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야간에 한반도를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휴전선 남쪽은 휘황찬란한데, 북쪽은
깜깜하잖아요. 흔히 우리는 이 사진을 남한은 발전하고 번영한 사회, 북학은
아주 낙후된 암담한 사회를 상징하는 기표로 보고 있지만, 오늘날 크나큰 위기에 처한 지구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북쪽이 남쪽을 따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남쪽이 북쪽을 따르는 게 순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생각도 없이 흥청망청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살고 있잖아요. 이 조그마한 나라가 식량자급도, 에너지자급도 못하면서, 석유 낭비가 구조화된 경제를 맹목적으로 확대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다 보니 결국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 제대로 못 하고 굴종적인 처지가 된 거란
말이에요. 미국인들이 이런 한국에 대해 존경심이 들겠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다는 공허한 이야기나
하고 있습니다. 그런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 주권국가다운
존엄도 없고, 미래가 지극히 불투명한 지속 불가능한 사회가 돼버렸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보면 휘황찬란한 야경은 도리어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해야 옳죠. 한반도
전체가 이런 야경을 가진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면, 차라리 통일은 안 하는 게 낫죠.
(19)
제가 100살까지 산다면 저는
2103년에 살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지금 미래를 생각할 때는 2050년 너머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오래 산다면, 2050년은 제가 절반도 살지 못한 때입니다.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078년에는 제가 75번째 생일을 맞을 겁니다. 저에게 아이나 손주들이 있다면, 그들은 저와 함께 그날을 보내겠지요. 아마도 그들은 저에게 2018년에 살았던 여러분들에 관해 물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왜 여러분이 아직 행동할 시간이 있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지 물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행동하거나 하지 않는 것 때문에 나의 전 생애와 내 자녀와 손자와 손녀들의 삶이 영향을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하거나 하지 않는 일의 결과를 저와 저의 세대는 미래에 되돌릴 수 없습니다.
(39)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근본 이유 중 하나가 날씨(기상)와 기후를 혼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는 장기적 균형상태이고 날씨는
그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기적 일탈을 뜻한다. 기후학자들은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날씨가 수시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기후가 변하면 인간과 문명은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교차가 10℃를 넘어도 큰 탈이 없는데 지구 온도가 1~2℃
상승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한다. 지구 평균기온은 날씨에 견주어 그 성격과 범위가 전혀 다르다.
(40)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여는 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천호 박사는 집단지성에 기대를 건다.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 세기 초 영국의 한 시골 장터에서 소 한 마리를 무대에 올려놓고 몸무게를 맞추는
대회가 열렸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통계학자가 800명이
참여한 이 대회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소 무게를 정확하게 맞춘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적어낸
소 무게의 평균을 내보니 거의 정확했다. 문제는 앞에서 조지 마셜이 언급한 확증 인지 편향이다. 소 몸무게를 맞추는 것과 달리 기후변화 대응에는 실로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집단
편향’이 개입할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74)
국가의 지출은 새로운 화폐 창출에 의해 충당된다. 그래야 민간이 세금
납부 수단으로 국가가 인정한 화폐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민간이 세금 납부에 필요한 화폐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민간이 세금 납부에 필요한 화폐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는 적자재정을 운영해야만
한다. 또한 조세수입 혹은 국채 판매 금액은 지출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화폐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출을 행하기 위해 조세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민간에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먼저 행해야 하는 것이다. 조세는 실질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 증표를
화폐로서 통용되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세금 낼 때 필요하므로) 정부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세는 민간의 총수요를 억제하는 수단 등으로 활용될 뿐이다.
(124)
‘원하레저’(옛 ‘비큐공영’)가 2006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일원에 골프장과 숙박시설 ‘마운트나인’(46만 3,096평 규모)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 마을엔 ‘별’을 단 주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 최아무개 씨가 공동대표이사를 지낸 ‘원하레저’는 가시오가피 농장을 만들어서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농민들로부터 구만리 일대 농지와 임야를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실상은 가시오가피 농장이 아닌 골프장이었다. 2006년 11월, 구만리 마을 옆에 골프장이 들어설 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홍천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농업용수가 부족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사를 짓는 상황에서 인근에
골프장이 조성되면 잔디에 대량으로 뿌리는 농약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원하레저’가 2008년 공사를 본격화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도 더 심해졌다. 업체 쪽은 집마다 다니면서 “이 서류에 도장만 찍어주면 1,000만원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동의서였다.
(170)
일로서의 농사와 직업으로서의 농부에 대해 나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직업이 농부라고 생각한다. 수입을 많고 적고는 상관이 없다. 멋을 좇고 돈을 좇는 사람은 도시에서 살아야 하겠지만, 나는 아름다움과
내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시골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인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내면적으로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저마다의 그릇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보통사람들처럼 그저 운명에 따라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고, 늘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나를 이끌어준, 나의 ‘영웅’이 두 사람 있는데, 심리학자
칼 융과 함석헌 선생이다.
(193)
백년 전, 루쉰은 고향을 떠나면서 짙은 쪽빛 하늘에 걸린 황금빛 보름달을
보면 이렇게도 생각했단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