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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겨울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내년 겨울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러시아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일 년은 금방 휙 지나가고… 겨울이
되어 묵혀두었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꺼내
들었단다. 두께부터 엄청나구나. 아빠가 읽은 것은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양장본인데, 한 권이 거의 600페이지… 모두 합쳐서 2400페이지에 육박하고, 누가 세었는지 모르겠지만 등장인물이 559명이나 된다고 하더구나. 그러니 얼마나 방대한 소설인지 알겠지?
아빠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너희들이 “아빠 뭐 읽어?” 물어봐서 아빠는 “전쟁과 평화”.
며칠 뒤 다시 “아빠, 오늘은 뭐 읽어?” 아빠는 다시 “전쟁과 평화” 또
며칠 뒤 “아빠, 전쟁과 평화 다 읽었어?” “아니, 오늘도 전쟁과 평화야.
ㅎㅎ” 그렇게 페이지 수가 엄청난 <전쟁과
평화>. 읽기 시작하기 전에 큰 마음 먹고, 심호흡
한번 하고… 1권을 꺼내 들었단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러시아 소설은 이름 때문에 애를 먹는데, 다행히 책 앞에 주요 인물들을
집안 별로 정리가 되어 있단다. 초반부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앞의 인물 소개 부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보았단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책을 톨스토이가 30대에
썼다고 하더구나. 유전자가 남달랐던지, 외계인이던지 그랬을
것 같구나.
<전쟁과 평화>는 단순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19세기 초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관한 지은이의 철학적
인문학적 고찰에 대한 내용도 있고,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은이에 내용도 가득 담겨 있었단다. 그러니까 아빠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능력은 없다는 거야. 이
책은 소설과 인문학이 잘 버물려져 대작인 것 같구나. 아빠는 주로 이 책의 소설 부분, 그러니까 스토리 쪽 위주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줄게.
1.
때는 1805년. 러시아 모스크바 일대…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가 전 유럽을 들쑤시고 있던 시기란다. 프랑스 나폴레옹은 영역 확장을
하던 시기인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그 영역 확장의 방향을 틀던 시기였단다. 나폴레옹은 독일, 오스트리아 땅까지 점령을 했어.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쟁의 전운이
돌던 시기였단다.
러시아의 한 연회장에서 소설은
시작된단다. 러시아 귀족들이 모인 연회장에서 요즘 돌아가고 있는 국제 정세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어. 대부분이 나폴레옹이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일부
젊은 귀족, 특히 파리에서 오랜 기간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이들은 나폴레옹을 옹호하기도 했단다. 그들 젊은 귀족들에는 안드레이와 피예르가 있단다.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다 소개해주기는 어렵고, 주요 집안의 사람들만 이야기를 해줄게.
위에서 이야기한 안드레이의
아버지는 볼콘스키 공작이라는 사람인데, 아버지가 엄청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란다. 안드레이는 리자라는 사람과 결혼을 한 유부남이고, 리자는 임신을
하고 있었어. 안드레이의 여동생은 마리야라는 사람이고 아직 결혼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피예르의 아버지는 베주호프 백작으로 엄청난 부자란다. 그런데
피예르는 적자가 아니고 서자라서 집안에서는 그리 대접을 받지는 못했어. 하지만, 베주호프 백작이 병으로 죽으면서 그 많은 재산을 모두 피예르에 남겼단다. 사실
자식이 없었거든… 베주호프가 병이 위중하자 유산을 좀 받을까 싶어 그의 친척들이 모여들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재산이 피예르에게 갔단다. 그런 먼 친척 중에 바실라
공작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베주호프의 모든 재산을 피예르에게 넘어가자, 바실라 공작은 이번에는 작전을 바꿔서, 자신의 딸 옐렌을 피예르와
결혼 시키려고 했어. 옐렌은 누구나 알아주는 미인이었는데, 피예르는
자신의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만남을 가지면서 자신도 옐렌을 사랑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얼떨결에 피예르는 옐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또 하나의 주요 집안인 로스토프
백작 집안이 있단다. 로스토프 백작은 자상한 아버지상으로 생각하면 된단다. 그에게는 아이가 아들이 둘, 딸이 둘이 있었단다. 첫째 니콜라이, 둘째 베라, 셋째
나타샤, 넷째 페탸. 그리고 조카딸 소냐도 함께 살고 있었어. 니콜라이는 소냐와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나타샤는 보리스라는
소년과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단다. 나타샤의 나이가 이제 열세 살이니 심각한 관계는 아니었어. 보리스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엄마 안나 미하일로브나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
집안은 몰락한 가문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베주호프 백작의 친척 중 하나였단다.
