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3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7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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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전쟁과 평화> 3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시간은 또 흘러 1812년 역사적인 해가 되었단다. 사실 아빠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1812년이 나폴레옹이 러시아 진격을 한 해인 줄 몰랐어.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프랑스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많은 나라들에게 1812년은 의미 있는 한 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역사적으로다가 말이야. 그 이야기는 차차 해줄게.

1807년 러시아와 프랑스는 서로 조약을 맺고 사이 좋게 지내는 듯 했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틀어지기 시작하고, 1812년이 되어서는 프랑스가 러시아에 진군하기로 결정하였단다. 도대체 왜 이 전쟁이 일어난 것일까. 톨스토이는 여러 원인들이 모여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런 원인 중에 하나만 일어나지 않아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전쟁만 그랬겠니, 아빠와 너희들도 무수한 우연들 중에 하나만 삐끗해도 태어나지 못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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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만약 나폴레옹이 비스와 강 건너편으로 후퇴하라는 요구에 화를 내지 않고, 군대에 진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전쟁은 없었을 것이고, 하사 전원이 재복무를 원하지 않았더라도 역시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영국의 음모가 없고, 올덴부르크 대공이 없고, 알렉산드르가 모욕을 느끼지 않고, 러시아에 전제 권력이 없고, 프랑스혁명과 뒤이은 독재와 제정시대가 없고, 거슬러올라가 프랑스혁명을 유발한 여러 원인이, 기타 등등이 없었다면 역시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원인 중 하나만 빠졌어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원인-수십억 가지 원인-은 사건을 유발하여 우연히 동시에 겹친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특정한 원인이랑 없으며,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몇 세기 전 인간 무리가 자신과 유사한 자들을 죽이면서 동에서 서로 이동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백만의 인간이 자신의 인간다운 감정과 이성을 버리고 서에서 동으로 전진하며 자신과 유사한 자들을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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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진군한다는 소식을 들은 러시아 알렉산드르 1세 황제는 나폴레옹을 만나서 전쟁을 막아보려 했지만 협상은 결렬되었단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상황이 좋지 않았어. 정치하는 사람들은 여러 개의 파로 나뉘어서 서로 티격태격했단다. 지은인 톨스토이는 그런 정치인들에게 쓴소리를 하나 던졌단다. 많은 파들 중에 99%에 차지하는 파는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들이라고오늘날 정치인들 중에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런 인간들정치란 것이 예나 지금이나 겉으로는 백성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 정치를 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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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1)

가장 많은 사람이 있는 여덟번째 파는 수적으로 다른 파들에 비해 99 1의 비율로 많았는데, 그들은 평화도, 전쟁도, 공격 작전도, 드리사든 어디든 방어 진지도, 바르클라이도, 황제도, 풀도, 베니히센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오직 중요한 한 가지, 즉 자신을 위한 최대의 이익과 만족만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황제가 있는 사령부를 돌러싼 얽히고설킨 음모의 진흙탕 속에서, 실로 다양한 범위에서, 다른 때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성공을 얻게 될 수 있었다. 어떤 자는 그저 자신의 유리한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오늘은 풀에 찬성하고 내일은 반대파에 찬성하다가도 모레는 그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그것이 황제의 마음에만 들었다는 이유로, 아무 의견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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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된 것 같구나.


1.

안드레이는 나타샤와 파혼의 아픔을 안고 다시 군 입대를 했단다. 황제의 측근에서 근무를 했는데 여러 장군들의 갈등을 직접 보고 나서 그는 환멸 같은 것을 느끼고 실전 부대로 전배 신청을 해서 그는 실전 부대에 배치되게 된단다.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1세는 러시아의 군인이 프랑스보다 적다는 것을 알고 직접 모스크바에 돌아다니면서 민병대 모집 운동도 했단다. 그에 힘입어 민병대들이 늘어나긴 했어. 그렇게 자원한 이들 중에 니콜라이의 어린 동생 파탸도 있었단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이들은 아직 전쟁에 대한 실감을 느끼지는 못했단다. 그저 소문만 무성했어. 백만의 군대를 이끌고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를 향하고 있다는 등 이미 네만강을 건넜다는 소문도 있었어. 이런 전쟁에 대비해야 할 시간에 장군들은 여전히 각자의 소리를 내느라 바빴단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위협을 거부하고 싶었을 거야. 전쟁이 날 거라는 소문도 믿고 싶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더 즐기려고 했고 말이야. 그것이 당시 모스크바의 모습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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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271)

