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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아주 예전에는 일본소설을 잘 안 읽었어. 베스트셀러에 있는
몇몇 일본소설을 읽었다가 아, 뭐 이런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그 유명한,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였어. 사람마다 좋고 싫음이 다를 수 있잖아. 아빠한테 맞지 않는 작가인가 보다 했어. 그리고 다른 몇몇 작가의
소설들을 읽었는데 다 아빠랑 맞지 않았어. 그래서 아빠는 일본소설은 맞지 않나 보다 해서 관심 밖이었단다. 그러다가 일본 추리 소설들을 읽다가 일본의 추리 소설은 읽을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조금씩 다른 소설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추리소설이
아닌 소설 중에서도 괜찮은 소설들을 만나면서, 일본 소설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씩 벗겨졌어. 그러면서 누군가 추천한 책이면 관심이 가게 되었어. 예전에는 누군가
일본소설을 추천해도 “아, 네~~” 그러면서 찾아보지도 않았거든.
이번에 읽은 책도 아빠의 지인이 추천해준 책이야. 아빠가 요즘 일본소설에도
이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니, 추천해 주더구나. 일본소설이긴
한데, 작가가 재일교포라고 하는구나. 그렇다 보니 더 읽고
싶어졌어. 작가 이름은 가네시로 가즈키라고 처음 들어봤는데, 그의
소설 제목들을 들어보니 대부분 들어본 소설들이었어.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이 바로 “GO”라는 책이란다.
주인공이 재일교포로 나오는데, 지은이가 재일교포다 보니 자전적인 내용인가
싶기도 했어. 아무래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쓰지 않았을까 싶구나. 이
책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나오키 문학상도 수상하였대. 이제 아빠도 일본소설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도 다시 읽어보려고 해. 아빠가
즐겨 듣던 <지대넓얕> 팟캐스트의 패널 중에 김도인이라는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팬으로 그의 책들을 이야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나쁘지 않았거든.. 그런데 그의 책은 유명한 책들이 많아서 무엇부터 읽어야 할까?
1.
자, 이제 그럼 이번에 읽은
<GO>라는 소설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줄게. 스기하라. 주인공 이름이란다. 어머니는 한국 사람이고,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태생의 일본인이었단다. 제주도에서 태어났는데
왜 일본인이었냐고? 왜냐하면 스기하라의 아버지가 태어났을 때는 일제시대였기 때문이야. 할아버지가 징역으로 일본에 오면서, 아버지도 같이 일본에 왔다가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어. 광복 후 아버지는 국적을 선택해야 했어. 대한민국(남한)과 조선(북한)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당시 일본에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준 것은 조선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국적으로 조선을 선택했고,
그렇게 재일조선인이 되었단다. 그리고 아버지는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어. 아버지의 동생, 그러니까 스기하라의 삼촌은 1950년대 말 아예 조선으로 가버렸단다. 재일 동포를 북조선으로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빠도 학교에서 배웠어. 그것을 주도적으로 하는 단체가 조총련이라는 단체가
있었고...
....
그렇게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사시던 아버지는 54살 되던 해, 갑자기 하와이에 가고 싶다면서, 국적을 조선에서 한국으로 바꾸었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 조총련과 같은 성격의 단체가 한국 쪽에도
있었는데, 민단이라는 단체였어. 그 민단의 간부에게 뇌물을
엄청 주고 국적을 바뀌었는데, 그때 스기하라도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었어. 그때 스기하라는 중학생이었어. 중학교 때까지 조선학교에 다시던 스기하라. 고등학교는 일본학교에 입학했어. 일본학교에서 한국인이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 왕따라는 뜻의 일본어 이지메를 당했어. 아마
아빠가 알기로는 이지메가 우리나라에 와서 왕따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어. 상당히 안 좋은 것이란다.
스기하라의 아버지는 전직 국가대표 복싱 선수였고, 스기하라도 초등학교
때 아버지로부터 복싱을 한때 배워서 싸움에는 소질이 있었어. 자신에게 싸움 걸어오는 이들에게 스물네
번이나 싸워서 모두 이겼어. 그에게 첫 번째로 싸움을 걸었던 가토는 그의 절친이 되었지. 가토의 생일잔치가 있어서 갔다가 스기하라는 사쿠라이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되었어. 처음 만난 날, 입맞춤까지 했어.
