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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
엘렌 그리모 지음, 김남주 옮김 / 현실문화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풍월당 박종호 님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단다. 그 시리즈에서 많은 음악가들을
알게 되었어. 클래식을 소개해주는 책이니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 이미 유명한 작곡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아빠가 알지 못했던 많은 연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그렇게 알게 된 연주자들 중에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그 연주자들에 대한 책들도 찾아보곤 했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도 그런
책들 중 하나란다. 이 책은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책이
품절이라서 구하기 어려웠고, 알라딘 인터넷서점의 중고 등록 알람을 설정을 해도, 알람이 오고 나면 바로 사라지곤 했어. 아빠처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지..^^ 그러다가 운 좋게 이번에 구할 수 있었단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이렇게 좋은 책이라면, 출판사에서 재출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단다.
엘렌 그리모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란다. 피아노 실력도 대단하지만, 아마 미모의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지 않을까 싶구나. 하지만, 엘렌 그리모의 미모는 부수적인 것이고, 피아노 실력이 일단 대단하단다. 그리고 엘렌 그리모에게는 또 다른 독특한 별명이 있단다. ‘늑대를
키우는 피아니스트’. 늑대를 길들여질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늑대를 키우고 있다니… 늑대와 피아니스트…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지만, 엘렌 그리모는 사라져가는 늑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는구나. 이 책에서도 보니, 엘렌 그리모는 직접 뉴욕 늑대 센터를 설립하여
늑대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구나. 엘렌 그리모는 책들도 쓰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은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이라는
책 한 권뿐이더구나.
아빠가 책의 좋은 구절이 있으면 발췌하곤 하는데, 이 책은 발췌한
곳이 수십 페이지나 된단다. 칼럼리스트 이동진 님이 책을 살펴볼 때,
책의 3분의 2 지점을 들쳐본다고 했어. 대부분의 작가가 그 시점에서 가서 필력이 떨어진다고 말이야. 아빠도
이동진 님의 그런 관점에 대해서 공감을 했단다. 그런데 이 책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은 그런 점을 찾아볼 수 없었어. 끝날 때까지 좋은 글들도 공감하게 했단다. 엘렌 그리모가 음악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늑대를 사랑하고 자유를 사랑하는 글들이 가득 찼단다.
1.
유명한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빽빽한 연주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이 당연할 거야. 엘렌
그리모도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뉴욕에서 연주 녹음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3주간의 공백이 생긴 적이 있었대. 그 동안 힘들고 빽빽한 일정
속에서 갑자기 생긴 여유… 힐링을 하기 위해 참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엘렌 그리모는 여행을 가기로 생각했단다. 그리고 몇몇 후보지를 생각했었는데, 그 중에 가장 무난한 유럽을 선택하고 이탈리아와 독일 등지를 여행하게 된단다.
그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단다.
그런데 그 우연히 만난 사람들 치고는, 사람들이 다들 명상가 같은
사람들이었단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그렇게 친분을 쌓고, 그
사람이 부탁했다고 해서 한 번도 본 적을 없는 사람을 방문하는 등 아빠로서는 다소 어려운 모험 같은 만남을 갖더구나.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전부 삶을 깨친 듯한 이야기를 해 주면서, 엘렌
그리모의 힐링 여행에 큰 도움을 주었어. 그걸 글로 옮겨서 읽는 독자들도 같은 힐링을 느낄 수 있었고
말이야. 독특한 기행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에서는 여러 좋은 문장들이 많이 실려 있단다. 그 중에는 몇 가지 소개를 해볼게. 너희들이 학생이다 보니 아래와
같이 좋은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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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
“그러면 선생님, 어떤 학생이
좋은 학생, 최상의 것을 성취하는 학생일까요?”
“간단하게 대답하지요. 이전의
지식을 답습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 학생, 그렇다고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을 만들어내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학생. 아울러……”
“아울러?”
“현재 존재하는 걸 포착할 채비가 되어 있는 학생, 순간의 신비를 관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이지요. 그렇습니다. 좋은 학생이란 순간을 타는 곡예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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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생이란 순간을 타는 곡예사라고 하는데… 음.. 이게 무슨 말일까.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말로 이해가 되는구나. 지금 이 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곡예사는 다칠 수 있으니 말이야.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이 이야기되는 것 같구나. 너희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있는데, 아빠도 어렸을 때 학교 가기 싫었으니, 공감하면서 안타까움만 느끼게 되는구나.
그런데 학교(school)이 여유(schole)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뜻밖이구나. 학교는 자유를 수련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이랑 너무 상반되는 이야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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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그런대로 애를 쓰긴 했지요. 학교(school)의 어원이 된 ‘여가’라는
뜻의 그리스어 ‘스콜레(schole)’에는 시제가 없답니다. 자유의 시제인 셈이지요.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시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도록 위한 것입니다.
