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책 한권을 다 읽은 후에 다음 책을 읽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디선가 일명 ‘일시다독술’(한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보는 독서술이라고 해야 하나?)을 접하고부터는 소생의 독서습관도 바뀌었다. 한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뭐 호상간에 연관이 있는 책도 아니고 그냥 소생 취향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읽는 것이다.

 

어젯밤 같은 경우, 소생은 침대에 누워 <더불어 숲>을 두 단락 정도 읽고(10여분 소요), 다음으로 <오르부아르>를 한 10여페이지 읽고(10여분 소요) 또 <로마제국 쇠망사6>을 한 5페이지 정도 읽은 후(10여분 소요) 두 눈을 딱 감고 잠을 청했던 것이다. 아아아 자기 전에 북풀도 한 5분 정도 훑어본다. 이 5분이 혹은 10분되고 혹은 20분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저 책이 ‘이봐요! 돼지님! 제가 사실은 엄청 재미있는 책이거등요, 한번 읽어보세요.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호호호’라고 소생의 얇은 귀에 속살거리고, 저 책을 읽고 있으면 또 다른 책이 ‘이봐! 돼지! 나는 어떻할 거야? 나한테는 왜 신경을 안써, 너무한 거 아냐? 돼지 주제에 흥흥흥’ 하며 불평을 토로한다. 뭐 하나 진득하게 읽을 수가 없다. 항상 쫓기는 듯한 느낌이다. 안절부절이다. 무슨 ADHD 환자 비슷하다. 알라디너 여러분들의 독서 습관은 어떠하신지요?  요즘 읽고있는 책들입니다.

 

 

 

 

 

 

 

 

 

 

 

 

 

<로마제국쇠망사 6>

P223를 읽고있다. 제국 로마의 역사는 이제 발기, 절정, 사정 단계(소생이 오랜 연구 끝에 몸으로 체득한 국가발전단계 구분론올습니다. 발기-진입-고비–절정-사정-쇠퇴....음...)를 차례차례로 거쳐, 말하자면 짜릿하고 좋은 시절을 다 지나서, 이미 오래전에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성지 탈환의 기치아래 출정한 제4차 십자군은 엉뚱하게도 같은 기독교 국가인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약탈한다. 그것이 성스러운 전쟁이건 세속의 싸움이건 간에 예나 지금이나 대군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십자군이 성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베네치아에게 진 빚을 탕감해야했고 중세의 경제동물인 베네치아의 늙은 도제 단돌로에게는 공화국의 이익이 최우선이었을 뿐 ‘성전’이란 개뼈따귀 같은 소리였다. 도제는 당시에 이미 90이 넘은 나이로 눈까지 거의 봉사인데도 불구하고 콘스탄티노플 공략 선두에 서서 침략군을 지휘했다. 베네치아는 콘스탄티노플로부터 막대한 부를 탈취했고 도제는 콘스탄티노플에서 죽어 성소피아 성당에 묻혔다. 도제의 불굴의 노욕에 대하여는 결국 800여년 뒤의 교황 바오로 2세가 사과를 하게 된다. 교황은 2001년 그리스 방문시에 ‘제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이 유린하고 총대주교좌인 성 소피아 성당을 신성 모독하고 신자들을 처참하게 만든 만행’에 대하여 사과를 했다. 도제도 나름의 죄값을 치르긴 했다. 비잔틴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수복한 후에 성소피아 성당에 안치된 도제의 유골은 파헤쳐져 굶주린 개때들에게 던져졌던 것이다.

 

 

 

 

 

 

 

 

 

 

 

 

 

<중세 1>

현재 진도는 P58. 신년을 맞이하여 큰 마음 먹고 시작했다. 원래는 <로마제국 쇠망사> 완주 후에 시작하려고 했으나 마음이 급해서 대책없이 책장을 펼치고 말았다. 서문만 54쪽이다. 서문의 요지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중세는 흔히말하듯이 혹세무민하는 암흑시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책은 역사, 철학, 과학과 기술, 문학과 연극, 시각예술, 음악의 6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부분마다 또 서문이 있다.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

두 번째로 읽고 있다. 현재 진도는 133쪽. 사전 지식없이 처음 읽었을 때 보다는 훨씬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렇다고 해도 돼지 대가리가 원래 티미하고 어리하니 또 곧 잊어버릴 것이다. 1453년 5월 29일에 있었던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대하여 베네치아인, 제노바인, 피렌체인, 그리스인, 비잔틴 제국 고위인사, 오스만 제국의 사가, 슬라브인, 로마 추기경과 레스보스의 대주교 등등등 숱한 인사들이 수많은 자료를 남겼지만 이것들을 짜맞추어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은 10,000피스 직소퍼즐을 완성하는 것보다 더 지난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사라졌거나 손상된 퍼즐 조각들은 어찔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숲>