자, 대충 주요 등장 인물 소개를 다 한 것 같구나.
2.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러시아와 프랑스 전쟁이 감돌고 있던 시기라서, 많은 러시아 청년들이
자원해서 전쟁에 가기로 했단다. 임신한 아내를 두고 전쟁에 자원한다는 것이 지금의 기준으로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당시 러시아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원해서 군대를 갔단다.
전쟁에 참가하는 여러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안드레이가 전쟁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좀 이해하기
힘들구나.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나? 지금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쟁에 참가하겠다고 하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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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5)
“모두가 자기 신념에 따라서만 전쟁을 하고자 한다면, 전쟁은 없어질 걸세.” 그는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죠.” 피예르는
말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피식
웃었다.
“정말 좋겠지만, 그런 일은
결코 없거든……”
“그럼, 당신은 뭐 때문에
전쟁에 나가시는 겁니까?” 피예르는 물었다.
“뭐 때문이냐고? 나도 모르겠어. 그래야 하는 거니까. 또한 내가 전쟁에 나가는 것은……” 그는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나의
삶이,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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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를 입대하면서 임신한
아내 리자를 혼자 두기 어려우니, 아버지가 살고 있는 시골 집에서 지내게 했단다. 기억나지? 그 아버지가 얼마나 무섭고 엄격한 지를… 그나마 안드레이의 동생 마리야가 착한 사람이라서 다행이구나. 리사는
몸이 좋질 않았어. 거기에 무서운 시아버지 볼콘스키 백작와 함께 지내니 얼마나 더 스트레스를 받겠니. 착한 시누이 마리야가 보살펴 주긴 했지만, 참 불쌍하구나.
…
안드레이는 군대 입대해서
러시아 총사령관 쿠투조프의 부사관 업무를 하게 되었단다. 쿠투조프는 실존했던 인물로, 이 책에는 쿠투조프뿐만 아니라 많은 실존인물이 나온단다. 나폴레옹
황제도 나오고, 당시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도 나오고 그런단다.
…
로스토프 백작의 첫째 아들
니콜라이도 경기병으로 군대에 입대를 했단다. 그곳에서 알게 된 친구 데니소프와 친하게 지냈어. 니콜라이가 전쟁터에서 겪는 이야기를 하면서, 전쟁의 생생한 묘사를
하게 되었단다. 당시 프랑스와 러시아가 격돌한 곳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땅이었어. 그러니까 프랑스 대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연합군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어. 전쟁을 직접 겪으면서 니콜라이는 왜 이런 전쟁을
하는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왔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성숙해 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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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384)
‘이 사람들은 누구지? 무엇
때문에 왔지? 이 사람들한테 무엇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언제쯤 이런 것들이 모두 끝나는 걸까?’ 눈앞에서 변하고 있는 그림자들을 바라보면서 로스토프는 생각했다. 팔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졸음이 엄습했고, 눈 속에서 빨간 동그라미들이 튀었고, 이 목소리들, 이 얼굴들이 주는 인상과 통증이 고독감과 하나로 녹아들었다. 이
사람들, 부상하거나 부상하지 않은 이 병사들이 그의 힘줄들을 으스러뜨리고, 짓누르고, 비틀고, 부러진
팔과 어깨의 살을 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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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러시아 황제는 젊은
알렉산드르 황제였는데, 전쟁터까지 직접 와서 군인들을 격려를 했단다.
그러니 젊은 군인들은 이 젊은 황제를 다들 좋아했단다. 안드레이도 총사령관의 부사관으로
황제를 만나기도 했단다.
계속 되는 전투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그랬단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도 그런 것을 피할 수는 없었어. 안드레이는 어떤 한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게 되었어. 나중에
눈을 떴을 때는 주변에는 러시아군인들이 시신들만 있었고, 살아 있는 이들은 프랑스군들이었단다. 그는 그렇게 프랑스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나중에 다행이 풀려나게 된단다.
