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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을 읽었단다.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들은
대체로 재미가 있었고,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작품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단다. 인터넷 서점을 들러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2022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카지노 베이비>를 읽었단다. 지은이는 강성봉이라는 분인데, 이번 <카지노 베이비>가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잡지 기자로 일하시면서 글쓰기의 내공을 기르신 것 같구나. 그리고
어렸을 때 잠시 살았던 곳을 모티브라고 한 것 보니, 정선에서 사셨던 것 같구나. <카지노 베이비>라는 소설 속에서 카지노가 있는 마을의
이름을 '지음'이라는 가상의 이름으로 하였지만,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정선을 떠오르게 될 거란다.
탄광 산업이 저물고 더 이상 그 마을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강원랜드를 유치해서 명백을 이어가게 된 정선. 아빠가 그곳에 살고 있었다면 그것을 반대했을지 찬성했을지 쉽게 결정을 못하겠더구나. 반대쪽으로 좀 기울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아빠도 오래 전에 친구들과 정선 인근에 있는 산에 갔다가 강원랜드에 가 본적이 있어. 정식 사업으로 하는 곳이긴 한데, 카지노가 아닌 도박판 특유의 찌든
냄새가 났던 기억이 있단다. 아빠는 일행과 함께 그곳이 어떤 곳인가?
하고 잠깐 들렀던 곳이고 도박의 확률을 믿지 않는지라, 그 이후에는 가 보질 않았단다. 그런 강원랜드와 주변 마을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 바로 <카지노
베이비>라는 소설이란다. 지은이 강성봉 님의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나쁘지 않았단다.
1.
지음이라는 곳은 예전에는 탄광으로 유명했던 도시이지만, 지금은 카지노로
유명한 곳이란다. 책의 앞 부분에 지음이라는 마을의 구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림으로 설명해주고
시작했단다. 서쪽에는 카지노인 랜드와 리조트가 있고, 지장산이
자리잡고 있는데, 지상산에 절이 있어서 이 서쪽을 웨스트 부다스라고 불렀단다. 동쪽에는 지음 읍내가 있고, 교회,
도서관, 시장 등이 있었는데 교회가 있어서 이 동쪽을 이스트 지저스라고 했어. 그리고 웨스트 부다스와 이스트 지저스가 겹치는 중간 지역이 있는데, 이
곳에는 전당포와 모텔 등 숙박시설들이 모여 있어서 슬립 시티라고 불렀단다.
...
오래 전에 갓난 아이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려갔던 어떤 남자가 있었단다. 그
남자는 아이를 찾으러 오지 않았고, 아이는 전당포에서 자라게 되었고,
어느덧 열 살이 되었어. 그 아이의 이름은 동하늘, 성은
동이고 이름은 하늘이었어. 전당포의 사장 할머니와 딸은 하늘을 잘 보살펴 키웠단다. 돈에 찌든 이들만 보다가 어린 갓난 아이를 보았으니 얼마나 귀엽고 예뻤겠니.
하늘은 전당포 사장할머니를 할머니로 부르고, 사장할머니를 엄마로 불렀어. 그리고 사장할머니의 아들도 한 명 있는데, 동하는 삼촌이라고 불렀어.
할머니는 오래 전에 할아버지와 결혼해서 외지에서 지음에 왔다고 했대. 할아버지는
탄광 일을 했고.. 당시 탄광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였대. 그런데
탄광 산업이 내리막에 들어섰고, 결국 폐광까지 하게 되었대. 아무런
정부는 대책 없이 폐광하게 되자, 지음 탄광에 다니던 사람들은 시위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경찰차에 치인 할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 후유증으로
얼마 못 가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그 이후 할머니는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 했어. 처음에는 다방을 차렸어. 당시
88 서울 올림픽이 열릴 즈음이라서, 올림픽 다방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수입이 괜찮았단다. 그리고 랜드가 들어서고 나서는 전당포를 차렸는데, 당시 2002 월드컵이 열릴 즈음이라서, 월드컵 전당포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구나. 전당포도 수입이 괜찮았단다. 할머니는 지음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챙기셨어. 쪽박 공원이라는
곳에 잇단 자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굿이라도 해서 해결하려고 했던 것도 할머니였단다.
