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나 역시 전쟁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느꼈었어요. 아들
이언이 이집트 알라메인에서 죽었을 때(엘리의 아버지인 존과 함께 전사했지요.) 조문객들이 찾아와 나를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 “삶은 계속되는
거예요”였어요.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연히 삶은 계속되지 않아요. 계속되는 건 죽음이죠. 이언은 이제 죽었고 내일도 내년에도 그 후로도 영원히 죽어 있을 테니까. 죽음에는
끝이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슬픔에는 끝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엄청난
슬픔이 노아의 대홍수처럼 나의 세상을 휩쓸어버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벌써 물 위로 솟은 작은 섬들이 있네요. 희망? 행복? 뭐 그런 것들로 부를 수 있겠죠. 당신이 의자 위로 올라서서 부서진 건물 더미를 애써 외면한 채 반짝이는 햇빛을 받는 모습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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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지의 역사에 대해 말하자면, 흠, 말은 적을수록 좋은 법, 섬은
한때 노르망디공국에 속했으나 노르망디 대공이던 윌리엄이 ‘정복자 윌리엄’으로 등극하면서 채널제도를 뒷주머니에 챙겨 와 잉글랜드에게 넘겨주었다. 여러
가지 특권도 함께. 훗날 존왕이 이런 특권들을 강화했고, 에드워드 3세가 또다시 확대했다. 도대체 왜?
그들이 이곳을 특별히 선호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없다,
하나도 없다! 그 후 유약한 헨리 6세가 프랑스
영토 대부분을 프랑스인들에게 돌려주었을 때, 채널제도는 잉글랜드 왕실 소유지로 남겨졌다. 굳이 돌려받을 이유도 없으니까.
채널제도는 기꺼이 영국 왕실에 충성과 애정을 바치지만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이 점을 유의하라. 왕실은 채널제도가 원치 않는 일은 그 어떤 것도
강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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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못됐다고 사과하고는 오빠 말이 전적으로 옳다,
<오만과 편견>이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러브 스토리다, 라고 말해줬어요. 긴장감이 엄청난 작품이기 때문에 끝까지 읽기도
전에 애간장이 녹아서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도 얘기해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