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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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의 관심분야 중에 하나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이 두 가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보면 볼수록 신기함 가득한 이론들이라서 관심을 끊을 수가 없단다. 그것들에 관한 책들도 여럿 읽었는데, 새로운 책이 있다면 또 관심을 갖게 된단다. 이번이 읽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라는 책도 우연히 책 소개를 읽어 보고 리스트에 포함한 책이란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관한 내용을 소설로 썼다고 하는구나. 문득 예전에 읽은 <클링조르를 찾아서>라는 소설도 생각이 나는구나. <클링조르를 찾아서>는 양자역학에 과한 소설이었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거든.

아무튼 그런 연유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라는 책을 읽었단다.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대충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이해가 좀 갔어. 이 세상 사람 중에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리차드 파인만의 말에서 따온 것 같았어. 우리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작은 미립자들 세상의 기본 원칙인 양자역학을 이해하려 하지 말라는 의미로 보였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벵하민 라바투트라는 사람으로 요즘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이름 외우기는 포기해야겠구나.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서 헤이그, 부에노스아이레스, 리마 등에서 자랐고, 지금은 칠레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구나.


1.

이 책은 하나의 장편인줄 알았는데, 실존했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그런데 그 에피소드들이 완전 독립적이라기 보다는 가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어.

첫 번째 이야기는 독극물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프리츠 하버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야기를 읽고 나면 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프리츠 하버는 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어 많은 사람들을 죽인 염소 가스를 개발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이 사람은 한편으로 공기 중 질소를 추출해 내는 방법을 알아내어 식량 증식에 엄청난 기여를 하여 굶어 죽는 사람들 대거 줄이는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는구나. 위대한 과학자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데 이 사람이 딱 그런 사람이로구나. 그런데 그가 죽기 전에 공기 중에서 질소를 추출한 것을 두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하는구나. 독가스로 사람 죽인 것 때문이 아니고 말이야이유는 자연의 평형을 깨뜨렸다는 이유로큰 그림을 본다고 해야 할까? 참 몰인정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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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하버가 죽을 때 지니고 있던 몇 안되는 소지품 중에는 아내에게 쓴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서 그는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질소를 뽑아내는 자신의 방법이 지구의 자연적 평형을 무지막지하게 교란하는 바람에 인류가 아니라 식물이 세계를 차지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단 몇십 년 동안이라도 인구가 산업시대 이전으로 감소한다면 인류가 공급한 잉여 영양소 덕에 식물이 무한히 증식하여 지구에 두루 퍼지고 땅을 완전히 뒤덮어 모든 생명을 끔찍한 초록 아래 질식시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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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츠실트라는 과학자가 있었어. 그는 과학자이지만, 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자원하여 군입대를 하게 된단다. 전쟁 와중에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보게 돼. 그리고 이 놀라운 방정식에 감탄을 하고, 즉시 그것에 대한 정확한 해를 구하게 된단다. 그리고 자신이 푼 일반상대성 방정식의 해를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로 보낸단다. 아인슈타인도 그 편지를 보고 깜짝 놀랬어. 자신이 발표한 지 한 달 밖에 안되었는데, 전쟁 중에 그 해를 풀어내다니슈바르츠실트의 해는 오류가 없어 보였어. 하지만 그의 해에 따르면 시공간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형성되는 것이 있었어. 그때는 몰랐지만 그것은 블랙홀의 가능성을 주장했던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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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항성의 경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공간은 아인슈타인의 예측대로 완만하게 휘어졌으며 항성 본체는 마치 해먹에 누운 두 아이처럼 함몰부 중앙에 떠 있었다. 문제는 거성이 연료를 다 써버려 붕괴하기 시작할 때처럼 너무 큰 질량이 매우 작은 면적에 집중될 때 일어났다. 슈바르츠실트의 계산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는 시공간이 단지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찢어진다. 항성이 짜부라들어 밀도가 계속 커지다보면 중력이 너무 세지는 바람에 공간이 무한히 휘어져 스스로를 감싸고 만다. 그 결과는 우주의 나머지 부분과 영영 단절되어 빠져나갈 수 없는 심연이다.

사람들은 이를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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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슈바르츠실트는 온몸에 수포가 생기는 천포창으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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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란 참 이상한 점도 있어. 두 수의 합의 일반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a+b=c 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를 해도, 이것을 증명한다니… a+b=c가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빠는 처음 알았단다. 아무튼 이것을 일본의 모치즈키 신이치라는 사람이 2012년 증명을 했다면서 블로그에 논문을 첨부 파일로 올렸다고 하는구나. 보통 이런 증명은 유명한 학술지에 발표를 할 텐데,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것부터 모치즈키라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구나. 아무튼 그가 올린 a+b=c를 증명하는 논문 때문에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고 하는구나. 그 논문이 맞냐 안 맞냐는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대. 그런데 모치즈키가 그 증명에 대한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강연을 취소하고 블로그에 오렸던 논문도 모두 삭제를 했대. 그가 이렇게 괴짜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는 모치즈키가 정신적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그로텐디크 때문일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로텐키트는 엄청난 수학 천체였는데, 평생 은둔하면서 수학만 연구했던 괴짜 수학자로 불렸거든아참, 그런데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모치즈키의 대학 시절을 이야기했는데, 그때 룸메이트로 김민형이 나오는데, 그 김민형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학자로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그 김민형 교수님 같았단다. 모치즈키도 수학자이고 김민형 교수님도 수학자이고 연배도 비슷해 보였거든. 그래서 김민형 교수님의 약력을 찾아봤더니 프린스턴 대학교를 나오시지는 않았네소설 속 허구인물인가?