닥쳐오는 커다란 위험을 알아챈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것처럼, 적이 모스크바로 접근해 오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모스크바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도 진지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경박해졌다. 위험이 닥쳐오면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으레 두 개의 목소리가 똑같이 강하게 말하기 시작하는데, 하나의 목소리는 위험의 성질을 잘 파악해 벗어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무척 이성적으로 말하고, 또하나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예견하고 사건의 전반적인 움직임에서 달아나는 것은 인간의 힘에 부치고 위험을 생각하는 것은 괴롭고 고통스러우니 그것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는 외면하고 즐거운 일만 생각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더욱 이성적으로 말한다. 혼자일 때 인간은 대개 첫번째 목소리에 따르지만, 집단사회는 두번째 목소리에 따른다. 지금 모스크바 시민의 경우가 그랬다. 모스크바가 이해만큼 흥겨웠던 적은 오래도록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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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는 안드레이와 약혼을 파기하고, 난봉꾼 아나톨에 속았다는 사실에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잖아그래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단다. 심지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이야기도 했었어. 교회를 다시 다니고 기도하면서 종교에 의지를 하다 보니 그나마 건강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단다. 그런 중에 피예르가 매일 로스토프가에 방문하여 나타샤를 만나면서 나타샤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피예르는 유부남.. 내적 갈등의 소유자


2.

러시아의 장군들의 분열은 노장군 쿠투조프를 재투입시키면서 봉합되는 듯 했단다. 이제 어떤 작전으로 프랑스 진군을 막아내느냐가 관건이었어. 이미 프랑스군은 모스크바에 가까운 스몰렌스크를 함락시키고, 빠른 속도로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고 있었단다. 스몰렌스트와 모스크바 사이의 리시예 고리에 있는 사람들은 피난을 가기 시작했단다. 리시예 고리에는 안드레이의 집이 있는데, 안드레이의 아버지 볼콘스키 공작그 무섭고 엄한 아버지그 볼콘스키 공작이 병으로 죽고 그 큰 집은 마리야 혼자 관리하고 있었단다. 안드레이는 전쟁에 참가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마리야도 피난 준비를 해야했어. 마리야는 창고에 있는 곡식들을 모두 가져갈 수 없으니까, 하인들과 지역 농민들에게 모두 나눠주겠다고 했는데, 이것을 잘못 해석한 농민들은 자신들만 버리고 간다면서 마리야도 가지 못하게 했단다. 시간이 더 지나면 반란이라도 일으킬 기세였어. 그 때 니콜라이가  리시예 고리에 도착을 했고 마리야가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니콜라이는 마리야의 피난길을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여기서 니콜라이와 마리야와 살짝 썸씽이 있긴 했어. 아무튼 나콜라이가 마리야를 도와주어 마리야는 리시예 고리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했단다. 그리고 얼마 뒤 안드레이도 리시예 고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나머지 가족들은 피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모스크바의 서쪽 보로디노에서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 쿠투조프가 이끄는 러시아군의 대결전이 벌어지게 된단다. 보로디노가 무너지면 바로 모스크바까지 위험하게 되는 것이었어. 그야말로 러시아군으로써는 물러설 수 없는 혈전을 펼치게 된단다. 그런데 군인도 아니었던 피예르가 이 전쟁터에 나타난단다. 당시 이런 사람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피예르는 전쟁을 구경하기 위해서 전쟁터에 왔다고 했어. 그곳에서 지인들을 만나기도 했어. 니콜라이, 보리스, 안드레이도 만났어. 나중에는 자신도 죽을 위기까지 겪고 말이야. 실제로 당시 이런 사람들이 꽤 있었나 궁금하긴 하구나. 안드레이도 실전에 참가한다고 했잖아. 그도 이 치열한 전투에 참가했다가 그만 배에 유탄을 맞고 중상을 입게 된단다. 그는 정신을 잃은 채로 병원에 후송되었단다.

