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1
 
어제 가을이 익어가고 있는 신라천년 고도 경주에 갔습니다.
많은 문화재들이 있지마는 어제는 오직 가을만을 느끼고 싶어서 계림에 갔었지요.
사진을 찍는 친구들과의 동행이라 당연히 가을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을 당기는 가게가 있어서 자동차에서 내렸습니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주인 아저씨는 사진 찍기를 허락하셨고, 한 개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결혼을 해서 이곳에서 자녀들을 다 출가시키셨다니 삼사 십년은 족히 되었을 것입니다.
'가화만사성' '칠전팔기'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 액자가 걸려있었습니다.
그리고 만만찮은 제 나이와 거의 맞먹을 듯한 기름에 전 각종 연장들...
이마에 흘린 땀으로 정직하게 살아온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이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 계림전경 -

겨울이 오고 있지만 땅에는 푸른 빛이 가득합니다.
겨울을 건너고 나서 봄이 되면 노란 유채로 세상을 빛나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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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11-0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와서 좋은 사진 구경하네요.^^
경주 다녀오셨군요. 언제 가도 좋은 곳이지요.

gimssim 2010-11-04 16:41   좋아요 0 | URL
네. 꿈섬님.
저도 오랫만에 글을 올렸어요.
잘 지내시지요?

마녀고양이 2010-11-0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경주 다녀오셨네요. 진짜루 경주 가보고 싶어요.
두번 가봤는데, 일주일 정도해서 제대로 헤매고 오고 싶어요.
아................ 부럽당부럽당.

전차포 사진 굉장히 좋은데요. 넉넉하게 느껴져요.

전 이미 커피 두잔 마셨는데, 오늘 언니는 몇잔 드셨어요? 호호.

gimssim 2010-11-04 16: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경주는 한 일주일쯤 헤매도 좋은 곳이에요.
계림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저는 이 사진들이 좋아서요.

커피라...두잔요.
전 눈뜨자마자 마시는 나쁜 습관. 잠시 졸고 일어났더니 또 한잔 생각이 나네요. 이런이런~~

순오기 2010-11-0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아무나 발견하는 게 아니지요~~ 그런 의미에서 님께 추천!^^
계림이든 경주든 중학교 3학년 때 수학여행 간 게 다여요.ㅜㅜ
경주에 일주일은 커녕 하루 나들이라도 가면 좋겠어요.

gimssim 2010-11-07 07:24   좋아요 0 | URL
경주라면 누구나 수학여행을 떠올리지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리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도 아닌데 안가본 곳이 저도 너무 많아요.
부지런히 다니고 싶은데, 마음만 앞서네요.
그래도 아름다운 가을을 마음껏 즐기렵니다.
순오기님께도 그 가을을 드릴께요^^

양철나무꾼 2010-11-0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저씨의 포스 왕 맘에 들어요.
카메라를 들이 대는 데,어찌 저런 표정으로 앉아계실 수 있는 것인지~~~

음~~~
경주는 저도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가보고 못 가봤어요.
옛날에 경주에서 세미나를 개최할 뻔 했는데,
사람들이 경주에
'뭐,먹을 게 있냐?우리가 왕들 무덤 구경하려고 거기까지 가느냐?
그러지 않아도 우리 맨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 상대해 정신 수양 충분히 한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바꿨던 것도 떠오르네요~^^

전 사진은 하나도 모르지만,
중전님의 시선이 참 맘에 들어요~^^

gimssim 2010-11-05 19:43   좋아요 0 | URL
오랜 세월 장인으로 살아온 분의 관록이겠지요.
낯선 분이기는 하지만 기분이 참 좋았어요.
양철나무꾼님.
생각도 시선도 세월이 가면 거기에 맞취지더라구요.
그전에는 며느리의 시선에서 시어머니흉을 보았드랬는데
요즘은 시어머니시선에서 며느리의 못마땅함을 보게 되더라구요.
같은 사안이라도 말이지요.

세월 위에 마음을 얹어두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비로그인 2010-11-0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정겨운 사진.

낡고 찌그러지고, 오래 전의 것이지만 자라올 때 보던 것이어서인지 잠깐 어릴적으로 돌아간 것도 싶고 그렇습니다.

