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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ㅣ 정희진의 글쓰기 2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희진 님의 두 번째 글쓰기 책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를 읽었단다. 제목을 보고 한참 생각해 보았단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글을 쓰면 나를 잘 알게 될까? 아빠도 책을 읽고 나면 책에 대한 내용을 너희들에게 편지하듯 쓴단다. 그러면서
읽은 책의 내용을 다시 되씹어보고, 조금이라도 더 기억력을 보존하고자 하지…
아무래도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단다. 그러면서
생각의 성장도 되는 것 같아서 아빠도 글쓰기는 참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글쓰기가 나를 잘
알게도 해줄까? 내 내면에 쓰지 않고 있던 나의 생각들, 나의
관념들을 글쓰기를 통해서 불러낼 수 있고, 그로 인해 몰랐던 자신을 한 부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되려나? 그러니까 글쓰기는 나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구석에 박혀 있던 나의 생각까지 불러내는 것. 음, 아빠도
계속해서 글쓰기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그래서 아빠의 본 모습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
이 책이 정희진 님의 글쓰기 시리즈 책이긴 하지만, 그 소재가 모두
책이라서 좋은 책을 소개받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단다. 이 책에는 모두 64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었단다. 대부분이 아빠가 읽지 않은 책들인데, 몇몇 아빠가 좋아하는 책들도 소개가 되어 반가웠단다. 그 중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책도 소개가 되었는데,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한 책이라서 누군가에 소개를 해주는 것조차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단다. 이미 읽었을 테니까 말이야.
이 책을 소개하면서 책에 대한 무소유는 지키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했어. 그리고
책 청소와 정리를 자주 하신다고 했어. 아빠도 먼지 쌓인 책장을 볼 때마다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 옮기고 있단다. 먼지로 인해 책이 바래지고 있어, 책들에게 미안하구나. 그런데 정희진 님은 책장 청소를 위해서 특별
구입한 청소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게 어떤 청소기일까? 무척
궁금하고 아빠도 하나 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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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2)
책의
좋은 점은 머리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인데, 나는 책읽기가 아니라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하고 있다. 생계 노동 외 대부분의 시간을 책 청소와 정리로 보낸다. 책장 청소를
위해 특별 구입한 청소기로 1차, 마른걸레로 2차, 물수건으로 3차. 주제별, 저자별, 저널별, 논문별로 분류한다. 매일 정리해도 끝이 없다. 엽서, 포스터, 문구류에
대한 집착도 있어서 그 관리도 만만치 않다. 유복은 고사하고 이사를 꿈꾸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후 기증도 마음이 놓이질 않으니, 병이다.
<무소유>를 읽으면 뭐하나. 법정의 말대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니 노예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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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를 먹으면서 시간은 점점 빨리 흘러간다. 옛 어르신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는 잘 믿기지 않았는데, 실제로 나이를 먹다 보니 시간의 흐름이 어렸을 때와는 천지차이라는
것이 느껴지는구나. 그래서 최근에는 힘든 일이 있어서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경우가 생기면, 덕분에 시간이 천천히 가는구나,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단다. 지은이 정희진 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시더구나. 힘들게 보낸 무더운
여름이 가는 것조차 아쉽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나이든 것이라고… 아빠는 확실히 나이가 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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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겨우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이날을 기억할 정도로 올여름은 더웠다. 나만의 감식법인데 ‘8월 하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나이듦에 대한 심정을 알 수 있다. “드디어 가을이 왔다.”고 좋아하는 이들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올해 같은 8월이
가는 것조차 서운한 이들은 스스로 나이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후자다. 인간은 원래 소통 불가능한 동물이지만
이 심정을 ‘젊은이’는 모를 것이다. 역지사지가 가장 어려운 영역은 나이 차이가 아닐까. 한쪽은 거쳐
왔고, 한쪽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완벽한 비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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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기사로 유명한 이창호 님의 <복기>라는 책을 소개할 때는 우리 삶에서의 복기를 생각하게 했단다. 실패의
순간은 빨리 잊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란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그 실패의 순간을 다시 복기하는
사람이란다. 왜 실패를 했는지 다시 복기를 하면서 다시 성장할 수 있어야 하거든… 지나간 일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 지은이의 말처럼 중요한 어려운
일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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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나는
늘 내 문제가 궁금하고 그로 인해 생성되는 ‘삶의 화학’에
골몰하는 편이다. 내게 인생의 절정, 결정적 순간은 패배
후의 복기다.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혼돈과 의문의 시간에
바로 복기할 수 있다면! 그 깨달음의 절실함과 기쁨을 어디에 비교할까.