학교는 자유를 수련하는 곳이고 학생이란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에게서 필요한 것, 잉여의 것을
덜어내는 존재입니다. ‘스콜레’는 본질적인 시제인 셈이지요. 현실 속에 실재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여는 시제이자, 가장 인간적인
행위, 곧 글, 사랑, 세계의
발견 같은 영혼의 활동에 스스로를 내어주는 시제입니다. 스승은 가르침을 주지만 작품 역시 사랑을 가르치지요. 당신은 음악가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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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렌 그리모는 책들도 많이 읽는 것 같았어. 하기야 책들을 그렇게
많이 읽으니 이런 글들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엘렌 그리모처럼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어찌나 반가운지… 더욱 좋아하게 만드는구나. 언급하는 작가들마저
아빠가 좋아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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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140)
오랫동안 나는 톨스토이와
더불어 지냈고,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광란의 밤을 보냈으며, 독일
소설들과 더불어 때로는 격분하고 때로는 즐거워했다. 고갈되었다는 느낌이 들거나 속수무책의 악의와 맞닥뜨릴
때면 언제나 책 속에서 도움을 구했다. 책 속에서는 심술궂은 이들조차 저속하거나 비루하지 않았다. 책 속에서는 속속들이 어리석은 이를 거의 만날 수 없었다. 독서는
언제나 나를 언제나 지복의 경지에 이르도록 해주었다. 강렬한 감정, 다시
말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열정적인 가슴을 갖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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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다고 하면 짧은 이 여행을 통해서 엘렌 그리모는 한 단계 좀더 자른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 것 같아. 자신을 한 단계 더 자라게 하는 이런 여행이라면 정말 값진 여행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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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진정한 엘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은 내 영혼의 가치에 어울리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아주 특별한 천분, 곧 자신만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내 스타일은 피아노, 믿음, 글쓰기에 대한 희망이 아닌가. 내 몸은 또 다른 생명을, 음악을, 결혼을, 음을
품고 있다. 내게 도전하는 음악, 나를 충족시키는 음악은
나를 무화시킬 수도, 나를 나 이상으로 들어 올릴 수도 있다. “당신의
삶이 음악의 연장선상에 놓이기를.”이라고 그 교사는 초입에서 그는 나에게 열쇠를 주었다. 세상을 여는 그 열쇠는, 나누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황폐하다는 의미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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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늑대를 키우는 피아니스트답게 이 책에서도 늑대에 대한 에피소드도 실려 있고, 늑대를
예찬하는 글들도 실려 있단다. 늑대를 키우면서 늘 늑대와 친하게 지내고 엘렌 그리모. 예전에 콜로라도에 있는 어떤 낯선 늑대와 다큐멘터리를 찍을 일이 있었대. 그
당시 몇몇 우연이 모여서 늑대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여 엘렌 그리모는 늑대로부터 공격을 받아서 목과 엄지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는구나. 피아니스트에서 엄지손가락이 다쳤다면 큰 일인데 말이야.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 후에 잠시 트라우마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엘렌 그리모의 늑대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어. 늑대의 울음소리가 으뜸이라고 하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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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한밤중 달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제겐 그렇답니다. 또 너울거리는 대양 속에 울려 퍼지는 고래의 노랫소리도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늑대의 커다란 외침소리가 으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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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그리모에게 늑대는 음악와 동급이라고 하니, 엘렌에게 늑대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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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136)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언제든 무력감이 솟구칠 수 있고, 그와 더불어 절망이 엄습할 수
있다. 그럴 때면 온 힘을 기울여 자신을 통합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환기시켜야 한다. 그런 빛살, 그런 열정, 그런
문장 없이는 자신 안에서 그 무엇도 완벽해질 수 없다. 내게는 그것이 음악과 늑대인 셈이다.
어떤 행위에 속에 어떤
생각 속에 완벽하게 몰입하기 위해서는 강한 에너지와 견고한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 무수한 상황들을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충족시키기 어려운 바람이다. 하지만
그런 바람 없이 기적은 과거에도 일어날 수 없고, 지금도 일어날 수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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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구한 책인 만큼 값진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지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늑대, 영혼, 행복, 인생, 너희들
등등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명상하듯 엘렌
그리모의 음악을 찾아 들어봐야겠구나. 찌든 영혼의 때 좀 걷어내기 위해서…
PS:
책의 첫 문장: 나는 심한 허기를 느끼며 잠에서 깼다.