시내에 풀풀 날리던 흙먼지, 북적이던 시장길도 생각나고요. 맑은 사진 마음에 한 조각 담아두고 갑니다. 중전님 ~

gimssim 2010-11-07 07:2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모든 것이 풍성하여서 모자람이 없는 세월 위에 있지만
그것만이 행복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되는 건 아마 그래서인듯 합니다.
 


시(始) 커피이야기


내가 커피를 즐기고 좋아하는 데 반해 남편은 커피라곤 입에 대지 않는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 몸을 움직이지 않는 성격 탓에 살아가면서 민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대대로 딸이 귀한 집안의 외동딸이다. 그러니 남편은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위가 아니겠는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친정에 갔을 때, 엄마는 상을 잘 차려놓고 사위에게 “좀 더 드시게” 권했는데 이 사위는 밥 한 술 더 먹는 것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목에 칼이 들어와도 더 못 먹는다는 자세로 버텼다.
엄마는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고 방으로 들어온 나는 한바탕 눈물바람을 했다.

나는 밥 한 끼 굶는 것은 쉬워도 마셔야 할 때 커피를 건너뛰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삼천 원짜리 라면을 먹고 육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것을 흉을 보곤 하지만 나는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지 비난 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그것은 ‘끼니’에 대한 모독이라는 거였다.

다른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음식에 대한 우리 부부의 생각은 이렇듯 다르다.
나는 여름에도 더운 밥 먹기를 즐기는 데 남편은 한겨울에도 적당히 식은 밥이어야 한다. 금방 지어서 더운밥이면 주방 창틀에 얹어서 식히거나 그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냉동실에 넣고 삼십까지 세곤 한다.
나는 편한 시간에 시장기가 느껴지면 먹어도 되는 반면 남편은 시장기와는 상관이 없이 식사 시간도 정확해야 한다.
또 음식은 무조건 그릇에 산처럼 올라오도록 수북이 담아야 된다. 어쩌다 손님이 와서 큰 접시에 보기 좋게 적당히 담아내면 손님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신경을 쓰면서 나를 째려보곤 한다.
나도 질세라 소신껏 밀고나가는 날엔 손님이 가고나면 한바탕 언쟁이 벌어진다. “왜 그렇게 음식을 인심 사납게 담았냐? 아까워서 억지로 주는 것 같지 않느냐?”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조상 중에 굶어서 돌아가신 분이 있냐? 음식을 내면서 얼마든지 더 드시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며 언성을 높이곤 한다.

‘먹고 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먹는 문제는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우리 부부는 이렇게 걸리는 것도 많고 생각도 다르다.
그동안의 세월의 무게가 얼마인가. 이제는 몸에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하게 생각되다가도 어떤 때는 물에 기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하지만 세월의 힘은 아무래도 그런 진리를 뛰어넘을 수 있나보다. 도무지 융화라고는 될 것 같지가 않던 남편에게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크고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수많은 강을 건너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세월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학을 온 아이는 아무리 잘해도 주장의 자리에 앉을 수 없다는 무언의 룰 때문에 내 아들이 축구부 주장의 자리에서 번번이 밀린 것처럼, 뒤늦게 자신의 길을 찾은 남편은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회의 토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견고하고 배타적이었다. 실력이나 열정, 성실성, 정직함은 제쳐두고 배경을 보자고 하고, 유력자를 내놓으라고 했다. 자신의 명함 외에 내세울만한 그럴듯한 그림이 없는 남편으로서는 한 뼘 뿌리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로 서려면 얼마나 더 외풍에 시달려야 할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은 누구나 직선 코스로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우리 부부의 삶도 다를 바 없었다. 목표를 정해두고, 십 년이나 늦게 출발한 것을 만회하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던가. 조바심을 치며, 곁눈질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이었다.
남편은 어느 한 순간 마음을 바닥까지 내려놓고 쉰 적이 없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차도 즐기지 않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앉아서 마셔야 하는 커피는 어쩌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시간낭비일 거라고 생각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신혼시절, 친정어머니를 서운하게 했던 그 소신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온 남편에게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체로 여행을 가거나 식사를 할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도 절대 ‘커피로 통일’이 안 되는 것은 순전히 남편 때문이다. 남편은 장(長)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서로 눈치를 보다가 없던 일로 하고 만다. 썰렁한 분위기를 만드는 당사자인 셈이다.
그런 남편이 커피를 마시기를 시작했다.
아직은 커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겠다는 배려로 보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여유와 부드러움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가끔은 숨고르기를 할 필요성을 남편도 느끼고 있을 터였다.

