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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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언제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읽은 책의 출간일을 보니, 그때쯤이었던 것 같구나. 뜻밖의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상 콩쿠르 상을 피에르 르메트르가 받았다고? 아빠가 알고 있는 그 피에르 르메트르? 뒤늦은 나이에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를 해서, 무섭디 무서운 추리소설을 쓰던 그 피에르 르메트르? 아빠가 그렇다고 그를 싫어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절하를 하는 것은 아니고, 콩쿠르 상이라는 것을 정통 스릴러 추리 작가에게도 주는 것인가 싶었어. 그래서 당시 기사를 자세히 읽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콩쿠르 상을 받은 작품은 <오르부아르>라는 책이었고, 그 책은 추리소설은 아니었어. 아빠가 읽었던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들은 모두 무서운 추리소설이었기 때문에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봐. 그는 여러 장르를 고루 다룰 수 있는, 아빠가 생각한 것보다 더 유능한 작가였나 보구나. 아빠가 알고 있는 작가가 콩쿠르 상을 받았다고 하니, 왠지 더 반갑기도 하고, 그 수상작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읽어야 할 책들은 많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서야 읽었단다. 그 기사를 본 것이 얼마 전인 것 같았는데,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다니.. 세월이란 넘은 뭐 급한 일이 있다고 정신 없이 달려가는지 모르겠구나.

오르부아르.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지? 프랑스 소설이니 프랑스어겠지. 찾아보니, au revoir라고 쓰고, 뜻은잘 가요~, 안녕이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인사말이니까 프랑스를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은 다 아는 말이겠다 싶었어. 소설 하나 읽고 프랑스어 인사말 하나 배우고, 나쁘지 않네.

 

1.

이 소설이 왜 콩쿠르 상을 받았을까? 읽고 나니, 이유를 알겠더구나. 시대를 이야기하는 산소라는 소설가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어. 프랑스 또한 지난 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었어. 그리고 그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했어. 전쟁이 끝나고 그 희생을 추모하고, 마음 속에 깊이 기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그것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상처받은 젊은 영혼들.. 그들이 원해서 참가한 전쟁도 아니고, 몇몇 욕심 많은 권력자들로 이해 만들어진 전쟁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젊은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것 같았어. 이 책이 600페이지가 넘어. 그 줄거리를 주절주절 이야기하다 보면, 지루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구나. 오늘 편지도 일단, 최대한 줄여서 이야기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시작해볼게.

때는 1918 11.. 이때가 언제냐 하면 1차 세계대전 막바지였어... 곧 휴전을 할 거라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어. 독일과 프랑스가 대치하고 있는 113고지에도 그 소문은 쫙 퍼져 있었지. 다들 전투는 안하고, 조금만 참으면 몸 성히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몸들을 사렸어. 113고지의 병사 알베르 마야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다들 그렇게 몸을 사리고 있는데, 전쟁이 끝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성과 욕심을 내는 도네프라델 중위가 있어. 사람들을 그를 그냥 프라델이라고 불렀어. 아빠도 그냥 프라델이라고 부를게. 그 프라델 중위가 정찰병 두 명을 보냈는데, 그들이 전사하는 사건이 벌어졌어... 그리고 독일군들의 공격... 다들 프라델 중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어. 어쩔 수 없이 다들 전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 알베르는 전투 중에 앞서 나갔다 죽은 정찰병 2명의 시신을 발견했는데, 등에 총상을 입었어. 이상하다 싶었어.. 적이 총을 쏘았다면... 앞쪽에 맞아야 하는데.. 등이라면 마치 누군가 뒤에서... 그렇다면 프라델 중위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프라델 중위가 나타나서 알베르를 구덩이로 빠뜨렸어. 그 구덩이는 포탄으로 생긴 엄청 깊은 구덩이...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어. 프라델은 위에서 알베르를 쳐다보다가 그곳을 떠났고, 엎친 데 덮친 데 옆에서 폭탄이 터져 알베르는 흙무덤에 깔리고 말았어. .. 이대로 죽어야 하는가.

....

사실 프라델 중위는 알베르가 자신이 한 짓을 알게 되어 그를 구덩이로 밀어 넣은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또 알아채지 못하게 수류탄으로 정찰병 시신들을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리고, 마지막 남은 수류탄으로 알베르 마저 처치하려고 했으나, 독일군 폭탄이 날아와서 그는 그냥 떠나버렸지.

