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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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손가락으로 뽑는 고전 소설. 아빠도 그 유명함을 알고 있어서 언젠가는 읽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단다. 책을 구입한 것도 5년이 훨씬 넘었어. 도서정가제가 확대 적용하기 전에 좀 많이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니까러시아 소설은 추운 겨울에 읽는 것이 제 맛이라는 생각에, 잠깐 재여 두었다가 막상 겨울이 되면 겨울이 금방 휙 지나가버렸단다. 그러면서 다음 겨울에는 꼭 읽어야지이렇게 마음 먹은 게 벌써 몇 년이 지난 것 같구나. 사실 고전이라 어렵겠다는 생각도 있고, 책의 두께도 만만치가 않아서 망설인 것도 있단다.

이번 겨울에는 꼭 읽겠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끄집어 냈단다. 지은이 톨스토이는 워낙 유명한 사람으로 러시아의 대표 작가이지톨스토이는 많은 유명한 작품을 남겼는데, 사실 아빠는 그의 책은 단편집과 <크로이체르 소나타>가 전부였단다. 정작 그의 대표작들은 읽지 않았는데, <안나 카레니나>를 시작으로 천천히 읽어봐야겠구나.

<안나 카레니나>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서 이 소설을 설명해주는 유투브나 팟캐스트들이 참 많단다. 안나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있지만, 톨스토이 자신을 투영시킨 레빈이라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구나. 레빈은 지식인으로 나오는데 그의 말과 생각을 통해 인간 본연의 대한 이야기와 당시 러시아 사회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단다. 그리고 어떤 평론가에 따르면, 이 소설은 레빈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만큼 또다른 주인공으로 생각하면 되겠구나. 이 소설에 설명은 여러 매체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비전문가인 아빠의 설명은 여기서 그만.

톨스토이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실제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건에서 시작했다고 하더구나. 톨스토이 지인이 어떤 여자와 부정한 사랑을 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기차에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아참, 김영하 작가님이 예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서 무인도에 가지고 갈 책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뽑았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뽑을 만한 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김영하 작가님의 말씀처럼 책이 두꺼우면서도 재미도 있으니까 말이야. 고전이라고 해서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잘 읽히더구나. 어려운 러시아 이름만 잘 익숙해지면 말이야.


1.

소설은 그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한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 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이 문장은 여러 가지 형태로 많이 패러디가 되었고, 심지어 이 문장으로 두고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라는 말도 생겼다고 해.

먼저 주요 등장 인물들의 관계부터 설명을 해주어야겠구나.

안나 카레니나. 열여덟 살 때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과 결혼을 했는데, 카레닌은 안나보다 스무 살 연상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들 사이에는 아들 세르게이가 있었는데 이제 여덟 살이었고, 그들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살고 있었단다.

스테판 오블론스키(스티바). 안나의 오빠. 서른네 살. 스티바는 관청에서 일하고 마당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폭 넓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단다. 스티바의 아내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돌리) 사이에는 아이들이 많았어. 스티바와 돌리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단다. 돌리는 여동생이 둘이 있는데,  그 중 결혼하지 않은 셋째 동생이 카체리나 알렉산드로브나(키티)라는 사람이란다. 키티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그는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라는 사람으로, 브론스키는 부유한 백작이자 군인 장교란다. 그리고 키티를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스티바의 친구이기도 한 콘스탄친 드므트리치 레빈이라는 사람이란다. 레빈은 모스크바에서 좀 떨어져 있는 시골에서 지내고 있어. 이 정도면 중요 인물 소개를 다 한 것 같구나.

그럼 1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스티바가 발이 넓다고 했잖아. 사교성도 좋고, 그런데 그 사교성이 안 좋은 쪽으로도 발달이 되어, 가정교사와 바람이 났고 그걸 아내 돌리가 알게 되어 집안 분위기가 며칠째 좋지 않았단다. 돌리는 이 일로 집안일과 아이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화가 나 있었어. 스티바는 자신의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뻔뻔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돌리와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돌리가 화를 내며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아 실마리도 제대로 풀지 못했어. 그래서, 돌리와 사이가 좋은 여동생 안나에서 SOS를 쳤단다. 자신의 집에 와서 돌리와 화해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이야. 그래서 안나는 페테르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왔단다.

