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
도란 백성들로 하여금 윗사람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공생공사하고 두려워하거나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천은 천시(天時),
즉 기후 조건으로 밤과 낮, 맑고 흐린 날, 사계절의
변화 등을 말한다. 지는 지리(地利) 조건으로 도로의 멀고 가까움, 지세의 험준함과 평탄함, 지역의 넓고 좁음 그리고 사지(死地)와 생지(生地) 등을 말한다. 장은 장수(將帥)의 덕목으로
지모(智謀)가 뛰어난가, 충신(忠信)을 지녔는가, 부하를
인애(仁愛)하는가, 용맹하고
과단성이 있는가? 군령을 엄격히 다스리는가를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은 군대의 조직 편제, 직책과 관리 제도 그리고 군수물자 제도를 가리킨다. 장수는 이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깊이 파악해야 한다. 오직 이를
파악한 자만이 전쟁에서 승리를 획득할 수 있다.
(35)
맹자는 왕도(王道)와
패도(覇道)를 구별한다. 패도는
인의를 저버리고 힘으로 다스리는 방식이며, 왕도는 덕으로 다스리는 방식이다. 패도를 유지하려면 강력한 무력과 그 바탕이 되는 넓은 영토가 필요하지만, 왕도는
소국에서도 충분히 펼칠 수 있다. 성탕의 영토는 70리 남짓에
불과했으나 능히 왕도를 구현해냈다. 이처럼 왕도는 왕자라는 지위에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왕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애써 갖춰야 할 자격이었다.
(37)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치밀한 묘산(廟算)으로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충분히 평가하면 전쟁에서 승리하고, 반대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묘산을 충분히 진행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계획(계산)이 치밀하면 승리할 수 있고, 계획이 치밀하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다. 그럴진대 계획이 전혀 없다면 어떠하겠는가? 이러한 관찰에 근거하여
누가 승리하고 누가 패할 것인가를 명백히 할 수 있다.
(56-57)
이처럼 대군을 동원하는 전쟁은 반드시 단기간에 속승(速勝)을 거두어야 한다. 전쟁을 오래 끌면 병사는 피로해지고, 날카로운 기세는 꺾이기 마련이다. 성을 공격하는 공성에는 군사력의
손실이 따르며, 장기간의 출정은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만약
병사들이 오랜 전쟁으로 피로해지고 예기가 꺾이며, 군사력이 소모되고 재정까지 고갈되면 주변 국가들이
기회를 노려 군사를 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지모가
출중한 자라도 이 위난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용병 전쟁은 마땅히 신속한 승리를 추구해야 하며, 계책이 교묘한가 졸렬한가를 따지지 않는다. 오래 지속되는 전쟁이
국가에 이로웠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러므로 용병의 폐해를 모두 알지 못하는 자는 그 이로움 또한
온전히 알 수 없다.
(82)
따라서 용병의 최고 책략은 전쟁을 하지 않고 모략으로써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적의 외교 동맹을 와해시켜 고립시키는 것이고, 다음은 무력으로써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다. 적의 성을 격파하는 공성은 최악의 책략으로,
다른 선택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식이다.
(111)
적이 승리할 수 없게 만드는 관건은 정확한 방비에 있고, 내가
승리할 수 있게 만드는 관건은 적절한 공격에 있다. 방비하는 까닭은 아직 힘이 부족해 승리할 조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고, 공격하는 까닭은 힘에 여유가 있어 승리할 조건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방비에 능한 자는 아홉 겹 땅속에 숨어 있는 듯하여 적이 찾아낼 수 없고, 공격에
능한 자는 아홉 겹 하늘(구천, 九天)에 떠 있는 듯하여 적이 막을 수 없다. 이처럼 방비와 공격에 모두
능한 군대는 능히 스스로를 보전하며 적에게 완전히 승리할 수 있다.
(128)
‘형’과
‘세’를 비교해보면 개념이 한층 선명해진다. 철학적 관점으로 보면 ‘형’은
사물의 외적 현상이자 구체적 상황으로 실재하는 반면, ‘세’는
사물의 성향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요소다. 군사적으로는 ‘형’이 작전 형량의 본체(本體), ‘세’는 그 작용에 해당한다. ‘형’은 군대의 병력과 장비 같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역량으로, 비교적
고정되어 단기간에 변하지 않으며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 반면 ‘세’는 ‘형’을 토대로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발휘되며, 지형, 기후, 보급 상황, 군의 사기, 작전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이고 비가시적인 역량이다. 따라서 수시로 변하며 수치화하기 어렵다.
(159)
즉, 두 사람 모두 “적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들고, 자신은 적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병법의 핵심이라 본 것이다. 전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은 적의 의도에 말려들어 피동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이다.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의도한
대로 움직여 내가 미리 구상한 시간, 장소, 조건에서 적을
상대하면 능히 승리할 수 있다.
(167)
그러므로 분석을 통해 적의 계획이 가진 득실과 강약을 가늠하고, 자극을 주어 행동 방식을 살필 수 있다. 또 아군의 거짓된 모습을
일부러 드러내어 적의 강점과 약점을 드러나게 하고, 시험적인 공격으로 병력 배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만책을 극도로 능숙하게 구사하면 아군의 실체는 흔적조차 감출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아무리 깊숙이 숨어든 간자(間者)일지라도 나의 허실을 알아낼 수 없고, 아무리 지모가 출중한 적장일지라도 나의 계책에 대응할 수 없다.
(207)
<손자병법>은
말한다. “때로는 군주의 불합리한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는 지휘관의 뜻을 무조건 꺾으라는 것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에게
항명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반드시 형세에 대한 통찰과 대의를 위한 희생정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317)
군주는 일시적 분노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는
일시적 원한으로 전쟁에 나가서는 안 된다.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면 비로소 군대를 움직이고,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군대를 움직이고,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군대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 분노는 희열로 전화할 수 있고, 원한도 기쁨으로 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멸망하면 되돌릴
수 없고, 사람의 목숨은 더더욱 되살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