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다리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8
천선란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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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에 좋아하게 된 작가 천선란 님의 이전 작품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책, <무너진 다리>를 읽었단다. 천선란 님은 SF 소설에 감성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 소설을 쓰셔서 SF 소설이지만 늘 따뜻한 느낌이 난단다.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단다. 이번에 읽은 <무너진 다리>는 다른 작품들보다 좀더 정통적인 SF 소설이라고 할까, 먼 미래에 우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단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소설의 이야기를 해줄게.

때는 2087. 아빠가 앞서 먼 미래라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리 먼 미래는 아니구나.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후 정도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 때 지구는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바뀐 것 같아. 요즘 지구 이상 기후 현상을 보면 소설 속 모습이 완전 허구 같지 않아 가슴 아프구나. 어쩌면 소설보다 더 빠른 시기에 지구는 인간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될 수도 있어.

주인공 이아인. 아인의 엄마는 임해인이라는 아주 유명한 과학자였어.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 개발자인데, 휴론이라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사람이야. 하지만, 임해인은 췌장암에 걸려 일찍 죽고 말았구나. 아인의 아빠는 그보다 한참 전인 휴론이 나오기 2년 전에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돌아가셨어. 그리고 아인에게는 동생 아라가 있었어. 이름이 아인, 아라다 보니 자매인 것 같지만, 그들은 형제였단다. 아라는 유명한 수영선수였는데, 교통사고 이후 하반신을 못쓰게 되었어. 그러니까 수영을 다시는 할 수 없었지. 그래도 그때는 의료 기술이 발달하여 하반신을 휴론으로 대체할 수 있었어. 그런데 휴론의 하반신으로 대체하기로 한 날 하루 전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이렇게 아인의 식구들은 모두 불우한 삶을 살았구나.

아인은 우주비행사였어. ‘펄서라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 대체 행성인 가이아행성을 찾으러 탐험을 나섰지. 지구에서 사람들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 거야. 그런데 가이아 행성에 도착을 해서 착륙을 얼마 앞 둔 시점에 유성과 부딪치고 사고로 정신을 잃고 말았어. 함께 탐사에 나섰던 휴론들에 의해 아인은 지구로 보내지게 된단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던 지구에 와서도 10여 년이 흐른 뒤에 눈을 떴어.

그런데 그렇게 눈을 뜬 아인은 이전의 아인이 아니었단다. 유성과 충돌 사고로 아인은 몸의 대부분이 망가졌고, 뇌조직만 간신히 살고 있었어. 그런 아인의 뇌를 휴론에 이식시키는 수술을 하게 되었어. 그런 아인이 의식을 찾은 거야. 그러니까 아인은 뇌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기관은 모두 휴론이었어. 이 존재를 아인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구나. 아인이 다시 눈 뜬 지구의 모습은 자신이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단다.

 

1.

아메리카 대륙이 파멸되었어. 무슨 일이 있었냐면,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가이아 행성에 2차 우주선을 보내기로 했고, 그 우주선의 추진체로 핵로켓을 사용했어. 그런데 그 우주선을 쏘아 올리다가 잘못되어, 아메리카 텍사스 지역에 떨어지고 말았단다. 뜻밖의 사고로 아메리카 대륙에 있던 사람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모두 죽고 말았어.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의 생명체들 대부분이 죽었지.

죽음의 대륙이 된 아메리카 대륙에 사람들을 보냈지만, 되돌아오는 사람들이 없었어. 그런 와중에 아인이 지구로 귀환했고, 아인의 뇌를 휴론으로 이식을 한 수술이 성공을 한 거야. 아인에게 한 가지 임무가 제안되었단다. 아메리카 대략을 탐사하는 일. 그렇게 아인은 죽음의 대륙이 된 아메리카 대륙에 홀로 가게 된단다. 아메리카 대륙에 살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단다. 사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인은 그곳에서 어떤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어. 다음날 돌아가시긴 했지만 말이야.

그런 폐허가 된 아메리카 대륙에 버려진 휴론들만 있었단다. 아인은 몇몇 휴론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어떤 한 휴론을 이야기했어. 그 휴론의 이름은 카인. 그 카인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고뇌하는 등 독특한 휴론이었는데, 카인은 버려진 800여 기의 휴론들의 리더였지. 휴론들도 진화를 했어. 단순한 안드로이드가 아닌 하나의 인격을 가진 개체가 되었단다.