....

에두아르 페리구르라는 또다른 주인공 등장.. 그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어. 그런데, 저쪽에 프라델 중위가 이상한 포즈로 땅바닥을 응시하다가 사라졌어. 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한 에두아르는 자신의 다친 다리를 이끌고서라도 그 호기심을 풀어야 했지. 흙무덤에 총검이 살짝 보였어. 사람이 묻혔다는 소리지... 에두아르는 호기심 하나로 열심히 땅을 팠고, 사람을 발견했어. 이미 죽었나? 숨을 안 쉬는 것 같다. 가슴을 내리쳤어.. 그러자 숨을 쉬기 시작했어. 같은 소대 알베르였어. 친하게 지낸 이는 아니고, 얼굴만 아는 정도. 그때 폭탄이 날아와 정신을 잃어버렸어.

 

2.

정신을 차려보니 알베르는 병원이었어. 늑골이 부러지기는 했지만, 다른 곳은 멀쩡했어. 그리고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났다니.. 에두아르가 자신을 살려준 것을 알고 있었어. 자신을 살려준 에두아르는 중상을 입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어. 알베르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에두아르를 간호해주었어.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주기로 마음먹었어. 우연히 에두아르의 가방에서 그의 수첩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병사들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 그림들이 수준급이었어. 에두아르는 부잣집 아들로 미술학교에 다녔었거든.

...

어느날 장군이 알베르를 불러서 갔어. , 그런데 그곳에 프라델 중위.. 이 원수 같은 게, 하지만 겁이 무척 나게 만드는 인간이었어. 이런 병원에서 그를 또 봐야 하다니... 프라델 중위에 의해서 알베르의 도망죄를 물으려고 했지만, 다행히 정상참작이 되어 벌을 받지 않아도 되었어.

아빠가 에두아르의 부상이 심하고 했잖아. 그런데 그 정도가 엄청 심해. 얼굴 아래쪽이 다 날아가버려서 목구멍이 바로 보이고, 윗입술도 없어서 위쪽 이빨은 그대로 보였어. 회복이 되더라도 앞으로 말은 할 수가 없을 거야. 의식이 돌아와 자신의 얼굴 상태를 알게 된 에두아르는 좌절하고, 자살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하지 못했어. 이제 그는 후송절차를 거쳐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 에두아르는 이런 모습으로 집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어.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했어. 알베르는 에두아르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하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보았어. 알베르는 몰래 공문서를 위조해서, 에두아르를 죽은 걸로 했고, 그대신 전사자 외젠이라는 이름을 에두아르 문서와 바꿔치기를 했어. 그 외젠이라는 사람은 부모가 없는 사람으로 후송할 곳도, 연락할 곳도 없었기 때문에 에두아르를 대신하는데 딱이었지. 알베르가 극심하게 소심한 사람인데 그 문서를 몰래 빼오느라 진땀 좀 뺐단다. 에두아르는 다른 병원으로 후송되고 나서도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어.

알베르는 에두아르에게 뿐만 아니라 에두아르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어. 에두아르의 전사 소식과 함께 그를 칭찬하고, 그의 그림이 담긴 수첩도 같이 보냈어. 소문대로 전쟁은 곧 끝이 났고, 이제 파리로 돌아가야 했어. 제대 군인들이 모여 있는 동원해제센터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프라델 중위가 나타나서 알베르를 보자는 거야. 그런데 알베르에게 어떤 젊은 여자를 소개해 주었어. 그 여자는 다름아닌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이었어. 편지보고 찾아온 거야. 그리고 에두아르의 묘지에서 기도하고 싶다고 했어. 말은 기도하고 싶다고 한 것이지만, 몰래 시신을 파가려는 했던 거야. 당시에 유가족들이 시신을 몰래 파가는 일이 불법으로 행해지고 있었대. 그런데, 그게 왜 불법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아무튼, 마들렌도 자신의 동생의 시신을 가져가고 싶었던 거야. 알베르는 속으로 무척 당황을 했어. 거짓말은 또 다른 더 큰 거짓말을 만드는 법.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지? 에두아르는 약속한 하루 전에 전쟁터에 마구 묻힌 전쟁터에 아무 무덤의 간이 비석에 에두아르의 인식표를 미리 걸어놓았어. 그러면서도 그 땅속에 있는 시신의 모양이 에두아르와 너무 달라서 눈치채면 어쩌지? 하면서 조바심을 냈어. 마들렌은 트럭 운전사, 프라델 중위, 알베르와 함게 시신이 묻힌 곳으로 갔어. 그리고 마들렌은 눈치채지 못하고 그곳의 시신을 파서, 아주 화려한 관에 싣고 그곳을 떠났단다.

