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66호 - 2019년 5월~6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제 아빠는 기후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당연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의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는 거야. 포기했다고나 할까? 희망을 걸지 않기로 했어. 가끔 어떤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라는 말을 믿고 싶을 때도 있단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급속도로 더워지고, 기후 이상이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다시 옛날의 기후로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아빠는 접었단다. 한두 명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뤄야 하는 일이니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아.

이미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해. 이제 인류는 서서히 멸종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거야. 얼마나 많은 세대가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희망을 버린 이상, 좀 이기적인 생각 마저 들더구나. 너희들 세대들까지는 그래도 참을만한 날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야. 아빠는 더위를 참지 못하는 체질 또는 성격인데, 너희들도 아빠를 닮아 더위를 잘 못 참는데,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으니 어쩜 좋으니.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운 날을 헤아리고 나야 지나갈는지. 이제 막 시작한 여름이 두렵구나.

이번 녹색평론 166호에서는 기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 무서운 이야기들뿐이란다. 아는 게 힘이 아니라, 아는 게 두려움인 것 같구나. 그래서 너희들은 기후에 대한 비밀을 모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 책의 시작부터 무서운 글들이 이어지니, 이제 막 시작한 여름의 무더위를 날려줄 두려움이구나. 하지만 오늘날 여름은 아무리 두려워도 무덥구나.

===============================

(4)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지구 사회는 곳곳에서 갈수록 빈발하는, 그리고 갈수록 혹심해지는 가뭄과 홍수, 태풍과 폭풍, 대규모 산불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가 벌써 여러 해 전부터 벌과 나비 등 곤충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수많은 종들의 멸종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북극의 빙하 외에 히말라야와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그리고 안데스산맥의 봉우리에서도 만년설이 급속히 녹아 내리고 있다. 그리하여 빙하와 만년설을 발원지로 하는 주요 하천들에서 언제 물이 마를지 모르고, 따라서 그러한 하천의 의지해서 살아가는 세계 인구 절반에 이르는 사람들의 운명이 갈수록 위태로워져 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기막힌 사태인데, 과학자들 중에는 이보다 더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하늘에서 꽤 오래 전부터 뭉게구름을 보기가 어려워졌지만, 그 하늘에서 아예 구름 한 점도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단지 온난화를 초래할 뿐만이 아니라, 기류의 순환, 해류의 순환, 물의 순환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물론 이번 호에서는 중국에서의 소농 등 다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모델을 찾아서 이야기했어. 그리고 독일과 같은 곳에서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성공 사례도 이야기해주었어. 하지만 아빠는 이런 것들에 기대를 거는 것은 그저 희망고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자 너무 비관적이 된 거니? 하지만,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다가 최악을 면하게 되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 책에 실린 내용 중에 반다나 시바의 대담을 실었는데, 그 분의 대담 내용이 가장 좋았단다. 그리고 믿었던 이에 대한 심한 배신감도 들었어. 빌 게이츠가 완전 장사꾼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단다. 일부 좋지 않은 소문들을 들은 적은 있지만, 이 정도였다니. 겉모습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어. 트럼프도 그렇고, 미국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이익만 신경 쓰는 족속들이란 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 거라 믿어본다..

===============================

(123-124)

잘 알려진 것처럼, 빌 게이츠 자신은 아무것도 발명한 게 없습니다. BASIC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어떤 대학의 수학 교수 몇 명이 만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운영시스템은 어떤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만든 것이었는데, 빌 게이츠가 그것을 5만 달러에 샀어요. 그는 소프트웨어를 특허화해서 제국을 건설한 겁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열린 WTO 첫 회의는 그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어요. 그 때문에 모든 IT기업이 인도로 옮겨 온 것입니다. 실리콘밸리가 인도의 실리콘밸리 된 것은 인도의 저임노동을 이용함으로써 기업들이 매년 4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빌 게이츠를 위한 아웃소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의 화폐 거래를 불법화하고, 오로지 디지털을 통한 지불 방식만을 강요함으로써 엄청난 돈을 벌게 된 것은 빌 게이츠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그러한 디지털경제에 필요한 모든 소프트웨어에 대한 임대료와 특허사용료를 취득하기 때문입니다.

===============================

1.

선거에 의해 국회의원을 뽑고, 대통령을 뽑고, 시장을 뽑는 이 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 짧은 시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 성과를 내야 다음 선거에서 또 뽑힐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들 있지.. 국민들이 눈에 보이는 것에 큰 비중을 두다 보니 말이야. 그래서 쓸데없이 짓는 것들이 많은 것이 우리나라란다.

진보 성향의 인사가 정권을 잡아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참여 연대 출신으로 지금까지의 서울시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았던, 박원순 서울 시장도 보여주기 성과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나 봐. 굳이 저걸 만들어야 하나 싶은 공사들을 많이 하고 있어. 광화문 광장도 새로 공사를 한다고 하는데, 자신의 임기에 맞춰 진행한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자주 가보진 않지만 지금의 광화문 광장도 아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세계 최대 중앙분리대라는 비아냥이 있다고는 하지만 말이야.