이 보로디노의 전투의 결과는 어땠을까. 이 전투로 양측은 엄청난 군인이 희생되었단다. 어디도 승리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희생이 컸단다. 하지만, 러시아는 처음부터 수적으로 적다 보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후퇴하게 된단다. 그러면서 그들은 결정을 해야 했어. 모스크바에서 다시 한번 항전을 해야 하나, 아니면 모스크바를 두고 모두 떠나야 하나결국 쿠투조프는 모스크바를 두고 퇴각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단다. 이것은 군인들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백성들도 마찬가지였단다. 모스크바에 남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소수였고, 대부분 모스크바를 떠나게 된단다. 보로디노 전투가 끝난 며칠 뒤 프랑스군은 모스크바에 입성하게 된단다.


3.

피예르의 아내 옐렌은 여전히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유명인사였어. 옐렌은 왕자와 어떤 고관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고 있어서 누굴 골라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단다. 남편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말이야. 그래서 옐렌은 우선 남편에게 편지를 써서 이혼해 달라고 했어. 그때 피예르는 여전히 전쟁터에서 전쟁 구경을 하고 있었단다. 피예르도 죽을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모스크바까지 오게 되었어. 모스크바에서 피예르는 아내의 편지를 받고 열 받아서 한 동안 잠적해 버렸단다.

모스크바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피난을 간다고 했잖아. 로스토프가 사람들도 피난 준비를 했단다. 로스토프 백작, 백작 부인, 나타샤, 소냐 등이 열심히 짐을 챙겼어. 두 아들 니콜라이와 파탸는 모두 전쟁에 참가했잖아. 파탸가 잠시 집에 들렀지만 이내 다시 전쟁터로 향했단다. 로스토프 백작의 부자답게 짐이 엄청 많아 수레도 수집 개나 되었단다. 그런데 부상병들이 도움을 청하자 갈등을 했어. 그들을 데리고 가려면 짐을 버려야 했거든백작부인은 반대를 했지만, 백작은 부상병을 구하기로 했어. 나타샤도 아버지의 편이 되어 짐을 다 내리게 하고 부상병을 모두 태우게 했단다. 그 부상병들 중에는 안드레이도 있었단다. 나타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나중에 백작부인과 소냐가 안드레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되고 나서, 처음에는 나타샤에게 숨겼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나타샤는 피난길 중에 안드레이가 일행 중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드레이를 찾아갔단다. 그리고 용서를 빌었어. 의식이 왔다 갔다 하던 안드레이는 나타샤를 보고, 용서를 해줄 것이 없다. 안드레이 자신은 여전히 나타샤를 사랑한다고 했어. 나타샤가 배신을 하긴 했지만, 그 원인 제공자인 안드레이도 잘못은 50%는 있다고 아빠는 생각해.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왜 외국을 갔서 그 사단이 나게 했냐고그냥 그곳에서 1년 동안 알콩달콩 지내다가 결혼을 했다면 지금 그가 부상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아무튼 그건 다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나타샤가 정말 정성스럽게 안드레이를 간호해 주었단다.

