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75호 - 2020년 11월~1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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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20년도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구나. 늘 그렇듯이 올해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렸구나. 2020년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평생 2020년을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 2020년을 통째로 잡아 먹었으니 말이다. 잃어버린 2020년이라고 할만 하구나. 가고 싶은 곳 제대로 못 가고, 하고 싶은 것 제대로 못 하고, 때론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말이야. 그렇게 했음에도 아직도 코로나는 우리 주변에서 겁을 주면서 물러갈 기세는 보이지 않는구나. 어쩌면 내년 일년도 코로나에게 통째로 빼앗길지도 모르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드는구나.

한편으로 사람들은 왜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겼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단다. 경쟁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로 인한 환경 파괴. 기후 위기. 이런 것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배후라고 지목되기 시작했단다. 그것에 때맞춰 기후 위기로 인한 이상 기후가 지구 곳곳을 덮친 한 해였단다. 그러니까 2020년은 코로나와 기후위기를 제대로 몸소 느낀 한 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제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녹색평론 175호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고음이자 죽비소리라고 비유하는구나. 하지만 과연 코로나가 다 사라진 후에, 이 경고음을 잘 기억하고 있을까.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노력을 해봐야 하는데, 망각의 동물인 우리들이 과연 잊지 않고 노력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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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이렇게 보면, 코로나19는 단지 경제의 외생변수가 아니라 지금까지 진보와 발전으로 여겼던 경제성장에 내재한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이제는 성장신화의 미몽에서 깨어나라고 우리를 깨우는 죽비소리다. 결국, 바이러스 재난의 근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극복할 것은 바이러스가 아닌 우리 자신이고, 싸울 것은 사람과 자연을 희생하여 성장을 거듭해온 탐욕의 경제다. 코로나19는 현상으로는 질병의 문제지만 근본으로는 자연과 경제 문제다. “우리는 환경위기와 사회위기라는 별도의 두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프란치스코 교종, <찬미받으소서>). 기후문제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의 문제다(나오미 클라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코로나19를 질병으로만 접근하면 이 바이러스 감염병이 가리키는 문제의 본질과 근원을 놓치고 결국 문제해결에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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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백신이 나왔단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주사를 맞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이 책에서 백신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구나)을 해주었단다. 모든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범용 백신을 만들 수 있는데, 돈벌이 때문에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는 이야기. 아빠가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부디 진실이 아니길 바래본다. 그래, 독감이나 감기 예방 백신은 그래도 용서해 주련다. 제발 코로나 바이러스를 돈벌이에 너무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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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돌연변이는 보통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2~3개의 단백질의머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해서 인간 세포에정박하여 침입할 수 있게 된다. 해마다 생산되는 백신은 바로 그곳을 표적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 단백질들의줄기들은 안정적이고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바로 이 변하지 않는줄기들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여러 해 동안 지속될 수도 있는 모든 바이러스 변종에 대해 전부 면역력을 갖게 하는 범용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사실상 모든 연구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연구는 존재하지만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거대 제약회사들은 범용 백신을 개발하거나 제조하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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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후 위기에 대해서 이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단다. 사실 아빠도 기후 위기에 대한 글을 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단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잖아. 그리고 아빠도 기후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별로 없거든. 몇 번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이제는 변화된 기후에 어떻게 적응을 하느냐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평균 기온이 1가 올라가면 어쩌니, 2℃가 올라가면 어쩌니…. 그런 글들을 읽어보면 우리 미래가 너무 암울하게 느껴진단다. 그리고 겁이 나기도 한단다. 그런데 각 나라의 지도층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 아빠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텐데,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까. 스웨덴 소녀 툰베리가 각국 지도자들에게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 앞으로 16년 이내에 지구가 2℃ 뜨거워지고, 80년 이내에 3~6℃ 뜨거워진다고 하는데, 이런 슬픈 예상들은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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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의 지구 평균기온보다 약 1℃ 올라간 현재의 수준에서도 우리는 이미 너무나 큰 규모로 지구의 한계를 초과하고 있어서 어느 때고 걷잡을 수 없는 폭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험에 처해 있다. 더욱이 이 메커니즘은 대단히 복잡해서 우리는 그런 일이 진행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현 상태가 이어진다면 보수적인 추정으로도 80년 내에 지구 평균 기온이 3~6℃ 상승한다는 것이다. 최소로 잡아도 16년 이내에 우리가 맞이하게 될 2℃ 뜨거워진 지구도 인간 종에게는극히 위험한조건이다. 역치라고 하는 3~4℃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인류 문명의 핵심적인 기반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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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이 그리 쉽지 만도 않은 것 같구나. 왜냐하면 지구상에서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동물들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함께 살아가는 곳이 지구인데, 그들도 뜨거워진 지구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그런 동물들과 식물들이 불쌍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들이 인류 존속에 필수적인 것들이라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이미 지구상의 많은 종들이 멸종하고 있단다. 누군가는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에 들어섰다고 했어. 이 위기를 과연 인류는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위기를 알고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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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인류의 당면 위기 중 하나인 기후위기를 넘어서려면 탈탄소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인류가 처한 위기 중 하나는 생물종 멸종이다. 2000년부터 매년 약 650ha의 산림이 사라졌고(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과 비슷한 규모), 100종 이상의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게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의 설명이다. 지구 전체 동식물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런 속도라면 지난 1,000만 년의 평균 멸종 속도보다 수십, 수백 배 빠르다. 원인은 도시화 등 인간의 토지이용 변화와 그에 따른 동식물의 서식지 감소가 압도적이다. 이어서 식물 채집과 사냥, 그리고 기후변화가 세 번째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자칫 6,0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뒤 처음으로 지구가 대멸종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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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후위기를 한창 이야기했더니, 다른 주제들은 작게 보이는구나. 기후 위기로 지구가 급박한 위기에 빠져 있는데, 지역 균형 발전이 무슨 소용이고, 민주주의가 무슨 소용이니 말이야. 그래도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한 글은 좀 이야기해 주어야겠구나.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국민들을 대신한 정치인을 뽑는단다. 사람들이 많아서 모두 정치에 참석할 수 없으니, 그들을 대신할 사람들을 뽑는 시스템이 가장 합리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이라고 당연히 생각들 한단다.

