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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천명관 님의 소설을
읽었단다. 천명관 님이 소설을 쓰신 것도 오랜만 이라고 하더구나. 김언수
님의 <뜨거운 피>라는 소설을 천명관 님이 영화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첫 영화감독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리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천명관 님과 김언수 님을 좋아하고, 소설 <뜨거운 피>도 재미있게 봤는데, 어쩌다 보니 영화 <뜨거운 피>는 보질 못했구나. 아무튼 그렇게 영화감독을 하시느라 바쁘셔서
그런지 한 동안 새로운 소설 소식이 없었단다.
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서 천명관
님의 신간 소식을 듣고 반가워서 바로 클릭해 보았단다. 음, 작가님
사진도 나왔는데, 아빠가 알고 있던 모습에 비해 많이 중후해지고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신 모습이었구나. 그 전에 천명관 님의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으니 이번 신간도 바로 주문을 하고 바로 읽었단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천명관 님 작가 특유의 서사성이
돋보여서 그 자리에 앉아서 다 읽었단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된 시점의 한 고아의 성장기라고 짧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영화감독으로 입봉하셔서 그런지 그대로 한 편의 영화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자, 그럼 소설 <아코디언>
이야기를 해줄게.
1.
소설의 제목에
나오는 아코디언은 요즘에 흔히 볼 수 없는 악기로, 양손으로 건반으로 누르고 주름상자를 밀고 당기면서
공기를 통과시켜서 소리를 내는 건반악기로 손풍금이라고 해.
...
주인공 동이는
전쟁을 겪으면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혼자가 되었단다. 동이의 아버지는 의사였는데, 전쟁이 일어나자 군의관으로 전쟁에 참가했다가 감감무소식이었어. 동이의
어머니와 동이가 함께 피난을 오다가 동이 혼자 배에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었어.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설에서는 정확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 유명한 흥남 부두에서 있었던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서 동이가 홀로 타게 된 것 같더구나.
그렇게 남쪽으로
홀로 내려온 혼자가 된 동이는 양목사를 만나 앵벌이를 하게 되었어. 양목사는 해방촌 산자락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전쟁 고아들을 데려다가 앵벌이를 시켰어. 장님 소녀인 연이, 팔 잃은 아이인 깜상, 앉은뱅이 거북이 등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런 아이들의 수입이 좋다고 양목사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데리고 있었어. 양목사를 아이들을
툭하면 때리고 핍박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았어. 하지만 아이들은 갈 곳도 없고 도망가기도 쉽지
않았어. 아이들을 관리하는 무시무시한 삼촌 ‘아미‘가 아이들을 감시하고 있었지.
어느 날 동이는
백화점 앞에서 앵벌이를 하는데, ‘구직‘이라는 푯말을 들고
서 있는 다리 하나 없는 상이군인과 친해지기도 했어. 그 상이군인은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가했다가 다리를
잃었는데,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직접 직업을 구하려고 길에 나선 거야.. 쉽지 않았지. 다들 어려운 시기였지만 상이군인들은 어떻게든 보상을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얼마 후 그 상이군인은 달리는 전차에 뛰어들어 죽고 말았단다.
...
양목사는 아이들을
잡아두기 위해 구름탄이라는 약을 먹였는데, 그것은 마약이었어. 마약에
중독된 아이들은 구름탄 때문이라도 다른 곳에 가지 못했단다. 그들이 사는 판잣집에 연이 할아버지의 유품인
아코디언이 한 대 있었어. 동이는 교회에서 풍금을 치던 엄마가 생각나기도 했어. 동이는 음감이 좋았어. 절대음감이라고 해두자. 연이의 아코디언을 연주해 보았는데 곧잘 잘 했어. 그 이후 연이와
짝을 이루어 앵벌이를 했단다. 동이는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장님인 연이는 연주에 맞춰 노래를 하고... 처음에는 찬송가를 주로 불렀는데, 나중에는 ‘목포의 눈물‘ 등 대중가요를 불렀어.
동이와 연이의
수입이 짭짤했단다. 깜상이라는 아이가 누명을 쓰고 양목사에게 매타작을 당한 일이 있는데, 이 일이 있고 깜상은 도망쳤어. 그러나 마약 중독 때문에 다시 돌아와
약을 달라고 했어. 아미 삼촌이 그를 때리려고 하자 동이가 저항하며 막으려고 했고, 아미 삼촌은 동이를 삽으로 내려치려는 순간, 양목사가 와서 말렸단다. 이렇듯 그들의 판잣집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언제 무슨 일이
날지 몰랐어. 아무튼 양목사는 깜상을 다시 받아주었단다.
...
