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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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에 책 관련 소셜 미디어인 알라딘 북플을 자주 본단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다 보면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진단다. 이 책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가 김연수와 헛갈린다는 소설가 김언수. 아빠도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제목은 뜨거운 피. 넘실거리는 거친 파도가 장엄한 색채로 촬영된 표지. 책 디자인은 일단 마음에 들었어. 앞서 이야기한 북플을 통해서 이 책이 건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와우! 소설가 김언수라는 사람 혹시 전직이 건달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리얼하게 건달을 그린 것 같더구나.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아빠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그런 건달들의 모습.. 혹은 그들을 뛰어넘는 인간미가 장착된 건달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멋있게 건달을 그려도 되나? 이 책을 읽은 이들이 건달을 꿈꾸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김언수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아빠 가슴에 팍 박힌 소설가가 되었단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인 ‘캐비닛’도 바로 구입했어. 자, 그럼 이번에 읽은 “뜨거운 피”라는 소설을 이야기 해보자.

 

1.

때는 1993년 봄이었어. 이전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으로 건달들이 많이 감방에 다녀오고, 그 세력들이 들이 많이 위축되었다가 정권도 바뀌고 범죄와의 전쟁도 이제 사그러들던 그 시절이었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부산 변두리 구암이라는 동네가 이 소설의 주무대란다. 구암이라는 동네는 실제 있는 동네가 아니고, 소설 속 가상의 동네란다. 그렇지, 건달 하면 부산이지. 하지만, 메인인 부산에서 살짝 벗어난 구암. 그렇듯 구암의 건달 조직도 전국구가 아닌 지역구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그 구암이라는 동네의 보스는 만리장 호텔의 주인인 손영감이었어. 그는 구암의 조직을 쥐락펴락하는 영향력이 있지만, 건달치고는 너무 실용주의자였어. 양복 같은 것도 입지 말라고 해서 구암 건달은 양복을 입지 않았고, 안전을 우선시 해서 다른 조직과 쓸데없는 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고, 위험한 마약이나 양주 밀수는 하지 않고, 중국산 가짜 고춧가루나 만드는 사업 등을 했어. 그래서 손영감 밑에서 일하는 젊은 건달은 그것에 불만을 갖기도 했어. 그런 손영감이 애지중지하는 쫄따구가 있었어.. 손영감의 오른팔이라도 할 수 있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 희수. 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여러 번 전과도 있었고, 아직 독신인 마흔 살 사내란다. 손영감이 건달 같지 않은 행보를 보여서 희수도 맘에 들지 않는 적이 있지만, 손영감을 잘 따르고, 손영감도 희수에게 절대신임을 갖는 것 같았어. 그래도 그들은 건달의 보스와 오른팔 사이지, 피가 섞인 관계보다 낫겠냐? 이것은 주변 건달의 생각이었어. 손영감의 피가 섞인 가족이 있냐고? 손영감도 유일한 가족이라고는, 도다리라고 부르는 조카가 하나 있었는데, 쌩날라리였단다. 그래도 혈육이라고 손영감은 도다리에게 금전적 지원은 충분해 해주었어.


2. 

자, 그러면 주인공 희수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한번 해볼까? 아빠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만든 모자원 출신인 희수는 십대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건달이 되었고, 구암을 떠나지 않은 그야말로 구암 토박이였어. 미래에 대해 딱히 준비하고, 뭐 그런 것도 없었어. 집도 없이 그냥 만리장 호텔 객실에서 지냈어.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건달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순정파였어. 같은 모자원 출신인 인숙을 짝사랑했어. 그런데 인숙은 여섯명이나 되는 동생을 챙겨야 하는 그런 맏언니였어.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상황에 놓였는데, 인숙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몸 파는 일 밖에 없었어. 그런데 인숙이가 얼굴이 예뻐서 구암에서는 유명한 창녀가 되었어. 그리고 잘 모르던 시절 조심하지 않아서 17살에 아기를 낳기도 했어. 그 아이가 벌써 스물살이 넘었는데, 그 아이 또한 건달이 되었고, 본명보다 아미로 불렀고, 아미는 희수를 아빠로 대하듯 잘 따랐어. 어쩌면 희수 내면의 숨길 수 없는 인간미는 인숙을 사랑하는 데서 싹튼 것이 아닌가 싶구나.

