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참고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일 년에 한두 권]

일 년에 한두 권 정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아직까지 가장 처음 읽었던 <빅 픽쳐>만큼 재미있는 그의 소설은 만나지 못했지만, 그냥 영화 한 편 본다는 생각으로 읽는다. 얼마 전에 또 신간이 출간되어서 포탈 다음에서 오늘의 인물로 소개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것은 그 신간은 아니다. 예전에 사둔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미국에서는 2005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14년에 출간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이라는 소설. 늘 그렇듯이 주인공의 추락과 재도약의 반전이 있는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30년 전 우연한 이끌림]

1970년 즈음, 버몬트 대학교에 입학한 한나. 그가 주인공이다. 한나의 아빠는 유명한 좌파 교수로 1960년대 반전운동을 이끈 전설적인 교수였고, 한나의 엄마는 잘나가는 화가로 뉴욕에서도 유명한 커리어 우먼이다. 한나의 엄마는 자존심이 세서 딸과 말다툼 이후 딸이 사과하기 전까지 말을 걸지 않을 정도이다. 남편이 이혼선언을 하자 자살 시도까지 하였다. 목숨보다 자존심을 중요시한다. 그런 엄마라서 한나는 아버지와 더 친하게 지냈다. 엄마와 달리 한나는 현실에 수긍하고 타협하면서 사는 타입이다.

대학 때 만난 의대생 댄과 결혼하여 22살에 첫아들 제프리를 낳았다. 한나가 평범하지 않을 기회도 있었다. 파리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사랑하는 댄과 결혼을 선택했고, 댄이 펠험이라는 시골로 발령을 받았을 때도 내키지 않았지만 따라갔다. 펠험에서 살기로 한 집은 배관이 고장이라서 아예 들어갈 수 없었고, 지저분한 모텔에서 며칠 지내다가 댄의 병원에 딸린 이층 집에 살게 되었다. 한나의 짜증지수가 올라가는 일들은 계속 되었다. 펠험은 작은 동네라서, 비밀이 없어서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하룻밤만 자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한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한나는 그 지루한 시골생활이 싫었지만, 일 년 뒤면 그곳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았다. 빌리라는 마을에 사는 목수가 있는데, 약간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솜씨가 좋아서, 엉망이었던 그들의 집을 그나마 사람 사는 집으로 수리해준 이도 그였다. 그런데 빌리가 스토커 수준으로 한나 주변을 돌아다녔다. 불안할 정도였다.

지루한 삶에 지친 한나에게 유일한 낙은 친구 마지와 통화하는 것이다. 거의 유일한 친구다. 친구 마지를 만나기 위해 뉴욕 행을 계획했다. 그동안 사소한 일로 남편과 많이 틀어졌는데, 이번 뉴욕 행은 남편 댄도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나 뉴욕으로 떠나기 며칠 전 시아버지, 즉 댄의 아버지가 쓰러져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댄은 멀리 아버지를 만나러 가야만 했고, 그로 인해 한나의 뉴욕행은 취소되었다꼼짝없이 어린 제프리를 살펴봐야겠다.

그런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이 미국 횡단 여행 중인데, 펠험 근처를 있다면서 하룻밤만 재워주라고 한 것이다. 그 사람의 이름은 저슨. 남편 없는 집에 젊은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더욱이 비밀이 없는 동네잖는가. 예상대로 다음날 바로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행동거지를 조심했지만, 저슨에게 마음이 끌렸다. 말도 잘 통했다. 감정이 다른 모든 것보다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틀째 밤 그들은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다. 한나는 이내 죄책감에 빠지지만 그 사랑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선이었고,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죄책감 갖지 말라고 저슨은 이야기했다. 그런데, 저슨이 전화 한 통을 받고 행동이 바뀌었다. 자신은 FBI 를 쫓기고 있는 몸이라며, 미국횡단여행은 거짓말이었다고자신은 얼마 전 시카고 급진세력의 폭탄 테러와 관련이 있어서 FBI에 쫓기는 몸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나의 아버지한테 도움을 청했고, 한나의 아버지가 한나의 집을 소개해 준 것이라고 한다. 한나는 아버지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FBI가 저슨이 이곳에 있는 것을 눈치를 채서 이제 이곳에서 도망을 가야 된다고 한다. 캐나다로 도망을 가려고 한다고 하는데, 한나에게 운전을 해달라고 했어. 한나는 거절했다. 하지만, 저슨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FBI에게 다 실토할 것이라고 협박을 하였다. 어쩔 수 없이 한나는 밤새 그를 차에 태워 캐나다에 내려주었다. 아들 제프리도 함께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집에 도착하니 빌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키스한 것도, 사랑을 나눈 것도, 캐나다를 다녀온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한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빌리에게 부탁했다. 모든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비밀로 해달라고...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고, 빌리를 믿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빌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과거는 끝나지 않았다.]