몽골초원을 여행하다 보면 강을 자주 만난다고 한다. 초원을 흐르는 강은 많은 굴곡을 만들며 굽이굽이 흐른다고 한다. 그만큼 더디 흐르고 멀리 돌아갈 수 밖에 없지만 그 영향으로 강 주변에는 더 많은 초원이 형성된다고 한다.
남편이나 나의 삶이 몽골의 강을 닮아 있는 것 같아서 어느 책에서 이 대목을 읽고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진부한 소리지만 목적을 이루는 것보다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하루하루의 삶이 각각 다른 무늬의 날줄과 씨줄로 엮이면서 우리의 한 생애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 인생은 고속도로 여행이 아니지 않는가. 고속도로에서는 단시간에 가는 것이 미덕이다. 그러나 인생은 초원에 흐르는 강이다. 굽이굽이 돌아서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다.
비로소 그동안의 우리 부부의 삶이 연민이나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깨달음이 있기 전까지는 이젠 더 이상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했었다.

그렇게 살아온 남편이 이제는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여유를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삶의 여백이나 내면의 평화는 미래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다. 더 이상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는 그런 삶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걸어온 아내의 희망사항이다.  


  
 

 

 

 

 

 

 

 

                                                         내가 갖고 있는 여자 VS 남자

*** 며칠 전 페이퍼로 금(禁) 커피이야기를 올렸었다. 그 이야기는 사실 짝이 있다. 오늘 올린 글이 그것이다.

어제 저녁, 지난 여름에 문을 연 뷔페식당에 갔다. 일인당 삼만 원이었다. 아는 분이 먼저 다녀와서는 우리 내외도 한 번 가보라고 돈을 보내왔다. 남편과 나는 집에서 먹고 그 돈을 횡령하고 싶었다. 사실 밥을 먹고도 횡령할 수 있는 금액이긴 하다. 간단한 감사멘트라도 문자로 날리려면 아무래도 구경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갔더니 입구에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2층 대기실에서 좀 기다리란다.
나는 그런 자투리 시간을 땜빵 하는 데는 선수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대기실을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그럴 때면 주로 거울이나 벽에 비친 내 모습을 찍는다. 나중에 이것들만 모아서 앨범을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도 있다. 십여 분 신이 나서 돌아다니다가 문득 그런 시간을 못견뎌하는 남편 생각이 났다. 어디 있나? 찾아다녔더니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자기 손으로 ‘커피’라는 것을 가지고 와서 마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당연히 증거를 남겼다.
밥은 아주 맛이 있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뷔페식당으로는 으뜸이었다.
남편은 정말 적당히 먹었고, 나는 다이어트 중임에도 조금 과식을 했다. 좀 소식인 편이므로 그래봐야 다른 사람이 보통으로 먹는 정도였다.

그런데 맛을 못 본 것이 4분의 3은 되는 것 같아서 조금 억울했다.
그 억울한 감정위에 보태어지는 것이 있었는데 민망함이었다.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자갈치 시장처럼 붐비고 있었다. 지방의 작은 중소도시 - 거대한 포항제철을 끼고 있으니 전국에서 현금이 제일 많은 도시라는 말은 있다 - 인데 우리는 정말 이렇게 잘사는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잘 먹고 살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나도 열심히 먹었지만 아무튼 마음은 그랬다.

