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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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이언 맥큐언]

이 책은 인터넷 알라딘에서 서칭하다 알게 되었고,

소설의 소재가 독특하고, 평이 좋아서 읽게 되었다.

종교의 신념으로 진료를 거부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소설인데,

이것은 실제 뉴스로도 가끔씩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 뉴스를 접했을 때, 생명보다 종교의 신념이 강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종교의 신념으로 진료를 거부해서 죽게 되면,

그들은 슬퍼하지 않을까?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까?

아무런 후회가 없을까?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한 적이 있다.

지은이는 소설을 통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나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또 다른 것까지 추가되어 있었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의 지은이는 이언 맥큐언라는 사람인데, 나로서는 이번이 처음인데, 무척 유명한 사람인 것 같다.

각종 문학상을 휩쓸고, 영국에서는 훈장까지 받았다고 한다.

아참, 노벨 문학상은 아직이다.

이 소설의 제목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유명한 '아동법'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미성년자 관련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명망 높은 판사 피오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59세의 피오나.

유능한 지방법원 판사, 담당 재판은 주로 가사 관련 재판이다

피오나는 어려운 판결도 논리적이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결정을 해서,

명망도 쌓고, 많은 존경을 받는 그런 사람이다.

피오나의 남편 잭은 60세의 대학교수.

피오나는 남편 잭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도 사랑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그들 사이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이가 없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를 뒤를 미루다가 결국 아이를 낳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피오나와 잭은 그렇게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해왔다. 무난하게

그런데, 잭은 피오나를 사랑하지만, 무료한 생활에 싫증이 났다

그는 한번쯤 뜨거운 연애를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피오나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피오나와 결혼생활은 계속 유지하면서 말이다.

그저 오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연애

이 말을 들은 피오나는 말도 안된다고 했고, 이미 잭이 불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엄격한 기독교적인 윤리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 명망을 쌓은 피오나,

특히 가정 법원 판사인 그의 남편이 불륜을 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존심에도 큰 생채기가 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그들이 이것에 관해 언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법원으로부터 전화가 한 통 왔다.

시급을 다투는 재판이 내일 열리니 준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17 9개월 백혈병 환자인 애덤 헨리.

병원에서는 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혈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애덤 헨리 자신과 그의 부모가 수혈을 거부한다고 한다.

이유는 그들이 독실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그들은 다름 사람의 피를 받아들이는 것은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병원측 이야기는 이렇다.

환자가 자신의 진료방법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만 18세이어야 하는데

애덤은 3개월이 부족해서 그의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혈을 하지 않게 되면 아주 고통스럽게 죽는다고 한다.

만약 운이 좋아 죽지 않게 되더라도 장님이 되고, 지적 장애아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수혈을 하게 되면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무척 높아진다고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3. 3일 안에 수혈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밤늦게 피오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남편 잭은 그 언쟁 속에 화를 내고, 한밤중에 집을 나가버렸다.

 

[존엄성보다 생명이...] 

다음날 애덤 헨리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병원 측 증인들이 나와서 위에서 애덤 헨리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모측 변호사는, 수혈에 대한 부작용을 이야기했고,

그보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애덤이 비록 3개월이 부족하지만

이미 그는 성인과 같은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똑똑한 아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를 성인과 같은 취급을 해야 한다고 했다.

피오나는 이례적으로 환자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고, 애덤 헨리가 있는 병원에 갔다.

이미 애덤 헨리는 수혈을 하지 않아 오는 증세 중 하나인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야기들은 대로 신념이 투철했고,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애덤 헨리는 그렇다고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지도 않았다.

그는 병원에 있으면서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했는데

피오나에게 연주도 해주었데 그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즉흥으로 피오나는 애덤의 연주에 맞춰 노래도 불렀다.

피오나는 애덤과 면화를 마치고 떠나려고 하는데, 애덤은 손을 잡고 또다시 와달라고 했다.

다시 재판장으로 돌아온 피오나는 재판 결과를 이야기했다.