 

3.

때는 1919 11. 1년이 흘렀어. 프라델 중위도 이제 제대하고, 군수품을 불법으로 팔아먹는 사업을 하고 있었어. 이를 위해 온갖 뇌물과 불법을 일삼았지. 1년 사이에 마들렌과 결혼도 했어. 장인어른인 페리쿠르 씨, 그러니까 에두아르의 아버지.. 엄청 부자라고 했잖아. 페리쿠르 씨는 사위인 프라델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아들이 없으니, 저 놈이 후계자가 될 텐데.. 속도 쓰렸겠지.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단칸방에 같이 살았어. 에두아르는 절대로 외출을 하지 않았어. 그 몰골로 할 수가 없었지. 그리고 고통 또한 여전했어. 그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모르핀뿐이었어. 알베르는 에두마르의 모르핀을 대느라 제대할 때 받은 돈도 다 떨어졌어. 일자리가 있긴 하지만, 모르핀을 구할 수 있는 돈은 없었어. 모르핀은 불법 마약 성분이기 때문이라 아주 비싸게 밀거래 되고 있었거든. 어쩔 수 없이 친구를 위해 알베르는 모르핀 거래상인 그리스 인을 때려 눕히고, 모르핀을 훔쳐왔어. 그렇게 힘들게 에두아르를 보살피고 있지만, 알베르는 그것을 힘들어하지 않고, 자신이 헤쳐나가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페리쿠르 씨가 실신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깨어나고 나서 몹시 불안해 했어. 왜 갑자기 그런 불안함을 느꼈을까 생각해봤는데, 자기보다 먼저 죽은 아들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어. 사실 아들과는 깊은 골이 있었고, 끝내 그걸 풀지 못했어. 그렇게 원했던 아들인데, 자신의 뜻과 달리 그림이나 그리고 있으니, 그것도 요상한 그림들을 그려 문제를 일으켰으니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 아들의 죽음 소식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어. 못미더워도 자기 아들인데 말이야. 죽고 나서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니 정말 뛰어난 솜씨를 가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아내도 일찍 죽어 혼자 지낸 페리쿠르 씨에는 이제 딸 마들렌 뿐이었어. 마들렌과 함께 가족묘에 갔는데, 강한 남자의 상징이었던 그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거야. 아들 에두아르의 시신을 몰래 훔쳐왔기 때문에 가족묘에 아들 이름도 새기지 못했어. 그리고 아들이 군대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궁금해졌어. 편지를 전달해준 에두아르의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고, 마들렌에게 한번 찾아보라고 했어. 그리고 당시 프랑스에서는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그리는 추모행사를 곳곳에서 했는데, 페리쿠르 씨는 구청장을 만나서 추모기념비의 비용을 자신이 다 내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 기념비에 전사자의 이름을 모두 새겨 달라고 했어. 그렇게 나마 가족묘에 새기지 못한 아들의 이름을 그곳에 새기려고 했던 거지. 이런 페리쿠르 씨의 진심이 에두아르에게 전해졌으면 좋을 텐데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삶은 희망이 없었어. 에두아르는 이름도 바뀌어 있어서 연금도 받지 못했어. 에두아르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지. 죽지 못해 사는 거지.. 그것도 아주 괴롭게

 

4.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주인집에 11살 딸이 하나 있었어. 루이즈. 루이즈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에두아르를 처음 봤을 때는 놀랬지만, 처음만 그랬고, 두 번째부터 스스럼없이 에두아르를 만났어. 둘 사이는 친구가 되었어. 그러면서 에두아르도 다시 세상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어. 에두아르는 미술솜씨가 좋았잖아. 그 실력으로 멋진 마스크를 만들어 얼굴아래를 가렸어. 그리고 지방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을 가졌어.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에두아르 자신도 변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어. 마스크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잘 하면 이 그림으로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

한편, 프라델은 정부가 하는 전사자 공동묘지 사업을 뇌물로 따냈어. 그리고 돈을 악착같이 벌기 위해서 온갖 불법을 저지르기 시작했어. 심지어 관의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길이 130cm짜리 관을 만들기도 했어. 그렇다고 그가 아내 마들렌에게 잘 하느냐, 그것도 아니었어. 바람둥이도 그런 바람둥이가 없었단다. 이런 프라델은 페리쿠르 씨와 마들렌의 골칫거리였어.