248쪽을 읽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 선생의 부음을 들었다. 스승다운 스승이 부재한 아국에 그나마 한분 계시는 스승마저 떠나시니 쓸쓸하고 적막하다. 이 책은 세계여행기다. 그야말로 세계 방방곡곡 구석구석을 훑고 있다. 스페인의 우엘바 항구에서 시작하는 기행문은 인도의 갠지즈강을 거쳐 아프리카의 킬로만자로까지, 멕시코의 피라미드와 잉카 제후의 도시 마추픽추에서 히말라야의 산기슭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간의 위안을 받았다. 보상이라고 한다면 물론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겠지만, 20여년동안 좁디좁은 옥중에서 영어의 생활을 하신 선생에게 이렇게나마 세상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뭐랄까 소생이 이도저도 뭣도 아니지만 어쨋건간에 소생에게는 약간의 위로 되었던 것이다.

 

 

 

 

 

 

 

 

 

 

 

 

 

<오르부아르>

P298를 읽고 있다. 곰발님이 극찬하셔서 설라무네 읽게되었어요. 요즘 소설을 너무 안 읽고 있다는 반성과 재미있는 소설 한 편 보고 싶다는 의욕이 본 독서를 추동하는 양축이랄 수 있겠다.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간다. 이런저런 다른 일들도 많았지만 지난 토일 이틀동안 200여페이지를 겨우 읽었다. 표지 그림에 말대가리가 나오고(예전에 소생이 중학교 다닐 때는 오르부아르 표지 그림 비슷한 말대가리 모양의 ‘조다쉬’라는 나름 유명한 청바지 브랜드가 있었는데 요즘 이 말대가리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알베르가 처음 구덩이에 파묻힐 때에도 잘린 말대가리가 등장한다. 이 말대가리에게 무슨 중요한 역할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한쪽 콧구멍을 막고 다른 한쪽 콧구멍으로 담배피우는 묘사에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라도 되겠지>

이건 몇일 전에 다 읽었다. 나름 재미있다. 김중혁씨도 참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 쓸데없는 생각 중 소생 생각과 비슷한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소생은 예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운전 중에 별일도 아닌데 뒷차에서 갑자기 ‘뽜앙--’하고 클락션을 울릴 때는 깜짝놀래기도 하거니와 소생도 뒷차에다 대고 따따블로 ‘뽱뽱뽱뽜아앙---’하고 두배세배 강도의 가열찬 경적을 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차량 뒤 트렁크 아래에 ‘뒷차량용’ 클락션을 설치했으면 쓰겠다는 생각을 가끔 했던 것이다. 총명하신 김중혁씨(소생과 거의 같은 연배인데 소생은 왜 총명하지 못한지 반성! 반성! ㅜㅜ....)는 더 나아가 차량 지붕에 전광판을 설치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있다. 일명 ‘자동차 문자 게시판’. 탁견이다. 소생은 이걸보고 아하!! 맞다!! 맞다!! 연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입 아프고 다리 아프게 차에서 내려서 어쩌고 할 필요가 없다. 운전석에 편하게 앉아서 자판을 타닥타닥 “운전그따구로”, 하면 상대편 차량의 운전수도 운전석에 앉아서 자판을 타닥타닥 “너나잘해” ㅋㅋㅋ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P56쪽까지 읽었다. 여기 알라딘 마을에도 한창훈 추종자들이 상당수 당당하게 계신 것으로 안다. 견문 일천한 소생은 알라딘 마을에서 한창훈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고 했건만 그래도 역시 무엇을 모른다고 말하는 때는 부끄럽고 어떨 때는 용기마저 필요하니 아 한심하구나 돼지여!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돼지에게 무슨 이득이 있었던고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회나 해물류가 몹시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 함정이다. 함정은 깊고도 커서 돼지 한마리쯤은 쉽게 삼킬듯하다.

