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쪽)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제대로 순환해야 건강하다.

순환이 원할치 못하면 병에 걸리고, 멈추면 죽는다.

38억 년 동안 살아온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개체의 삶은 짧아도 개체들이 모인 종의 수명은 길듯,

종들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수명은 더욱 긴데,

순환되는 생태계는 38억 년 동안 지구를 건강하게 이끌고 있다.

영국의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진화와 멸종을 반복하면서 표면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숨 쉬고 먹고 배설한 이래,

지구는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면서 대기를 구성하는 원소의 균형을 변함없이 유지해 왔다며

그는 지구를 '대지의 여신', 즉 '가이아'라고 찬미했다.



(41쪽)

어떤 곤충을 해충이라 배척한다면 익충이라 반기는 곤충도 있을 테지.

그런 곤충들에게 사람은 어떻게 인식될까?

광대무변의 탐욕을 가진 생물은 아닐까?

지구촌에서 가장 늦게 동참해 생태계를 제멋대로 교란한 인간은 편견도 참 많다.

가치중립을 외치는 점잖은 곤충도감도 바퀴를 해충이라고

몰아붙이는데 뒤지지 않지만,

생태계에 잡초가 없듯이 해충도 있을 수 없다.

다 나름대로 질서를 가진 존재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

파리와 모기, 그리고 바퀴가 사람에게 질병을 옮긴다지만

사실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고 싶을 리 없다.



(60쪽)

겨울철새는 단순히 운이 나빴던 걸까?

앞서 내려앉은 철새들이 평화롭게 내려갔을 뿐인데.

내려와 보기 웬 구더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허기진 철새에게 구더기는 반가운 영양식임에 틀림없으니 허겁지겁 먹었을테고,

이윽고 구더기는 보툴리눔 균을 겨울철새에 전파시킬 수밖에 없었을 터.

정신은 멀쩡한데 슬그머니 온몸은 마비되더니 날 수가 없다.

공포에 질려 물에 떠 있을 수밖에 다른 방법도 없는데

창공에서 그 모습을 본 철새들이 연이어 내려온다.

그리고 구더기를 허겁지겁 훑어 먹는다.

구더기들은 유수지에 맥없이 떠 있는 철새의 옆구리를 뚫고 꾸물꾸물 연실 빠져나온다.



(88쪽)

개중에 미꾸리도 있었을 테지만 

우리는 암갈색에 거무튀튀한 무늬가 지저분하게 배열된 녀석들을 통틀어 미꾸라지라 했다.

미꾸리는 분류학적으로 미꾸라지와 매우 가까울 뿐 아니라

사는 곳도 같아 전문가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렵다.

입주변 5쌍의 수염이 미꾸라지보다 짧고 비늘도 작고

몸도 날씬한 편이라지만 그 정도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성능 좋은 돋보기로 옆줄의 비늘을 세어 150개가 넘으면 미꾸리,

모자라면 미꾸라지라고 전문가는 판정할 것이다.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창자 호흡을 한다.

그래서 항문으로 공기방울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것을 보고 '밑이 구리다'했고, 그래서 미꾸리가 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인데,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창자 호흡에 많이 의존하는 모양이다.



(152쪽)

대부분의 민물고기가 그렇듯, 강물이 따뜻해지는 5월마다 짝짓기에 들어가는 누치는

겨울이 유난히 길었던 2010년이 더욱 불안했을 터.

지구온난화 탓으로 번식 시기가 앞당겨지는데 얼음이 늦게 녹지 않았나.

봄이 짧아지리란 걸 직감해 모래와 자갈 바닥을 선점하려 애썼을 텐데, 아뿔싸!

어느 날 다가온 삽차 떼가 모래를 마구 퍼올리며 흙탕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수온이 찬 계절이라면 호흡량이 작아 견딜 만했는데,

따뜻해지면서 숨이 막혀왔을 것이다.

겨울밤에도 쉬지 않는 삽차들이 시멘트 가루가 따뜻해진 하천으로

독극물처럼 스며들자 그만 목숨을 내놓아야 했을지 모른다.



(181쪽)

한겨울 동해의 북쪽, 검푸른 바다에서 올라오던 '명태'는 

함경도 명천군의 태가 성을 가진 어부가 잡았다 하여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명태는 상태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꽁꽁 얼렸다 얇게 떠 전으로 부쳐먹는

'동태'와 소비자 손에 넘어갈 때까지 얼리지 않아

살이 부들부들한 '생태', 

햇빛이 강한 영하의 덕장에서 40일간 얼다 녹기를 반복하여 부드러운 황색으로 말린 황태와 

고성 해안에 다짜고짜 두 달 동안 바싹 말려 단단해진 '북어'만이 아니다.

어린 녀석을 비쩍 말린 '노가리'와 

노가리보다 조금 큰 '코다리'도 무시하면 안 된다.

주머니가 얇은 주당의 안주로 그만이 아닌다.

그토록 우리 삶에 밀착된 명태, 

민속학자 주강현은 조기와 함께 제사상에 올라간다는 걸 상기한다.

인간에게 절 받는 지체 높은 생선이라는 것이다. 

요즘 명태는 '금태'다.

금처럼 귀하다는 뜻일 게다.



(227쪽)

법적으로 허가된 외래동물이라도 입양하려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호기심이나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들여놓았다가 귀찮아 방치하거나 버리는 태도는

생명에 대한 폭력이고 외래동물의 개성을 무시하는 결례다.

유리상자 안에 꼼짝 못하고 던져주는 먹이만 받아먹는 외래 개구리,

몸 돌리기 비좁은 응접 테이블에 갇힌 악어,

에어컨 켜 놓은 거실 한 구석에 웅크린 채

투명한 상자를 두드리는 사람을 외면하는 카멜레온, 이구아나와 목도리도마뱀은

죽지 못해 살아갈 따름이다.

처지를 바꿔 그들의 복지를 생각해 보라.



(272쪽)

인간이 그은 국경에 관심이 없는 봉순이는 하필 봉하마을에 내렸다. 우연일까?

유기농업으로 자리를 잡은 지역답게 주변 화포천은 

주민들의 정화작업으로 깨끗해졌고,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황새의 먹이가 될 생물이 충분히 늘어났다는 걸

감지한 능력 덕분이겠지.

사람이 던져주는 먹이만 먹던 미호에게 봉순이와 같은 능력이 있을까?

있어도 발휘되기 일렀을지 모르는데,

봉순이와 잠시 떨어진 사이 쓰러진 미호는 자칫 못 일어날 뻔했다.

엉뚱한 지역의 하천에서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었다는 게 아닌다.

하지만 미호도 덩치가 큰 만큼 잘 이겨냈고,

그 사건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겠지.



(330쪽)

바다 중에서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대륙붕이고,

대륙붕 중에서 단연 갯벌이다.

세계의 해양학자들은 면적으로는 5번째지만

생태적 가치로 볼 때는 최고라고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평가했단다.

그도 그럴 게, 조수간만의 차가 큰 만큼 조간대가 드넓지 않은가.

서해안 갯벌은 해안에서 수 킬로미터로 펼쳐졌다.

그 넓은 조간대에 날아드는 도요새와 물떼새,

오리와 기러기 종류의 종 다양성은 철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리 갯벌은 반드시 보전해 주기를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람사 국제 보호 습지'에 해당하는 '세계 3대 철새 이동통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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