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버린 여인들 - 實錄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
손경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조선왕조실록에 뒤늦게 맛들여 즐겁게(?) 읽었다는 저자가

풀어낸 이야기다.

실록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서술했다.

언젠가 실록읽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

사학과 출신이라 하기에 좀 부끄러운 수준의 글읽기라

정통역사서 한권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토록 심할 줄 몰랐던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총 33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일화형식으로)

신분제사회의 가장 큰 피해자로 살 수 밖에 없는,

아니, 죽을 수 밖에 없던 피해자들,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던 그들이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다.

권력자에게 농락당하고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기생, 노비 출신의 여.자.

 

그들의 삶이 너무 억울해서, 화가나고 답답해서

거꾸로 생각해보았다.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여성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폭력은

어쩌면 남성들의 열등감이 아닐까.

그들의 약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를 두려워한 남자들 말이다.

 

저자가 연구자임에도 글을 비교적 잘 썼다.

객관적이지만 딱딱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한가지 아쉬운 것은 태종대부터 성종 연간의 기록만 나와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세종, 세조, 성종 대가 집중됐다.

그 시대에 가장 기록이 활발해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조선 중기 이후의 기록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이 책은 한꺼번에 쭉 읽어나가는 것보다 하루에 몇가지 이야기씩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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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티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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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검은 차 나 흑차 라고 하든가 블랙티가 뭐야'   

외쿡어에 민감한 내 짧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블랙티 는 차가 아니라 은은한 빛깔의 장미였다.

이런이런 민망할 데가.

 

몰래몰래 숨겨온 우리들의 이야기

누군가 알아챌까 속으로 뜨끔해 하면서도

'그다지 큰 잘못도 아니잖아' 하면서

자기혼자 합리화하고 용서해주는 자잘한 경범죄들

가끔은 가까운 이와 공범자도 되면서

서로에게 "찜찜하게" 면죄부도 주는 잘잘못들

하지만 이 크나큰 우주의 먼지보다도 작은

우리들을 감안하면 별 것도 아닌 일

내가 겪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도

막상 닥치면 아하, 그래서 그 사람이 그랬었구나.

수긍하게 되는 조그맣고 나약한 우리들은

그러나

사연 많은 인간사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10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럴 법한 이야기들로 저 높은 산 위의 깨달으신 분께서

허이연 수염을 쓸며 바라다 보면

허허.. 하고 가볍게 웃음 지을,

우리 딴에는 진지한 사건사건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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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
이경자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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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완서,「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박완서가 미군px에서 같이 일하던 이름 없는 화가라며 박수근을 소개했다.

그 유명한 사람을 박완서는 그때 만났었구나.

와 신기하다.

"좀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만나는구나 하고서 부러워했다.

 

박완서의 책을 읽을 때 이후 박수근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기사를 보니(일년 전) 박수근의 "빨래터"가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 책도 이 논란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예술가라고 하면「달과 6펜스」의 고갱의 삶이 떠오른다.

자기가 펼치려는 세계를 위해 자신 외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듯

남아있는 자들의 고통은 기억하지 않는 이기적인 인종이라고 생각했다. 나또한 예술가가 된답시고 '말로만' 설쳐대면서도

그런 것들마저 모두 품을 수 있을 때에만 걸작이 나올 수 있다면

그또한 어쩔 수 없다고

기어이 그리 해야겠다면 그렇게 살아야지

이외수,「들개」처럼 목숨 바칠 수도 있다고

우리 가슴 속에도 끓는 열정 하나 있다고.

 

박수근은

착하다. 가난해서 착한 것 같다.

가난해서 아비가 미웠던 아들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서

아버지가 몹시 그리웠다.

이게 픽션인가 실화인가 헷갈렸다

그 맛으로 읽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이 시대에

무엇이나 부족했던 그때가 그리운 것은

기다림이 즐거워지는 로.맨.스 때문인 것 같다.

(일본식 "낭만"이라는 단어를 꺼려함. 사실 좋아하는 말이지만 자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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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편지 - 개정판
법정 지음 / 이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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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편한편 일기처럼 편지처럼 이루어진 수필이다.

어설픈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는데

스승들의 글은 언제나 마음을 파고든다.

신영복 선생님, 법정 스님, 홍신자 씨 등등

 

'어느 독자의 편지' 편에서

소녀의 마음씨가 고와 눈물이 났다.

 

스님이 인용한 베드로시안의 시, "그런 길은 없다" 가

와닿는다.

..........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어둡고 험난한 이 세월이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가슴이 울컥하면서 덜컥거리고 눈물이 왈칵난다.

우리 언니들이 제 자식들에게

니네들 공부안하고, 똑바로 안하면 "마녀이모처럼 된다"

라고 으름장을 놓는단다.

"이거 왜 이래? 나 그런 이모야."

언니들이 너를 참 모른다며 다독여주는 우리 애인 때문에 산다.

 

스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잊고 있던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나 살기 급급하다고 모른 체 해 왔던 것들.

어린 날, 삶의 목표가 무어냐 물으면

어려운 이를 위해 사는 것이라고 비장하게 대답하곤 했다.

지금도 말은 번지르르 그렇게 하고 있다만.

 

수행이 곧 사는 이유임을 알면서

실컷 게으름 피우고 도망만 다니느라 정신을 놓고 살았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지.

스님의 일침이 따끔하다.

맑게 살아오셔서 모든 말씀이 맑고 맑다.

내 거칠고 삿된 마음이 너무나 부끄러워진다.

내 이럴 줄 알고 오랫동안 스님의 글 읽기를 미뤄두고 있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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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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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노닐다」를 통해 먼저 오주석을 만났다.

그 책은 처음이 참 좋았지만 좀 짧고 전체적으로는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도 우리의 옛그림에 대한 설명이 신기해서 눈이 동그래져가지고 열심히 읽은 기억에 이 책을 펼쳤다.

 

아, 역시 멋지다.

오주석의 우리 그림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한마디 한마디가 정성스럽고 맛깔스럽다.

게다가 재미까지 곁들여져 쏠쏠하다.

말도 참 곱게 이쁘게 한다. 멋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 쉽다.

그에 비하면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는 어려워서...

내 관심이 우리 것에 많아서 그런 것이라 기분좋게 긍정해본다.

 

우리 역사와 더불어 이해되는 자서(세)한 그림의 유래와

구석구석 숨어있는 묘사, 표현들이 정말 반할 만 하다.

저자의 살아생전 강연을 듣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오주석이라는 이름을 접한 것이 겨우 3년 전이어서

이미 작고한 후라.

알았더면 한걸음에 달려가, 손붙들고 안놓아줬을 텐테.

 

그림을 찬찬히, 자세히 보면서

코끝이 시큰해진다.

우리 선조들의 올곧은 성정과 맵시에 반해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이유없이 울었던 것처럼

그런거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그저 좋아서 눈물이 나는 것이다.

곳곳에 숨어있는 솔직한 해학에 절로 웃음도 난다.

 

김홍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놀랐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귀고 싶다. 만나고 싶다.

가르침 한 수 얻고 싶다.

김홍도를 보여준 오주석을 먼저 만나고 싶다. 애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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