오늘 아침, 끓인 지 사흘이 된 김치찌개를 식탁에 올렸다. 두 식구이고 모임이 잦아서 별로 진도를 못냈더니 작은 냄비에 끓인 것이 아직도 남아서 오늘 아침에는 기어이 끝을 낼 작정이었다.
남편이 말했다 “어제 그것보다 난 이것이 더 좋아.”
이런 ~~~~헐!
아내가 말했다. “이건 편한 거고 좋은 건 어제 그것이지. 얼마나 신선하고 다양했는데?”
남편은 지금 가을을 심하게 타는 중이다. 갱년기 우울증 증세도 약간은 있다.
아내가 덧붙였다. “당신에게 여자가 나 하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야 -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 하시겠지만 우리 부부만의 암호이다 - 여자가 좋으면 여자가 좋다고 얘기해야지 여자가 붙을 것 아니야? 근데 나는 여자 싫어한다고 얘기하니 어느 여자가 다가오겠어?”
참고로 우리 집안은 콩가루집안은 아니다. 콩가루는 커녕 너무 모범적이어서 문제인 집안이다. 근데 왜 남편에게 여자가 붙으라고 부채질이냐고요?
나는 더 나이 먹기 전에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싶다고 나발(?) 불고 다닌다.
결론은 아닌 척 시침을 떼나, 나발을 부나 결과는 뻔하다는 거다.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302호로 찾아든다.
그게 행복이다.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는 우리집 바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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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0-2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언니, 커피는 곧 둥글어짐 일까요?
하나의 커피 한잔인데, 참 많은 심상이예요.
저두 그렇게 둥글어지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모난 곳이 닳아지는 것 같기는 한데.. ^^

저 오늘 벌써 커피 세잔째예요!

gimssim 2010-10-27 21:28   좋아요 0 | URL
저는 커피 한 잔을 두고도 열 편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데요.
저도 오늘 진도 안나가는 글 하나 쓰느라 머리 쥐어박으며 커피 두 잔 마셨네요.
젊을 때는 좀 모가 나게 살아도 돼요.그게 젊다는 것이지요.

양철나무꾼 2010-10-2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좀 고리타분한 편이라서요.
바른생활 사나이들이 좋아요.

이리저리 통밥 굴리느라 고심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죠.
걍 기면기다 아니면 아니다,이런 쿨함이 좋아요.

글구요,내가 해주는 집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남자라면 더 더욱이요~

근데요,중전님~
저도 나이 더 먹기 전에 '가슴 아픈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은데 말예요~^^

gimssim 2010-10-27 21:32   좋아요 0 | URL
바른생활들이 좀 단순하기는 하지요.
단순무식이면 살기 편할텐데, 우리 집은 단순유식이어서 문제죠. ㅎㅎ

글쎄요...
사랑은 젊을 때 하는 거라더군요.

페크pek0501 2010-11-1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저는 바른생활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그런 사람, 재밌어서 좋아하게 되거든요.
'가슴 아픈 사랑'이라..., 전 그거 싫은데요. 밤잠 못자게 만드는 일, 질색입니다.
전 불면증이 무서워요. 잠을 아주 달게 자고 싶어요. ㅋ

gimssim 2010-11-15 22:11   좋아요 0 | URL
정말 깜짝 놀랐어요.
오늘 잠시 사진 찍고, 남편 등산로 입구에 떨어뜨려 주고, 친구만나고...
이러느라 운전...잠시 pek0501님이 떠올랐겠지요.
아직도 많이 바쁜가, 논문 준비 중이라 읽은 것 같은데...
그런데 이렇게 방문하셨군요.
돗자리 깔고 어디 나앉아야겠습니다. ㅎㅎ
 


양동마을 이야기

어제 양동마을에 갔었다. 우리 집에서는 자동차로 삼십여 분이면 갈 수 있다.
몇 년 전, 처음 가보고 나는 이 양동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인적이 드물고 고즈넉하여 정말 내가 조선시대 어느 마을길을 걷고 있는 듯했다.
이제 이 마을의 운명도 어떻게 변할는지 알 수가 없어서 ‘보존관리’라는 미명하에 본 모습이 사라져 버리기 전에 가끔씩 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양동마을은 안동하회마을과 더불어 2010년 8월 1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등재 결의안을 통해 그 등재 사유로서 주거 건축물과 정자, 정사(精舍 : 학문과 휴식의 공간), 서원 등의 전통 건축물들의 조화와 그 배치 방법 및 전통적 주거문화가 조선시대의 사회 구조와 독특한 유교적 양반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이 오랜 세월 동안 온전하게 지속되고 있는 점과 문집, 예술작품과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학술 및 문화적 성과물과 공동체 놀이, 세시풍속 및 전통 관혼상제 등 주민들의 생활과 신앙에 관계된 무형유산이 세대를 이어 전승되고 있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하였다고 한다.