모스크바를 점령한 프랑스군. 나폴레옹도 감개무량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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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

러시아 사절단에게 나는 전쟁 같은 것은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고, 나는 오로지 그들 궁정의 그릇된 정치와 싸운 데 불과하고, 알렉산드르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나와 나의 국민을 욕되게 하지 않는 강화 조건이라면 이 모스크바에서 받아들이겠노라고 말해주리라. 나는 내가 존경하는 황제를 모욕하기 위해 승리의 행운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 귀족들에게도 말하리라.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내가 원하는 것은 평화와 나의 모든 신민의 안녕이라고. 하지만 그들 앞에 나서면 나는 분명 더욱 고무될 것이고, 언제나처럼 명료하게, 장중하게, 또한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모스크바에 있는 걸까? 그렇다, 저것은 모스크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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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군은 그곳에서 대충 정비를 하고 수도 페테르부르크를 치던지 군비를 확보하면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그들은 완벽한 약탈자들이 되어 있었단다. 호두를 쥔 원숭이처럼 하나라도 더 손에 넣으려고 했어. 그런데 실화인지 방화인지 모를 화재가 발생했단다. 이 화재로 목조 건물이 대부분이었던 모스크바는 걷잡을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어. 멀리 피난간 이들에게까지 보일 정도로 모스크바는 대화재가 일어났단다. 끄기도 어려워 그냥 둘 수밖에 없었는데, 이 화재로 인해 프랑스군과 말들이 먹을 것들을 구하기 어려워졌어. 특히 말들이 먹을 것들이 없었단다. 프랑스군도 큰 일 났구나. 선택지가 별로 없었어. 거기에다 악명 높은 모스크바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어.

3권의 마지막으로 피예르의 나폴레옹 암살 기도 작전을 이야기하고 마무리할게. 모스크바가 무너진 것에 분함을 느낀 피예르는 완벽한 솔루션이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하지 않는 것에 이해를 하지 못했어. 나폴레옹만 죽이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됐는지 말이야. 그래서 자신이 직접 나폴레옹을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섰단다. 권총을 가지고 가려고 했으나 권총은 숨기기 어려워, 단검을 몸에 숨겼어. 그런데 가는 길에 대화재 속에서 딸을 구해 달라고 하는 부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 딸을 구해 주고, 약탈하는 프랑스 대위와는 시비가 붙어 엄청 싸워댔는데, 그 일로 인해 방화용의자로 체포되어 그는 감옥에 가고 말았단다. 엉뚱하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면을 살아 있는 사람인가 보구나.

3권은 이 정도에서 이야기를 정리하면 될 것 같구나. 3권에는 지은이 톨스토이의 역사와 전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아빠가 느낀 점은, 톨스토이는 철저한 반전주의자라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글들을 두 부분 발췌해 보았는데, 아빠도 톨스토이 생각에 적극 동의한단다. 이런 생각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이 하면 좋겠지만,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구나.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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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전쟁은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역겨운 것이고, 우리가 이것을 이해해야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걸세. 우리는 엄격하고 엄숙하게 이 무서운 필연성을 다뤄야 해. 요컨대 허위를 버려야 하는 거야.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이지 절대 장난이 아니니까. 그렇지 않으면 전쟁은 한가하고 경솔한 사람들의 오락거리가 되고 말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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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전쟁이란 인간의 자유가 하느님의 계율에 따르는 가장 어려운 복종이다.’ 어떤 목소리가 말했다. ‘소박함은 하느님에 대한 순종이다. 하느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소박한 것이다. 그들은 말하지 않고, 행동한다. 한 말은 은이고, 하지 않은 말은 금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모를 것이고, 자기 자신을 모를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피예르는 꿈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기보다 들었다) 모든 것의 의미를 마음속에서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결합한다?’ 피예르는 자문했다. ‘아니다, 결합이 아니다. 사상은 결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 모든 사상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 연결해야 한다,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피예르는 자기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이 말로써 표현되고, 자기를 괴롭히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느끼고 마음속 깊이 감격하며 혼잣말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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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1811년 말부터 서유럽의 무장 강화와 병력 집결이 시작되었고, 1812년이 되자 수백만의 병력이 (수송과 군대 급량을 맡은 자들까지 포함해) 러시아 국경을 향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고, 러시아 병력도 1811년부터 그곳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모든 용의자 중에서 가장 의심받은 사람은 피예르였고, 이번에 새로이 영창으로 쓰게 된 주봅스키 성벽 위의 커다란 집으로 끌려가 모두 유치될 때도 피예르만은 엄중한 감시 아래 독방으로 들어갔다.