그 기차 안에서 한 중년부인과 알게 되어 이야기를 하고 왔는데, 그 중년부인은 아들을 만나러 모스크바에 간다고 했어. 그 아들은 앞서 소개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인 브론스키였단다. 브론스키는 스티바와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들은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있었단다. 브론스키는 자신은 엄마를, 스티바는 안나를 기다리면서 말이야. 기차역에서 브론스키는 처음 안나를 봤는데, 그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단다. 운명의 만남은 이런 우연에서

안나는 스티바의 집에 와서 돌리와 만났어. 그리고 돌리를 이해하면서도 잘 설득해서 돌리가 스티바를 용서하게 했단다. 미션 클리어. 오랜만에 모스크바에 왔는데 미션 클리어했다고 바로 갈 수 있겠니. 며칠 오빠 집에 머물다 갈 계획이었지. 그곳에서 열린 무도회도 초대를 받아 참석도 하고 말이야.


2.

스티바의 오랜 친구이자 시골에서 지내고 있는 레빈. 그도 예전에 모스크바에 지냈고, 스티바의 가족들과도 교류를 많이 해서 스티바의 가족들을 잘 알고 지냈어. 시골 생활을 하면서 레빈은 자신의 사랑이 스티바의 처제인 키티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키티에게 청혼을 하려고 모스크바에 왔단다. 그런데 스티바가 모스크바에 없던 시기에, 키티는 브론스키라는 남자한테 푹 빠져 있었어. 레빈은 소심하고 성격이 좀 민감한 스타일로 보였어. 청혼을 할 때도 처음에는 돌려서 이야기하다가 용기를 내어 청혼을 했지만, 키티의 마음은 딴 곳에 가 있으니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지. 레빈은 청혼에 거절당하고 크게 상심을 했어. 그 자리에서 모스크바를 떠나 시골로 돌아갔단다.

무도회에 참석을 했던 안나.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과도하게 대시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안나도 자신이 처녀였다면 브론스키의 대시를 좋게 생각할 정도로 그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은 이미 결혼을 했고,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어. 그리고 그런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키티는 절망을 하게 되었단다. 브론스키가 자신이 아닌 안나를 사랑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지. 무도회가 있고 난 다음날 안나는 브론스키와 다시 마주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예정보다 일찍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갔단다. 본능보다 윤리가 먼저라고 늘 생각하고 살아 왔으니까

그런데, 그 기차에는 브론스키도 타고 있었단다. 원래 그도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안나를 쫓아온 것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그들은 기차 안에서 다시 만났단다. 안나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에 모스크바를 떠났는데 떠나자마자 다시 브론스키를 만났으니 어쩌면 이 때 다시 마음이 흔들렸는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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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그만! 그만하세요!” 그녀는 이렇게 소리치며, 그가 탐욕스럽게 쳐다보는 자신의 얼굴에 엄한 표정을 지으려고 헛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차가운 기둥을 잡고 승강구에 올라 재빨리 객차의 연결 통로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이 작은 통로에 멈춰 선 채 방금 전 있었던 일을 곰곰이 머릿속에 떠올렸다. 비록 자신의 말도, 그의 말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짧은 순간의 대화로 그들이 무섭도록 가까워졌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녀는 이러한 사실에 놀라면서도 행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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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키티는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푹 빠진 사실을 알고 병에 걸렸어.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좌절의 병. 아마 상사병이지 싶구나. 어떤 치료를 해도 낫질 않아서, 키티는 외국의 온천으로 요양을 떠났단다.


3.