양동마을은 경주시 중심시가지에서 동북부인 포항 쪽으로 약 16㎞ 떨어진 형산강 중류지점에 있다.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조선시대 양반마을의 전형으로 1984년 12월 24일에 월성양동마을이란 명칭으로 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되었고, 월성군이 경주군으로 개칭되면서 경주양동마을이 되었다. 마을 내에는 보물 3점, 중요민속자료 12점, 도지정유형문화재 4점, 도지정민속자료 1점, 도지정기념물 1점과 문화재자료 1점이 있다.

약 520년 전 손씨의 선조인 손소(孫昭)라는 사람이 이 마을에 살던 장인인 풍덕 유씨 유복하(柳復河)의 상속자로 들어와 정착하면서 월성 손씨(月城孫氏)의 종가를 지어 번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풍덕 유씨의 후손은 절손되어 외손인 손씨 문중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또한 손씨의 딸은 이 마을의 여강 이씨(驪江李氏) 번(蕃)에게 출가하여 조선시대 성리학 정립의 선구적 인물인 이언적(李彦迪)을 낳아 번성하게 되었다. 손씨는 이씨의 외가이면서 상호통혼을 통하여 인척관계를 유지하고 마을 대소사에 협력하여 왔다.

현재 양동마을에는 월성 손씨 40여 가구, 여강 이씨 70여 가구가 남아 양대 문벌을 이루는 동족집단 마을을 계승하고 있으며, 월성 손씨의 종손인 손동만(孫東滿)은 손소의 19대손이고, 여강 이씨의 종손인 이인식은 이언적의 15대손이다.

주요문화재로는 무첨당, 관가정, 향단, 양동강학당, 양동낙선당, 양동수운정, 양동수졸당, 양동심수정, 양동안락정, 양동이동기가옥, 양동이원봉가옥, 양동이원용가옥, 양동이향정, 양동이희태가옥, 경주손동만씨가옥 등이 있다.
그밖에 문화재로는 손소선생분재기, 적기공신논상녹권, 양동대성헌, 양동의 향나무, 손종로정충비각 등이 있다.

양동마을은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여 살고 있어서 이 민속마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주고 있다. 역사는 지나간 시절의 산물이 아니다. 오늘이 바로 역사의 현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동마을은 박제된 역사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면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고즈넉한 조선시대 마을이 이제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우리 집 주위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어제도 서울에서 관광버스 세 대로 나누어 타고 어느 단체에서 오는 등 작은 시골마을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내가 그리던 양동마을은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 사라져가는 것이 그것 뿐이랴.
아쉬운 마음에 카메라에는 사람사는 냄새가 배어있는 곳을 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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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0-26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역시나 사진이 정말 멋지네요.

그런데 저 소나무는 어찌된거예요? 왜 옆으로 누웠을까요? 너무 독특해요.
깜둥 강아지도 너무 정겹네요. 아, 가보고 싶어요.
주렁한 감과 장독 좀 봐..... 가을이네요.
양동마을. 꼭 기억하고 있겠어요.

gimssim 2010-10-26 22:31   좋아요 0 | URL
이런이런~~설명이 좀 친절했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아래에서 두 번째 사진을 보면 왼쪽 끝에 있는 기와집이 관가정이고 오른쪽 끝에 있는 건 향단이에요. 첫째 사진이 관가정, 중간 어디에 있는 기와집이 향단이죠.
그 두 집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관가정은 성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우재 손중돈이 살던 집이고 향단은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이 경상 감사로 있을 때 모친의 병간호를 하도록 중종이 지어준 집이라고 해요.
나무는 소나무가 아니고 향나무인데 경상북도 기념물 제8호라고 하네요.

그리고 깜둥강아지는 절대 귀여운 놈 아니에요.
클릭 하셔서 큰 사진으로 오른 쪽 귀퉁이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
사실은 그 글 땜에 찍었는데 카메라가 시원찮아 많이 당기지 못했어요.
'개조심
물린 사람 억수로 많음'

마녀고양이 2010-10-27 08: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니 댓글에
아침부터 너무 웃고 있어요. 상쾌한 아침 감사드려요!

비로그인 2010-10-2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저녁 먹었는데..