2.

네 번째 이야기는 책의 제목과 같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란다. 이 부분이 아빠가 기대했던 양자역학에 얽힌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었단다. 아빠가 그 전에 읽은 양자역학에 관련된 책들에서 대부분 나왔던 내용들이었단다. 특히, <퀀텀 스토리>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많이 나왔어. 마치 그 책의 일부분을 소설로 각색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하이젠베르크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헬골란트 섬으로 요양 갔다가 그곳에서 행렬역학을 통해 양자역학을 증명한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빛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주장한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프랑스 드 브로이 공작이 원자도 빛처럼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졌다고 하는 주장한 이야기, 드 브로이가 던진 이 아이디어에 번뜩 깨달음을 깨달아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을 파동함수로 정리한 이야기도 소개해준단다.

하이젠베르크는 같은 물리학자들도 어렵게 생각하는 행렬역학을 이용하여 양자역학을 설명하는데, 슈뢰딩거는 비교적 쉬운 파동함수로 설명을 하니, 하이젠베르크가 반발하기도 했지. 한동한 패배감에 빠져 안 먹던 술도 먹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양자역학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제5회 솔베이 회의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단다. 5회 솔베이 회의에서 하이라이트는,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보어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학파와 아인슈타인의 논쟁이었단다. 그 이야기도 소설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어.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되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이 이 논쟁에서 졌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이 책에 나온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알고 있던 내용이었으나, 이렇게 소설로 읽으니 생생함이 더 느껴지기도 하는구나. 이 소설에서도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이야기하며, 양자역학은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떨어진 이론이라고까지 이야기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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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장악한 스마트폰 뒤에는, 인터넷 뒤에는, 신과 같은 연산 능력이라는 가슴 벅찬 약속 뒤에는 양자역학이 있다. 양자역학은 우리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우리는 양자역학을 이용할 줄 알며 양자역학은 마치 신기한 기적처럼 작동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막론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정신은 양자역학의 역설과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떨어진 이론 같아서 우리는 유인원처럼 그 주위를 뛰어다니고 만지작거리고 노리개로 쓸 뿐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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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는 앞서 모치즈키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왔던 그로텐디크를 연구했다가 그의 연구가 너무나 뛰어남을 알고 자신을 연구를 접은 한 정원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마치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구나.

과학과 소설이 만난 듯한 이런 소설을 아빠가 좋아하는 모양이다. 예전에 읽은 <클링조르를 찾아서>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책도 좋았단다. 이런 장르의 책들이 또 있는지 함 검색해봐야겠구나. 아빠가 가끔 유튜브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동영상을 보면, 너희들도 같이 보곤 해서 아빠가 설명을 좀 해주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구나. 앞으로는 그냥 같이 영상을 보자꾸나. ㅎㅎ


PS:

책의 첫 문장: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전날 밤 건강진단에서 의사들은 나치 지도차 헤르만 괴링의 손톱과 발톱이 새빨갛게 물든 것을 발견했다.

책의 끝 문장: 하지만, 정말이지, 누가 그러고 싶겠는가?


나치가 강제 수용소에서 사용한 독가스의 전신인 치클론A는 수십 년 전 캘리포니아 오렌지 살충제로 뿌려졌으며 멕시코인 수만 명이 미국에 밀입국하려고 몰래 탑승한 기차의 이를 구제하는 데 쓰였다. 객차의 나무판은 고운 파란색으로 물들었는데, 오늘날까지도 아우슈비츠의 벽돌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색깔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시안화물의 진짜 기원은 1782년에 최초의 현대적 합성 안료 프러시안블루에서 분리된 부산물이다. - P16

이 새로운 파동역학의 중요성을 감히 부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은 빌라 헤어비히 요양원에서 슈뢰딩거의 골머리를 썩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파동 함수가 실재에 대해 실제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질문을 던진 사람 중 하나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썼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론이다. 인류가 발견한 것 중에서 가장 완벽하고 정확하고 우아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뭔가 기이한 구석이 있다.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하는 듯하다. 자신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내가 보여주는 세상은 당신이 나를 적용하명서 생각하는 세상과 같지 않다고." 슈뢰딩거는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개념을 설명하는 일에 열중했으며 어딜 가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 P200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의 새 개념을 뒷받침하는 수학적 근거를 적어둔 종이를 꺼내 건네자 보어는 눈밭에 앉아 읽었다. 하이젠베르크에게 영원처럼 느껴진 시간 동안 보어는 말없이 계산을 검토했으며, 다 끝나자 일어나는 것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추위를 떨치려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보어는 이것이 실험적 한계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냐고, 기술이 발전한 미래 세대는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물질 자체에 관계된 것이고, 만물이 창조되는 방식을 지배하는 원리이며, 어떤 현상이 완벽하게 정의된 특징들을 한꺼번에 가질 가능성을 배제하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애초 직관은 옳았다. 양자의 실체를 ‘보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양자가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양자의 성질들 중 하나를 규명하면 다른 것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양자계를 기술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림도 은유도 아니라 숫자의 집합이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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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6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이 책 읽다가 포기했거든요. 진짜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북홀릭님 리뷰를 보니까 다시 읽으면 왠지 알아들을거 같은 느낌이 막 드네요. 이 책을 읽기에 좋은 길잡이 리뷰입니다. ^^

bookholic 2023-02-18 00:38   좋아요 1 | URL
최근 들은 칭찬 중에 가장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