…
엄마는 예전에는 랜드에 있는 호텔에서 청소 일을 하면서 돈을 받고 손님의 아기들도 봐주곤 했는데, 그 일로 잘리고 지금은 공공근로자 자격으로 지음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단다. 삼촌은
마지막 광부로 일했던 사람인데, 카지노가 생기고 나서 카지노에 출입을 했지. 그랬다가 돈을 잔뜩 잃고 지금은 백수로 지내고 있었어.
...
할머니가 운영하는 월드컵 전당포 앞에는 용사장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스피드 전당포가 있었어. 용사장은 홀아비에 아들만 셋이 있다고 하는구나. 월드컵 전당포는
아주 오래된 전당포인데 반해 앞집 스피드 전당포는 새로 건물을 올려 최신식으로 운영하는 전당포란다.
2.
하늘은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인지 울긋불긋한 환상을 보기도 하고, 낯선
남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어. 그곳이 랜드에 있는 카지노인지 무척 궁금했단다. 할머니나 엄마한테 카지노에 데려다 달라고 하면 안 해줄 것 같고, 가끔
들르는 스피드 전당포의 용사장님한테 부탁을 했어. 그때 용사장님과 친구들이 전당포 2층에서 불법 도박을 하고 있었는데, 하늘의 부탁을 흥미롭게 생각했어. 카지노는 하늘처럼 어린 아이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거든. 용사장님과
친구들은 하늘이가 카지노에 들어갈 수 있네, 없네를 두고 내기를 했단다. 그래서 용사장님과 친구들은 하늘을 데리고 카지노의 비밀 통로를 통해 카지노 안으로 데리고 갔단다. 하늘이는 그곳에 환상에서 보던 그곳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 갑자기
랜드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 발생했단다.
옛날 탄광에 세운 건물이라 그런 것인지 인근 골프장 개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싱크홀이 생겨서 건물은 그래도 땅속으로 무너져 내렸단다. 그때 하늘이도 실종되었어. 그날부터 할머니는 하늘이를 찾느라 잠도 자지 않고 여기저기 찾아 다니셨단다.
다행히 하늘이는 죽지는 않고 다치기만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 할머니도
하늘이를 찾느라 고생하다가 병이 나서 같이 입원을 했단다. 할머니의 병은 생각보다 큰 병이었어. 숨기고
있던 치매도 더 심해졌어. 그리고 얼마 못 가서 할머니는 돌아가셨단다.
전당포의 사장이자 이 집의 기둥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아직 철 든 삼촌과 엄마가 할머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랜드 건물이 무너져서 카지노도 못하니 전당포도 당분간 수입이 없을 텐데.. 그런데 할머니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떠나셨단다. 자신이 치매 걸린
걸 알았을 때부터 준비를 하신 것 같아. 부동산을 통해 이자를 받아서 생활비를 쓸 수 있게 했고, 하늘이가 호적에 올라가 있지 않아 학교를 못 다니고 있었는데, 그것도
다 조치를 해서 하늘이가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이상하게 생겨 쓸모 없어 보이는 땅도
하나 사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제 2 랜드 부지였던
것이란다. 소위 말하는 알박이용 땅으로 랜드 공사가 시작되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땅이었단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하늘 나라로 가셨던 것이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열 살 하늘인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전당포 사장 할머니가 주인공인 듯싶더구나. 지음이라는 마을의 발전과 쇠락을 함께 했던 할머니의 이야기.
…
여기까지가 <베이비 카지노>의
이야기란다.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인 카지노 인근에 살면서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여 살아가긴 하지만, 가장 인간미를 보이는 주인공들의 역설적인 삶을 재미있게 잘 그려낸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지음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