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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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그동안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단다. 그래서 최근에는 읽지 않았어. 또 가슴이 아플까 생각이 들어서그리고 국가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하는 자세가 너무 답답하고, 열 받고사건이 지난 지 1000일이 넘었는데고, 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는 국가. 안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왜냐하면 국가가 그 일에 잘못한 것이 너무 많이 때문이란다. 어쩌면 국가 자신이 그 일을 벌인 것일 수도 있거든그리고 지금 국가는 미안함을 모르는 국가이니 말이야. 결국 이 사건에 대해 국가가 사과를 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가가 변해야 할거야. 그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단다. 또는 국가가 빨리 변할 수 있도록 하거나 말이야.

아빠가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이미 한참 전에 알았어.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가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데, 또 가슴 아픈 이야기를 봐야 하나 싶었어.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아빠가 좋아하는 김탁환인데도 말이야. 그러다가 그래도 다시 한번 읽어보자, 아빠가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서 딱히 도움을 주는 것도 없는데, 이런 책이라고 읽어서 잊지 말자고 다짐을 하는 것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책을 뒤늦게 집어 든 것이란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너무 가슴 아팠어.

이 책은 세월호 사건 당시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인 잠수사들에 관한 이야기란다. 지은이 김탁환은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이야기해주려고 했어. 소설 속 잠수사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그 장면을 읽을 때는 아빠도 모르게 숨이 막히고, 눈물이 흘러내렸단다. 이 책의 제목이거짓말이다인데, 이 소설 속 이야기가 모두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더구나.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그린 허구로 가득 찬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소설은 실화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이름만 거짓이지, 나머지는 모두 가슴 아픈 사실이란다.

이런 비극적인 소설이 현실이 되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는 거야. 그것이 더욱 슬프단다. 언제까지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그리고 또 한가지 더 슬픈 소식. 지은이 김탁환은 이 소설의 주인공을 실제 시신 수습에 참여했던 김관홍이라는 민간인 잠수사를 모델로 삼았어. 그런데,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사건 때 잠수의 후유증으로 그만 작년 여름, 목숨을 잃고 말았단다. 이 소설의 출간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어.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착한 분들이 희생당하고, 목숨을 잃어야 하는 걸까. 정말 답답하고 억울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는구나.

 

1.

이 소설은 세월호 사건 당시 민간인 잠수사들이 어떤 일을 했고,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일들로 가슴 아파했는지 알려주는 소설이란다. 물론 세월호 사건 당시 차디찬 물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어린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와. 그들의 꿈들도 같이 차디찬 물 속에 잠겨 버렸어. 그런 점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경수라는 민간인 잠수사였어. 그는 산업 잠수사로써 바닷속에서 용접을 하는 등을 하는 사람이었어. 그도 2014 4 16, 다른 사람들처럼 뉴스를 통해 그 사건을 접했고, 전원 구조라는 소식을 접하고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일상적인 일을 했어. 그러다가 오후에 전원 구조가 아니라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지. 다시 언론에서 사상 최대의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모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이틀 뒤 잘 알고 지내던 잠수사로부터 연락이 왔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없다는 거야. 그러면서 와서 도와달라고 했어. 나경수 잠수사는 알겠다고 하면서 진도로 향했지만, 이미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났기 때문에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사상 최대의 구조라고 하는 언론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인지현장에 도착해보니 터무니 없이 인력이 부족했어. 여기저기서 인맥을 통해 모인 민간인 잠수사들과 해경에서 온 잠수사들. 체계도 없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하는 사람도 없었어. 그런데 민간인 잠수사 중에 경험이 많고 나이도 많은 류창대라는 사람이 나서서 지휘를 해주었어. 그가 조를 짜고 시간을 정해서 잠수하도록 조율을 해주었어. 해경 잠수사들은 8시간씩 일하고 함정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과 교체를 했는데, 민간인 잠수사들은 바지선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했어. 처우가 아주 안좋았지. 잠수라는 일이 무척 위험한 일이고, 의지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래. 잠수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지, 욕심을 부리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한동안 잠수를 못할 수가 있대.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맹골수도로 물길에 세서 하루 4번만 잠수가 가능했고, 그것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랐대. 그리고 시야 확보가 전혀 되지 않아서 잠수가 더욱 힘들었고, 그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서, 어쩌면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시신을 모셔오는 일을 했어. 그것도 바지선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말이지. 그런데, 그런 그들을 향한 언론과 국가권력의 시선은 곱지 않았어. 더욱이 국가는 현장에 대한 상황을 잘 몰랐어. 여론이 안 좋아지자, 그저 잠수사들은 인원수 확충하겠다고 했고, 현장에 물어보지도 않고 잠수사들을 추가로 보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현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더 온다고 해서 더 많은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 그 동안 작업을 하면서 민간인 잠수사들과 해경들과 어느 정도 손발이 맞았는데, 새로운 인력이 오면 다시 손발을 맞춰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어. 그런데, 새로운 잠수사들이 온 지 얼마 안되어, 사고가 났어. 새로 합류한 잠수사들 중에 한 명이 그만 목숨을 잃은 거야.