어느 날 빌리
아저씨라는 미국 사람이 와서 찬이를 입양한다고 했어. 찬이는 이제 미국에서 가서 살 거라고 했어. 그런데 며칠 뒤 순사가 와서 아미 삼촌을 찾았어. 아미 삼촌이 빌리
아저씨를 죽였다는 거야. 사실 빌리 아저씨는 자선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그런
사람이었어. 찬이를 입양시켜서 미국에 간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그런
빌리를 아미 삼촌이 죽였다고? 음.. 살인이 나빠도 아미
삼촌의 속마음은 겉모습과 좀 다른 가 보구나. 그런데 순사가 양목사의 판잣집에 아미를 찾으러 왔다가
양목사가 불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양목사를 체포해 갔어. 아미 삼촌은 도망가고, 양목사는 체포 당하고 판잣집에 아이들만 남게 되었어. 그렇게 아이들만
남았는데 판자촌에 불이 났어. 그 불러 앵벌이를 하는 아이들 세 명이 죽고, 동이는 앉은뱅이인 거북이를 구출해서 살려주었단다. 그런데 그 화재
후 연이가 사라졌어.
남은 아이들은
동이, 깜상, 거북이를 중심으로 굴바위 아래에서 지내다가
판잣집을 다시 만들어 함께 지냈단다. 동이가 아코디언을 연주해서 돈을 어느 정도 벌 수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앵벌이로 돈을 벌어 쌀도 사서 밥도 직접 지어 먹었어. 양목사가 없으니 오히려 그들은 좀더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어. 그런데 얼마 후 어떤 아이들이 돈을 빼돌리는 경우가 있었어. 거북이는 양목사는 없지만 어느 정도 기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동이에게 이야기해서 규율을 만들자고 했어. 그렇게 본의 아니게 동이가 대장 노릇을 했어. 그들은 돈도 모아서
함께 관리하면서 지냈어.
..
어느 날 동이는
음악소리에 끌려 미군부대 안 클럽까지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난생 처음으로 진짜 밴드 연주를 보게 되었어. 그 밴드 연주를 듣고 감동을 받아 집에 돌아와서도 그 생각뿐이었어. 동이는
미군부대에서 하우스보이 미키라는 아이를 알게 되었는데, 미키가 동이의 아코디언 연주 솜씨를 보고 동이를
미군부대 밴드의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해주었어. 실력은 좋지만 동이는 악보도 볼 줄 모르기 때문에 다른
연주들과 합주가 어렵다면서 오디션에서 탈락했어.
....
2.
얼마 후 양목사가
다시 움막에 돌아왔어. 양목사는 다시 예전처럼 아이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구름탄을 먹이려고 하자, 동이가 저항했어. 그러자 양목사는 장작으로 동이를 두들겨 팼어.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양목사에게 달려들어 양목사를 공격했어. 이젠
예전의 아이들이 아니었어. 양목사 없이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깨달았어. 양목사는 아이들의 공격을 당하지 못하고 속옷만 입힌 채 나무 십자가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어. 밤에 동이가 밖에 나오니 양목사가 풀어달라고 하자, 동이는 하느님이
계시면 양목사를 죽지 않게 둘 것이라며 돌아섰어. 다음 날 아침 양목사는 사라지고 없었어. 누가 풀어준 것일까? 양목사는 도망가다가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되어
다시 움막으로 데리고 왔어.
…
동이는 하우스보이
미키가 미군부대의 식당에서 설거지 일자리를 알아봐 주어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전차에서 임신한 연이와
마약에 절어 절룩거리는 아미 삼촌이 앵벌이를 하는 것을 보았어. 판자촌에 화재가 났을 때 사라진 연이가
왜 이곳에? 그렇다면 아미 삼촌이 연이를 데리고 간 것일까? 동이는
면접을 뒤로 하고, 몰래 연이와 아미 삼촌의 뒤를 따라갔어. 아미
삼촌은 여전히 연이를 폭행하고, 자신은 마약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어.
동이가 연이에게 알은 채를 하고 함께 도망가자고 했더니, 연이는 아미 삼촌을 놔두고 못
간다고 했어. 그때 정신을 차린 아미 삼촌이 동이를 알아보고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
동이는 아미 삼촌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어. 동이가 가지고
있던 연이의 아코디언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거든. 아미 삼촌이 연이의 할아버지를 죽였다고 말이지… 그걸 아미 삼촌에게 물어보니 아미 삼촌이 이야기하기를, 그 사람은
연이의 친할아버지가 아니라고 했어. 연이를 앵벌이시키는 노인일 뿐이라고 했어. 그리고 도망 못 가고 앵벌이 하는데 유리하게 하려고 연이 눈도 그 노인이 멀게 했다는 거야. 연이와 아미 삼촌과 헤어지고 다시 판짓집으로 돌아왔어. 부상을 입고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양목사가 죽여달라고 애원했어. 동이가 양목사를 죽이려고 하자 거북이가 말렸어. 그 사이에 양목사는 스스로 목을 찌르고 죽고 말았단다. 동이와 아이들은
양목사를 뒷산에 묻어주었단다.