...

아까 페리쿠르 씨가 알베르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잖아. 마들렌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고 알베르는 무척 당황했어. 그 제안을 받고 무척 망설였어. 무척 떨리기도 했어. 결국 에두아르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페리쿠리 씨의 초대를 받아들였지. 양복을 빌려 입었는데, 자신과 사이즈가 맞지 않아 오히려 우스운 꼴이었어. 그리고 페리쿠르 씨의 대저택에 도착했어. 탄성이 절로 나왔고, 도대체 왜 에두아르가 집에 안 오려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어. 페리쿠르 씨를 거실에서 기다리면서, 사진 속에서 프라델을 봤어. 아니, 이 자식이.. 마들렌과 결혼을 한 거야. 프라델, 이 자식 때문에 페리쿠르 씨의 아들은 얼굴 반쪽이 날라갔는데, 이 놈은 여기서 이렇게 호위호식을 하는 거야?

, 페리쿠르 씨와 만남처음에는 알베르가 긴장을 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말이 풀리기 시작하니 거짓말이 술술 나왔어. 에두아르를 거의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지. 헤어질 때 알베르는 페리쿠르 씨로부터 자신의 회계사 자리를 제안했지만, 알베르는 정중히 거절했어. 그곳에서 매일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알베르는 집에 왔어. 에두아르는 말 모양의 그럴싸한 마스크를 만들어 뒤집어 쓰고 있었어. 에두아르는 좋은 생각이 있다면서 이야기했어. 기념비를 만드는 기사를 보았대. 전사자 한 명 한 명을 위한 추모기념비를 만들자고 했어. 아니 만들어주겠다고 사기를 치자고 했어. 아니, 이 자식이 유가족의 아픔을 가지고 사기를 쳐? 알베르는 반대했어. 하지만, 에두아르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알베르를 설득하려 했고, 그들이 사기 쳐서 번 돈을 가지고 프랑스의 식민지로 가서 살자고 했어. 그러면 평생 먹고 놀고 살수 있다고.. 그래도 알베르는 용납할 수 없었어. 이 일로 두 사이는 심하게 다툼을 했어. 알베르는 자신도 모르게 비어있는 에두아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어. 그대로 그 주먹이 에두아르의 목을 강타했지.. 알베르는 자신이 순간 욱하는 마음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후회했지만 늦었어. 다음날 에두아르는 짐을 싸고 집을 나갔어.

..

이때쯤 메를렝이라는 사람이 등장해. 공무원으로 감사를 일하는 사람이야.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일했고, 이젠 퇴직을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야. 그의 겉모습을 보자면 꾀죄죄하고, 덩치는 산만해서, 공무원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걸인이라고 해도 믿을 거야. 그가 프라델이 하는 공동묘지 사업을 감사하는 일을 맡았어. 그가 일하는 스타일은.. 깐깐함과 원칙주의자. 뇌물이 통하지 않는 그런 사람. 없는 먼지를 털어서라도 찾아내는 사람인데, 프라델의 공동묘지 사업은 그야말로 온통 불법과 편법이 판을 쳤으니, 메를렝의 눈에 걸리지 않는 게 없었지. 그를 상대하는 것은 프라델의 밑에서 일하는 뒤프레라는 관리인인데, 관의 숫자가 받지 않다고 다그치고, 다른 편법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는데, 꼼짝을 할 수 있나.

..

한편, 에두아르가 나간 빈 집에 알베르는 에두아르가 만든 말머리 마스크를 써보기도 하고, 그를 그리워했어. 그러다가 모르핀 앰풀이 사라진 것을 보고, 에두아르는 멀리 가지 않았음을 알았어. 바로 주인집.. 루이스그의 예상대로 에두아르는 루이스의 방에 있었고, 그들은 곧 화해를 했어. 결국 알베르가 에두아르가 하자고 했던 사업을 하기로 한 거야. 그런데 돈이 부족했어. 사기를 쳐도 자금이 필요했던 거지알베르는 돈을 구하기 위해, 페리쿠르 씨에게 편지를 썼어. 예전에 제안했던 은행의 회계사 자리가 아직 비어있냐고 말이야.