 

 

 

 

 

 

 

 

 

 

 

 

 

<환관탐정 미스터야심>

진도는 P226. ‘예니체리 부대의 음모’라는 부제가 붙었다. 책 뒷면에는 ‘19세기 초 매혹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펼쳐지는 음모와 반란’라고 인쇄되어있다. 환관탐정 야심이 등장하는 제임스 굿윈의 또다른 소설 <스네이트 스톤>을 겨우 간신히 읽어낸 소생으로서는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소생의 관심사인 ‘이스탄불’ 때문에 의무감으로 읽고 있다. 역시나 별 재미는 없다. 읽기 시작한 지 한달은 넘은 것 같다. ‘예니체리’는 오스만 제국의 최정예부대이자 술탄의 친위부대다. 어린 기독교도 소년들을 강제로 징집하여 개종시킨 후 술탄에게 절대 충성을 바치는 무적의 친위부대로 만들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시에 결정적인 승리는 예니체리에 의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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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6-01-2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산만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집어서 읽는 편이네요. 3,4권 같이 읽으나 1권 읽느나 집중도는 정말 수준 이하라서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6-01-21 09:23   좋아요 0 | URL
어멋!! 적금 깨서 도서 구입하신 가넷님 ^^
혹독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계시죠??

고양이라디오 2016-01-2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책을 본 영향인지, `일시다독술`을 쓰고 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씨도 그렇고, 아무튼 많은 독서가가 `일시다독술`을 쓰는 것 같더라고요ㅎ 그전에는 한번에 한 권만 읽었는데, 동시에 여러권 읽으니깐 덜 지루하고 다양한 책들에서 본 내용들이 연결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성격상 `일시다독술` 이 맞는 것 같아요.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막상 읽다보면 금방 지겨워져서, 다른 책에 손이 갑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 폐해도 만만찮습니다ㅎㅎ 먼가 산만한듯도 하고, 책 한 권을 빠르게 읽지 못하니, 가끔 책에 일체감과 통일성을 못 느끼는 경우도 생기고, 앞부분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한 번 스킵해서 봐야되기도 하고, 읽다가 안 읽는 책들도 많이 생기고요ㅎㅎ

그래서 전 보통 10권 이상을 동시에 읽는데ㅠ 물론 10권이 동시에 똑같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그 때 그 때 더 많이 읽고 싶은 책 3~5권을 좀 더 빠른 시간내에 읽는 것 같아요. 어떤 책은 읽는데 몇일이 소요되는 책이 있고, 어떤 책은 몇 주, 몇 달이 걸리는 책도 있고요. 진짜 재미있는 책은 한 번에 한 권 읽는 경우도 드물게 있고요ㅎ 소설책은 보통 동시에 안 읽습니다. 왠지 한 번에 하나의 세계에만 집중해야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이건 심리적인 이유같고 경험상 소설책 2~3권을 동시에 읽어도 크게 지장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ㅎ 세계가 그렇게 쉽게 겹치지는 않나 봅니다ㅎ

붉은돼지 2016-01-27 12:57   좋아요 1 | URL
고라님이 바로 일시다독술의 대가 달인이시군요..ㅎㅎㅎㅎㅎ
일시다독술이라고 하니 무슨 축지법 비슷한 느낌.....아니면 무슨 대단한 절세의 무공 비급같은 느낌입니다.ㅎㅎㅎ 10권은 정말 너무 많구요....4~5권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16-01-27 15:42   좋아요 0 | URL
네ㅎㅎ 일시다독술하니 먼가 분신술생각도 나고ㅎ

네 저도 4~5권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ㅎ

하리 2016-01-31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저거 손대다가 잊어버리는 일까지.... ;;; 뭐라도 되겠지는 저도 갖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인데 얼른 읽어봐야겠네요. (뒷차에게 욕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ㅋ)

붉은돼지 2019-10-11 11:03   좋아요 0 | URL
하리님 잘 계시죠 ㅎㅎㅎ
3년이나 지나서 댓글을 다는군요.ㅎㅎㅎㅎㅎ
지금 돌이켜보니 위의 책 중에서 그래도 중세는 중도 포기했고 나머지는 그래도 다 읽었네요 ㅎㅎㅎ

보물선 2016-02-09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다 마는게 너무 많아요. 특히 단편집. 작년부터 고치려고 노력중입니다.

붉은돼지 2019-10-11 11:08   좋아요 1 | URL
보물선님~
3년 8개월만에 댓글을 다는 게으른 돼지입니다. ㅜㅜ
저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책 많습니다.
최근에 읽다가 만 책은요
720쪽 짜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80쪽 쯤 읽다가 그만둔지 한 달 넘었구요
<그리스인 이야기 2> 도 100여 쪽까지 읽다가 그만둔지 두 달쯤 된 것 같아요. ㅎㅎ

돌궐 2019-10-11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50 채우고 갑니다.

붉은돼지 2019-10-11 11:09   좋아요 0 | URL
친절하신 돌궐님 감사합니다.
좋아요 50은 아마 돼지 최고 기록일 듯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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