하지만 이런 선거로 선출된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정치를 하는 이 시스템...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믿고 있는 이 시스템사실은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이 시스템은 민주주의로 생각하지 않았단다. 이런 시스템을 선거 과두정이라고 했고, 우리가 우리를 통치하도록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통치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어. 아무도 그걸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단다. 180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선거대의제가 민주주의라는 발상이 생겨난 이후, 잘못된 인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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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80)

1800년까지는 누구나 이 단순하고 명백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 선거대의제는 민주주의의 정반대라고 생각되었다. 그것에 그리스에서 전래된 용어로 이름을 붙인다면 올바른 명칭은선거 과두정이 될 것이며, 그 뜻은우리가 우리를 통치하도록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통치이다.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이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서민주주의자를 자처한다는 발상이 생겨난 것은 1800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였다. 그 뒤로는 이 잘못된 인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혁명가, 신층 중간계층, 지식인, 학자들이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1920년경에 이르면 그것은 사회 일반에 수용되기에 이른다. 즉 선거대의제가 민주주의라고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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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설명하면서, 옛 고대부터 근대 철학자들까지 소환해서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 두었는데, 그 동안 민주주의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두정 또는 귀족정 사회에서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겠구나. 하기야, 정치인들이 하는 것을 보면 귀족정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구나. 자신들이 귀족 같은 특권층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오늘날 많은 국민들로 구성되어 있는 국가에서 진정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녹색평론에서 예전부터 계속 이야기하는 추첨 민주주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야.

마지막으로 좀 긴데, 앞서 아빠가 이야기한 철학자들이 이야기한 민주주의의 뜻을 보자꾸나. 아빠도 다시 한번 타자로 치면서 머리에 새겨보았단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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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84)

헤로도토스(기원전 5세기)

민주주의는 가장 공평하다. 즉 법 앞에 평등하다. 공직자는 추첨으로 임명되고, 권력에는 책임이 지워지고, 모든 질문은 열린 토론에 붙여진다.(<역사>, 3 80 6)


플라톤(기원전 428~348)

그리고 가난한 자들이 승리하여, 몇 사람은 처형되고 또 몇 사람은 추방되고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 통치권력이 동등하게 분배될 때 민주주의가 성립된다.(<국가>, 8)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

추첨으로 공직을 임명하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했다. 선거로 선출되는 것은 과두정치였다.(<정치학> 4, 1294a)


키케로(기원전 104~43)

