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우리는 산신령과 죽어버린 동무에게 술 대신 한잔씩의 물을 바쳐 죽은 짐승의 넋이 편히 쉬기를 빌고, 해질 무렵에 시체를 묻었다. 호박 크기만한 무덤이 다 만들어졌을 때, 나는 무척 슬픔을 느꼈다. 거북은 오랜 생명을 가지며 수천 년이나 산다고 한다. 그러나 희귀한 동물이 우리 집에서 죽었을 때에는 아마 좋은 것을 뜻하지는 않으리라.
(82)
“그렇지, 원님께서 몸소 나와서 그렇게 무기도 없이 적에게 대했더라면 그야 옳았을 것이야말고. 아마 다른 원님 같았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원님은 무척 겁쟁이였거든. 유감스럽게도 그건 원님이 아니라 그 손자였더란 말이야. 바로 김삿갓이란 거야. 그렇고말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 그렇지만 참으로 원님의 손자였다는 거야. ‘적군을 물리치자!’고 그는 조부에게 요구했으나 조부는 들은 체도 않고 적군에게 항복해버렸지 그만...... 그러므로 적군은 계속해서 딴 고을을 무찔렀고 김삿갓은 임금에게 충성하였으므로 조부와 적대하여 도모하지 않고 그만 걸인과 방랑의 시인이 되어버렸지.”
(89)
“언제든 하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 조심스럽게 들어라. 그것은 아주 높은 학문이다.”
“제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영혼은 언제나 맑아야 한다.”
(178)
“과거를 너무 생각지 마라.”
끝으로 어머니는 말하였다.
“네가 자주 말한 것처럼 시대가 변하였다. 과거는 새 문화에 앞서 갔다. 새 문화는 자주 분수를 모른다. 그러나 네가 그것에서 무엇을 배우려고 하든지 그것이 생소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아야 하며, 또 언제나 온화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195)
그런 고귀한 한방 의원은 병자의 신체를 거의 만지지조차 않았다. 그들은 등을 두드리지도 않았고, 내부 기관을 청진하지도 않았다. 다만 병자의 얼굴을 보았고 병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스레 듣고는 맥을 짚었다. 그러고는 처방을 썼고 처방에 따라 조수가 약을 곧 준비하였다. 조제실에는 모든 필요한 약초며 뿌리며 구근이 보관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환약이며 고약이며 즙을 의원의 감시 아래 만들 수 있게 해 두었다. 병자에게는 그 외 아무 일도 없었다. X-레이는 물론, 수술, 주사도 한방 의원은 몰랐다. 다만 특정한 병에만 여러 곳에 침을 놓았다. 이런 곳은 생명선 위에 있어야 했고 그 방해가 병이 된다고 했다.
(210-211)
어머지는 오랫동안 잠자코 걷다가 말하였다.
“너는 자주 낙심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충실히 너의 길을 걸어갔다. 나는 너를 무척 믿고 있단다. 용기를 내라! 너는 쉽사리 국경을 넘을 것이고, 또 결국에는 유럽에 갈 것이다. 이 에미 걱정은 말아라. 나는 네가 돌아오기를 조용히 기디라겠다. 세월은 그처럼 빨리 가니, 비록 우리가 다시 못 만나는 한이 있더라도 슬퍼 마라. 너는 나의 생활에 많고도 많은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자! 내 아들아, 이젠 너 혼자 가거라.”
(249)
“너는 너무 말이 없고 너무 많이 생각한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침묵은 오래된 동방에서는 아직도 미덕으로 인정되나, 서방에서는 그렇지가 않아. 여기선 그게 비사교성의 표시로, 심지어는 거만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언제나 이야기하는 데에 섞여 같이 대화를 나누어라. 무엇에 관한 이야기든 간에. 날씨나 기후나 또는 음식이나 옷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과 사교하는 동안에는, 땅에서 살고 있는 이상엔 언제나 철학적인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는 없단다. 유럽 사람도 땅위에서 살고 있으며 즐겨 세상 이야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