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ㅣ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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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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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박지리 님의 소설을 읽었단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박지리 님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안타깝게도 요절하셔서, 남겨진 작품들만 가끔씩 읽고 있구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박지리 님이 남기신 작품들은 모두 여섯 편... 그리고 아빠가 읽은 박지리 님은 작품은 오늘 이야기 할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까지 다섯 권이더구나. 이제 한 작품 남았는데 좀 아껴서 읽어야겠구나.

이번에 읽은, 제목을 정확하게 외우기 쉽지 않은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라는 소설은 박지리 님 사후 출간되었던 첫 번째 책이라고 하더구나.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17년으로 약 10년이 흘렀지만, 책 속의 주인공들이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이질감 없이 읽게 되더구나. 그 경쟁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줄어들지는 않은 것 같고... 이 소설은 소설이라고 하긴 하지만 중간 중간 연극 시나리오 형식을 띠고 있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단다.

소설의 주인공 M은 제약회사 W에서 48번째 면접을 보고 있다. 면접을 하는 것을 보니 이번에도 떨어질 것이 뻔해 보였어. 그런데 마지막 질문... 다른 면접자들과 달리, 의도적이지만 솔직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답변을 한 것이 점수를 받은 것인지 합격을 했단다. 그래서 4주간의 신입사원 합숙 연수에 들어가게 되었어. M은 3반 5조에 배정을 받았고, 5조에는 조장 안경잡이, 여자 1, 여자 2, 회색셔츠, 떠버리, 그리고 M 이렇게 여섯 명이었어. 룸메이트는 꼬마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인데, 누나 셋의 막내로 집에서 귀염둥이 역할을 했던 것 같고, 아침 저녁으로 늘 가족들과 전화 통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 전화 내용을 들어보니 엄마가 간암 투병을 하고 계신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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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 일과는 아침 7시 30분까지는 자유 시간이고 아침 식사도 자율적으로 하면 됐어..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일찍 일어나 아침 구보를 하고 체조도 하기도 있고, 어떤 조는 아침마다 모여서 함께 아침을 해 먹는 이들도 있었어. 다들 사수 선배한테 잘 보여서 신입사원 연수에서 점수를 좋게 받으려는 의도처럼 보였어. M이 속한 5조는 아침도 각자 먹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단다. 합숙 연수생들은 가끔씩 외부 봉사활동으로 수해 피해 지역의 집 짓는 봉사활동을 했어. 연수 기간 중 육체적 노농이 가장 많은 활동이었단다. 그 외에 내외 강사들이 와서 강연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 신입 사원으로서는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본부장 강연도 있었지. 연수생들은 그저 강연만 듣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잘 따기 위해서 그럴싸한 질문을 하겠다고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어. 그런데 M이 어디서 들었는데, 이 합숙연수가 합격자들의 연수가 아니고 마지막 3차 면접이라는 거야. 모든 사람이 입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이 중에 일부는 합격하고 일부는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이야.

미처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M은 당황했어. 그 동안 감점될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점수를 따겠다는 행동을 한 것이 거의 없었거든. 그런데 그 때 사수의 호출로 사수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어. 그곳에서 어떤 서류를 하나 봤는데 이름도 없이 번호만 나열 되어 있고, 날짜마다 ˝O˝표와 ˝X˝가 되어 있었어. 그런데 13번만 둘째 날부터 쭉 ˝X˝표시가 되어 있었어. 13번은 누구지? M은 아무래도 그 13번이 자신인 것 같았어. 그래서 지금이라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지금까지와 다르게 행동을 하기로 했어. 먼저 자신이 조장이 되려고 했어. 하지만 이미 안경잡이가 조장을 하고, 특별한 문제도 없고 연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조장을 어떻게 바꾸지? 안경잡이가 조장 일을 힘들어한다는 식으로 조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조장을 다시 뽑자고 제안을 했고, 안경잡이도 크게 개의치 않게 생각해서 다시 조장을 뽑게 되었어. 다들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이상했는데, 어떤 녀석이 제비 뽑기로 하자는 거야. 위기... 자신이 조장이 안 되면 어쩌지? 그런데 다행히 M이 제비 뽑기에서 조장이 되었단다.

