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박물관 산책 -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와 함께하는
이희수 지음 / 푸른숲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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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소재하고 있는 무수한 박물관 중에 특별히 유명하고 의미있고 인상적인 박물관 17개소를 소개하고 있다. 토인비가 말했다고 한다. “터키는 살아 있는 인류 문명의 옥외 박물관” 이라고. 그만큼 유적이 많고 또 유적이 거리에 무심하게 방치되고 굴러다니고 그런 모양이다. 그럼 책에 나오는 17개 박물관을 다 보여드릴 수는 없고 소생 마음에 드는 몇군데만 소개하겠습니다. 불만없죠. 네? 뭐, 있다고 해도 도리 없어요. 호옹~

 

<성 소피아 성당>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실로 경이로운 건축물이다. 사진으로도 그 장엄하고 놀라운 자태의 위엄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그 장엄한 공간 속에 한 점 점으로 엎드린 인간에게는 가히 신의 숨결이 가 닿을 것이다. 그 신이 알라든, 야훼든, 하느님이든 뭐든 말이다. 성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역사의 금자탑이자 종교 건축의 최고봉이다. 916년 동안은 교회로 481년 동안은 모스크로 사용되었으며, 1935년부터는 박물관으로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1453년 성소피아 성당을 접수한 오스만 제국은 성당을 파괴하지 않았다. 이슬람은 일체의 형상에 대한 숭배를 금지하고 있지만 성당 안에 있는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들을 훼손하지 는 않았다. 처음에는 거대한 천으로 가린 채 모스크로 사용했고, 이슬람 종교 기운이 강성해졌을 때조차 회칠로 작품을 덮었을 뿐이다. 덕분에 500년 뒤의 우리들은 이렇게도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뭐, 소생은 무슬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좋은 구경을 하도록 해줘서 고마워요.” 제국의 술탄들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할 것만 같다.

 

사방에 걸려있는 황금색 동그란 방패모양의 동판에는 알라와 무함마드, 오마르, 오스만, 알리 등 초대 칼리프의 이름이 아랍어로 적혀있다. 이슬람 캘리그라피다. 직경이 7.5m가 넘는데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으나 너무 커서 어떤 문으로도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톱카프 궁전>은 메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이후부터 1856년 보스포러스 해변의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옮길 때까지 380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세 대륙을 정복한 제국의 중심지로 영광과 환희, 애환과 음모로 점철된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이다. 내각과 하렘, 도서관과 학교 자리, 도자기관과 식기관, 복식관, 보석관, 이슬람 성물관 등이 보존되어 있다.

 

톱카프 궁전의 압권은 역시 보석 컬렉션. 제일 유명한 것은 세 개의 커다란 에메랄드가 박힌 단검으로 황금으로 만든 칼집에는 다이아몬드가 무수히 박혀있다. 정교한 세공과 장식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다음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크다는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다. 이 다이아는 49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주위를 영롱하게 감싸고 있다. 다이아는 별로지만 단검은 정말 탐난다. 뭐 내가 탐낸다고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1453 파노라마 박물관>은 아마 이책을 통해서 처음 알려지는 박물관일 것이다. 2009년에 개관했다. 1453년 5월 29일 동로마제국의 천년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군에 의해 함락되는 그 역사적 장면을 장엄한 파노라마 화면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박물관 1층과 2층 전체를 채운 전시관에는 직경 38m, 넓이 2,359㎡의 거대한 영상이 그 치열했던 역사 속 전장으로 우리를 데불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그날 그순간 그 숨막히는 현장으로, 아아아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오스만 15만 대군에 맞선 비잔틴 7,000명의 수비대. 비잔틴 제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문열 풍으로 표현해서 “아!!!! 장려했느니 그 낙일이여” 쯤 되겠고, 이슬람 측에서 보자면, 원대한 비상을 위한 화려한 날개짓의 시작쯤 되려나. 부러진 십자가는 진흙탕 속에 나뒹굴고 초승달 선명한 오스만의 깃발은 저 높은 테오도시우스 성벽 위에서 펄럭인다.

 

역사는 돌고 돈다. 1453년 유럽의 동쪽 끝에서는 비잔틴 천년제국이 이슬람 세력에게 함락되어 패망했지만 그로부터 40년뒤 유럽의 서쪽 끝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가 기독교 국가인 카스티야와 아라곤 왕국의 공격을 받아 패망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룩한 700년 이슬람 문화와 영광을 뒤로 하고 북아프리카로 패주했다. 낭자한 유혈은 없었으나 조상들이 묻힌 고향땅을 떠나는 무슬림들의 마음에 어찌 피눈물이 흐르지 않았겠는가.