사쿠라이가 먼저 일요일에 만나자고 했지만, 스기하라는 그날 중요한 약속이 있었어.
...
2.
그 중요한 약속은 친구 정일이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날이었어. 스기하라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있어. 민족학교에서 알게 된 정일이라는 모범생. 민족학교는 재일 조선인들만 갈 수 있는데, 그곳에서는 김일성 주체사상도
배웠어. 스기하라는 그것에 싫증을 내고 학교에 자주 결석을 하기도 했고, 부모님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학교 2학년 때 한국인으로 국적을 바꾸었다고 했잖아. 명목은 아버지가 하와이를
가고 싶어서였지만, 아버지의 속마음은 아들 스기하라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꿔 주고 싶었던 이유가 더 컸을
거야. 스기하라의 미래를 위해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 그
이후 민족학교에서도 이지메를 당하기도 했어. 그 와중에 정일이와 계속 친하게 지냈고, 고등학교 가서도 한 달에 한번씩 만나서 책 이야기를 하고 서로 책을 교환해서 보기도 했어. 스기하라가 싸움도 잘하고 학교도 빠지고 그래서 문제아 같기도 하지만, 스기하라도
책을 많이 보는 소년이었어. 그것도 철학, 과학, 인문학 책을 많이 봤어. 정일이는 늘 소설만 봤는데, 정일이는 소설을 읽는 이가 늘어나면 세상이 더 좋아질 거라고 하는데, 아빠도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가 그렇게 평가하니 위안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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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넌 맨날 소설만 읽는구나.”
나는 소설의 힘을 믿지
않았다. 소설은 그저 재미있기만 할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책을
펼치고 덮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정일이는 늘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소리였다.
“그런 인간이 늘어나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질 거야.”
정일이는 그렇게 말을
이으며 다정하게 미소를 띤다. 그러면 나는 왠지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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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기하라에 예전에 한국에 간 적이 있었어.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를
거쳐 서울에 갔었지. 서울에서 택시운전사가 자신의 돈을 삥땅 치려는 것을 알고 대들었다가 싸움이 붙었고, 아버지가와 어머지가 그것을 보고 자신만 엄청 맞은 기억이 있는데, 이후
한국을 엄청 싫어했어.
3.
사쿠라이와 데이트... 그림 전시관에 갔어. 사쿠라이는 첫 만남 때도 그랬지만,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어. 그래서 스기하라가 당황하기도 했지. 그들은 음악이야기, 영화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고, 사쿠라이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어. 사쿠라이의 아버지는 회사원인데, 일본 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서 선거조차 안 하셨대. 상당히 개방적이라서, 사쿠라이가
남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오는 것도 대환영이었어. 스기하라와 사쿠라이는 사쿠라이 집에 있는 AV룸에서 같이 음악을 들었는데, 주로 클래식이었어. 모차르트, 브람스... 미술관에, 클래식 음악에, 책 이야기에… 보통
아이들과는 좀 다르네. 그래서 둘이 잘 맞는가 보네. 하지만
둘이 한창 끌리는 사이인데 둘만 있는 방안에서 음악만 들었다면 비현실적이었겠지.. 그들은 서로 껴안고, 키스도 하고 그랬어. 그들은 여행을 계획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했어.
그런데 어느날 스기하라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고가 일어났어. 정일의
죽음. 정일은 어떤 남자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선배 누나를 우연히 보고 도와주려고 갔는데, 그 남자와 싸움이 붙었고, 당황한 남자에게 휘두른 칼에 그만 죽고
말았어. 그 남자도 사실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려는 소심한 남학생에 불과했고, 그 남학생의 친구가 용기를 가지라고 잭나이프를 주머니에 쥐고 있으라고 준 칼이었던 거야. 정일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남학생도 그만 자살을 하고 말았단다.
...