아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아라와 비슷하게 생긴 휴론을 만나게 되는데, 그 휴론은 아벨이라는 휴론이고, 아라의 배양세포로 만들어진 휴론이었어. 앞서 이야기했던 아라의 다리를 이식 받기 위해 만들어졌던 그 휴론이었어. 아인은 아벨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라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 전해 들었단다. 수술 하루 전날 휴론에게 자유를 주었다는 이야기. 이제서야 아라가 왜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어. 자신이 다리를 얻게 되면 아벨이 사라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지.

사실 아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온 이유는 우주선의 핵 로켓 엔진을 찾기 위해서였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아메리카 대륙을 추락한 우주선의 로켓. 그 로켓이 있어야 다시 가이아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만들 수 있었거든예전의 아인이라면 그런 일에 선뜻 동조하지 않았을 텐데, 휴론의 몸을 갖게 되면서, 그의 기억을 일부 조작을 했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아인은 본성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 아인은 휴론의 리더 카인을 만나고 카인과 휴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어. 그들도 하나의 개체로 살고자 했어. 그리고 아인이 찾으려고 했던 우주선의 핵 로켓 엔진을 그들이 잘 보관하고 있었어.

아메리카 탐사를 마치고 아인은 각국 정상들과 함께 휴론과 공존하는 방법을 제안했단다.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을 살릴 수 방법도 논의해 보기로 하고 말이야. 그래, 가이아 행성으로 떠날 것이 아니라, 지구를 다시 살려봐야지소설 속에 생명체가 못살게 된 지구는 오늘날 우리의 책임일 수 있어.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인류를 비롯한 다시 많은 생명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지구를 만들기 위해 모든 인류가 힘을 합쳐 노력을 해야 되는데 그런 노력들이 적은 것 같구나. 우리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의 줄거리를 아빠가 아인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 그 외에 반란군들의 이야기도 있고, 아인의 엄마 해인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었단다. 그러니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되었지. 그 많은 이야기들을 서로 연결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낸 지은이 천선란 님은 타고난 이야기꾼인 것 같구나. 이 소설은 더욱 천선란 님의 팬이 되게 한 작품이었단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번에 2초나 단축했어요.

책의 끝 문장: 아프도록, 그 고름이 전부 나오도록.


인간은 원래 물에서 살았대, 아주 먼 옛날에는 말이야. 쇄골은 아가미가 있던 흔적이고 갈비뼈는 지느러미가 떨어지고 생긴 무덤이야. 그런데 인간은 결국 어떤 이유로 퇴출당한 거야. 육지는 해상의 유배지였던 셈이지. 그래서 물에 사는 것들은 육지에서 걸을 수 없지만 육지에 사는 것들은 유전자가 가진 태초의 기억으로 수영을 할 수 있어. 물로 몸을 씻어내는 것도 육지의 죄를 닦아내는 행위에서 비롯된 거야. - P41

인간의 치아는 음식을 씹어 삼키기 위해 존재한다. 인간의 내장은 피부보다 연약해 씹히지 못한 덩어리를 소화시킬 능력이 없었으므로, 어쩌면 ‘인간의 창조주’가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걸 다 집어넣지 못하도록 해놓은 장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 씹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왜 치아를 만들었을까. 눈을 보호할 필요가 없는 진에게 속눈썹과 눈꺼풀은 왜 필요한가. 손등의 미세한 털과 귓바퀴의 굴곡, 복사뼈까지도. 그렇다면 이 모든 걸 같은데 인간은 쉽게 죽고 자신은 쉽게 죽지 않는 이유가 무석인가. 그 모든 질문의 끝에 진은 한 마디 더 덧붙이고 싶었다. ‘자신은 왜 이 질문을 하고 있는가.’ - P251

사랑은 이제 끊임없이 생명에게 기생해 수 세기를 살아남은 질긴 바이러스다.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버려지지 않는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생명의 생각을 조종하는 것이다. 뇌를 커다랗게 감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막을 만들어 때에 맞춰 심장을 뛰게 하고 체온을 높이고 시각을 둔화시켜 현실의 객관성을 잃게 만든다. 상대방이 없을 때에는 기관지의 크기를 줄여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잠들지 못하게 생각을 깨우며 상대방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최악의 망상을 반복해 함께 있음에도 갈증을 느끼게 만든다. - P329

개인의 비극은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슬픔을 가지고 있다. 섞이거나 나눌 수 없다. 인간은 개인이 하나의 행성이므로, 각자의 비극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결국 그 파괴의 에너지가 은하수 전체에 퍼질 테니. 연쇄적 비극은 언젠가 모든 것을 태초의 상태로 돌릴 것이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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