음 그런데, 아빠가 조금 다르게 생각해 봤어. 박원순 서울 시장이 서울 시장이 된 이후에, 복지나 음지에 대한 정책들도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런데 그런 것들은 티가 잘 안 나. 티가 잘 안 나지만 좋은 정책들을 많이 한 박원순 시장. 다음에도 또 서울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거지. 그래서 그런 공사들은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정치인들이 쓸데없고 비효율적인 토건 공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우리 시민들이 먼저 변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이제 마지막 3선인데, 또 토건 공사를 하는 것은…. 또 다른 큰 꿈을 꾸려는 이유로밖에 보이지 않는구나.

제주 2공항 건설도 마찬가지야. 그걸 공약을 내세운 이를 뽑아주니까, 계속 그런 토건 공약들을 들고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단다. 타당성 조사라도 제대로 하면 또 몰라. 그냥 임기 내에 빨리 지어버리겠다는 식의 공사들그런 공사들만 없애고, 딱 필요한 기반 시설들만 건설을 한다면 복지 정책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또 하나 몰랐던 사실. 열 받는 사실이 있단다. 그것도 토건 공화국에서나 볼 수 있는 사실이란다. 국가 정책으로 가끔 사유지가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매수를 하는 경우가 있어. 그런데 그것이 민간 사업을 위해서는 강제 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에 놀랬단다. 사유 재산이 인정되는 나라에서 이게 말이 되는야. 민간 기업의 골프장 건설을 위해서 내가 싫다는데, 나의 땅을 강제로 빼앗겨서 다른 곳으로 이주를 이해한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나라 법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했어. 이런 억울한 일들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니그렇게 피해를 보는 국민들이 상당히 많다고 하는구나.

===============================

(67)

특히 농민들의 피해는 너무도 크고 아팠다. 2014 9 29일 토지수용을 당한 홍천군 서면 동막리 정씨(53)는 조상 대대로 농사지어온 농토와 선산을 골프장 짓는 데 내줘야 했다. 묘지는 이미 사전에 훼손돼서 유골도 찾을 수 없었다. 변씨(59) 부부는 19년간 가꿔온 집과 나무 800그루와 살림살이까지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빼앗겼다. 집 앞으로 흐르던 하천도 홍천군이 사업자에게 팔아 폐천된 상태로 묻히고 있다. 변씨는 무너지는 집터에 앉아 며칠을 울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김씨(80) 부부는 20년 전 귀농했다. 통나무집을 짓고 농토를 개간하며 가축을 길렀다. 그러나 토지수용이 재개되면서 거주지를 빼앗겨 인근 마을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살고 있지만 형편이 말이 아니다. 백씨(59)는 골프장 공사로 인해 112마리의 돼지가 폐사했고, 최근 남아 있는 모돈 26마리도 치우지 않는다고 사업자들이 산속으로 끌고 가 가둬 놓은 상태다. 농장을 강제수용하기 위해서 주민이 불응하면 행정대집행을 통한 행위를 해야 함에도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

.

2.

민주 정부가 다시 들어섰지만, 우리나라 여기저기 쌓여 있는 적폐가 너무 많은 것 같구나. 민주 정부 5년 가지고는 시간이 너무 부족할 것 같아. 30년쯤 길게 내가 보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힘써서, 우리 후손들은 합리적인 나라, 살기 좋은 나라,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길 바래. 라고 쓰다가, 앞서 아빠가 이야기한 지구온난화가 문득 떠오르는구나. 어떤 한 국가에서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더 큰 문제가 있으니, 이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렇게 말을 수정해야겠구나. 푹푹 찌는 것 빼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PS:

책의 첫 문장: 한 부부가 있는데, 그들에게는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하나 있다.

책의 끝 문장: 이 시대의 숱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투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 세대에 노동, 젠더, 생태 등 다양한 차원에서 해방적인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모둔 사람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강한 자는 약한 자의 것을 빼앗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 이것은 하워드 진도 말했던 미국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우월성 관념’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우월한 자’ 앞에서는 그보다 힘이 약하거나 열등한 처지에 있는 자는 굴복하고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저항은 보복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무수한 나라들이 겪었던 일들이다. - P16

에너지전환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독일은 다른 나라들처럼 원자력에 목을 매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베를린 소재의 싱크탱크 ‘에코연구소’의 창립자이자 전 소장인 안드레아스 크레머에 의하면,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선한 행동을 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 P109

오늘날 곰(자연)을 인간과 동등하게 대하는 일은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은 그만큼 신화의 세상으로부터 아득히 먼 길을 떠나왔기 때문이지. 대칭성의 시소는 한쪽으로 너무 기울었어. 파우스트가 보여주듯, 인간은 자신들만을 위한 복락의 뉴타운을 건설하기 위해 거침없이 바다를 메웠지, 그때 끝없이 반복되는 영원한 ‘신화의 시간’으로서 파도 또한 사라졌지. 역사가 승리했고, 신화가 패배했어. 회귀 대신 전진이 있을 뿐이야. 신화와 역사, 자연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던 통로 같은 것도 진작 사라졌지. 그 통로를 자유롭게 오가던 샤먼도 권위를 잃었고 말이야. 우리 시대의 주술사인 시인들에게 마지막 산소공급을 기대해보지만, 글쎄,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통로는 미세먼저로, 플라스틱으로, 핵으로, 탐욕으로, 투기자본으로, 게다가 너무 많은 정보로 시시각각 메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 P190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온 2019-06-23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후는 변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순응해서 사는 것이죠. 더 심한 기후변화에도 인간종은 견디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