조장이 된 M은 모든 일에 솔선수범을 하고, 아침 식사도 조원들 것까지 모두 차려서 다 같이 식사를 했어. 이렇게 하자 사수들에게도 눈에 띄게 되었어. 물론 아침 식사를 먹고 싶어하지 않은 조원들을

강제로 집합시켜서 갈등을 빚기도 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리고 아침 체조에도 참석했어. 이제 와서 아침 체조에 동참하는 M을 보고 눈총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M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그런 눈총은 모른 척 했어. 봉사 활동을 나가서도 다른 때보다 더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해서 일을 했어.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몰래 사수들의 사무실에 가서 그 서류를 확인했는데 여전히 13번만 ˝X˝ 표시가 되어 있었어. 걱정은 더 쌓여갔어. 왜 M은 자신을 13번이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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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욱 조장으로써 역할을 열심했어. 그러다 보니 권위의식이 생겨서 조원들에게 강압적이면 명령을 내리기도 해서 조원들과 갈등은 더 심해졌단다. M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험담하고 오버해서 솔선수범 일했어. 그리고 또 밤에 몰래 사수들 사무실에 들어가서 그 서류를 훔쳐 보았단다. 하지만 여전히 13번은 ˝X˝ 표시가 되어 있었어. 망상에 사로잡힌 M은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어. 캄캄한 밤에 복도에서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는 깜짝 놀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깨진 벽돌로 그를 공격하고, 그 길로 연수소를 도망쳐 버렸단다.

연수 종료를 2일 남겨두고 그렇게 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른 연수생을 공격하고 도망친 거야. 집으로 돌아온 M은 6개월 동안 방에서 칩거했어. 그리고 자신이 공격한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더 이상 방에만 숨어 지낼 수 없고 죄책감에 살아갈 수 없어서 그는 경찰서에 가서 자신이 살인을 했다고 자백했으나, 경찰은 그를 미친 놈 취급하며 내쫓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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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M은 직장을 구하려고 길을 나섰으나, 이제 면접기피증세가 있어서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았어.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연수생 동기를 만났어. 그리고 그 연수생이 알려준 사실들... 그 연수는 3차 면접이 아니라, 최종 합격이 확정된 신입사원 연수였다는 것이야. 도대체 M은 어쩌다 그 연수를 3차 면접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누구 한 이야기를 오해했던 것 같구나. 그리고 M이 보았던 서류, 연수생을 평가했다고 생각하는 서류... 그것은 사실 청소상태를 체크한 것이고, 문제의 13번 항목는 연수 이틀째부터 고장이 나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전자레인지라는 거야...

거참, 허망하구나. 그리고 M이 그 캄캄한 밤에 복도에서 벽돌로 내려친 것은 사람이 아니고 창문으로 잘못 들어온 새였다는구나. 그 연수생은 새를 돌로 치고 연수소를 도망간 사람으로 M을 기억하고 있더구나. M은 수많은 면접을 통해서 합격에 대한 불안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강박증까지 생긴 것이 아닌가 싶구나. 이 경쟁 시대에 경쟁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충분히 정신적으로 쇠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사회는 왜 경쟁을 원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없는가? 너희들도 경쟁사회에서 고된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빠의 마음도 불편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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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 님은 이 소설을 통해 과도한 경쟁에 대한 사회 문제를 풍자적으로 잘 이야기해주신 것 같구나. 이번 작품도 좋았어.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관객을 위한 의자나 배우를 위한 무대 없이 오직 빛의 밝기로만 경계를 만드는 원형 극장 안에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곳곳에 서 있다.

책의 끝 문장: 어두웠던 나머지 공간에도 빛이 들어오자 관객을 위한 의자나 배우를 위한 무대 없이 오직 빛의 밝기로만 경계를 만들었던 원형 극장은 다시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돌아가 웅성웅성 대는 목소리들만 되살아난다.


뭐야, 대체 왜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왜 다들 나를 피하는 거야? 혹시 얼른 불이 들어오기만 바라고 있는 거야? 당신이 서 있는 곳에 불이 켜지는 순간 내가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웃기지 마, 난 사라지지 않아. 나는 인간이야. 불이 켜진다고 해서 한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사라질 수 있겠어? 당신은, 당신은 불이 켜지면 사라지는 존재인가? 어? 그런 허깨비야? 나도 아니야. 나는 사라지지도, 어디로 가지도 않아. 길을 알아낼 때까지 영원히 이곳에 있어야 해. 그러니 제발 좀 말해 줘. 우리, 이렇게 가까이 있잖아. 내 침이 당신 코에 튈 정도로 가까이 있잖아. 내 침이 당신 코에 튈 정도로 가까이 있잖아. 여기가 어디야, 응?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도대체 왜 난 혼자만 이렇게 절규하는 거야? 당신들의 지금 그 눈빛은 대체 뭐냐고.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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