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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의 기술 - 한평생 호흡하는 존재를 위한 숨쉬기의 과학
제임스 네스터 지음, 승영조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2월
평점 :
오래된 감기약 광고 문구다. 감기약 효과를 알리려 만든 문구겠지만 뜻깊은 말이다. 어쩌면 모두가 당연스레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겠다. 왜 입호흡이 안 좋은지, 코호흡을 왜 해야하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동안 호흡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호흡 전문가들과 펄모노트(pulmonaut: 폐, 호흡기를 뜻하는 접두사 pulmo와 탐험가를 뜻하는 접미사 naut를 조합한 단어로 호흡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들을 찾아다니면서 호흡법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고 몸소 겪어보며 쓴 책이다. 처음에는 양장본도 아니면서 책값이 뭐 이리 비싸냐고 투덜댔는데 읽어보니 값어치를 하네.
자기 몸이 망가질지도 모르는 실험에 자비까지 들여 몸소 참여해서 죽을(?) 고생을 하는 사람이 실재한다는 게 놀랍고 존경스럽다. 나라면 웃돈을 얹어주겠다고 해도 못한다고 손사래 칠텐데.
요가를 하다보니 늘 호흡을 먼저 생각한다. "요가는 호흡이 전부다." 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요가 시간 내내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세요.", "요가 하다가 딴 생각이 들면 얼른 호흡으로 되돌아오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입버릇이 됐다.
중학교 때 오쇼 라즈니쉬(나중에 미쿡에서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들로 추방까지 당했다는 걸 그 시절엔 몰랐다.)가 쓴 [뱀에게 신발신기기]라는 우화 모음집같은 책에 나온 글귀가 늘 머릿속에 맴돌았다. "언제나 깨어있으라." 또 비슷한 시기에 짝사랑했던 국사선생님이, "불교에서 쓰는 Vipassana( 비파사나 라고 하셨다.)라는 말이 있는데 '현재에 충실하라' 는 뜻이다." 라고 하셨다. 나중에 위빠사나(Vipassana:산스크리트어에서 'V'는 'W'소리가 나기도 한다.) 본래 뜻이 "호흡을 의식하라" 임을 알게 됐다. 그러니까 '언제나 깨어있으라'는 말이 '위빠사나'이고 '호흡을 의식하라'는 얘기다. 호흡을 의식하면 깨어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다보니 삶이-오래 전부터 고민했던 것이- 연결되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잊지 않고 그쪽으로 가다보면 언젠가는 그 뜻에 다다르기도 한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요가를 몰랐던 시절에도 요가 아사나(자세)를 몰랐을 뿐 요가를 고민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책에서 요가 얘기가 자주 나오는 바람에 얘기가 딴 데로 샜는데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고 호흡에 대해 고민해보고 실제로 여러가지 호흡법을 실행해보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온 호흡법을 따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해보면서 맞는지 틀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그렇게 해보는 것 자체가 중하니께. 다 제쳐두고 코호흡 하나만 기억해도 괜찮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생명력을 강하게 하는 호흡을 찾아가기도 하고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세계 여러 펄모노트들이 해온 방법들을 따라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그저 코로 숨을 쉬었을 뿐인데 자신을 넘어 인간 전체를 이해하고 조금 더 자연스럽게 본질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