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고향에 다녀왔다. 안동 예안이다. ‘고향을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고 한다면 예안은 소생의 고향이 아니다. 반면 고향을 조상이 오래 누려 살던 곳이라고 한다면 소생의 고향이 맞다. 아버지와 위로 형님들은 예안에서 태어났지만 소생은 대구에서 태어났다. 이제 예안에 살고 있는 우리 일가는 삼호밖에 없다. 대구만 해도 무슨 보수 꼴통의 메카같은 느낌인데 거기다가 소생의 뿌리가 이른바 유교문화의 성지라는 안동이라고 하니 ~~~’하고 감탄하시는 분들 계시리라 나름 짐작해 본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고향은 우리가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씨족의 우리 분파가 예안에 자리잡은 것은 1750년대 쯤이다. 원래 우리 씨족의 본줄거지는 16세기 중엽부터 지금의 안동 임동 일대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 1985년인가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수백년 누대에 걸친 우리 씨족의 본거지는 낙동강 푸른 강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큰 종가의 종택은 해체되었다가 위쪽으로 옮겨져 다시 결합되어 수몰된 옛 마을을 물끄러미 내려보고 있다. 100여호 넘던 일가들은 나라에서 정해준 거주지로 옮겼으나 지금은 그 곳에도 몇 호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아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의 고향을 가진 마지막 세대는 우리 부모님 혹은 형님들 세대일 것이다. 소생의 경우 예안이 고향이라고 하지만 내가 태어난 곳도, 소싯적 친구들과 불알 달랑거리며 뛰어놀던 곳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태어난 곳이긴 하지만 아무런 추억도 기억도 없는 대구 신천동이 내 고향인가?? 아니면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6년을 다녀서 유소년의 추억이 가장 많은 효목동이 내 고향인가?? 모르겠다. 고향이 뭐 중요하나?? 이젠 고향은 추석같은 명절에나 한 번 생각해보는 곳이 된 것 같다. 

    

관련도서로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과 이문열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를 골랐다. 별들의 고향은 40년만의 복간이라고 한다.

 

 

 

 

 

 

 

 

 

 

 

예안도 나름 사과로 유명하다

    

 

 

우리 종가집이다. 우리 종가는 작은 종가다. 종택으로는 규모가 아담하다.

 

 

 종가집 건너편에 있는 폐가. 40여년 전 작은 아버지가 총각시절에 여기 사시면서 벼농사도 짓고 양봉도 했었다.

 

 안동댐 물이 많이 빠졌다. 바리깡 자국처럼 물에 잠겼던 흔적이 남아있다. 날이 가물긴 많이 가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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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1-0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이 아닌 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으면 고향 아닌가요?ㅎ
저는 어렸을 때 고향이 지방 시골인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뭔가 명절을 그럴 듯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ㅋ

안동이 고향이시면 정말 뼈대있는 가문이시겠습니다.
사과가 참 탐스럽게 익었군요.
저희도 마당에 두 그루의 감나무가 있는데 가지가 감이 휘어지도록 열렸습니다.
가뭄이라고 해도 이렇게 열매가 풍성한 걸 보면 기특하고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요.^^

붉은돼지 2015-11-02 15:33   좋아요 1 | URL
서울 살던 사촌들은 단칼에 일도양단하더군요...서울외에는 다 시골이라고 ㅋㅋㅋㅋ
그때는 어린마음에 상처를 받았어요 ㅜㅜ ..대구도 나름 대도시인데하고 ㅋㅋㅋㅋㅋ...

제 경우는 큰 형님이 서울 계셔서 제사와 명절차례가 다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요번 추석에도 서울에 다녀왔어요...이른바 역귀향이죠.....
안동에는 아버지,할배,...할배의 할배...할배의 할배의 할배.....묘가 있어서 일년에 한번은 가는 것 같아요
예안도 나름 사과로 유명합니다.

스텔라님은 주택에 사시나 봅니다. 마당도 있고 감나무도 있고....
저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주택에 살아서 마당에 대추나무도 있고 모과나무도 있고 했는데요...
한번씩 고향에 다녀오면 아파트 생활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stella.K 2015-11-03 11:31   좋아요 1 | URL
아, 저희는 공동주택입니다. 조그만 마당이 있는데
그것 또한 공동 땅이죠. 이사 오니까 감나무가 두 그루 심어져 있더라구요.
그 열매 또한 8가구가 똑같이 나눠 먹죠.
그런데 올해따라 유난히 많이 열려더라구요.
보통은 윗층 아저씨가 따는데 올해는 어떻게 할지 눈치만 보고 있어요.ㅋ

유부만두 2015-11-0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부러움을 담은 감탄사 입니다)

붉은돼지 2015-11-02 15:39   좋아요 0 | URL
성골 보수꼴통일지도 몰라서??? ㅋㅋㅋㅋㅋㅋ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요...
저도 이제 나이를 왠만큼 드시고 보니
일족이 누대에 걸쳐 살았던 고향이 있다는 것이
정신적인 어떤 안정감을 주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oren 2015-11-02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안, 임동 모두 제겐 익숙한 곳들이네요. 종갓집 풍경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풍경이구요. ㅎㅎ

안동댐과 임하댐이 생기는 바람에 고향이 물 속에 잠긴 처지가 된 사람들이 제 주위에도 더러 있는데, 그야말로 이문열의 소설 제목 그대로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할 처지여서 참 안타깝더군요.

저는 며칠 전에 (울릉도로 갈려다가 배가 뜨지 못하는 바람에) 삼척에서 1박, 울진에서 1박 하면서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왔답니다. 울진 불영계곡에서 길을 나서 머나먼 서울로 되올라오는 길에 봉화, 영주, 풍기 등지를 지나오면서도 끝내 지척에 있는 고향엘 들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얼마나 크던지요.. 고향은 그런 곳인가 보더라구요...