희수는 전직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었던 양동이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어. 자기와 함께 성인오락기계를 파는 일을 하자고 했어. 그러면서, 손영감의 소심함을 비판했으며, 만리장 호텔의 후임은 결국 조카인 도다리가 되는 것이므로, 더 이상 만리장 호텔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이 말에 희수는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며 응했지만, 점점 양동이의 말이 맞는 것처럼 보였어. 손영감은 조카인 도다리한테만 챙겨주고, 자신한테는 그저 하수인처럼 대하는 것처럼 보였어.

  

3.

용강이라는 자가 있었어. 아주 잔인한 건달이고,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인물이었지. 그는 몇 년 전, 살인을 저지르고, 동남아시아로 도망가 있다가 얼마 전에 다시 부산에 나타났어. 그런데 그냥 나타난 것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깡패들을 거느리고 나타났어. 그러면서 세력을 확장하는데, 그 확장세가 무서웠고, 법도 없고 예의도 없었어. 급기야 손영감 영역에 있던 빨래 공장까지 접수를 했어. 그 빨래 공장은 옥사장이라는 바지사장으로 명의만 있을 뿐 손영감 것이었어. 그런데, 옥사장이 도박 빚으로 허덕이다가 허락도 없이 용강에게 넘긴 것이었어. 희수는 용강을 찾아가 담판 지으려고 했지만, 용강은 완강함을 보여주었지. 용강을 처치해야 했어. 하지만 직접 처치하기는 어려웠어. 손영감과 희수는 작전을 짰어. 옥사장을 꼬드겨서 밤섬에 낚시나 하며, 회나 먹자며 데리고 갔어. 희수와 늙은 칼잡이이자 의뢰와 신뢰로 똘똘 뭉친 달자를 데리고 갔지. 그곳에서 달자는 옥사장을 죽이고, 그것이 용강의 처소 근처에서 자살한 것으로 꾸몄어. 손영감의 손바닥에는 구반장이라는 경찰도 있었는데, 그 구반장으로 하여금 용강을 수사하게 해서, 마약 등 불법으로 체포해갔어. 그리고 손영감과 희수는 다시 빨래 공장을 회수했지. 깔끔한 일처리에 대해 손영감은 희수에게 돈을 지불했는데, 그 금액 또한 최근 손영감에 대한 불만을 더욱 높이게 되는, 적은 금액이었단다. 한편, 희수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인숙과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 인숙이 전직 창녀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희수와 인숙은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꼈어. 산동네 작은 집이지만, 난생 처음 자신의 집도 생겼고 말이야. 희수에게 잘 따르던 아미도 이제 희수가 진짜 아버지가 되었다면서 좋아했어.

손영감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커지고, 양동이의 계속된 꼬드김으로 결국 희수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을 그만두고 양동이와 동업을 하기로 했어. 손영감의 그늘에서 나와서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맞게 되었어. 이제 자신이 또 다른 그늘을 만들어야 했어. 희수는 사무실도 차리고, 성인오락기계 공장을 세우고, 여기저기 납품도 하게 되었어. 사업도 괜찮게 잘 되는 것처럼 보였어.

 

4. 

한편, 구암 근처 영도라는 곳에는 전국구 조직인 남가주파가 있었어. 이 조직의 보스는 남가주 회장이라는 사람인데 한국전쟁 때 부산까지 쫓겨 내려온 피난민 1세대야. 겉으로는 착한 척, 합리적인 척 하지만, 속으로는 셈이 정확한 사람이었어. 남가주파의 넘버2는 천달호라는 사람이고, 그 밑으로 철진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철진은 희수의 둘도 없는 친구였단다.