페테르부르크에서 안나는 사교모임을 갈 때마다 신경이 쓰였단다. 브론스키가 나타나 노골적으로 대시를 했거든. 브론스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어. 그런데 안나도 점점 윤리보다 본능이 이기기 시작했단다. 결국 안나도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진정한 사랑을 브론스키와 나누게 되었단다.

사랑이라는 것은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것. 안나의 브론스키의 관계는 소문이 나고, 남편 카레닌의 귀에도 들어갔어. 카레닌은 그런 안나에게 경고를 했는데, 안나는 오히려 남편에게 속 좁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 사교 모임에도 나가지 말라는 거냐는 식으로 말이야. 결혼한다고 집에만 갇혀 있을 수 없고, 사교 모임은 당시 러시아의 한 문화였으니 안나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 안나와 브론스키의 소문이 퍼지면서, 안나와 만남을 꺼리는 귀부인들이 늘어났단다. 그 전에 안나는 귀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는데 말이야. ,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그런데 안나가 임신을 했단다. 브론스키의 아이였어. 생각지 못했던 임신이었어. 브론스키에게 이야기를 했어. 이제 그들이 행복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안나가 카레닌과 이혼을 하고 다시 브론스키와 결혼하는 것이었어. 이런 안나에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랑하는 아들 세르게이란다.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질 때도 가장 큰 걸림돌은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었거든. 그런데 이혼을 하게 되면 카레닌이 과연 아들을 자신에게 줄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많아졌단다. 카레닌은 안나에게 다시 한번 브론스키와 관계에 대해 경고를 하는데, 이번에는 안나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단다. 브론스키를 사랑한다고 말이야. 카레닌은 예상을 했지만 직접 안나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충격을 받았단다.

한편, 농장으로 돌아온 레빈은 자신도 직접 농사생활을 했단다. 귀족이라고 하면 시키기만 하고 참여는 안 하지만, 레빈은 직접 농부들과 함께 일도 하고 그랬어. 그러면서 키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지.

또 한편, 외국 온천으로 요양을 갔던 키티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특히 바렌카라는 동정심 많은 친구를 만나 위로를 받고 많이 회복을 했단다. 그리고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왔단다.

여기까지가 대략 1권까지의 이야기란다. 안나가 분명 불륜이라는 윤리적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자꾸 안나의 편이 되어 안나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모스크바에서의 불행은 추억이 되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 P13

세상에는 모든 행운을 두루 갖춘 경쟁자를 만났을 때 그 즉시 상대방의 장점을 모두 외면하고 단점만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그 행복한 경쟁자에게서 무엇보다 그에게 승리를 안겨 준 장점들을 발견하려 하고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데도 그에게서 좋은 점만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레빈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 P115

"당신은 정말로 모르십니까? 내게는 당신의 삶의 전부라는 걸. 난 평온이란 걸 모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줄 수도 없습니다. 나의 모든 것, 사랑……, 그렇습니다. 난 당신과 나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내게는 당신과 내가 하나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에게든 당신에게든 평온 따위 있을 것 같지 않군요. 내 눈에는 절망과 불행, 아니면 행복, 그것도 커다란 행복의 가능성만 보일 뿐입니다. 그것이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는 입술만 움직여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마땅히 해야 할 말을 찾기 위해 이성의 힘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 가득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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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1-15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첫문장은 너무 유명한데 현시대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이여서 좋아하는 문장입니다ㅎㅎ
레빈이 톨스토이가 자신을 투영시킨 캐릭터였군요 어쩐지 읽으면서 레빈에게 자꾸 정이 영화도가더라구요. 저는 안나보다 레빈 이야기가 더 많은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레빈을 통해서 보는 그 시대 러시아의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bookholic 2021-01-15 23:30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을 읽고 좀 찾아보다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재미있더군요...
레빈이 처음에는 좀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기도 한 모습에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해심 많고, 융통성을 갖는 모습을 보고 이 소설은 ‘레빈의 성장기‘라고 이야기한 어떤 평론가의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파이버님,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