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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 with 동의보감 & 숫타니파타
고미숙 지음 / 북튜브 / 2021년 11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님 중에 고미숙이란 분이 계시단다. 다양한 고전들을
쉬우면서도 색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해주셔서 아빠도 고미숙 님의 책들을 여럿 읽었단다. 우연히 고미숙 님의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라는 책을 알게 되었는데, 부제가 눈에 더 띄었단다. “with 동의보감 & 숫타니파타” <동의보감>은 고미숙 님께서 여러 번 책으로 다룬 고전이었고, <숫타니파타>는 아빠가 좋아하는 불교 경전이란다. 예전에 법정스님이 번역하신 <숫타니파타>를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했었거든. 그 <숫타니파타>를 고미숙 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하니
궁금했단다. 그리고 <숫타니파타>와 동의보감을 함께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실지 궁금했어. 그리고
고미숙 님의 책을 한 동안 안 읽어서 얼른 책을 보고 싶었단다.
….
이 책은 코로나 초기 시대 고미숙 님이 진행하신 강연을 바탕으로 책으로 엮은 것이란다. 읽다 보면 고미숙 님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단다. 그렇게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읽기도 편했단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모두 바꾸어 놓고, 코로나 이후의 삶은 바뀔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하던 그 시절, 고미숙
님은 <동의보감>과 <숫타니파타>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하셨단다. 검색을 해보니 유튜브에도 이 책의 원본이라고 할 수도 있는 강의도 올라와 있어서 아빠도 몇 편 보았단다.
자, 그럼 이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볼게.
1.
불교라는 것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믿는 종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하지만 석가모니가 큰 깨달음을 얻고 불교 사상을 전파한 나이가 35살, 한창 젊은 시절이었단다. 그러니까
불교라는 것이 젊은 사상이라는 거지. 그래서 고미숙 님은 불교를 “청년의
파토스”라고 이야기했단다. 파토스라는 것은 청중의 가슴을
파고드는 호소와 공감력이라고 이해하면 되고, 로고스라는 것은 논리적 근거로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단다. 파토스와 로고스는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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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일단
불교는 이전의 모든 사상을 전복하면서 등장했고, 이후에도 기존의 지배적인 사유구조를 해체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점만 보더라도 그야말로 청년의 사상이죠. 그에
비하면, 중화 문명의 도교나 유교, 즉 공자나 노자의 사상은
노년의 사상이에요. 청년의 역동성이나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화사상이 ‘노년의 로고소’라면, 불교는 ‘청년의 파토스’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교는 마음을 탐구하는데, 그
마음의 격정이 가장 심한 때도 청년기잖아요. ‘질풍노도’의
시절이라고 하죠. 불교는 바로 그 역동성이 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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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불교의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는 마음의 심연을 탐사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고, <동의보감>은 우리 몸과 소통을 잘 하기 위한 책이란다. 그러니까 <동의보감>을 통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숫타니파타>를 통해서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
<동의보감>에
보면 몸 안에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정기신(精氣神)’이 있다고 한단다. 먼저 정(精)은 신장이 주관하여 정액, 생리혈을 만드는 등 생식 작용과 관련이
있으며 에로스의 원천이 된다고 하는데, 이 욕망을 다스리고 정(精)을 보존해야 건강할 수 있다고 했어. 기(氣)는 폐가 주관하고 에너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 에너지를 온 몸 곳곳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어. 우리가
숨을 쉬어 산소를 온 몸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를 온 몸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마지막
신(神)은 심장이 주관하는 것으로 정신활동을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긴장하거나 마음이 안정치 못하면 심박수가 변하는 것을 보면 심장과 마음은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겠구나.
…
<숫타니파타>를
통해서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탐진치(貪瞋癡)를 없애야 한다고 한단다. 탐진치가 괴로움의 원천이기 때문이야. 탐(貪)은 탐욕, 소유욕, 성취욕을 이야기하고, 진(瞋)은 분노를 이야기하고, 치(癡)는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단다. 이
탐진치를 없애기 위해서는 치닫지도 않고 뒤처지지도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동의보감>의 태과불급,
즉 지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게 된다고 설명해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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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존재는 삼독, 즉 세 가지 독에 물들어 있다는 거였습니다. 앞에 말씀드렸던 탐진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삼독이고요. 그래서 삼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설법을 많이 하십니다. 계속해서 <숫타니파타>의 구절들을 보죠. “치닫지도 뒤처지도 않아, 모든 것이 허망한 것임을 알고 어리석음을
버린 수행자는,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뱀의 경> 여기서
“치닫지도 않고 뒤처지지도 않는다”라는 말은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태과불급을 넘어선다는 것과 상통하는
말이에요. 정기신을 바탕으로 오장육부가 구성되지만 그 기운 역시 항상 넘치거나 모자라게 됩니다. 목기가 넘치면 간 기운이 넘쳐서 술에 빠지게 되고, 토기가 넘치면
비위 기능이 너무 활발해서 식탐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 기운이 범람하면 성욕이 함부로 날뛰게 되고… 이렇게 넘치는 것이 있으면 모자라는 것도 있겠죠. 그것을 불급이라고
합니다. 그건 또 그것대로 온갖 병증들이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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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에는 총 열 개의 강의가 있는데 모든 강의가 좋았지만, 그 중에
두어 가지만 더 이야기해 볼게. 먼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많이들 한단다. 정말 궁금하구나, 내가
누구인지… 몸 뿐만 아니라 아빠가 머릿속 가득 채운 의식의 정체는 무엇인지 말이야. <동의보감>의 ‘내경편’에 보면 ‘나’라는 것은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여러 타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라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리고 그 타자들을 통해서 몸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했어.