어느날 남가주파로부터 공격을 받아서, 아미와 그의 수하들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어. 양동은 격분하여 바로 반격을 하자고 했어. 희수는 화가 난다고 아무 계획 없이 반격을 하면 얻을 게 없다고 좀더 생각해보자고 막았지만, 격분한 양동을 끝까지 막을 수는 없었어. 희수 본인도 사실 엄청 화가 났으니까 말이야. 결국 일이 벌어졌어. 남가주파 넘버2인 천달호의 조카가 죽는 사고가 벌어졌어. 양동이는 일을 저지르고 나서 뒤늦게 안절부절 하다가 뒷일을 희수에게 모두 떠넘기고 자신은 잠수를 타버렸어. 거기에 장기 복역을 예상했던 용강이가 몇 달 만에 감옥에서 나왔어. 아마 남가주 회장이 뒤에서 손을 쓴 것 같았어. 이제 용강도 남가주파 일원이 된 거지. 용강은 희수에게 가서, 천달호 조카의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성인오락기계 공장과 양주 밀수 등 몇몇 다른 굵직한 돈줄기 사업을 넘기라고 했어. 

희수는 다시 손영감을 찾아가 조언을 구해보고자 했어. 손영감도 철진을 죽이라고 했어. 그정도 응수는 있어야 한다고… 철진은 희수에게 가장 친구인데… 고민이 많았지. 희수는 철진을 만났는데, 철진은 이 전쟁의 내막을 이야기 주었어. 이 전쟁의 설계도는 남가주 회장이 짠 거라면서… 남가주가 관리하고 있는 부산 북항이 폐쇄되고 새로운 항구를 만든다는 거야.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사업은 국가가 나서는 사업이었어.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이 항구는 남가주가 관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어. 그러면 남가주 회장은 밀반입을 어디서 하나? 돈줄마저 같이 막히게 되는 거야. 그래서 남가주 회장은 손영감이 관리하고 있는 구암 항구를 먹으려는 것이었어. 그러기 위해서 손영감과 희수를 먼저 갈라 놓아야 했고, 그래서 양동을 움직여서 희수를 손영감으로부터 떼어 놓은 것이라고 했어. 희수는 자신이 놀아났다는 것을 알고 자책하기도 했어.

다시 희수는 손영감과 만났어. 그리고 희수는 손영감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 아껴 주는지 다시 깨닫게 되었어.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손영감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손영감은 희수와 다시 손을 잡고 남가주파와 전쟁을 하기로 했어. 용강은 오히려 희수에게 접근하기로 했어. 그리고 손영감만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전쟁을 할 필요도 없다고… 하지만, 희수는 더 이상 의리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어. 이제 전쟁을 피할 수는 없었어. 이 전쟁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배신과 음모가 마치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것 같았고, 그 파도가 다 거친 후에 바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조용해 진 것처럼 구암도 다시 조용해졌단다. 단, 구암의 바다를 움직이는 보스가 바뀌었을 뿐. 그 전쟁에서 손영감은 죽을 뻔 했지만 살아남았고, 남가주 회장을 구암의 바다까지 접수할 뻔했지만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어. 그리고 손영감의 지지를 받은 희수가 구암의 새로운 보스가 되었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느와르 영화를 본 듯 했어. 이야기 구성이 좋아서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져도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소설 후반부 조직간의 격렬한 전쟁이 마치 거친 파도와 같았고, 그 전쟁이 끝난 구암은 잔잔한 바다와 같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표지를 파도로 그린 것 같더구나. 또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지은이 김언수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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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0-2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딸아이에게 bookholic님처럼 잘 읽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부럽습니다. 상쾌한 월요일 아침 되세요^^

bookholic 2016-10-24 23:37   좋아요 0 | URL
겨울호랑이님야말로 따님이 보는 동화책들도 같이 보시고, 주말이면 놀이터에서 놀아주시는 걸 보니, 저보다 더 훌륭한 아빠이십니다. 따님의 얼굴을 보면 행복을 잔뜩 받으면서 컸다는 걸 한눈에 알겠어요^^ 즐거운 한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