사진을 보니 푸짐한 저녁을 먹은 듯 기분이 더 좋아지네요~ 더 추워지면.. 못 보게 될 그런 파란 하늘 . 참 멋집니다. ^^

gimssim 2010-10-26 22:34   좋아요 0 | URL
파란 하늘 아래 향단의 기와지붕이에요.
흙벽 앞에 가을 꽃들...정말 시골기분 나지요?

양철나무꾼 2010-10-2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가을이 한창인걸요~
간식은 조오기 잉어빵이랑 오뎅으로 해결하셨나요?

저 양동마을 한번 가보고 싶어요~
사진이 글보다 많은 사연을 담을 수도 있구나 하는 걸,님 덕에 다시 한번 느껴요.

날이 많이 차졌어요.
새벽기도 가실때,목도리 단단히 해주세요~^^

gimssim 2010-10-27 06: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을의 절정을 지나고 있지요.
그 양동점방은 1970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네요.
시골마을의 점방이지만 역사가 오래 되었지요.
이번엔 저 혼자가서 가지고 간 바나나, 빵으로 간식...아직 혼자 무얼 사먹을 만큼 용감한 아줌마는 아니어서리.

그렇잖아도 목이 시원찮아서 새벽기도 갔다가 좀 일찍 왔음다.
아무래도 어제 새벽바다 찍느라 무방비로 바다 앞에 잠시 서 있었던 게 원인이었을 듯...
염려해 주심에 감사드리고...곧 겨울이 오겠지요. 감기조심!

느린산책 2010-11-0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동마을..
안동하회마을과 함께 꼭 가보고 싶다고
울 오빠랑 맨날 얘기하는 곳~
집에서 가까우시다니 부러워용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유산 사진전에서도 봤는데,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올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참 뜻밖이었어요^^

gimssim 2010-11-01 22:12   좋아요 0 | URL
양동마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아서 그만큼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지요.
가을이 좀 더 깊어지면, 그래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 때 쯤 한 번 더 가서 사진을 찍을까 합니다.
그때 다시 사진 올리지요.

11월 첫날,
촣은 출발 되십시오.
 
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강영의 글.사진 / 북하우스 / 200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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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책이라면 다 거기에서 거기라는 편견을 깨게 하는 책이다.   

웬만큼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도 여행지에 내리면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막연할 때가 자주 있다. 

꼭 찍어야 하는 것을 짚어내면서 곁들인 글도 따뜻하고 아름답다. 

전문여행가나 사진가는 아니지만 열정을 가지고 몰입한 흔적도 엿볼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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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0-24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오랜만에 들렀네요.
아래글부터 주욱 읽으며 숙연해졌어요.
날이 추워진다는데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하시길...

gimssim 2010-10-24 07:5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반가와요.
근데 늦게까지 깨어계시군요.
밤 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창 밖을 보면 건너편에 불이 켜져 있는 창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더라구요.
이젠 10월 말이니 추울 때가 되었죠?
유행하는 감기는 피하고 지냅시다. 행복한 가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0-10-2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행을 가면 사진을 더 못 찍게 돼요.
그 여행지에 홀려서 사진 생각은 전혀 안 나요~^^

가끔 열정이나 몰입은 행복의 동의어처럼 느껴져요~

전 오늘도 사제 서품 자세로 찍으셨다는 그 사진 한참 들여다 보고 가요.

gimssim 2010-10-24 23:2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그게 찍사의 딜레마에요.
여행이나 사진 둘 중 하나를 택해야지 둘 다는 어렵답니다.
내일 오전 남편을 내려주고 가을의 양동마을을 한 번 가볼까, 그냥 집으로 올까 망설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가서 가을 사진을 좀 찍어야 할까봐요.
 

금(禁) 커피이야기

밤 11시 39분에 문자메시지가 왔다. 나는 새벽에 좀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러니 밤늦은 시간의 전화나 문자메시지는 거의 없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구냐며 폰을 열어보고는 나는 명치끝이 저려오는 아픔을 느꼈다.