 

2.

사고가 났으니, 경찰들이 와서 조사를 했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것이 지배적이었어. 그런데 그 일이 있고,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솔선수범하며 잠수사들을 지휘했던 류창대 잠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로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에 출두하라고 했어. 좋은 뜻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시신 수습에 온 힘을 쏟았는데, 그에게 돌아온 것이 업무상 과실치사라니.. 죄인 취급을 하다니다들 이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노를 터뜨렸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란다. 그리고 7월 어느날 아직 실종자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색 중단 명령이 떨어졌단다. 바지선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견을 묻지도 않고 내려온 명령. 그렇게 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작업을 중단하였단다.

두어 달 동안 이어진 그들의 작업으로 인해 그들은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어. 유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무리를 하면서 잠수 일을 해서 그들의 몸이 많이 상한 상태였고, 그들은 사람인지라 그렇게 많은 시신을 봤기 때문에 정신적인 상처도 많이 입은 상태였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어. 그래도 나라에서 병원비를 대준하고 해서,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다쳐서 몇 년을 치료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이는 앞으로 평생 잠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 주인공 나경수 잠수사도 마찬가지였어. 그도 몸을 많이 다쳐서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했어. 그 일로 인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와도 헤어져야 했어.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이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어. 그런데, 그해 12월로 치료비 지원을 중단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어. 정말 읽을수록 이런 일들이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하면서 아빠도 같이 분노를 하면서 읽었단다. 힘없고 빽없는 잠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들은 지정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단다. 그리고 병원에도 오래 머물러 있지 못했어.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까 말이야.

나경수 잠수사도 그렇게 몸이 성치 않은 상태로 퇴원을 했고, 잠수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니 잠수도 할 수도 없었어. 그런데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 일자리를 구해야 했어. 언론에서 떠들어댄 엄청난 돈을 받은 것도 모두 거짓말이거든. 그리고 그는 어렵게 유가족들을 만났어. 이후 그들과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유가족들과 함께 다시 그 곳을 찾는 것이었어. 그들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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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그렇게 끝났지만, 현실은 더욱 슬픈 이야기로 이어졌단다. 나경수 잠수사의 모델이었던 김관홍 잠수사. 그는 몸이 망가져서 더 이상 잠수를 하지 못하고 대리 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어.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면 솔선수범해서 나섰어. 작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유가족들을 위해 싸웠던 박주민 변호사가 출마하게 되자, 그의 운전기사를 자청해서 선거를 도와주었단다. 그랬던 사람인데, 결국 그때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단다.

 

3.

결국 세월호 사건은 최근에 벌어진 국정논란의 청문회에서도 다뤄졌어. 하지만 당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안면몰수하고 모르쇠로 일관했어. 아무런 사과도 없었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이는 없었어. 오늘 어떤 네티즌 수사대라고 밝힌 이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2년 넘게 추적을 했고, 그것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유투브에 올렸단다. 그런데 그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신상을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대.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다들 몸 사리면서 살고 있는 듯 하구나. 그래도 다들 속으로 조만 간에는 이런 세상도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을 거야.

그때는 세월호의 모든 진실을 밝혀질 거라 믿는단다.

그리고 잘못을 한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한 죄값을 받으리라 믿는단다.

정상적인 대한민국. 멀리 않았다고 믿는단다.

이제 막 시작한 새해. 새해에는 희망을 한번 가져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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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1-12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에 희노애락중 기쁘고 즐거울때 죄책감이 든다면 그게 온전한 삶이 될까요
단원고 부모님들의 1000일 동안의 고통과
앞으로의 슬픔 늘 잊지 말아야겠어요
고 김관홍 잠수사님의 희생에도
애도를 표합니다.

얼마나 숨길 치부가 많으면
세월호 사건때부터 블랙리스트작성을 시도했었을까.오늘 언론보도를 보니
말 그대로 막장입니다ㅎㅎ

bookholic 2017-01-14 23:44   좋아요 0 | URL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는 모순의 시대, 불합리의 시대, 거짓말의 시대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부디 상식의 시대로 거듭 나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