통치권이 한 사람에게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군주제라고 부른다. 특정의 선택된 사람들에게 통치권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귀족정이라고 부른다. 통치권이 민중의 손에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국가론>, 1, 41, 42)


엘리엇(1490~1546)

도시와 자치령은 전 시민의 합의에 의해서 통치되었다.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믿을 만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그 자신이 보유한 미덕과 지혜로써 공공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가장 뛰어난 시민을 추방하거나 죽이는 일이 흔했다. 이런 통치방식은 그리스어로데모크라티아(Democratia)’, 라틴어로포퓰라리스 포텐티아(Popularis Potentia)’, 영어로평민에 의한 통치(rule of the commonalty)’라고 불렸다.(<위정자론>)


알투시우스(1557~1638)

민주주의는 그 본성상 자유와 평등한 존경을 요구한다. 평등한 존경이란 다음과 같은 것들에 존재한다. 시민들은 번갈아가며 통치하고 복종한다. 모두가 똑 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 사적 삶과 공적 삶이 교차하며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함께 결정하고 개인은 언제나 순종한다.(<정치학>, 39, 61>


홉스(1588~1679)

통치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군주제는 단 한 명이 통치권을 갖는 경우이고, 데모크라시는 민회에 통치권이 있는 경우이며, 귀족정은 임명되었든 선출되었든 아무튼 나머지 사람들과 구별되는 일부 특정 사람들로 구성된 기관이 통치권을 갖고 있는 경우이다.(<리바이어던>)


몽테스키외(1689~1755)

공화국에서 민중이 주권을 갖고 있으면 그것은 민주주의다. … 추첨에 의한 선발은 민주주의의 방식이다. 선거에 의한 선발은 귀족정의 방식이다.(<법의 정신>, 22)


루소(1712~1778)

“추첨의 의한 선발은 그 본성이 민주적이다라고 몽테스키외는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 그러나 나는 이미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상(理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선거의 추첨을 결합할 때, 군사직위처럼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자리는 선거를 통해 임명해야 한다. 추첨은 사법관 같은 경우에 적합하다. 양식이 있고 정의롭고 정직한 것으로 충분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우 말이다. 잘 구성된 국가에서는 이러한 자질은 모든 시민에게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사회계약론>)


시에예스(1748~1836)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스스로 법을 제정하고 공무원을 직접 임명한다. 우리의 계획에서는 시민들은 대체로 직접 대리자를 선발한다. 따라서 입법행위는 민주적이지 않다. 그것은 대표제가 된다.


버크(1729~1797)

[‘민주주의를 묘사하면서] 여기서는 모든 공무 혹은 공무 전반을 민중이 직접 개인적으로 처리했고, 법은 민중 자신에 의해 제정되었고,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공무원이 직무에 소홀한 점이 있었을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OO경에게 쓴 편지)


메디슨(1751~1836)

민주주의에서 민중은 모여서 직접 통치한다. 공화국에서 민중은 대표자들과 대리인들을 소집하여 통치를 위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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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생태적 위기는 단순히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적으로 소비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RIP’ 명복을 빕니다.


나는 자본주의가 대다수 인류에게 소득을 만들어주고, 일자리와 의미 있는 사회적 역할을 제공하고, 화석연료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고, 생물학의 발전을 공중보건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우리 시대의 문명적 위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위기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독립된 별개의 문제가 아닌 복잡한 하나의 총체적 위기로서 보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오늘날의 초자본주의는 인간 종의 생존에 필요한 생산력의 진보를 막는 절대적인 족쇄가 되었다. - P36

우리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통용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한 듯이 쓰이고 있는 ‘건강권’이란 말이 우리나라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이후이고, 현재도 모든 국민이 차별 없는 건강권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또 건강권이란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고 선언적이라 실제로 구체화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건강권 중 일부인 공평한 의료접근성의 실현조차 건강보험 역사가 40년이 넘은 현재에도 요원하다. 하물며, 모든 시민을 위한 건강 유지 증진 정책은 항상 부수적이고 우선순위에서 떨어진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는 해방 이후 민간에 맡겨져 거의 방치되어왔고, 건강보험 등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 비효율과 상업성으로 인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의료 공공성이 매우 취약한 범주에 속한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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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12-25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

bookholic 2020-12-25 14:10   좋아요 0 | URL
^^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즐거운 크리마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