먼저 꿈이 있는데 꿈도 우리 몸의 상태를 알려준다고 하는구나. 꿈에
따라 현재 나의 몸의 건강을 알 수 있다는 거지. 가장 좋은 꿈은 꿈을 꾸지는 않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최고의 상태, 도의 경지라고 하는구나. 프로이트는 꿈을 성(性)과
관련 지어서만 이야기하는데, 그보다 <동의보감>에서의 해석이 더 공감이 가는구나. 실제로 아빠의 건강, 특히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온갖 잡다한 꿈을 꾸는 것을 보면 <동의보감>의 이야기가 맞는 것 같구나.
..
나를 이루는 것 중에 목소리가 있단다. 목소리에도 자신의 건강이 새겨져
있다는 것은 너무 쉽게 이해가 가는구나. 건강을 잃으면 목소리도 확 변하니까 말이야. 목소리에 관여하는 내장기관으로는 신장, 심장, 간, 폐 등이 있다니 모든 중요한 요소는 다 관여를 하고 있구나. 자, 그럼 목소리뿐만 아니라 목소리는 내는 말들은 어떨까? 상스러운 말이나 비속어만 하는 목소리와 곱고 좋은 말을 하는 목소리... 그리고
인문학적 지식이 담긴 목소리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목소리에서 나오는 언어들도 건강에 중요하다고 하면서
고전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구나. ㅎㅎ 돌고 돌아 건강을 위해서는 많이 읽으라고 하는구나. 그것도 고전을…
…
내 몸을 이루는 또 하나, 벌레가 있단다. 이것은 내 몸 속에 있는 세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이야기한단다. 이런 것들을 떨쳐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고, 공생해야 한다고 하는구나. 삼시충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벌레가 뇌에 들어가게 되면 공부를 하기 싫게 만들고 색을 밝히게 하는 벌레라고 하는구나. 뭐, 이런 무서운 벌레가 있냐.^^
내 몸을 이루는 것 중에 또 하나 똥과 오줌이 있는데, 이 또한 몸의 상태를 진단하는 요소가
된단다. 건강검진을 할 때 대변 검사와 소변 검사하는 이유가 다 있지.
…..
<동의보감>에서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 중에 음양오행설이 있단다. 음양오행설은 그냥 책으로만 읽어서는 기억에 잘
안 남는구나. 예전에 여러 책에서 이 음양오행설을 접했는데, 책을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모두 증발해 버리는구나.
이 책에도 음양오행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또 잊어지겠지만 다시 집중해서 읽어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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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270)
그다음
여름의 기운인 화는, 우리 몸에서는 심장과 소장입니다. 간과
담을 가까이 있으니까 금방 이해되는데, 심, 소장은 좀 생소할
수도 있어요. 현대의학에서 보자면, 심장은 순환계고, 소장은 소화계에 속하는 장기니까요. 하지만 한의학적으로는 분류의
기분이 오행의 기능이기 때문에 심장과 소장을 화기에 배속시킵니다. 그다음 토는 비위를 말합니다. 비위, 즉 비장과 위장은 몸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모든 걸 조정해
주는 거죠. 음식물을 완전히 분해한 다음 영양분을 몸 전체로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조정과 배분, 이런 활동은 토의 기운이라고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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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에는 상생과 상극이 다같이 존재한다고 했고, 이런 것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신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단다. 즉 뇌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하는데, 뇌활동이 둔해지면 성격도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고 했단다. 그렇지, 공감하는 내용이란다. 나이를 먹어서 뇌활동을 하지 않은 꼰대가 되는
거고, 뇌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슬기로운 노인이 되는 거지… 그런데
뇌활동을 한다고 책도 보고 그러는데, 예전보다 생각도 잘 떠오르고, 기억력도
안 좋아지는 것을 보면, 또 우울해지는구나. 이런 우울함
또한 괴로움의 일종인데, 이것 또한 집착 때문에 생겨나는 것을… 이
탐욕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해결책이니라. 그러나 이 집착을 버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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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401)
그래서
모든 괴로움은 다 자아에 대한 집착 때문이에요. 나를 확장하고 계속 증폭시키려다 보니 괴로움을 겪는
거예요. 게다가 자본주의는 소유밖에 없는 거죠. 이렇게 ‘나’와 소유, 이런 자아에
대한 집착이 허망하다는 걸 불교는 계속 강조하는 겁니다. “열반은 허망한 것이 아니다. 고귀한 님들은 이것을 진리로 아는 님들이다. 그들은 진리를 이해하기
때문에 탐욕 없이 완전한 열반에 든다.”<두 가지 관찰의 경>
내가 아닌 것을 나라고 우기지 않는 것이야말로 고귀한 것이고, 그러면 탐욕에서 벗어나 지극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자아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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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강의 중에 몇몇을 소개해 주었는데, 아빠가 쓴 편지를 다시
읽어보니 책의 진면목을 제대로 소개해주지 못한 것 같구나. 아빠의 한계이니 이해해 주고… 나이를 먹으면서 몸에서 이상 신호를 주는 경우가 있단다. 그러다
보니 점점 건강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구나. 그래서 동의보감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또 시간을 핑계되는구나. 얼마 전부터 듣기 시작한
도올 선생의 <주역> 강의도 자꾸 늦어지고 있는데
말이야. 완벽한 멀티캐스팅이 되어 왼쪽 뇌는 왼쪽 눈을 통해서 책을 읽고, 오른쪽 뇌는 오른쪽 눈을 통해서 강의를 보고 그러면 얼마나 좋으려만. 음, 또 탐욕을 부리는구나. 탐욕과 집착을 버리라는 책을 읽자마자 말이야.