아들이 보낸 것이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르기 보름 전이었다. 어미의 뒷바라지도 없이 밤 깊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다가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들었으면 자기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듯 어미에게 그런 문자를 보냈을까 싶었다.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남편이 십 년 동안 봉직하던 일을 버리고 자리를 바꿔앉느라 아들은 초등학교를 네 곳, 중학교를 세 곳이나 거쳐서 졸업을 하였다. 아이들 세계에도 엄연히 텃세라는 것이 있다.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고 또 잘하는 아들인데 번번이 주장의 자리에서 밀리는 눈치였다. 조심스레 물으니 전학을 온 아이는 주장을 할 수 없단다.
그런 아픔들이 있어서 다시는 전학을 시키지 않으려고 아예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시켰다. 집에 오려면 차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야 하고, 공부도 벅찬 학교였다.

커피를 끊었다.

아들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밤잠을 설쳤다. 어느 부모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내 아들이 저렇게 힘들어 하고 있는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끓어 넘쳤다. 아마 품에 두고 있지 않아서 더 그랬을 것이다. 어미인 나도 한 가지 ‘힘듦’을 안고 있어야 공평할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고 안마시고가 무슨 문제이랴 싶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문학청년이었던 세 살 위의 오빠 덕에 나는 일찍부터 커피맛을 알았다. 국산 커피가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 쓰디쓴 맛의 미제 커피를 가끔씩 마실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용돈을 받으면 제일 먼저 커피를 샀다. 가장 작은 병이 800원이었다.
밥을 먹고 나선 엄마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셨다. 설탕을 듬뿍 넣어서 마시는 엄마께 커피를 마시는 건지, 설탕물을 마시는 건지 모르겠다고 핀잔을 드리곤 했는데, 그때의 엄마만큼 나이를 먹은 나도 단맛이 혀끝에 감기는 그런 커피를 좋아한다.
시부모님과 세 명의 시동생, 우리 사남매, 서너 명의 일가붙이들과 함께 한 대가족 맏며느리의 고단한 생활 가운데서도 엄마는 커피를 즐기고 글을 쓰셨다. 시집을 가 멀리 떨어져 사는 나에게 한 달에 한두 번 ‘에미 보아라’로 시작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곤 하셨다. 뿐만 아니라 방송국에서 공모한 편지글이 채택되어 편지글의 주인공이었던 군대에 있던 동생이 포상휴가를 나오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동안 참으로 분망한 삶을 살았다. 아픈 몸으로 대학에 다니고 있던 남편과의 결혼, 오랜 투병생활,  집안이 전소되는 화재, 퇴직, 마흔의 나이에 ‘다시 시작하기’, 여러 번의 이사, 갑작스러운 친정어머니의 죽음 등 굽이굽이 어려운 강들을 건너고 여기까지 왔다.
깨어있는 의식과 열린 가슴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인간다운가. 그래서 또 얼마나 힘이 드는가. 그 숱한 강들을 건너면서 발을 헛디디지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

자리를 옮겨 앉은 남편이 자신의 자리에서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지금의 삶도 힘이 든다. 나의 삶은 지극히 객관적이다. 나의 아픔은 뒤로 미뤄 두고 이웃의 한숨소리를 듣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때가 많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통해서 자신들의 모습을 본다. 내가 밝고 정돈된 모습으로 서 있어야 그들은 내게 다가온다. 다가와서 마음을 연다.
그런 생활을 위해서는 내 속에 힘이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샘의 근원이 되어야 물을 흘려 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건강을 다지고 정신적인 내공을 쌓아야한다. 가끔은 한 잔의 뜨거운 커피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몸을 내려놓고, 등을 기대고, 생각을 멈추고, 커피 한 잔 마실 동안이면 나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다.

그런 내가 커피를 끊었다.

어미에게 백일 동안의 정말 힘든 ‘커피 끊기’를 시킨 아들은 내가 원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무난히 들어갔다.
그 때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큰 문제에 부딪혔을 때, 온 마음을 쏟아야만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을 때,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돌아서고 싶을 때,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속에 놓였을 때, 나 스스로를 바로 세워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마다 백일 동안은 아니지만 한 달이나, 보름 쯤 커피를 끊곤 했다. 일종의 극기훈련 같은 것이다.
마음을 비웠다고 생각했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좀 더 안락한 환경이나 경제적인 여유, 더 나은 지위, 그럴싸한 명예 따위에 마음을 쏟는 욕심은 끝이 없었다. 내가 애를 써도 나이가 들면서 탐욕의 군더더기가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