 

<돌마바흐체 궁전 박물관> ‘채워진 정원’ 이란 의미의 돌마바흐체 궁전은 사그러지는 오스만제국의 마지막 불꽃을 담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이다. 1856년에 완공된 궁전은 공공건물, 왕의 집무홀, 하렘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285개의 방과 43개의 홀, 6개의 발코니와 6개의 하맘이 있으며, 금 14톤과 은 40톤을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제국의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무모하게 만든 궁전은 결국은 제국의 멸망을 제촉한 신호탄이 되었다.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고 터키 공화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 아타튀르크가 1938년 이 궁전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때 시간이 9시 5분이었다. 궁전 안의 모든 시계는 9시 5분에 멈춰있다.

 

그 밖에도 황금의 손 미다스 왕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는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하드리아누스 신전과 셀수스 도서관이 있는 <에페소스 박물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원형극장 아스펜도스 극장이 있는 <안탈리아 고고학 박물관>, 이슬람 신비주의 시인 루미가 잠들어 있는 <메블라나 박물관>, 4대 고대문명보다 7000년이나 앞선, 원시 고대신전이 있는 <괴벡리테페 옥외박물관> 등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다 좋은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 소개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순수박물관은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이 책 <터키 박물관 산책>과는 컨셉이 약간 안 맞는 박물관이다. 그래도 소설 <순수박물관>을 읽은 사람에게 이 박물관의 관람은 뭔가 특별한 인상을 남길 것이 틀림없는 바, 애석한 심사가 없지 않다. 박물관 여행을 통해 터키의 역사와 문화를 일별하고 나니 이제는 남은 것은 현장방문뿐인 것 같다. 기약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이건 여담이다. 이희수 교수(1953년생)가 근자에 들어 이슬람 전문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중 특히 터키 관련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외대를 졸업학고 국립 이스탄불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취득했다. 10년간 리비아, 튀니지, 이란 등에서 이슬람 문명을 연구했다. 현재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와 한국 이슬람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미국, 영국으로 떠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터키를 홀로 선택했을 때는 용기도 필요했을 것이다. 아니면 나름의 소명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구의 길은 외롭고 고단하지만 반면 긍지와 보람이 찾을 수도 있다. 이희수 교수는 그래도 행운아다. 살아 생전에 명성을 얻었으니 외롭지만은 않게 되었다. 용맹정진하면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성소피아 성당>

 

<톱카프 궁전 보석관의 에메랄드 단검, 86캐럿 다이아몬드>

 

<1453 파노라마 박물관>

 

<돌마바흐체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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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5-1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문하고 싶습니다 ㅎㅎ

붉은돼지 2015-05-11 20:04   좋아요 0 | URL
같이 한번 방문해 보아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5-05-1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가보시길요^^

붉은돼지 2015-05-11 20:08   좋아요 0 | URL
네~~ 꼭.^^

에이바 2015-05-11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만 읽어도 감동이 전해집니다. 사진으로 보니 저도 단검이 탐나요. 파노라마 박물관도 기억해두었다 터키가면 꼭 들러야겠습니다. 아니 이 책을 사야할까요...?

붉은돼지 2015-05-12 09:18   좋아요 0 | URL
에메랄드 단검 모조 기념품이라도 있으면 하나 장만하고 싶습니다. 뭐, 물론 그런게 있다면 말이죠 ㅎㅎㅎ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을 감명깊게 읽은 관계로 만약에 이스탄불에 간다면 파노라마 박물관도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

세상틈에 2015-05-1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들 보니깐 2년 전인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이슬람의 보물전이 생각납니다.^^

붉은돼지 2015-05-12 09:21   좋아요 0 | URL
그런 전시회도 있었군요...지방에 있다보니 그런 전시회에 갈 기회가 잘 없군요 ㅜㅜ

nomadology 2015-05-12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크면 꼭 같이 가보고 싶네요.

붉은돼지 2015-05-12 09:21   좋아요 0 | URL
아이 손 잡고 꼭 같이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

양철나무꾼 2015-05-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오님 서재에서 `원터슬립`소개받고 `터키, 터키`했었는데, 이 리뷰도 완전 멋지군요.
붉은 돼지님을 흉내내면서 `소생`, `뭐, 있다고 해도 도리 없어요. 호옹~`, `아아아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따위를 읊조려보고 있습니다여~^^

붉은돼지 2015-05-14 14:49   좋아요 0 | URL
윈터슬립이 무언가 했는데,,,,검색해보니 작년에 깐 영화제 대상받은 작품이군요..
우리나라엔 아직 상영이 안된것 같습니다.
터키 영화로 유명한 거 ˝욜˝도 있었는데....물론 이거도 안봤지만....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