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73호 - 2020년 7월~8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코로나 뉴스가 점령하던 6월 어느 날, 어떤 이의 부음을 알리는 작은 기사를 보았단다. 아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던 부음이었어. 기사를 읽어봤는데, 믿기지 않은 소식이었단다. 아빠가 줄곧 읽는 녹색평론의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종철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거야. 불과 몇 주 전에 읽은 녹색평론 172호에도 글을 쓰셨는데 말이야. 그렇게 일찍 돌아가시다니비록 아빠는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녹색평론에서 그의 글을 보고 많이 배웠기 때문에 상심이 컸단다. 녹색평론 173호는 그의 유작이 되어버렸구나.

녹색평론 173호에도 여전히 그의 글이 세상을 비판하고 있었고, 그가 번역한 글들이 여럿 실려 있었단다. 선생님도 코로나 블루라고 생각을 했지, 그것이 이렇게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신 것 같았단다. 몸에 이상을 느끼셨을 때 진작 병원에 가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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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며칠 전부터 몸이 이상하다. 누워 있으면 좀 견딜 만하기는  해도 그리 편치는 않다. 왜 이럴까.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심란한 터에 몸이 이러니, 자연히 기분이 처진다. 소위 코로나블루가 내게도 이런 식으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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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선생님을 아는 많은 분들이 그를 추모를 했는데, 아빠도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1.

이번 녹색평론 173호에서도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단다. 한동안 코로나 이야기는 어디서나 듣고 봐야 할 것 같구나. 이 책의 서두에서 세계 확진자가 5 15일 기준 450만 명을 넘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로부터 세 달도 안된 812일 기준 2000만 명이 넘었단다. 처음 코로나가 중국에서 유행할 때는 상상도 못한 숫자구나. 그리고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고, 더 안 좋은 소식은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들이란다. 어떤 이는 앞으로 수십 년 이어질 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구나.

코로나 팬데믹. 역병은 인간의 취약성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후진국이나 사회 취약층은 역병에 더 잘 걸리게 된다는 거야. 코로나나 온 세계로 퍼지면서, 그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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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지구화 시대인 우리 사회가 반영하고 있는 또하나의 취약성, 그것은 범지구적인 불평등입니다. 미국과 같은 부유한 나라에서도 이 질병은 누구든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불균형적으로 가장 잘 감염됩니다. 지구화 시대인 우리 시대에는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세계 도처의 모든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게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거울에서 보는 우리 모습입니다만, 별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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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코로나 확진자를 보이고 있고, 어느 정도 노력도 하는데, 잡히기는커녕 더 늘어나기만 하고 있는 미국도 그 거울에서 예외가 아니란다. 미국도 저소득층 흑인들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했어. 그들은 원격 근무가 어려운 업종에서 일하고 있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야. 그리고 미국은 의료보험도 비싸서 가난한 사람들은 가입하지 않은 이들이 많으니 이 또한 역병을 키우는 조건이 된단다. 코로나 사태뿐만 아니라 미국은 아직도 여전한 인종 차별 논란이 최근에 불거졌어. 미국의 인종차별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는 않지만, 그런 인종 차별이 평균 수명에도 영향을 준다고 글을 보니, 아직도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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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

미국 질병통제예방 센터(CDC)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태어난 흑인 아기의 기대수명은 같은 해에 태어난 백인 아기의 기대수명보다 3.5년 짧다. 만약 현재 수준의 인종적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이 흑인 아기는 백인 아기에 비해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약 2.5,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 전에 학교를 그만둘 가능성이 약 2, 감옥에 갈 확률이 백인보다 6배 이상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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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이 코로나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코로나는 인간의 그 동안 저지른 것들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하는 이의 글이 있단다. 아빠 또한 그 글을 읽으면서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인 것 같구나. 코로나는 기후 위기와도 이어져 있다고 하는데, 과연 긴 시간 후에 코로나가 지나가고 난 후에 사람들이 과연 기후 위기에 대해 절실히 깨닫게 될까.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계도 버리든 크게 손을 봐야 할 텐데 말이야.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데, 이 세상 모든 이들이 그렇게 한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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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9)

코로나19 사태는 자연을 외면하고 생태계와 절연한 인간의 삶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이다. 지구생태계의 유기체적 구성원임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자연과 불화한 결과다. 근대 이후 인간은 개발과 성장이란 미명 아래 자연을 학살하고 자원을 약탈하는 야만을 일상화했다. 인간의 기계론적 세계관은 자연과 교감하고 공존할 수 있는 영성과 감성, 치유력이나 면역력까지 앗아갔다.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자연의 일부인 바이러스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 백신과 치료제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돌아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차별적인 개발로 만신창이가 된 지구생태계를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소생을 돕고, 더는 훼손하거나 고갈시키지 않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기후위기에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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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쿠바 의료진의 활약이 다시 한번 눈에 띤다고 하는구나. 아빠도 예전의 녹색평론을 통해서 쿠바 의료진이 해외 진출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 시대에 다시 조명을 받고 있대. 쿠바 의료진의 해외 지원은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으로 확대했었는데, 이번 코로나 시대에는 유럽의 부족한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에도 진출했다고 하는구나.

