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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을 구입한 것은 꽤 되는데, 책 제목에 벚꽃이 무려 두 번이나
나와서, 벚꽃 피는 시절에 읽으려고 재워두었다가 꺼냈단다.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꽃피는 날짜가 예상을 할 수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이 책 읽는 시기를 놓칠 뻔했어.^^ 아빠가 이 책을 읽을 즈음, 출퇴근길에 벚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이 책을 읽는 날짜를 제대로 맞췄구나 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단다. 그런데, 너희들에게는 너무 늦게 이야기해주었구나. 미안~ 참.. 시간 참 빨리도 가는구나. 눈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을 덥석덥석 먹어 치우는구나.
…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에 미미여사의 책을 만났단다. 사람들이 미야베
미유키를 미미여사로 부르더구나. 그래서 아빠도 그렇게 부르곤 해… 미야베 미유케의 책들을 꽤 읽은 것
같아. 일단 어느 정도 재미를 보장하니까, 자꾸
손이 가는구나. 이번에 읽은 <벚꽃, 다시 벚꽃>은 아빠가 그 동안 읽은 미미여사의 책들과
조금 달랐어. 그것은 아마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에도 시대라서 그런 것 같구나.
미미여사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많이 썼다고 하는데, 아빠는
에도시대를 배경을 한 미미여사의 소설이 이번이 처음이야. 이 책의 원제는 “사쿠라호사라(뜻:벚꽃박죽)”로 이런 일 저런 일 온갖 일이 벌어져서 큰일 났다, 난리
났다라는 고슈 지방 표현인 “사사라호사라(뜻:뒤죽박죽)”을 응용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1.
아빠가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없어. 그래서 에도 시대에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도 잘 몰라.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에도
시대는 지방 봉건제가 활발했던 시대인 것 같구나. 중국의 역사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일본의 역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현대사만 좀 알지, 그 이전 시대는
잘 몰라.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크게 주었던 시절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아빠도
일본의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에 최인호 역사소설을
통해 알게 된 일본 고대사 일부하고, 임진왜란 전후의 사정 아주 쪼금 정도가 전부인 것 같구나. 사두고 책장 속에 먼지만 먹고 있는 일본역사책을 읽어보긴 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아서….
…
자, 그건 그렇고…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육백 페이지가 넘는 무지 두꺼운 소설이지만, 줄거리는 짧게 하려고 노력은 해볼게.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젊은이가 주인공이야. 1815년에 무사 집안에서 태어나서, 이야기가
벌어지는 시점에는 이십 대 초반이었어… 무사 집안이다 보니, 자연히
쇼노스케도 무사가 되었지만, 아버지 소자에몬을 닮아서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 그에 비해 형 가쓰노스케는 승부욕이 강하고 칼솜씨도 좋은 진정한 무사다운 사람이었어. 가쓰노스케의 그런 성격은 아마 엄마 사토에를 닮았던 것 같아. 쇼노스케의
엄마 사토에는 억센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사별로 첫 번째 남편과 헤어지고, 시댁과 갈등으로 두 번째 남편과 헤어지고, 소자에몬과 세
번째 결혼을 했던 거야.
그런데 소자에몬이 자신의 필적까지 모방한 위조문서로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게 된 거야. 소자에몬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죄를 감수하고 할복자살을 했어. 아버지의 그런 죽은 후루하시 가문의 몰락을 의미했어. 쇼노스케는 근신하면서 글공부나 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에도 대행을
찾아가서 후루하시 재건을 부탁하라고 했어.
에도 대행은 사카자키 시게히데라는 사람인데, 엄마가 사별한 첫 번째
남편의 숙부였기 때문에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야. 사카자키를 만난 쇼노스케… 사카자키는 쇼노스케에게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라고 했어.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적절한 사람을 소개시켜준다고
했어. 그 사람은 무라타야 서점의 대본소 관리인인 지헤에라는 사람이었어. 지헤에는 쇼노스케에게 책을 필사하는 일을 의뢰했지. 즉, 쇼노스케는 책을 필사하는 일을 하면서, 필적 모방자를
찾아내라는 것이었어. 당시 책을 필사하는 이유는 당시 책을 다량 출판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책이
필요하면 책을 일일이 복사할 수 밖에 없었거든. 서점은 그렇게 필요한 책들을 팔았단다.
…
쇼노스케는 그 일을 위해 에도에 혼자 지냈고, 도미칸 나가야라는 곳에
머물렀단다. 나가야라는 것은 칸을 막아서 여러 가구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이야.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2.
아버지의 필적모방자를 찾아내는 것인 목적이지만, 쇼노스케는 책을 필사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았어. 지헤에는 단순히 필사뿐만 아니라, 소설을
개작해달라는 요청도 했어. 잔인하고 지루한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개작을 해 달라는 것이었지.
…
이 책의 주요 이야기는 쇼노스케가 필적모방자를 찾는 것이지만, 그보다
쇼노스케와 이웃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각 챕터별로 하나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서 연작소설로 봐도 된단다.
