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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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빛이 매혹이 될 때>라는 책이란다. 화려한 책 표지와 제목만 보고 소설인가, 싶었어. 책 소개를 읽어보니 과학과 미술에 관한 에세이더구나. 지은이는 서민아라는 분으로 처음 알게 된 분인데,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로 고려대학교 교수라고 하시더구나. 서민아 교수는 물리학 말고 또 다른 분야에 관심도 많고 재능이 있으시다고 하는구나.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려서 일요일의 화가라는 별명도 있대. 빛은 연구하는 물리학자, 빛을 그리는 화가. 지은이 서민아 교수는 물리학과 미술을 함께 이야기해주는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를 쓰기도 하셨대. 이 책은 아빠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서민아 교수님이 쓰신 거구나. 그리고 이번에 쓴 <빛이 매혹이 될 때>도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과학과 미술을 함께 이야기해주는 책이었단다.


1.

빛의 정체란 무엇일까? 아빠도 이 빛에 대해 궁금한 적이 있어서 예전에 빛에 관한 책들을 여럿 읽었었어. 그런데 빛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먼저 상대성이론이 나오고, 그 다음에 따라서 양자역학이 나오게 된단다. 그래서 아빠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그것들에 관한 책들도 여럿 읽어보게 되었단다. 어찌되었든 정확하게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대략 알게 되었어. 그런 책들을 통해서 빛이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과 관련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이 책에서도 그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단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이야기를 해주었으니 오늘을 생략할게. 그 외에 새로 알게 된 것들과 너희들도 알면 좋을 것 같은 것에 대해 몇 개만 이야기해볼게. 빛은 우리 눈을 통해서 뇌에 전달되는데, 그 과정은 학교에서도 배울 텐데, 그 과정을 설명한 부분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망막이니, 원추세포니 오랜만에 만나보는 단어들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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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망막에 도달한 빛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각 세포층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작용을 일으키고 뇌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신호를 생성한다. 망막의 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뇌에 전달되는 시각 정보가 결정된다. 가령 원추세포가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에 각각 반응하는 세 가지 세포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우리가 무수하게 많은 색채를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세 가지 세포들이 얼마든지 다양하게 조합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색채를 부르고 표현하는 언어에 한계가 있을 뿐 색채는 무한하게 존재한다. 눈은 단순히 빛의 신호를 수용하고 전달하는 기계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세포의 유기적인 얽힘과 신호의 재배치를 통해서 다양한 기표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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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따라서 본다는 것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구나. 과학자인 뉴턴은 하나의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작가인 괴테는 인식활동이라고 생각하고, 화가인 고흐는 인간 내면의 탐구를 재해석했다고 하니 말이야. 아빠도 고흐를 좋아하긴 하는데, 지은이도 고흐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구나. 그렇게까지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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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8)

뉴턴에 본다는 것이 하나의 자연현상이라면, 괴테에게는, 괴테에게는 인간의 심리적 작용이 더해진 인식 활동이었다. 고흐와 같은 미술가들은 그 영역을 더 확장해 우주와 인간 내면의 탐구를 더하고 재해석해 다시 우리 눈앞에 가져다주었다. 광학이 밝혀낸 시각 작용과 색채 원리에 화가들의 집요하리만큼 열정적인 탐구심이 더해져 탄생한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본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 빛에서 출발하지만 빛이 닿지 못하는 인간 심연의 어떤 곳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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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과 미술가들은 또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른데, 과학자들은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생각하고, 미술가들은 세상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한다고 하는구나. 물리학과 그림을 다 섭력하고 있는 지은이 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려나. 주중에서는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생각하고, 주말에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생각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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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과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하는 것을 반복했다. 빛을 탐구하고 욕망하며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얻고 보폭을 맞춰왔던 미술가들 역시 더 낮은 차원의 단순한 세계로 들어가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고 그것을 화폭에 옮겼다. 과학자들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과 미술가들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다시 한 번 만나 자연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탐구로 수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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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곤살베스라는 화가가 있단다. 그는 양자중첩 현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아빠는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 중에 그의 그림이 가장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구나. 그 그림은 곤살베스가 그린 <수평선을 향하여>라는 작품이란다.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이지만, 논리적이고 수학적이고 물리학적으로 위배되지 않아 보였단다. 이 그림을 보면서 에셔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아빠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더구나. 아빠가 에셔의 그림들도 좋아하는데, 아빠 같은 성향이 좋아하는 그림에 공통점이 있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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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곤살베스는 양자 중첩을 시각화하기 위해 인지적 착시라는 도구를 활용했다. 왼쪽에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자가 바다 위 고정된 다리 위에서 자동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희미한 자동차 불빛과 덩그러니 뜬 달이 외로운 여행자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런데 길을 따라 시선을 오른쪽으로 옮기면 어느 순간 수평선이 시작된다. 오래된 돛단배들은 수평선 너머에 있을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탐험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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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을 향하여>