 

5.

시간은 널뛰기를 해서 1920 3월이 되었어. 알베르는 은행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어. 은행의 돈을 빼돌리기 위해 은행원이 되기는 했지만, 그의 소심하고 착한 심성으로 돈을 몰래 빼돌리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어. 그 스트레스로 살도 엄청 빠지고, 동료들은 그가 은행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는 힘겹게 2만 프랑을 빼돌려 에두아르에게 주었어. 돈을 벌게 되면 가장 먼저 은행에 2만 프랑을 다시 갖다 주기로 약속하고 말이야. 에두아르는 그 돈으로 추모비 카탈로그를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공공기관에 보내기 시작했어.

페리쿠르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죽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졌어. 잠도 제대로 못하는 날이 늘고, 가족에게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자책했어. 이런 그의 변화는 사업에도 지장을 주었어. 자주 멍한 상태로 있고 했어. 그의 딸 마들렌은 임신을 했어. 하지만 그도 사위 프라델에 대한 소문을 들어 다 알고 있어서. 불법, 편법으로 사업을 하고,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것. 페르쿠르 씨는 최악의 경우 사위는 내치고, 가족만 지키겠다고 다짐했어. 이젠 가족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았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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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델이 하는 사업들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메를렝이라는 공무원의 감사에 의해 편법, 불법이 드러나기 시작한 거야. 프라델의 비리는 줄줄이 사탕이었어. 메를렝은 프라델이 관리하고 있는 군사 묘지를 돌아다니면서 비리를 캐냈어. 결국 프라델은 장인 페르쿠르 씨에게 도움을 청하기 이르렀어. 페리쿠르 씨는 지역 유지에 갑부로 정부에도 아는 사람들이 있었거든. 충분이 프라델의 비리를 덮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청탁할 힘이 있었지만, 페리쿠르 씨는 단호하게 거절했어. 마지막 밧줄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라델은 자신이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정면돌파를 해야지. 뇌물을 싫어하는 공무원이 있나. 메를렝에 뇌물을 주었어. 그런데 그 뇌물마저 메를렝의 보고서에 올라와 있었어. 이젠 그를 기다리는 것은 파국뿐인 것 같았어. 죄를 지은 이는 벌을 받는 것은 순리지.

..

그 지역의 군수는 기념비에 쓸 다섯 점의 그림 후보를 선정해서 페리쿠리 씨에게 선택을 부탁했어. 그가 모든 비용을 대는 기념비이니까. 실력들이 떨어져서 실망을 했는데, 한 사람의 그림이 눈에 걸렸어. 쥘 데프르몽이라는 사람의 그림이야. 아주 잘 그린 것은 아닌데, 자신의 아들이 남긴 수첩에 그린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거야.

쥘 데프르몽. 에두아르와 알베르가 사기를 치기 만든 가상의 미술가였던 거야. 그렇게 추모지 제작으로 쥘 데프르몽, 즉 에두아르가 선택이 된 거야. 생각보다 계약금이 무척 작았어. 약속대로 알베르가 빼온 은행 돈은 다시 갖다 놓았더니 돈이 없었어. 에두라르는 은행에 왜 돈을 갖다 주냐고 뭐라고 했지만, 소심한 순둥이 알베르가 약속한 것이라고 하니 많이 우기지도 못했어.

..

처음에는 주문이 안 들어서 걱정을 했는데, 6월이 들어가면서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왔어. 그만큼 돈도 쌓이기 시작했어. 그의 사업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어. 알베르가 사랑에 빠진 거야. 페리쿠르씨의 하인 폴린이라는 사람이었어. 데이트를 하는 시간이 잦아지면서,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는데,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에두아르가 사라졌어. 이번에는 주인집 딸 루이즈와 함께 나갔다고 했어. 알고 보니 시내의 어떤 커다란 호텔 스위트 룸에 가 있었어. 말을 하지 못하니, 호텔 예약 등을 루이즈가 다 해준 거지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돈이 조금만 더 모이면 떠나기로 했어. 식민지롤 떠나는 크루즈의 티켓을 3장 샀어. 에두아르에게 아직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폴린의 표도 산 거야. 그런데 떠나기 나흘 전, 루이스가 다급히 찾아와서 에두아르가 죽은 것 같다고 했어. 호텔에 가보니 헤로인에 취해서 만신창이가 된 거야. , 언제부터 마약을 한 거지? 알베르도 몰랐던 것 같아.