집약된 배움, 농축된 시간, 바둑의 복기는 요다
노리모토 9단의 휘호처럼 “이치고이치에”(一期一會, 다시 오지 않을 단 한번의 기회)일지 모르지만, 삶은 복기의 연속이다. 그래야 한다. 매 순간이 대국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복기는 트라우마, 집착, 후회를
가져온다. 지나간 일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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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진 님이 여성학을 전공한 분답게 이번에도 여성학, 페미니즘에 관한
책들도 많이 소개해주었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많이 말씀해 주셨단다. 여성학에 관련된 책들 중에는
아빠가 읽은 책들이 하나도 없구나. 아빠도 깊이 반성해볼 부분이로구나.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을 읽고플 때는 이 책의 3장에서 언급된 책들을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
이 정도로 짧게 정희진 님의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았단다. 전에 읽은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라는 책보다 이번에
읽은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가 아빠는 더 좋았단다. 정희진 님의 글쓰기 시리즈 책은 모두 다섯 권까지 출간한다고 하셨는데, 계속해서
아빠도 찾아 읽어보려고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
PS:
책의 첫 문장: 강을 건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요.
책의 끝 문장: 책을 읽고 글쓴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 있는데, 나는 록산
게이를 발견했다.
서구 철학 전통에서 거울은 자기 인식의 단계이자 도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거울을 통한 착각에 불과하다. 자기 눈으로 자기를 본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 같다면 자기 복제가 아닌가. 결국 자기 시력(視歷) 수준에서밖에 볼 수 없다. 보고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유. 안다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에서의 관계성이다. 인간은 자기 외부의 타자를 통해서, 나와 다른 타인을 통해서,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부분적으로 자기를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 P23
타인과 소통, 의미 있는 일에 몰두, 자신을 잊는 헌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 사랑, 솔로의 꿋꿋함, 실존의 조건…… 이런 인식이 외로움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이었다. 이런 삶도 외로움을 덜어주신 한다. 그러나 쉬운가? 김영갑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확실히 몰두할 대상이 있어서 나나 타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외로움은커녕 약간 흥분 상태였다. 당시에는 처음 보는 사진이 너무 황홀해서인지 글이 읽히지 않았다. 사진가의 글은 별로라는 생각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 P46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 그럴까.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는구나." 심란해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악랄한 이데올로기.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삶과 성취가 있다는 생애주기 개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질병 때문에 인생의 공백이 생긴 경우 누굴 탓하랴. 일본의 유명한 배우 와타나베 켄은 승승장구하던 시절 백혈병 진단을 받고 첫 단독 주연작을 포기했다.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그의 진정성과 젊은 날 투병의 영향일 것이다. - P60
‘뒤처진 인생’이란 결국 타인에게 뒤처졌다는 얘기인데, 다른 이들도 똑같이 뒤쳐졌으므로 덜 괴로워해도 되지 않을까. 더구나 당대 자본은 나이에 맞는 지위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지위를 초과 달성한 이들을 원한다. 어차피 웬만한 사람은 다 ‘루저’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길을 잃지 않으려고 마스터플랜을 쥐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 P62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권력자다. 자기 충족적 삶은 최고로 힘을 지닌 상태다. 인간은 권력 지향적이기 때문에 권력감이 없으면 외로운데, 자기 몰두형 인간은 권력에 무심하다. 사실, 이 행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 P154
말을 섞는 것은 살을 섞는 것보다 관능적인 행위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섹스보다 대화가 더 심각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말이 통한 다음에 올 천국과 파국을 알기에, 되도록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엮이는 것만큼 재앙도 없다. 말은 물질이다. 말 한마디는 빚만 갚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게 한다. 나는 예전에 이송희일 감독의 "우린 친구가 없으면 끝이잖아."와 서울인권영화제 표어였던 "나는 오류입니까?"로 몇 달 버틸 양식을 구했다. - P220
과학자는 신이 아니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 자기 연구의 의미,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역사와 언어, 개인의 위치성을 알아야 한다. 동물들의 행위가 약육강식인지, 협력인지, 경쟁인지, 돌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잠깐, 백번 양보해서 여성의 모든 문제가 호르몬이라고 치자. 그것도 모두 출산력과 관련이 있다면 저출산 시대에 여성을 보호하고 지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나 인간 문제는 ‘팩트’ 여부가 아니라 ‘팩트’를 만들어내는 권력에 달려 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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