붉은돼지 2015-11-02 15:54   좋아요 2 | URL
저희 종가집은 작은 종가여서 규모가 자그마합니다. 거주하는 사람도 없구요...몇년전에는 화재가 발생해서 제작년엔가 보수 수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임하, 임동, 지례, 예안, 서후, 일직, 지례, 도산 등등 안동일대에 저런 종택이 실로 무수하니 많이 보신 듯한 풍경이 당연합니다. ㅎㅎㅎ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이제 나이가 좀 들어 가만 생각해보니
수백년 사연이 있는 고향마을이 갑자기 수몰된다고 했을 때 그 분들 심정이 어떠했을지.....
제가 알기로는 큰 반발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물론 제가 뭘 모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1980년대 그 시절이었으니 가능했지 요즘 같으면 과연 가능했을까 의문도 듭니다.


nama 2015-11-02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가집이라...개성, 황해도..이런 곳을 고향으로 두신 저희 부모님덕에 종가집이란 단어만 보면 뭔가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들어요. `정신적인 어떤 안정감`이라...저희 부모님이 남한에서 정착한 곳은 미군부대가 있는 동네여서 일찍부터 양키문화에 눈을 뜨기도 했지요. 흠, 쬐그만 나라가 참 다양하기도 하네요.

붉은돼지 2015-11-02 16:56   좋아요 1 | URL
부모님 고향이 이북(요즘도 이런 말을 쓰는지...)이시군요..
예전엔 정말 잘 몰랐고,,,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저도 이제 나이가 드니 그런 심정, 마음들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듯도 합니다....
말씀대로 반도의 조그마한 나라가 참 복잡기도하고 다양하기도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문화적 식민지 같은 느낌도 있지만....
아직까지 갓쓰고 도포입고 수백년전 돌아가신 분 제사를 해마다 지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11-02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소생이...˝으로 시작하는 말투는 뼈대있는 집안에서 나온 것이군요!! 햐~~~ ㅎㅎㅎ (이러는 저도 부모님 다 경상도출신. 걍 글케 태어났을 뿐입니다요.) 저두 울 할무니댁가면 고향도 아닌데 편안해요. 실력도 없으면서 아궁이에 불떼서 삼시세끼 지어 먹고 싶더라고요

붉은돼지 2015-11-02 17:03   좋아요 1 | URL
부모님이 다 경상도 분....성골이시군요 ㅋㅋㅋㅋ
요즘은 시골에도 아궁이에 불때는 집 거의 없는 것 같아요.....마당 구석에 소죽 끓이기 위해서 ...아니.. 제 고향에는 소도 이미 없어진지 한 참 되었어요 ㅜㅜ


살리미 2015-11-02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러움의 `햐~~~~ `를 날립니다 ㅋㅋㅋ
안동 종가집 하면 관광지에서나 볼 법 한데, 여기가 우리 집이다! 라고 할 수 있다니 부러운걸요??
제주도는 뭐 워낙 시골도 모자라 해외취급을 당하니 ㅋㅋ 저도 고향얘기할 땐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서울이 고향인 것 보다는 너무너무 좋잖아요?? 어릴땐 그렇게 떠나오고 싶더니 각박한 서울 생활 수십년하다보니 얼른 정리하고 내려가고픈 마음 굴뚝같아요.

붉은돼지 2015-11-03 10:45   좋아요 0 | URL
오로라님 뭐 부러울거 없습니다....
종가집은 말그대로 종손의 집이지 저희 집은 아니에요...제가 종손도 아니고....
말하자면 먼 친척 집인 셈이죠.......

요즘 제주도 인기 최고인 것 같아요...제주도 가고싶어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챔피언 2015-11-0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가집 건너편에 있는 폐가가 마치 민속촌처럼 운치 있네요! 멋진 고향을 갖고 계셔서 부럽부럽~

붉은돼지 2015-11-03 10:47   좋아요 0 | URL
제가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 고향가면 저 집에서 몇 일 묵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완전 폐가가 되었네요.... ㅜㅜ

알케 2015-11-02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외가가 그곳에서 멀지 않습니다.
풍경보니 반갑네요

붉은돼지 2015-11-03 10:56   좋아요 0 | URL
저는 외가도 안동입니다...내앞이라고 안동시 임하면이죠.....
옛날에는 좁은 동네에서 서로 통혼하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transient-guest 2015-11-03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한 지인이 안동 출신 토박인데,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ㅎㅎ 복간된 책, 특히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이 반갑네요. 그간 사려고 기다려왔는데 말이죠. 이문열씨는 한때 참 예리한 필력과 특이한 사상적 attitude가 좋았던 작가인데, 왜 지금은 글도 사람도 별로가 되어버렸는지 궁금하네요.

붉은돼지 2015-11-03 11:00   좋아요 0 | URL
40년만의 복간이라는 `별들의 고향`은 2013년도에 나왔군요...
여주인공 이름이 경아였죠.....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술집 호스테스로 전락하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아아아.....무슨 신파같지만..... 당시로서는 젊은 감수성에 빛나는 문제작이었죠 아마...

transient-guest 2015-11-05 06:23   좋아요 0 | URL
영화가 히트치고서 당시 술집 아가씨들 예명이 갑자기 모두 `경아`로 바뀌었더라는 얘기도 있죠. 이건 잘 모르겠지만, 분명 왁스의 `화장의 고치고`는 당시 `아가씨`들에게 인기가 꽤 있었다고 합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11-05 09:16   좋아요 0 | URL
이건 비밀인데요 ㅋㅋㅋㅋ
제 아내 이름이 `경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