 

6.

페리쿠르 씨는 군수로부터 기념비 사업이 사기라는 보고를 받았어.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사기가 들통이 난 거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쥘 데프르몽의 사기가 드러난 거야. 페리쿠르씨는 프라델에게 기회를 주겠다면서, 범인을 찾아내라고 했어. 나쁜 놈은 더 나쁜 놈이 더 잘 찾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어. 이 사기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되었고, 알베르도 그 기사를 보았어. 소심증이 다시 도져서 그는 안절부절 했어. 거기에 에두아르는 점점 마약에 빠져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로 있을 때가 많았어.

..

프라델은 마지막 기회라고 범인을 찾는데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찾아냈어. 그리고 실제로 그 범인을 찾아냈단다. 시내에 있는 호텔에 있다는 것도 알아냈어. 이 소식을 들은 페리쿠르 씨는 직접 운전을 하고 갔어. 그 시간 에두아르는 호텔을 떠날 준비를 했어. 알베르와 만나기로 약속장소로 떠날 준비를 했지. 마약에 취한 채 돈을 뿌리면서 말이야. 그리고 호텔 앞 달려오는 차를 볼 정신이 없었어. 페리쿠르 씨도 갑자기 뛰어는 사람을 피할 수 없었고. 자신의 차에 치어 튀어오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지. 죽은 줄 알고 있었던 자신의 아들. ,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중상이라도 목숨만은 붙어있기를 바랬는데결국 죽고 말았어.

페리쿠르 씨는 목격자들의 의해 죄는 면제되었어. 페리쿠르 씨는 아들의 진짜 시신을 가족묘에 묻고, 비석에 이름도 새겼어. 그리고 에두아르에게 사기를 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돈을 갚아주었어. 알베르와 그의 여친 폴린은 크루즈를 다시 식민지에 가서 행복을 찾았지. 아참, 그 인간 프라델페리쿠르 씨가 그 협잡꾼을 보호해 줄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의 죄는 유죄가 되어 벌을 받고 전재산을 잃고 나중에 혼자 쓸쓸히 죽었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짧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또 길어졌구나. 주절주절…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알베르와 에두아르이지만, 프라델이 상징하는 바를 좀 생각해야 한단다. 그는 잘못된 과거이자 적폐야.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 그것을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잖아. 지금도 지난 정권의 적폐 청산에 대해 찬반 의견이 있는 것 같은데, 정의로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적폐는 무조건 철저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고삐를 늦추지 말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래야 밝은 미래가 더 빨리 올 테니 말이야. 이젠 다스의 주인이 누군지 다들 아는데 왜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구나.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꾸나.

(103)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쓸데없는 말>은 알베르의 삶을 이루는 한 축이다. 살아오면서 열정에 휩싸여 바보 같은 일에 뛰어든 게 모두 몇 번이나 될까? 그 답은 어렵지 않다. 좀 더 충분히 생각해 볼걸, 뒤늦게 후회할 때마다 그랬다. 보통 알베르는 그의 후한 마음과 순간의 실수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긴 하지만, 그의 성급한 약속은 비교적 사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것이다.

(287)
어린 루이즈는 마스크들로 에두라르의 시름을 잊게 해주었다. 또 알베르만큼이나 부지런해 개미처럼 지방지들을 모아다가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의 나아진 기분, 아직은 너무 미약하여 드러내기를 삼가는 이 나아진 기분은 바로 이 신문들, 아니 이 신문들이 떠오르게 한 어떤 생각들 덕분이었다.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아주 깊은 곳에서 흥분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고, 생각하면 할수록 이 흥분이 어린 시절 캐리커처나 변장이나 말썽 같은 못된 짓을 준비할 때 느끼던 그 희열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소년기의 그 환호작약하고도 폭발적인 성격을 가질 수 없었지만, 그의 뱃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돌아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는 머릿속으로도 감히 이 <기쁨>이라는 단어를 선뜻 발음할 수 없었다. 그것은 순간적이고 신중하고 간헐적인 기쁨이었다. 그가 조각조각 떠오른 생각들을 대략 올바른 순서로 정리하는 데 성공했을 때, 정말 믿을 수 없게도 그는 현재의 에두아르를 잊어버리고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에두아르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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