이며 세계의 문제는 워싱턴에 떠넘길 것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더욱 약화돼 반군세력이 득세하고 식량과 물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진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혼란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은 군대를 아프리카 대륙으로 불러들여 카리브해와 중미 지역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난민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154)

공론화.

문제는 각 군마다 대상자 수를 정할 때 인구비례 기준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참여단은 서울, 경기가 47.4%였던 반면 울산은 1.4% 7명에 불과했다. 연령대도 50대와 60대가 각각 22.4%, 23.4%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15.2%로 가장 적었다. 핵발전 위험을 가장 오래 안고 살아가야 하는 세대임에도 말이다. 이는 분명히 불공정한 일이다. 사안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배분이라는 문제의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시민참여단이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 이는 공론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다음번에는 보다 섬세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56)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필요악인가? 결국은 경제. 재개 쪽 전문가들은 핵발전이 가장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에 큰 도움이 되며, 공사를 멈추면 원전 수출에도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2조가 넘는 매몰비용도 강조했다. 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신고리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며 전문가들을 믿으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위세를 떨친 경제성장 우선주의와 핵발전 안전 신화는 강고했다. 핵발전소 사고는 최악의 재양이고, 핵폐기물은 처리 방법이 없으며,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 과정은 도시민의 지역민에 대한 폭력이라는 명확한 사실들은 힘을 잃었다.

 

(157)

이처럼, 원전을 반대하면 원전과 동등한 전력 생산량의 대안을 요구한다. 그런 대안이 있기 전까지는 탈핵은 먼 미래의 일로 유보된다. 전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공포가 그만큼 큰 것이다. 이는 우리가 에너지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하는 도시에서 기계 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송배전에서 전기 낭비를 줄이고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내가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다. 게다가 핵발전의 폐해는 피해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실감하기 어렵다. 내가 만난 중단 입장의 시민들이 태양열발전을 하고, 농사를 짓고 벌을 치며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울산에 살다 몸이 아파 이사하고, 한수원에서 일하다 그만두는 등 자기 삶과 체험에 핵발전을 반대하는 근거가 있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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