…
어느 날, 연이가 찾아왔어. 아미
삼촌이 죽었다고 했어. 연이는 얼마 후 아이를 낳았단다. 동이는
자신이 그 아이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선언했어. 동이는 점점 대장 노릇이 아닌, 대장이 되어가는 것 같았어. 그런데 어느날 육손이라는 사람과 샘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그들은 양목사가 자신들에게 빚이 있다면서 갚으러 왔다고 했어. 육손과 샘은 양목사와 아미 삼촌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들이었어. 결국
동이와 아이들은 양동에 있는 샘의 판잣집으로 이동해야 했고, 그 전보다 더 다양하고 고된 일을 해야
했어. 하루 종일 앵벌이를 하고 집에서는 담배 마는 일을 해야 했어.
동이는 깜상과 몰래 음모를 꾸몄어. 동이와 깜상은 그들의 돈통에 대한 정체를 샘에게 알려주고
그 돈통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면서 샘을 판잣촌에 있는 우물로 유인하여 그곳에 떨어뜨려 죽였단다. 그리고
그들은 동대문에 있는 육손의 거처에 갔어. 그곳에서 연이의 아들 돈이를 몰래 데려오려고 했는데, 그곳에서 뜻하지 않는 찬이를 만나게 되어 찬이도 구출했어. 그런데
또 뜻밖의 사람을 만났어. 미키가 발에 차꼬를 차고 묶여 있는 거야.
미키는 동이를 보자 미안하다고 했어. 자신이 동이의 거처를 육손에게 알려주었다고 했어. 미키는 발에 차꼬가 채워져 있어서 구하지 못했어.
동이는 구출한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역으로 향했단다. 동이와 깜상은
샘을 죽이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갈 계획을 사전에 세웠어. 그래서 다른 아이들도
모두 서울역에 와 있었어. 동이는 다른 아이들을 부산으로 모두 보내고,
자신은 할 일을 마치고 가겠다면서 부산에서 만나자고 했단다. 그것이 아이들이 본 동이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어.
3.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동이의
아코디언을 물려받은 홍이라는 아이가 동이를 찾으려고 서울에 왔어. 홍이는 우여곡절 끝에 미키를 만났어. 미키는 5년 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어. 동이는 다시 미키를 찾아와서 미키를 구했으나, 육손한테 들켜서 함께
도망을 갔다는 거야. 그러다가 동이는 미키를 먼저 보냈다고 했어. 동이는
육손과 싸우다가 채석장 절벽 아래로 떨어졌어. 정신을 잃은 육손을 남겨두고 동이는 도망을 치고 때마침
시위대가 거리에 가득 차 있어서 그 시위대 속으로 몸을 숨겼어. 하지만 육손이 그곳까지 동이를 찾아왔고, 동이는 결국 육손의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단다.
미키는 동이와 사전에 정했던 약속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동이는 오지 않았어.
그래서 동이가 죽었다고 생각했대. 그것이 홍이가 미키로부터 들은 동이의 이야기였단다.
....
또 5년이 지나고, 육손은
여전히 아이들을 앵벌이 시키는 나쁜 짓을 하고 있었어. 전차에서 신문팔이 소년과 부딪혔는데 갑자기 육손은
면도날에 목이 베여 피를 철철 흘리다가 죽었단다. 그 신문팔이 소년은 아무도 모르게 인파 속으로 사라졌단다. 그 소년은 누구였을까? 지금까지 다 이야기하고 맨 마직을 이야기하지
않냐는 너희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 하구나. 나중에 직접 확인해 보길.
….
소설이 끝나기 전에 동이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 동이의 엄마란다. 동이가
전쟁 중에 헤어진 엄마와도 다시 만나길 바랬으나,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이구나. 결국 만나지 못하고 끝나 버렸으니… 전쟁이 아니었다면 동이와 친구들이
그런 삶을 살지 않았을 텐데… 전쟁은 약한 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구나. 오늘날 지구촌 이곳 저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들은 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
앞서 이야기했듯이 천명관 님의 이번 소설 <아코디언>은 한편의 시대극을 보는 듯했어. 앞으로는 자주 소설을 출간해주시길
바라며, 오늘 이야기는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버스정류장엔 쯔그러진 깡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베사메 베사메무쵸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지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훗날, 동이는 우물가에서 들었던 울음소리가 실은 귀신의 소리가 아니라 아코디언이 자신에게 들려주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아코디언이 전해주는 소리에 늘 슬픔과 분노만 담겨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거기엔 수많은 사연과 감정이 뒤엉키고 산 자와 죽은 자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동이는 연주를 통해 그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풀어놓았다. 아코디언을 치는 동안, 슬픔과 고통은 깊은 깨달음으로 정화되고 안개처럼 뿌옇게 가려졌던 진실은 거울처럼 선명해졌다. 그렇게 동이는 글자가 아닌 소리를 통해 벽 너머의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더듬더듬 찾아가고 있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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