책의 끝 문장: 잠에서 깨니 정오였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수습하리라. 내게는 여유와 사랑과 고독이 필요했다. 그러면 은밀히 나를 괴롭히는 불안, 나를 압박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의문의 근원과 그에 대한 대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 P18
그의 얼굴 전체가 환하게 밝아졌다. "행운이 함께해 집중할 줄 아는 학생들을 만났을 때 내가 그들의 마음에 새기고자 했던 게 바로 그거랍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공부하고 심화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적절한 때에 ‘전인미답의 것’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이런 열의야말로 배움이고, 이런 배움의 과정 가운데 열심히 헌신하기만 한다면 인간은 최상의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현재 있는 것을 무시하지 않는 겸손,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소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오만을 가져야 하지요." - P43
"그렇지요. 많은 예술가와 영웅과 성자들이 그런 위대한 교훈을 주고 있지요. 자유로워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역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유로워지는 것은 위대한 창조의 알파벳을 배우기 위한, ‘지금 여기’에 낙원을 쓰기 위한 준비일 뿐입니다. 따라서 모든 글쓰기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의 편지가 됩니다. 시인 오든은, ‘글을 쓸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개념을 좀 더 밀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오직 사랑 때문에 죽어야 하고 그런 죽음은 비극이 아닙니다. 인간이 뭔가를 창조하는 건 바로 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서고, 그 창조가 끝나는 것도 오직 이 죽음에 의해서지요." - P50
"개개의 공간에는 독특한 소리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도시를 생각해 보세요. 두 눈이 천으로 가려지고 청각만을 쓸 수 있는 상태에서 당신이 어딘가에 떨어졌다고 해보죠. 그렇다 해도 거의 즉각적으로 그곳이 프랑스의 어느 도시란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거예요. 성당의 종탑에서 시간을 알리는 소리, 뛰어노는 아이들의 외침 소리, 아침마다 열리는 하수구의 물소리, 창문 아래로 지나가는 유리 장수의 외침 소리 같은 게 들릴 테니까요. 그것이 도시라는 것, 하지만 파리나 리용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대도시라면 줄곧 이어지는 자동차 소리, 전철이 우틍거리는 소리, 열차가 삐걱대는 소리, 소방대와 구급차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상점이나 자동차의 경보음이 줄곧 들려올 테니까요. 가엾은 사이렌들! 과거에는 노래를 부르더니 오늘은 울부짖고 있네요." - P81
뉴욕을 떠나면서 나는 휴가, 곧 여행이 내게 필요한 휴식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의 판에 박힌 일정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빡빡한 일정이 표시된 시간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나 자신에게 생각을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이란 사물함 속에 넣어두고 떠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 끝에 이르러도, 극지나 적도에 가도 사람은 여전히 자기 고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옥이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 P119
고백하건대, 나는 잠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잠이 건방진 애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엄하게 대한다. 잠자는 것을 좋아하고 육체적으로 잠이 몹시 필요한 나는 아주 기분 좋게, 관능적인 쾌감까지 느끼면서 잠의 품에 안겨 몸을 웅크린다. 침대에 들어가 눕는 순간 내 몸은 서양가새풀이 된다. 가장 깊은 꽃잎 속까지 나는 잠을 초대한다. 하지만 종종 연주회에 대한 신경성 긴장이나 피로가 잠에 맞서 바리케이드를 친다. 그럴 때면 다가온다 해도 잠의 포옹은 표면적인 것에 머문다. 이따금 결합이 이루어지면 잠은 나를 일으켜 이끌어간다. 내 꿈은 그와 하나가 된다. - P183
구름에도 음악이 있다. 모차르트 소나타 같은 작고 둥근 흰 구름. 모리스 라벨과 에릭 시터 같은 풀어헤쳐진 긴 구름. 베토벤 같은 묵직하고 검은 안개구름. 브람스의 구름에는 성당의 하늘 같은 갈라진 틈이 있는데, 그 틈으로 빛줄기로 이루어진 붉은 광채가 비쳐 나온다. 그 광채가 어디에서 솟아나오는지는, 태양에서인지 지옥에서인지 혹은 희망에서인지 알 길이 없다. - P216
그렇습니다. 자유, 다시 말해서 원치 않는 것을 사랑으로 거부하고, 원하는 것, 받아들일 만한 것을 받아들이는 선택권 말입니다. 저는 불필요한 것들에서 벗어나 빛에 도달했습니다. 청빈의 정신을 넘어서만이 도달할 수 있는 빛 말입니다. - P235
갈매기 한 마리가 작은 배의 돛 위에서 웃음을 터뜨렸고, 세 마리 제비가 하늘을 가르며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다. 나는 나 자신을 축소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을 활짝 펼치고 싶었다. 또다시 나는 내 운을 시험해 보리라.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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