피오나는 이번 재판은 존엄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재판결과를 결정했다.

병원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렇게 애덤은 수혈을 하게 되었고, 치료를 계속 하게 되었다.

그날 이렇게 어려운 재판을 했지만, 피오나의 한쪽 정신은 남편 잭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집을 나간 잭이 연락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핸드폰 문자와 이메일을 계속 확인했지만 소식은 없었다.

늦은 밤 재판이 끝나고, 남편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잡고자

밖에서 식사를 하고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잭이 와 있었고, 잭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오나는 자신의 감정이 바뀌어 있음을 깨달았다.

어제만 해도, 아니 오후만 해도 잭이 연락 올 것을 기다렸는데,

그 순간은 잭이 돌아온 것에 대해 실망감이 가득 느껴진 것이다.

좀 더 있다가 오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냐는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랑의 완패]

이후 피오나와 잭은 각방 생활을 했다.

잭은 다시 관계 개선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피오나는 계속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리고 잭의 일탈을 잊기 위해서 일에 열중했다.

그런데 어느날 애덤의 편지가 왔다. 피오나의 선택에 대해 고맙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다시 살아나서 고맙다고 했다.

자신이 깨어났을 때 부모님도 자신이 살아난 것에 대해 눈물을 흘리면 감사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믿고 있던 종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심지어 그 종교로부터 구원해주어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종교를 떠난 것에 대해 애덤은 아버지와 잦은 다툼을 한다고 했다.

피오나는 재판 결과에 대한 감사 편지에 관례상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편지는 한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계속 편지가 왔다.

피오나도 여러번 답장을 쓰려는 시도를 하다가 아니다 싶어서 결국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피오나는 뉴캐슬로 지방 순회 재판을 가게 되었는데,

강한 빗속을 뚫고 피오나를 만나기 위해 애덤이 찾아왔다.

아빠와 싸우고 나왔다면서, 앞으로 피오나의 집의 빈방에서 살면 안되냐고 물어봤다.

피오나는 애덤을 잘 설득해서 돌려보냈고, 뺨에 작별키스를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상황이 전개되면서 입술에 키스를 하게 되었다.

이 일이 피오나의 신경을 계속 건들였다.

그 키스 장면을 누군가 봤으면 어쩌지? 그리고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피오나는 자신의 감정의 변화에 대해서 죄책감도 느꼈다.

피오나는 애덤과의 그 일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오히려 잭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애덤에게 편지가 오긴 했지만, 피오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갔다.

연말에 법조계 사람들의 클래식 공연이 있었는데, 피오나도 피아노 연주를 했다.

그런데, 그 공연에 앞서 누군가로부터 애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은 애덤이 백혈병이 재발을 했고, 애덤은 수혈을 거부했고, 그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소식이다.

이젠 만 18세가 넘어서 자신이 진료를 거부하는 데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고 한다.

냉정함을 유지한 채 공연을 마치자마자 피오나는 혼자 집으로 와서 눈물을 퍼트렸다.

잭이 뒤늦게 와서 피오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애덤은 자살한 것이라고 단정하여 이야기했고,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잭이 애덤을 사랑했냐고 물었을 때,

피오나는 그 애는 어린아이라고 이야기했지만, 피오나의 속은 복잡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덤을 죽게 한 것은 자신이라는 죄책감과 함께...

....

과연 피오나는 어린 애덤을 사랑했을까?

나는 피오나가 애덤을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한 윤리의식으로 인해 그 사랑을 거부한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애덤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인과관계가 명확하다.

피오나가 그 사랑을 이성간의 사랑으로 생각하지 않고,

존경과 보살핌 등 조금 다른 방향의 사랑으로 생각하고

애덤을 아들 보살피는 감정으로 보살폈다고 해도 애덤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하기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찌 자신 마음대로 되겠는가?

결국 사랑이 강한 윤리의식에 완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덤에게 있어서 두번째 수혈 거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사랑의 좌절에 의한 것이 아닐까?

...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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