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426)

지금은 나미비아가 된 나라에서 메리언은 이렇게 썼다. 나는 이 밤에 이 발코니의 특별한 각도에서 본 이 특별한 달을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만일 잊는다면, 내가 무얼 잊었는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망각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잊었다. 내가 본 거의 모든 것을 잊었다. 체험은 더해나 물결처럼 우리에게 밀려든다. 기억은 병에 담긴 물 한 방울이며, 그 짜고 농축된 물방울은 그것이 속해 있던 신선하고 풍성한 물결과는 다르다.


(457)

왜냐하면 비행은 당신 뼛속에 있으니까.” 메리언은 놀라서 희미하게 빛나는 그의 흰 셔츠 위에 그림자 진 얼굴을 빤히 보았다. 자신도 그렇게 믿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입을 열 사이도 없이 그가 덧붙였다. “내가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이 그랬어. 당신은 내 뼛속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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