오늘은 이만 마치련다. 나중에 너희도 <동의보감>과 <숫타니파타>를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반갑습니다.
책의 끝 문장: 감사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자기의 몸을 탐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 몸의 토대인 생명과 자연에 대한 앎의 비전을 가져야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내 안의 자연성이 회복되면서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삶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거죠. 그러면 예기치 않은 재난이나 고난에 처하더라도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 P29
하루의 리듬, 일상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항목은 쏙 빠져 있어요. 밤에 잠을 못 자는데 로열젤리나 홍삼을 아무리 많이 먹으면 뭐합니까. 또 하나, 물질이 아닌 정신의 면역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마음이 ‘불안지옥’인데, 각종 비타민을 먹는다고 그게 재대로 효능을 발휘할까요? 약간만 스트레스 받아도 소화가 안 되는 게 우리의 몸인데, 감정, 정신, 마음, 이런 영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홀한 거죠. 달라이라마께서 유튜브로 하는 설법에서 누누이 강조하듯이 이제 생리적 위생뿐 아니라 정신적 위생에 대해서도 깊이 탐구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 P36
사후의 지복을 원한다면, 누구든 애착을 갖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열정과 집착을 부추기는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살아서도 늘 무겁고, 사후에도 혼이 탁해서 구천을 맴돌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점에서 <동의보감>의 비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절에서 장수로, 장수에서 신선으로 가는 이 경로의 핵심은 장수나 신선 자체가 아니라 존재가 점점 더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는 겁니다. - P112
그리고 이건 제 소견인데, ‘우리는 동등해’라는 견해를 고집하다 보면 그 또한 폭력적인 동일성에 빠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주의가 주장한 과격한 평등주의가 실패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이건 앞으로 더 깊이 탐구해 볼만한 과제입니다. 아무튼 비교라는 척도가 작동하는 한 모든 견해는 다 망상이라고 보는 겁니다. 우월하다, 열등하다, 동등하다, 이 셋은 다 같은 범주의 산물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식의 척도에서 벗어나는 거겠죠.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되 어떤 방식으로든 비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붓다의 평등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P175
내가 지금 보고 경험하는 세계는 어떤 종류의 마주침 속에서 잠시 구성된 것일 뿐입니다. 연기조건이 만들어 낸 환영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설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내 눈앞에 리얼한 세계가 있는데 왜 없다고 하지?’ ‘이게 가짜라고? 미친 거 아냐?’ 등등. 서양철학사, 과학사가 그렇게 세상을 파악해 왔고 우리도 20세기 내내 ‘주객 이원론’, ‘물질의 합법칙성’, ‘변증법적 발전’ 등을 수도 없이 들어 왔기 때문에 그런 식의 사유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 P238
불교는 참 특이한 게 무신론이잖아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들의 세계에 가거나 신이 되어 태어나는 것조차 윤회의 한 코스라고 여기거든요. 인간, 아수라, 신, 축생, 아귀, 지옥, 이렇게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종교는 죽은 다음에 신들에 세계에 태어나는 걸 목표로 하죠. 그래서 많은 제물을 바치고 날마다 예배를 드려서 그 신에게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신들의 세계에 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불교는 그것을 목표를 하지 않습니다. 내세에 대한 표상을 강하게 갖고 있으면 거기에 다시 끄달리게 됩니다. ‘과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닐까", 이런 걸 의식하면서 자기검열에 빠지게 되겠죠. 그럼 일단 마음이 늘 초조합니다. 생리적 균형도 깨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음허화동이나 상화망동의 상태에 빠지기 십상이에요.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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