색깔이라는 것이 원래 특정 빛만 반사하고 나머지 빛들은 흡수해서 그 반사된 빛을 보게 되는 것인데, 검정색이라는 것은 모든 빛을 흡수해서 검게 보이는 것이란다. 하지만 사실은 모든 빛을 흡수하지는 못해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보는 검정색은 완벽한 검정색은 아니란다. 그런데, 거의 모두, 그러니까 99.665퍼센트 빛을 흡수하는 반타블랙이라는 물질이 있대. 그래서 입체감이 거의 없이 2차원으로 보이게 한다는구나. 아래 그림을 보면, 옆에 반타블랙의 검정색도 3차원의 얼굴상인데, 2차원으로만 보이니 신기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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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최근에는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극도의 검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반타블랙(vantablack’)이라는 물질인데 빛을 99.965퍼센트 흡수해 사실상 우리가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완벽한 검정을 구현한다. 이 극도의 검정은 빛을 모두 흡수해버려 산란과 반사가 없으므로 물질의 입체감을 완벽하게 없애버리고 2차원의 평면으로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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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이 책은 기대만큼 충족해주지는 못했단다. 빛의 물리학 관련된 내용은 기존에 다른 책들에서 봤던 내용들이 많았고, 물리학과 미술을 접목해서 이야기해주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잘 섞여 든 것 같지는 않았단다. 물리학은 물리학, 미술은 미술.. 뭐 이런 느낌? 그래도 괜찮은 미술 작품을 소개받고, 이런 저런 숨어있는 상식을 알게 된 것은 좋았단다. 그 알게 됨이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십여 년 전 네덜란드 델프트라는 작은 도시의 대학교에 여러 차례 방문해 몇 달씩 머문 적이 있습니다.

책의 끝 문장: 이 책을 통해 과학자와 예술가의 노력과 헌신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빛의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는 소중한 시간을 경험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특히 사람마다 원추세포와 간상세포의 상대적 민감도가 다른 것도 색채의 차이를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가령 원추세포의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어떤 이미지를 볼 때 색의 차이에 더 주목하게 되고, 간상세포의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빛의 양이나 조명 효과와 같은 정보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같은 대상을 보면서 서로 다른 색이라고 지각하게 된다. - P37

뉴턴은 일곱 가지 무지개색을 원행 다이어그램에 배열한 색상환을 만들면서 세 가지 원색인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맞은편에 보완이 되는 색을 배치했다. 빨간색의 맞은편에 초록색을 배치했고, 노란색의 맞은편에 보라색을 배치했다. 이는 대조되는 색의 상호보완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뉴턴의 색상환은 1708년 프랑스 화가 클로드 부테에 의해 확장되어 삽화로 그려졌는데, 이것이 오늘날 색상환의 시초가 되었다. - P42

매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빛의 파장보다 훨씬 저 작은 크기의 금속이나 유전체 등과 같은 물질을 복합적으로 섞여 설계되었으며, 메타원자는 새로운 물질 단위 요소의 주기적인 배열로 이루어졌다. 메타원자는 새로운 광학적 값을 가지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원자이다. 1968년 러시아 물리학자 빅토르 베셀라고가 메타물질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으며, 영국 물리학자 존 펜드리 경이 투명망토처럼 빛을 완벽하게 투과시킬 수 있는 음의 굴절률 원리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 P130

폴로늄(Po)과 라듐(Ra)을 발견하여 방사선에 관한 연구를 더욱 발전시킨 공로로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과학에 위대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연구실 과학자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마치 동화처럼 자신에게 감명을 주는 자연현상 앞에 선 어린아이기도 하다." 마리 퀴리를 비롯해 모든 과학자는 눈으로부터 출발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궁극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변의 법칙과 진리를 밣혀내기 위해 노력한다. 마리 퀴리는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갖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190

양자역학의 등장은 기존의 고전물리학으로 대변되는 과학사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었는데, 이는 예술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결정론과 인과율의 사고방식에 젖은 사람들에겐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양자역학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새로운 예술적 감수성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곤 자연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원적으로 바꿔놓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양자역학이 과학과 예술을 통해 동시에 던져준 자연과 인생에 대한 무수한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지금도 온 우주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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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26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그림과 함께 과학원리를 설명해주는 책 재밌을거 같아요. 저같은 과알못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

bookholic 2022-11-27 20:45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미알못이라서 책을 펼쳐들었답니다~~^^
편안한 일요일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