인간에게는 양면의 생활이 있는데, 하나는 생활의 흥미가 추상적일수록 자유로워지는 개인적 생활이고, 또하나는 자기에게 정해진 법칙을 좋든 싫든 실행해야 하는 자연력이 행사되는 집단적 생활이다.
인간은 의식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생활하지만, 역사적이고 전인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의식적인 도구 역할을 한다. 일단 실행된 행위는 돌이키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른 이의 무수한 행위와 합쳐지며 역사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단계의 높은 곳에 설수록,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수록 다른 사람에 대해 더 큰 권력을 갖게 되고, 또 개개 행동의 숙명과 필연성이 더 명백해진다.
- P17

어느 것도 원인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이 있는, 유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의 모든 조건이 일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세포질의 분해 등등 때문이라고 하는 식물학자나, 내가 먹고 싶어 떨어지라고 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나무 밑의 사내아이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 간 것은 그가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고, 그가 패망한 것은 알렉산드르가 그의 패망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갱도가 뚫려 몇만 푸드나 되는 산이 무너지는 것이 마지막 갱부의 마지막 곡괭이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옳기도 하고 옳지 않기도 한 것이다. 역사상의 사건에서 이른바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 사건에 명칭을 부여하는 라벨이며, 원래 라벨이라는 것이 그렇듯 사건 그 자체와는 가장 관계가 적다. - P19

과오의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폴레옹의 신념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의 생각에 따르면 자신이 하는 행위는 전부 다 선한 것인데, 그것은 그 행위가 선악의 관념에 합치해서가 아니라 그 행위를 한 것이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 P50

전쟁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도 모두 각자의 본성, 습관, 조건, 목적 등에 따라 행동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허영에 차고, 기뻐하고, 분개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또 그것이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들 모두가 의지를 갖지 않는 역사의 도구였으며,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이해가 될 일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 활동하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불변의 운명이고, 인간 사회에서 계급이 높을수록 자유는 줄어든다. - P156

"모두가 원한다면 해야겠지, 도리가 없으니…… 하지만 여보게, 이건 정말이야, 인내와 시간, 이 두 용사보다 강한 건 없고, 이 두 가지가 모든 것을 해주지만, 조언자들은 그런 식으로 보지 않아, 그게 잘못이야. 누구는 좋다고 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대답을 기대하는 듯이 물었다. "그래, 자네라면 어떻게 하라고 하겠나?" 그는 깊고 총명한 빛을 띤 눈을 반짝이며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가르쳐주지." 안드레이 공작이 대답하지 않자 그는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르쳐주지. 의심 속에서는, 어보게,"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몸을 삼가라." 그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말했다. - P268

"천만의 말씀입니다. 각하, 승패를 판가름하기 어려울 때는 끈기 있는 쪽이 승리자가 되는 법입니다." - P380

‘정말 이것이 죽음이라는 걸까?’ 안드레이 공작은 풀과 쑥과 뱅뱅 도는 검은 공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흐름을 전혀 새롭고 부러움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죽을 수 없다,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삶을 사랑하고, 이 풀과 땅과 공기를 사랑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모두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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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7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 도스토옙스키에 이어 톨스토이 바람이 이어 불지도 모르겠군요. ^^
도선생이든 톨선생이든 어찌나 대작들인지 에휴 언제 찬찬히 앉아서 이 작품들을 볼까요. ㅠ.ㅠ

bookholic 2022-01-17 07:50   좋아요 0 | URL
네....
도선생님과 톨선생님의 작품들은,
심호흡 한번 크게 쉬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을 펼쳐야 해요 ㅎㅎ
러시아 소설은 추운 겨울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요즘 어떠세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