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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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치카의 삶도, 스페이드의 여왕의 안나의 삶도 실제 삶의 한 단면이라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공감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녀들이 선택한 삶, 인내하는 삶, 그리고 억압적인 상황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자세를 보면서 삶을 다르게 보려는 시각의 위대함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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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의 여왕
무르와 안나 표도로브나의 나이 차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세상 시계 장치의 톱니바퀴가 낡은 것인지,
삭아버린 것인지, 시간은 점점 빠르게 굴러가고 심방세동을 겪기도 하는데, 이렇게 기울어가는 시간의 움직임을 따르는 삼십 년이 예순과 아흔 사이에 자리잡은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안나 표도로브나는 빠르게 했던 일들을 점점 느리게 하고 있고,
그 대신에 잠을 자는 데 더 적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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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흔히 갖게 되는 믿음은, 소냐의 경우 그
한계를 몰랐다. 남편의 재능은 어느새 믿음이 되었고 그녀는 숭고한 기쁨으로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공간과 관련한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우아하고 섬세한 해법들과도 거리가 멀었지만 남편의 이상한 장난감들 속에서 그의 개성과 재능 있는 손놀림을 느끼고는 행복에 겨워 혼잣말로 소중하게 숨겨놓은 문구를 중얼거리곤 했다.
"하느님, 하느님, 제게 왜 이런 행복을 주십니까.." - P38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말하자면 그림 그리는 일을 때려치웠다. 타네치카와 함께 했던 예전 놀이들이 새로운 수공예를 탄생시켰다. 이런일에는 항상 우연이 겹치기 마련이다. 알렉산드로프의 전차에서 그는파리 시절의 지인으로 모스크바에 돌아온 이후 체포되기 이전까지 관계를 유지했던 유명한 예술가 티믈러를 만났다. 당시 허풍쟁이나 재능없는 이들을 부르는 말이었던 형식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던 이 예술가는 불안한 시기를 피해 한동안 극장에 숨어 있었다.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를 방문한 그는 한 시간 반 동안, 판자로 만든 헛간에서 아라비아숫자와 유대 알파벳이 쓰인 몇몇 작품들 앞에 서 있었다. 유대 학교에서 고작해야 이 년간 교육받은 이 지방 목수의 아들은 로베르트 빅토로비치 작품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했지만 이 이상하게 생긴 글자의 뜻을 선뜻 묻지는 못했고, 로베르트 빅토로비치 또한 자신에게는 너무나 그 관련성이 명확한 카발라 글자(그가 젊은 시절 유대교에 심취한 것에 대한 증거물)들과 공간을 분할하고 뒤집어놓는 과감한 유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 P38

티믈러는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셨고 떠나기 바로 전 어둠게 말했다.
"여긴 너무 습하지 않나. 로베르트, 자네 작품들을 내 공방으로 옮기도록 하지."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의 작품에 대한 인정인 
동시에 고마운 배려였지만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연히 나타난 이름 없는 작품들은 수차례의 이사를 견디지 못하고 한 헛간에서 썩어 사라졌다.
바로 이 헛간에서 유명 예술가 티믈러가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에게 연극 무대 모형을 만들어달라는 첫 주문을 넣었다. 얼마 후, 그가 만든 무대 모형은 모스크바 극장계 전체에서 명성을 얻게 되었고 주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는 반미터쯤 되는 무대에 고리키의 밤 주막이나 톨스토이의 상속자 없는 고인의 서재, 혹은 오스트롭스키의 불멸의 헛간도 만들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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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풍요의 바다 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윤상인 외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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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미시마 유키오를 읽으며 드는 일말의 망설임과 죄책감을 상쇄하고도 남는, 너무 아름다워서 시린 문장들 앞에서 이번에도 나는 넋이 나가 버렸다. ˝방금 꿈을 꿨어. 또 만날 거야. 분명히 만나게 돼. 폭포 밑에서.˝ 꿈과 윤회로 이어지는 기요아키의 마지막 말. 기억하고 있어! 돌아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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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치카
소네치카는 유아기를 갓 벗어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독서광이었다.
집안의 독설가인 오빠 예프렘은 그가 태어났을 무렵에도 이미 구닥다리였던 농담을 계속 해댔다.
"끝도 없이 책만 읽는 소네치카, 의자 꼴 엉덩이에 코주부가 됐다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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