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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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짧은 소설을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읽은 클레어 키건 책은 이번이 세 번째로구나. 책이 너무 얇은 것에 비해 책 가격은 마음에 들지 않는 가격이라 관심 두지 않았던 책인데, 아빠 친구가 추천을 해주어 읽어보기로 했단다.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 작가로 이 소설 또한 아일랜드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단다. 제목으로만 봐서도 어떤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 책의 앞부분을 읽어도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책도 얇은데 어떤 서사가 등장할지, 걱정까지 되면서 읽었는데, 후반에 가면서 이 짧은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아빠의 친구가 왜 추천을 하고, 왜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는지 알겠더구나.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고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일랜드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를 그런 소설로 이해했단다.

 

1.

이 소설이 배경이 되는 1985년 아일랜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하는구나. 주인공 펄롱은 석탄야적장에서 석탄을 판매하고 배달하는 평범한 노동자란다. 펄롱의 엄마는 미혼모로, 16살 때 펄롱을 낳았어. 펄롱의 엄마는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가사 일꾼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임신을 하게 되면 보통 내쫓기 마련인데, 미시즈 윌슨은 엄마를 내쫓지 않고 계속 일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펄롱도 보살펴주어 큰 어려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단다. 그런데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단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하다가 결국 물어보지 못한 거야.

성인이 된 후 펄롱은 아일린과 결혼하여 딸 다섯(캐슬린, 조앤, 실라, 그레이스, 로레타)을 낳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어. 펄롱은 자신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지만, 윌슨 씨에게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잘 베풀어 주는 사람이란다. 그에 반에 아내 아일린은 현실주의자로 펄롱을 사랑하지만 남들에게 베푸는 것은 좀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어 펄롱과 아일린은 케익과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어. 펄롱은 석탄을 판매하고 배달하다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바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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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언덕 위에 있는 수녀원이 하나 있었는데 이 수녀원은 직업여학교를 운영하고 세탁소를 같이 운영했는데, 세탁소는 세탁 품질이 좋아서 평판이 좋았단다. 하지만 직업여학교와 세탁소에서 십대 소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어린 아이들을 입양 보내고 받은 돈을 수녀들이 챙긴다는 안 좋은 소문들이 돌기도 했어.

어느 날, 펄롱은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는데, 어떤 소녀가 죽고 싶다면서 도와 달라고 했어. 펄롱이 아이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수녀가 곧바로 와서 대화가 중단되고 펄롱은 집으로 돌아왔어.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 아내 아일린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현실주의자 아일린은 우리 집과 관련이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펄롱은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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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날은 석탄 창고 문이 성에 때문에 못 열고 있었는데 창고 안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서 열었더니, 한 여자 아이가 벌벌 떨고 있었어. 하룻밤 꼬박 그곳에서 머물 것 같았어. 펄롱은 그 소녀를 데리고 수녀원에 갔더니 수녀원장은 형식적인 투로 고맙다고 했어. 그리고 수녀원장은 그 소녀에게 석탄 창고에 간 이유를 물어보니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숨겨서 그곳에 있었다고 했어. 수녀원장은 펄롱이 옆에 있어서 의식적으로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소녀는 겁에 질려 있는 듯했어. 펄롱은 소녀에게 자신이 도와줄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어. 그러면서 소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수녀가 펄롱에게 눈치를 주어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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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이 수녀원에서 소녀 때문에 수녀원장과 실랑이를 벌인 것이 소문이 났는지 펄롱의 지인 미시즈 케호는 괜히 수녀원에 관여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조언을 했단다. 하지만 펄롱은 그냥 마음에 담아둘 수 없었어. 펄롱은 수녀원에 가서 주위를 배회하면서 생각에 잠겼어. 그런데 석탄 창고에 가 보니 그 소녀가 또 그곳에 있었어. 펄롱은 더 이상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었어. 앞으로 어떤 고통이 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미시즈 윌슨으로부터 배운 양심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어. 그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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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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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배경이 된 것은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라고 하는구나. 이 세탁소는 1996년이 되어서야 문을 닫았는데 이 시설에서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어. 적게 잡으면 만 명이지만 삼만 명이 정확한 수치일 것이라고 덧붙이는 말에게 이야기하고 있단다. 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이 아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대. 이 시설이 가톨릭교회와 국가가 함께 운영하고 자금을 지원하던 곳이었는데 더 충격적이구나. 아일랜드 정부는 막달레나 세탁소에 대해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고 있다가 2013년이 되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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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런 부조리한 일을 고발하려는 목적보다 주인공 펄롱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보통 우리와 관련 없는 부조리한 일에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단다. 하지만 펄롱은 자신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양심에 따라 행동을 했단다. 펄롱이 한 행동은 결코 사소한 것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소설의 제목을 역설적으로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아빠는 과연 펄롱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했는데, 속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더구나.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 같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10월에 나무가 누래졌다.,

책의 끝 문장: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림을 만들면서도 펄롱의 생각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요일, 아내와 딸들과 함께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일, 그리고 누구한테 받을 돈이 얼마인지, 주문받은 물건을 언제 어떻게 배달할지, 누구한테 무슨 일을 맡길지, 받을 돈을 어디에서 어떻게 받을지에 닿아 있었다. 내일이 저물 때도 생각이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또다시 다음 날 일에 골몰하리란 걸 펄롱은 알았다. - P29

이게 다 무엇 때문일까? 펄롱은 생각했다. 일 그리고 끝 없는 걱정.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 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43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세상에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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