 30년이 지났다. 2003년이다. 한나와 댄은 이후 안정된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댄은 의사로 성공하였고, 한나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해 왔다. 그의 아들 제프리는 변호사로 일하고, 어느덧 서른 살이 되어 결혼도 하였다. 다만, 제프리는 지독한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고,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한나는 맘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한나는 딸 리지도 낳았는데, 리지는 MBA 취득을 했고, 성공한 자존심 센 커리어 우먼이다. 할머니, 즉 한나의 엄마의 성격을 꼭 빼닮았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젬병이었다.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지면 큰 상처를 받곤 했다.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TV에도 출현하는 유명한 피부과 의사 마크와 위험한 사랑에 빠졌다. 한나가 그들의 관계가 너무 걱정되어 마크에게 직접 전화해서 그들과의 관계를 해결하려고 노력도 했다.

 한편, 그의 유일한 친구 마지가 암에 걸려 투병 중이다. 그런데 아직도 홍보회사의 사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어느 날 마지로부터 안 좋은 소식이 왔다. 30년 전 그 망할 저슨이 책을 썼는데, 한나와 있었던 일을 적나라하게 적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 너무 심각해서 전화했다면서, 그 책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딸 리지한테 전화가 왔다. 쾌활한 목소리. 마크가 이혼하겠다며 자신에게 청혼했다고 한다. 그 전화를 받고 느낌이 이상해서 마크에게 전화했더니 전혀 다른 소리를 한다. 리지가 스토커 짓을 한다는 것이야. 그래서 경찰에 요청하여 접근금지 명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다시 리지한테 전화를 했더니 연락두절. 이후 리지는 행방불멸이 되었다 한나는 걱정이 되어 아버지와 함께 리지가 살고 있는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30년 전 저슨의 사건으로 아버지와 화해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화해한 이후로는 친하게 지냈다. 최근에는 한나를 격려하는 유일한 가족이다. 엄마는 알츠하이머로 요양중이다.)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한나는 연락두절이다. 한나는 경찰과 리지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리지가 낙태수술을 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한나는 딸에 대해 너무 몰랐었다면서 자책감도 가졌다. 아들 제프리에게 리지의 실종을 이야기하니까, 동생 걱정은 뒷전이고, 자신에게 안 좋은 영향만 생각했다. 오로지 그 실종사건이 신문기사로 나오지 못하게 할 방법만 생각했다. 그런 제프리의 모습에 한나는 실망감을 느꼈다. 보스턴에 있었지만, 며칠째 소득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집에 있는 포틀랜드로 왔다. 한나는 리지의 실종에 애가 타는데, 남편 댄은 무관심인 것 같아서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깊은 추락과 반전]

며칠이 지난 뒤 리지의 실종 소식이 결국 신문기사에 나왔다. 아주 노골적으로언론이란 것이 원래 그렇다.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고 왜곡하고 선정적으로 내보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유명한 피부과 의사와 불륜을 일으킨 금융계의 유능한 커리어 우먼의 실종. 그런데 기사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된 원인이 부모의 잘못일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집과 한나가 선생님으로 일하는 고등학교, 댄의 병원은 난리가 났다. 기자들의 끈질긴 인터뷰 요청과 자극적인 질문에 한나가 충동적인 말실수를 하였다. 그 말실수가 다시 언론에서 확대 포장이 되었다. 이후 한나는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추락한다. 마치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보는 듯했다.