전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살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런 새로운 모습들이 좋은 모습이라도 이젠 그만 코로나가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60억 인구가 다 같이 간절히 기도하면 없어지지 않을까. 소설보다 더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해피 엔딩으로 빨리 소설이 끝났으면 좋겠구나.


2.

앞서도 세계는 코로나와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단다. 인터넷을 구축하는데 어느 정도 환경 파괴가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렇게 않은 탄소가 소비되고, 그렇게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지 처음 알게 되었단다. 여러 가지 예를 들어주었는데, 스마트 폰 한 개를 만드는데도 많은 자원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환경이 파괴하고 있다는 거야. .. 스마트폰을 한번 사면 최대한 오래 써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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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스마트폰 한 개에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가 수백만 개 들어 있다. 순도 98%의 야금학적 등급의 실리콘을 얻기 위해 우선 석영, 순수한 탄소, 천천히 타는 목재가 약 1,600 ℃로 유지되는 용광로로 이송된단다. 그렇게 만들어진 야금학적 등급의 실리콘은 증착(蒸着) 공정을 위해 다시 약 1,000 ℃로 유지되는 정제공장으로 운송된다. 1ppb 불순도의 전자 등급 실리콘을 만들어내자면 여기서 또 에너지 집약적인 과정을 몇 단계 더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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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와 기후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생태계의 일원으로 돌아가자고 누군가 주장한다고 했잖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농촌을 살리는 것이란다. 그린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데, 그 핵심은, 녹색평론에서 줄곧 주장하고 있는 농민기본소득이란다. 농민기본소득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행 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 크게 논제가 되지 않고 있구나.

코로나와 같은 일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면 각 나라에서 먹거리를 걸어 잠그는 일들도 생길 텐데그렇다면 식량 자급률을 어느 정도 올려야 하고, 그것에 맞는 정책들이 만들어져 하는데, 그런 정책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농촌 인구가 적다 보니 투표수도 적고 그렇다 보니 신경들을 안 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구나. 간디가 이야기하길, 참다운 미래는 근대적인 도시가 아니라, 자립적인 농촌마을에 달려 있다고 했대. 그의 말씀이 기후위기의 시대에 크게 공감이 되는구나.

그 밖에 여러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김종철 선생님이 안 계시는 녹색평론은 어떻게 될까. 그의 유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뜻을 잘 기려서 지금까지 보여준 녹색평론의 길을 계속 가주길 바란단다.


PS:

책의 첫 문장 : 5 15일 기준, 코로나바이러스 세계 확진자 수가 450만 명을 넘고 누적 사망자가 30만 명을 넘는 등, 코로나 사태가 곳곳에서 지속된다.

책의 끝 문장 : 교황의 비판에 따르면, 세계화는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절단하고 인가의 자유와 내면을 빼앗아간다.


가계에서는 부채가 부채일 뿐이다. 가급적이면 줄일수록 좋고 결코 방만하게 늘려서는 안된다. 하지만 국가는 영원토록 그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영속 기업’이며, 국가의 부채란 발행할 때에 비로소 본원통화를 위시한 각종의 금융자산이 생겨나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가 부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본원통화도 줄어들고 민간의 금융자산도 줄어드는 일이 벌어진다는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 P17

예를 들면, 지금 한국에서 행해지는 조치들이 민주적 모델이라고 봅니다. 한국은 선거로 집권한 정부가 긴급사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도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정확한 진단검사,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감영자 동선 추적 등등이 그러한 조치들이죠. 그것들은 이 순간 꼭 실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적인 조치들입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무기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으니까요. 나는 지금 우리가 위기에 대응하려면 독재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P25

최근에 세계적인 지적 총아로 등극한 유발 하라리, 이 젊은이는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지만, 마치 세계의 미래에 관해서는 자기가 자장 잘 안다는 듯이 ‘예언자’ 행세를 거침없이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배할 세계에 대한 경고를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간혹 선의로 해석하는 논자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유발 하라리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그 어두운 예언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점을 가장 용서할 수 없지만, 실은 이것은 소위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 P160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흑인의 비율은 압도적이다. 보도를 종합하면, 시카고 확진자의 50%, 전체 사망자의 70% 이상이 흑인이었다. 그러나 시카고 주민 중 흑인의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위스콘신주는 전체 인구 중 흑인의 비율이 고작 6%이지만 사망률에선 거의 40%를 차지했다. 미시간주의 경우 사망자 중 흑인 비율은 40%에 이르렀지만 주 전체 인구 중 흑인의 비율은 고작 14%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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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14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종철 선생님께서 돌아가셨군요. 저도 녹색평론을 애정하는 사람이라 안타깝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중요한 소식을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0-08-15 05:13   좋아요 1 | URL
네, 야속하게도 하늘은 소중한 사람들은 더 일찍 데리고 가네요.
페크님, 즐거운 연휴 되세요...
아참, 책 출간 하신 것도 축하드리고요..^^ 꼭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