…
그 동네에 도자기 상인이 꽃놀이를 맞이하여 먹기 겨루기 대회를 개최했어. 도미칸
나가야의 가난한 사람들은 대거 참석을 했어. 쇼노스케는 참석은 아니지만 구경을 하러 갔다가 어떤 여인을
봤단다. 얼마 전에 꿈 속에서 봤다고 생각했던 단발머리의 미인인데, 그
여인을 다시 본 것이야. 그러니까 얼마 전에 본 여인이 꿈속에서 본 것이 아니고 실제에서 본 것이지. 지헤에에게 물어보니 자신의 단골손님이라고 했어. 이름은 와카이고, 재봉점의 외동딸이었어. 와카는 얼굴과 몸에 붉고 큰 반점이
있어서 외출을 거의 안하고, 하더라도 얼굴을 가리고 외출을 한대. 지헤에의
소개로 쇼노스케는 와카와 알게 되었어. 그들은 책 이야기를 하면서 친분을 쌓아갔단다.
…
어느날 낯선 손님이 찾아왔어. 미야노 번의 무사 니가호리 긴고로라는
사람이야. 자신이 모시던 번주가 젊은 아들에게 번주 자리를 물려주었대.
미야노 번이 궁핍해서 백성들이 힘들게 살고 있었어. 그래서 새로운 번주는 그것을 개혁한다고
아버지 번주가 해왔던 정책들을 다 뒤집어 버렸대. 아버지 번주는 그거 때문에 화가 나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거기에 아끼던 애첩과 애마가 연이어 죽게 되었대. 점점 우울증이
심해지고 실성까지 했다는 거야.
쇼노스케를 찾아온 손님 긴고로는 그 아버지 번주를 모셨던 무사였어. 여전히
충성심이 강한 그는 번주를 위해서 사람을 한 명 찾으러 다니고 있대. 아버지 번주가 젊었을 때 교류를
했던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무사였어. 그래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이름의 무사를
다 찾아 다니는데 쇼노스케가 열한 번째라는구나. 왜 찾고자 하냐면 자신의 번주가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무사와 주고받은 암호로 된 편지만 본다는 거야. 우리의 주인공 쇼노스케가 긴고로 자신이 찾는 쇼노스케는
아니었지만, 쇼노스케의 친절함에 암호로 된 편지를 세 통 주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혹시 암호를 풀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어.
긴고로가 가고 나서, 쇼노스케는 암호 해독에 열을 냈어. 암호 해독이 알 듯 말 듯 해서… 쇼노스케는 밥과 잠도
잊고 매달렸단다. 나중에는 동네 사람들과 다 같이 보고 와카도 머리를 맞대고 암호를 풀어보았지만 결국
못 풀었어. 어떤 사람의 아이디어로 동네 주점 벽에 그 암호를 적어보자고 했어. 혹시 아는 사람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그랬더니 정말 그 암호를 알고 있는 시즈에라는 중년의 여자가 찾아왔어. 시즈에의 전남편이 바로 후루하시 쇼노스케라고 했어. 하지만 그는
이미 그는 이미 죽었다고… 그 편지는 연서였는데, 미야노 번주가 시즈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했어. 물론 시즈에는 죽은 남편에 마음을 주고 있었지. 정신을
잃어도 젊은 시절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인을 잊지 못하고 그 암호로 된 편지를 계속 썼던 것이 아니었을까.
3.
어느날 지헤에가 며칠 동안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나타났어. 마카와야라는
어떤 부잣집의 무남독녀 기치가 사라졌다고 해서 도와주고 왔다고 했어. 그런데 기치를 납치한 일당으로부터
연락이 왔어. 기치를 돌려주는 대신 돈 삼백 냥을 요구했대. 기치의
엄마 가쓰에는 딸을 위해서 그 정도 돈을 줄 수 있다고 하고… 그 돈을 주겠다고 했어. 그 돈을 전달해주는
자리에 호위를 쇼노스케에게 부탁을 했어. 비록 무늬일지 모르지만 쇼노스케는 무사이잖아. 그런데 돈을 전달해주는 자리에 딸 기치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어. 그래서
쇼노스케는 돈을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치의 엄마 가쓰에는 범인들의 말을 믿고 돈을 건네주었어. 쇼노스케의 예상대로 돈만 주고 기치는 돌아오지 않았어.