3.
전쟁터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모스크바에는 아직 평화로운 일상의 날들이었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전쟁이 국경 밖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야. 전쟁터에서 아들들이
나간 부모님들은 애가 타겠지만 말이야. 가끔씩 오는 편지를 통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겠지만, 얼마나 마음을 조아리겠니… 니콜라이의 어머니 로스토프 백작부인도
그런 심정이었어. 갓난 아이였던 아들이 장성해서 군인이 된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늘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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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
아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거쳐 요람에서 나와 어른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온 세계 공통의 오래된 모든 경험도 백작부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성장의 각 시기에 있었던 아들의 변화는, 그것과
똑 같은 길을 밟고 성장한 무수히 많은 사람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그녀에게는 언제나 신기한 것이었다. 스무
해 전 그녀의 심장 아래 어딘가에서 숨쉬던 조그마한 존재가 응애응애 울기도 하고 젖을 빨기도 하고 옹알거리기도 한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 존재가, 편지로 미루어보건대 강건하고
용감한 사나이가 되어 세상의 아들들과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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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실리 공작은 딸 옐렌을
부자인 피예르와 결혼시키는 것에 성공을 했잖아. 그는 이번에는 아들 아나톨을 볼콘스키 백작의 딸 마리야와
결혼시키려고 했어. 그래서 아들 아나톨을 데리고 볼콘스키 백작의 집에 방문을 했단다. 마리야는 아나톨이 자신보다 식객으로 머무르고 있는 프랑스 여인 부리엔을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청혼을 정중히 거절했단다.
…
대충 1권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란다. 중간중간 메모를 간단히 해
둔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빠진 내용이 훨씬 많단다. 이해
바라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묵직해서
말이야. ㅎ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2권에서 이어서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그것 보세요, 공작. 제노바도
루카도 보나파르트 일가의 영지, 영지나 다름없이 되어버렸잖아요.
책의 끝 문장: 결국 안드레이 공작은 회복될 가망이 없는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그 지방 사람들에게 맡겨져 보호받는 몸이 되었다.
아버지는 행군이니 진격이니 하시면서 나로서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만 하고 계십니다. 그제는 평소처럼 마을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 소집되어 군대에 보내지는 신병들이었습니다…… 나는 출발하는 사람들의 어머니, 아내, 아이들이 비탄에 잠긴 모습을 보았고,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이 오열하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인류는 우리에게 사랑과 모욕에 대한 용서를 가르쳐주신 구세주의 율법을 잊고 서로를 죽이는 기술 속에 자기들의 주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186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은 것 같은 이 선을 한 발짝 넘어서면 미지와 고통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가 있을까? 이 들과 나무와 태양에 빛나는 지붕 저쪽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싶다. 이 선을 넘는 두렵다. 그러나 넘어보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선을 넘어 거기에, 이 선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은 죽음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결국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힘이 넘치고 건강하고 쾌활하고 흥분해 있고, 나와 똑같이 건강하고 활기차고 흥분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적과 마주보고 있는 사람들은 똑같지는 않아도 다들 이렇게 느끼고 있었고, 이 느낌은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특별한 광채와 즐겁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있었다. - P280
안개가 자욱한 밤, 달빛이 안개 속으로 신비롭게 비치고 있었다. ‘그렇다, 내일이다, 내일!’ 그는 생각했다. ‘내일, 어쩌면 나의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모른다. 이런 추억도 모두 사라지고 더 이상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내일이다, 내 역량을 남김없이 발휘할 순간이 마침내 처음으로 찾아온 것이다.’ - P509
그러나 내가 이러한 것을 원하고, 명예를 원하고,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고, 남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원하는 것. 내가 오직 그것만을 원하고,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죄는 아니다. 그렇다. 그것만을 위해서인 것이다! 나는 절대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아아! 명예와 사람들의 사랑 외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죽음도, 부상도, 가족을 잃는 것도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많은 사람-아버지, 누이, 아내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이 아무리 소중하고 사랑스럽더라도 명예의 한순간을 위해, 사람들에게 승리를 자랑하는 한순간을 위해, 내가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는 아버지와 누이와 아내를 지금 당장이라도 버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아무리 무섭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라 해도 나는 상관없다. - P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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