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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첫 키스만 50번째>의 스릴러 버전]
이것은 우연히 집어 든 책이다. 여름도 다가오고, 추리 소설들 찾아보다가 집어 든 책이다. 내가 잠들기 전에?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인지 추측이 되질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책 제목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이해가 갔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낯선 곳, 낯선 사람 옆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했다. 그 뿐만 아니라, 당황한 그가 욕실에 가서 거울에 대면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랬다. 분명 자신이 맞는 것은 같은데, 20년은
더 늙어 보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침대에 있던 낯선 남자가 일어나서 하는 말이 남편이라고… 이름은 벤이라고… 그리고 크리스틴의 나이는 마흔 일곱이라고… 크리스틴은 충격적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이십 년 전에 교통
사고를 당해서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새로운 기억도 만들어가지 못하는 질환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이십 년 동안 그랬다는 것이다. 잠들고 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예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가 하나 생각났다. 드류
베리모어의 매력이 한 가득 발산되었던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란 영화. 그 영화는 이 소설과 달리 로맨틱 코미디물로 하루만 기억하는 드류 베리모어와 그를 사랑하는 아담 샌들러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였다. 그 영화에 나와 좋아하게 된 비치 보이스의 "Wouldn't It
Be Nice"라는 노래도 기억이 났다. 그 영화의 여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여주인공도 하루만 기억하는 그런 질환이 걸린 것이다. 음, <첫 키스만 50번째>의
스릴러 버전이라고 할까? 이 소설도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크리스틴 역할은 니콜 키드먼이 맡았다고 한다.
[벤을 믿지 마라]
크리스틴은 자신이 아침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그리고 정말 전혀 기억이 없었다. 심지어
남편 벤에 대한 기억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가 상당히 낯설고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까지 했다. 벤이 출근을 하고, 혼자 집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 에드 내시라는 사람이었고, 오늘 만나는 날이라는
것이다. 내시를 만났는데, 그가 말하길 남편 벤 몰래 몇
주 전부터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 벤이 이런 정신과 치료를 반대하기 때문에 남편 몰래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내시는 자신의 논문을 위한 치료를 부탁했다고 했다. 그리고 치료 방법의 일환으로 일기를 쓰고 있었다면서 일기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집에 와서, 일기를 보았는데 첫 페이지에 남편
벤을 믿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크리스틴은 자신이 쓴, 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그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 그 분량이 꽤 되었다. 이 주 전부터 크리스틴은 날마다 내시의 전화를 받고, 일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일기를 읽고, 또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적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첫 페이지에 남편 벤을 믿지 말라니… 크리스틴은
일기를 읽어보았다. 크리스틴은 기억을 잃긴 했지만, 가끔씩
단편적인 장면이나 환영을 통해서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마다 크리스틴은 일기장에 모든 것을 적었다. 그리고 내시가 이야기해주어
알게 된 사실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단편적인 기억들과
내시가 알려준 사실들이 남편 벤이 이야기한 것과 차이 나는 것들이 있었다. 남편 벤이 자신에게 거짓말한
것이다. 자신이 기억상실증을 걸린 것이 교통사고라고 했지만, 사실은
성폭행 이후 심하게 폭행을 당하고 트라우마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기억 속에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벤에게 물어보았다. 그제서야 벤은 아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작년에 아프가니스탄에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했다고 했다. 크리스틴에게
죽은 아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남편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일기장 맨 앞의 믿지 말라는 말이 걸렸다. 그리고 절친 클레어가
생각났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클레어는 결혼해서
해외로 이민을 갔고 그 이후로는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또 하나의 기억. 크리스틴은 자신이 소설을 썼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남편은 크리스틴이
쓴 소설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내시가 크리스틴이 쓴 처녀작을
구해서 가져다 주었다. 그러면서 남편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들이 죽은 거야 그렇다 쳐도 소설 쓴 것까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옛 기억을 떠올릴만한 사진들이 많지 않았다. 왜 사진이 적냐고 물어보니, 몇 해 전에 집에 큰 화재가 나서 많이 타버렸다고 한다. 그것도
거짓말이었을까?
[그의 정체]
내시와 치료를 받으면서, 옛날 살던 집과 병원을 다니면서 조금씩 기억을 모았다. 그
기억들은 고스란히 일기에 적어 놓았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일기를 통해 많은 기억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시가 클레어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남편 벤의 말과
달리 클레어는 같은 나라에 있었다. 그것도 멀지 않은 곳에… 클레어에게 전화를 했다. 클레어도 그 동안 크리스틴에게 연락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클레어와 결국 만났다. 클레어는 너무
반가워했다. 클레어는 남편이 얼마나 크리스틴을 사랑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난 후에 크리스틴이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잠시 바람을 피우게 되었고, 그 남자와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때 그 남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클레어가 그들을 멀리한 이유도 이야기해주었다. 용서를 빌면서… 크리스틴이 사고가 난 이후 클레어가 크리스틴의 아기
아담을 가끔 보살펴주었는데, 그 때 딱 한번 그와 실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벤이 쓴 편지를 크리스틴에게 주었다. 그 편지는 이혼을 하면서 쓴 편지였다. 크리스틴과 벤은 이혼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만나서
살고 있을까? 편지를 읽어 보았다. 편지 속에 벤은 아담을
데리고 요양원에 있는 크리스틴을 자주 찾아갔다. 하지만 그때마다 크리스틴은 발작을 일으키면서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한다. 오히려 그가 가지 않고 혼자 있을 때는 평온하게 잘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크리스틴의 평온을 위해서 벤은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크리스틴은
진정으로 벤이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일기를 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동안 꾸준히 사랑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 벤은
다음날 크리스틴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들이 묵은 방… 그 방에 들어가자 그 방이 생각났다. 그 방은 자신이 바로 폭행당했던
그 방이었던 것이다. 하나씩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기장을 다시 봤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이 칼로 찢어진 페이지들이 있었다. 그 페이지들이 벤의 가방에 있었다. 그 페이지들은 충격적인 내용들이
있었다. 클레어가 알려준 사실들... 클레어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남편의 용모를 물어봤는데, 클레어가 이야기한 벤의 모습과 자신이 오늘 아침에 본 벤의 보습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 아담은 작년에 죽지 않았고,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 일기를 읽고 나니.. 하나씩 떠올랐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 흉악범의 이름.. 마이크..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 바로 남편 벤이라고 이야기했던 그 남자… 그 남자가
바로 자신을 이렇게 만든 마이크였던 것이다. 마이크는 다시 한번 그 옛날처럼 크리스틴을 폭행하려 했다. 크리스틴도 온 몸을 다해 싸웠고. 잡히는 대로 던지고 그랬다. 그러다가 그 방에 불이 나고, 크리스틴은 정신을 잃었다.
다시 크리스틴에 깨어난 곳은 병원이었다. 곁에 클레어가 있었고, 마이크는 죽었고 모든 게 다 끝났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벤과 아담과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소설은 끝났다.
......
사실, 소설의 앞부분에서 남편 벤이 범인일 거라 대충 예상을 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추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약간은 뻔한 설정이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지은이 S.J. 왓슨이라는 사람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나중에 그의
소설을 또 읽어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