얼마동안 커피를 끊는 것은, 내가 치장한 모든 것을 벗고, 욕망을 줄이고, 자아를 내려놓고, 빈 몸으로 서서 내 속의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내 영혼의 깊은 속에 닻을 내리는 작업이다.
그리하면 나는 다시 피곤한 손과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울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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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20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달간 끊었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제가 다시 마시고 있었어요. 제가 끊는다고 호언장담했을 때, 벗 한 명이 `웃기지 마라, 중독이 왜 중독인 줄 아느냐. 못 끊으니까 중독이다' 라고 말하길래 `어머 사람을 뭘로 보고!' 생각했는데, 전 헤어나오질 못하겠습니다. 중전 님은 참 강해 보여요. 부럽습니다.

gimssim 2010-10-20 23:30   좋아요 0 | URL
동기가 있으면 좀 쉽지요.
저도 아들 녀석 땜에. 고3일 때도 주말에 전화해보면 빨래하고 있다고...
제가 믿는 신께 우리 아들 좀 잘 봐달라고 땡깡부린 거지요. ㅋㅋ

후애(厚愛) 2010-10-20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편두통 때문에 못 마시고 대신 코코아를 마십니다.
아주 가끔씩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어요.^^

gimssim 2010-10-20 23:31   좋아요 0 | URL
전 한 끼 밥은 건너뛰어도 커피는 그러지 못해요.
이년 전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높게 나왔는데 혼자 짐작에 커피 프림이 주범인 것 같아서,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죠.

전호인 2010-10-2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과 각별한 내조를 하시는 아내의 따스함입니다.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저렇게 든든한 아들이 있는 데 무슨 걱정입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끊고 아들의 힘듦을 공유하려는 우리네 어머니상이 훈훈해요.
다 잘될꺼야~~~! 라는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ㅎㅎ

gimssim 2010-10-20 23: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 잘 될거야~~
그리고 관계없다아~~~
긍정적인 말씀 힘이 됩니다. 감사드려요.

마녀고양이 2010-10-2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를 하루에 한주전자씩 마시고 있어요.
너무 좋아해서, 손에서 놓지를 못 하는데....
간절한 바람이 있는 날,

저도 커피를 끊어야겠어요.

gimssim 2010-10-20 23:34   좋아요 0 | URL
히히~ 한 주전자라, 주전자 크기가 얼만하신지요?
기호식품인데 끊을 수야 있겠어요.
습관적으로 마시지 말고 꼭 마셔야 할 때만!

비로그인 2010-10-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저는 까만 커피에 설탕만 탑니다.
커피 향과 달콤한 맛, 두 가지 쾌락을 동시에 누립니다. 하하


gimssim 2010-10-20 23:36   좋아요 0 | URL
좋은 기호이시네요.
아무래도 설탕보다 프림이 더 해로울 것 같죠?


blanca 2010-10-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님, 저도 며칠 씩 커피를 끊어요. 몸에게도 카페인과 설탕에서 떠나 있을 시간들과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멀리할 수 있나, 시험해 보고도 싶어서요. 하지만 결국 언제나 져요. 그래서 분해요--;;

오늘도 참지 못하고 라떼 한 잔을 마셔 버렸어요. 아직 위는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전님의 객관적인 삶에 대한 얘기, 굽이굽이 돌아가는 삶의 얘기...그냥 제 맘 속으로 쓰으윽 밀고 들어옵니다...

gimssim 2010-10-20 23:41   좋아요 0 | URL
라떼는 다른 커피보다 칼로리가 더 높은데?
blanca님 열심히 일하고(놀고) 나서의 커피 한잔은 나에게 주는 상으로 생각해 볼 수도있어요.
자책하지 마시기를 ...
제가 여러분들께 너무 스트레스를 드리는 페이퍼를 쓴 건가 송구스럽사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양철나무꾼 2010-10-2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대로 스트레스 주시는 페이퍼였어요.
저는 원두커피도 아니고 둘둘둘 삼합을 이루는 봉지 커피를 아침부터 숭늉먹듯 하고 있는데 말이죠.

전 그동안 맹모는 아니어도 한석봉 엄마는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왠지 숙연해 지는걸요.

gimssim 2010-10-21 23:1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커피는 아무래도 삼합을 이루는 것이 제맛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