정일이가 죽고 난 후 스기하라는 심한 후유증을 앓았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사쿠라이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었어. 그들의 사랑이 무르익어,,
그들은 사랑을 나누기로 마음먹고 호텔로 향했어. 그리고 사랑을 나누기 전에 스기하라는 숨기고
있던 사실, 자신의 국적이 한국이라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사쿠라이는 갑자기 방어자세를 보이며, 아버지가 한국사람이나 중국사람과 절대 사귀지 말라고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했다는 거야. 사쿠라이 아버지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했고, 사쿠라이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런 행동변화에.. 스가하라는 속으로 너도 다 똑같은 일본사람이야.. 라고 생각했을
거야. 스기하라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호텔을 혼자 떠났어.
집에 걸어가는 길에 경찰이랑 시비가 붙어 경찰을 때려눕혔는데, 그만
경찰이 정신을 잃어서 경찰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어.. 스기하라 심성은 원래 착하잖아. 깨어난 경찰은 스기하라를 질책하거나 체포하겠다는 소리는 없이, 학생과
싸워서도 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경찰을 그만둬야겠다는 이야기까지 했어. 오히려 스기하라가 경찰을
위로해 주는 상황이었어.
...
4.
사쿠라이와 헤어진 스기하라는... 정일의 유언이나 지키자면서 공부를
시작했어. 그것도 아주 열심히... 어느날, 스기하라의 아버지가 술값이 없다면서 전화해서 스기하라는 술값을 갖고 아빠한테 갔어. 아버지가 술을 먹다니.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택시를 타고 오면서 아버지는 술 먹은 이유를 이야기해주었어. 북한에
간 스기하라 삼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대. 그래서 술을 먹었다고...
그러다가 아버지와 세대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가 복싱으로 승부하자고 해서... 공원 잔디밭에서 부자간에
복싱이 벌어졌고, 아버지의 승리로 끝나고 다시 부자지간이 같이 집에 왔는데, 집 나갔던 엄마가 돌아와 있었어. 엄마가 아버지와 아들의 꼴을 보고
빗자루로 대응을 했지....
....
크리스마스 이브.. 오랜만에 사쿠라이의 전화가 왔어. 다시 만났어. 사실 사쿠라이는 1년
전 농구시합 때 스기하라를 봤고, 그 때 반해서 스기하라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사토의 생일잔치에 왔었다는
거야.. 그리고 지난번 일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둘은
화해를 했단다. 그리고 스기하라와 사쿠라이는 국적을 팽개치고, 함께
행복한 미래로 달려갔단다. 소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란다.
...
이 소설은 스기하라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읽은
이들은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다들 알 거야. 재일한국인의 정체성.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까. 일본인으로부터 받는 한국인에 대한 곱지 못한 일반적인 시선을 받고,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편히 산다고 곱지 못한 일반적인 시선을 받고... 그들
또한 정체성 혼란으로 쉽지 않은 삶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소설에서는 그런 재일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준 것 같았어. 무겁지 않게… 개성
있는 주인공과 함께.. 하지만, 지은이가 이야기하려는 묵직함도
함께.. 스기하라가 분노하면서,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많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재일동포에 대해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국적이라는 것이 어찌 생각하면 그냥 허상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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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상관없어. 너희들이 나를 재일이라고 부르든 말든,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불러. 너희들, 내가 무섭지? 어떻게든 분류를 하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지? 하지만
나는 인정 못해. 나는 말이지, ‘사자’하고 비슷해. 사자는 자기를 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 너희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여놓고 사자에 대해서는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다고 흥에 겨워서 이름 불러가며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봐. 너희들의
경동맥에 달겨들어 콱 깨물어 죽일 테니까. 알아, 너희들이
우리를 재일이라고 부르는 한, 언제든 물려죽어야 하는 쪽이라구. 분하지
않냐구. 내 말해두는데, 나는 재일도 한국인도 몽골로이드도
아냐.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좁은 곳에다 처박지 마. 나는
나야. 아니, 난 내가 나라는 것이 싫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것을 찾아서 어디든 갈 거야. 이 나라에 그런 게 없으면,
너희들이 바라는 바대로 이 나라를 떠날 것이고, 너희들은 그렇게 할 수 없지? 너희들은 국가니 토지니 직함이니 인습이니 전통이니 문화니, 그런
것들에 평생을 얽매여 살다가 죽는 거야. 제길.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 갖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든 갈 수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다구. 분하지? 안 분해……? 빌어먹을,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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