이 일이 있고, 친구 마지가 연락을 해와서 대변인 역할을 해주겠다고 했다. 언론과 어떤 인터뷰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안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다. 저슨이 쓴 책을 어떤 보수주의자가 읽고 나서, 책 속에 저슨이 사랑을 나눈 의사의 아내가 바로 한나라는 것을 밝혀냈고, 한나가 바로 실종된 리지의 엄마라고 또 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사실 저슨이 쓴 책의 내용은 저슨에 유리하게 왜곡되어 사실과 많이 달랐다. 사랑을 나눈 거야 사실이지만, 캐나다에 데려다 준 것은 협박에 의한 것인데, 저슨은 사랑해서 자진하여 데려다 준 것이라고 써 있었다. 그것은 완전 불법인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내용들이 한나를 의도적으로 나쁘게 쓰였고, 저슨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썼다. 이제 이 내용도 온 세상에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한나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댄에게 30년 전 있었던 일을 이실직고 하고 사과를 했다. 정말 충동적인 일이었고, 후회하고 있다고하지만, 댄은 짐을 싸들고 나갔다. 한나의 추락은 이어졌다. 사실 이런 주인공의 추락은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설정이다. 추락할 때까지 추락하다가 결국에는 반전하여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설정. 약간은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반전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기다려진다.

방송과 언론에서는 연일 한나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마치 마녀사냥같이학교에서는 결국 짤리고, 집 유리창은 남아 남질 않았다. 아들 부부도 앞으로 연락하지 않겠다고 한다. 남편 댄은 이혼을 하자고 했는데, 이미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겉 같았다. 그것은 곧 밝혀졌는데, 한나가 독서 모임에서 만난 친구와 댄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추락했지만, 한나는 여전히 실종된 리지 걱정이 제일 큰 걱정이었다.

한나가 그렇게 추락했지만, 한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한나의 아버지와 절친이자 대변인인 마지. 그리고 수사 초기 때부터 딸의 실종 수사를 도와주던 경찰관 리어리. 그들은 한나를 반전시키기 위한 작가의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마지는 TV 프로그램에서 저슨과 함께 출현하여 토론할 자리를 마련했지만, 한나는 거절하려고 했다. 자신도 없고, 자신이 또 말실수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지의 설득으로 방송출현을 결심했다. 마지에 의해 예행 연습을 많이 했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충동적으로 언성이 높아지는 등 말실수를 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증인이 등장했다. 경찰관 리어리가 찾아낸 결정적 증인. 30년 전 펠험에서 한나를 짝사랑했던 목수 빌리. 빌리는 한나를 짝사랑해서 한나와 저슨의 모든 대화를 엿들었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빌리의 진실된 발언은 지금까지 한나가 한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고, 저슨의 발언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 방송 이후 한나는 모든 직위를 되찾았다. 학교에서도 다시 일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과도 받았다. 저슨의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서 거금의 보상금도 받았다. 그 보상금으로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는 리지의 이름으로 장학재단도 만들었다. 그리고 아들 제프리와 화해를 했지만 남편 댄과 연락은 끊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나의 마음은 리지의 실종으로 아팠다.

다섯 달이 지나고 한나는 휴직을 하고, 젊었을 때 가려고 했다가 못간 파리를 가기로 했다. 파리로 떠나기 전날 아버지 집에서 묵었는데, 놀랍게도 리지의 전화를 받았다. 리지는 실연을 당한 후 노숙 생활을 하다가 정신과의 도움을 받고 나서 캐나다 밴쿠버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심적으로 많이 좋아져서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락하지 않은 야속함보다 한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딸이 건강하게 잘 있으면 된 거야.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어. 그렇게 기쁜 마음을 갖고 파리로 떠났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구조와 스토리라인이 기존 작품들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있는 영화 한편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가끔 영화 한편 보는 마음으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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