…
쇼노스케는 이제 기치를 납치한 일당을 추적하는 일을 시작했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 딸 기치와 엄마 가쓰에는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대.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날아온 협박편지의 필체였어. 집안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자신이 사용하는 붓과 먹을 이용해서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글을 쓰라고 했어. 쇼노스케는
그 협박편지의 글과 비슷한 글씨체를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기치의 아빠 주에몬이었어. 그래서 쇼노스케는
주에몬과 기치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했어. 이미 아버지 주에몬은 기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
이 집안의 숨겨진 사연을 추리해 나갔어. 와카와 함께… 그리고
주에몬 집안의 비밀을 밟혀냈고, 기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냈단다. 옛날에 이 집안에 16살 어린 하녀가 아비가 누구인지 모르는
딸을 하나 낳았었대. 자식이 없던 주에몬 부부는 그 딸을 대신 키웠는데 그 딸이 바로 기치였어. 그런데 최근에 기치가 그 사실을 알고 친모를 찾아간 거야. 가뜩이나
엄마 가쓰에와 사이가 안 좋아서 더욱 친모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던 거야. 친모는 어떤 늙은 홀아비와
결혼했는데, 그 홀아비는 아들이 하나 있었어. 그런데
그 아들이 머리를 굴려서 기치를 이용해서 돈을 빼앗으려고 했던 거야. 기치는 기치 나름대로 자신을 속인
부모에 분풀이를 하려고 했던 것이고…
이 일은 지헤에의 지혜와 용기로 잘 해결이 되었단다. 기치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 주에몬과 가쓰에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주에몬과 가쓰에는 기치의 친모와 그 친모의 늙은
남편을 데리고 와서 같이 살게 했대. 아빠가 줄거리를 너무 짧게 쓰긴 했는데…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합심했고, 서로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주었단다. 그야말로 사람냄새 풀풀 나는 이야기였단다.
4.
자, 이제 다시 아버지의 필적 모방을 한 대서인을 어떻게
찾게 되는지 알아보자.(남을 대신하여 서류나 편지를 써 주는 사람을 대서인이라고 해.) 쇼노스케가 그런 사람을 찾는다는 것도 소문이 났어. 그리고 어느날
쇼노스케의 아버지의 필적을 모방했다고 하는 대서인이 직접 찾아왔어. 완전 술주정뱅이였지만, 그가 아버지의 필적으로 글씨를 썼는데 정말 똑같았어. 그
대서인은 오히려 당당했어. 자신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이야. 오히려
쇼노스케가 당황했지.
…
그 대서인은 멀리 있던 사람이 아니었어. 지헤에와 거래를 했던 사람이고, 그의 책을 쇼노스케가 개작을 하기도 했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나. 물론 지헤에도 그 대서인이 쇼노스케의 원수로 찾는 사람인지 처음에는 몰랐대.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 자헤에와 그 대서인에 대해 불쌍하게 여기도 있던 차였어. 그래서 쇼노스케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던 거야. 그리고 그
대서인에 대해 계속 조사를 해봤더니.. 아, 충격적인
배후 인물이 나왔어. 그것은 바로 쇼노스케의 형 가쓰노스케였어.
아니, 형이 왜 아버지를… 다시 에도에는 권력 암투가 무척
심했는데, 가쓰노스케도 그 권력 다툼에 휩싸이게 되었고, 그는
속아서 이용당하고 만 것이었어. 쇼노스케는 이 사실을 알고 에도 대행인 사카자키를 찾아갔는데, 그곳에 놀랍게도 형 가쓰노스케가 있었어. 사카자키도 최근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던 거야. 사카자키는 가쓰노스케도 이용당한 것을 알고 용서를 해주고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도리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가쓰노스케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어. 그래서 가쓰노스케에게 도망갈 기회를 준 것이지. 쇼노스케는 사카자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
…
형 가쓰노스케는 떠나고 쇼노스케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에도 생활을 정리를 하기로 했어. 애정이 싹트고 있었던 와카와도 헤어지려고 했어. 그런데 도망갔던
형이 다시 나타났어. 그러면서 쇼노스케를 칼로 죽이려고 했지… 가쓰노스케는 그렇게 무정한 사람이었어. 그 장면을 본 이웃집 소년 다이치가 재치 있게 불이 났다고 소리쳤어. 그
소리에 동네 사람들은 뛰쳐나왔고 가쓰노스케는 도망을 갔어. 형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쇼노스케… 이웃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보살핌으로 간신히 살아났단다. 그를 치료했던 의사도 희망이 없었다고 했는데
말이야. 그 중에 특히 와카의 보살핌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 다시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쇼노스케… 지헤에의 조언으로 가명으로 살아가기로 했단다. 이 일을 계기로 와카와의
사랑은 좀더 깊어지고 말이야.
…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번 편지를 쓰고 다시 읽어보니, 아빠가 짧게 쓰려고 중간중간 이야기를 뭉텅뭉텅 잘라내고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다고 다시 쓰기에는 아빠가 밀린 독서편지가 너무 많아. 이번 편지를 마무리하고 다음 독서편지도 또 시작해야 돼…^^ 그러니
이해해주렴…
…
이번 편지에서 줄거리만 쭉 이야기를 했는데, 이 사건이 벌어진 것이
벚꽃 날리는 그런 곳에서 주로 이루어졌단다. 책제목과도 연관이 지어진 부분이야. 올해는 벚꽃이 필 즈음에 아빠가 바빠서 같이 벚꽃놀이도 가지 못했는데.. 아빠가
미안하구나… 내년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