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한 변명 - 구도의 춤꾼 홍신자의 자유롭고 파격적인 삶의 이야기
홍신자 지음 / 정신세계사 / 199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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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만큼 사랑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홍신자 언니야를 10년 만에 다시 만난다. 살면서 가장, 죽도록 힘들었던 10년 전 두 분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너무 외롭고 힘들고 뭐라 말할 수도 없었던 혹독한 그 겨울, 내게 희망을 불어넣어 수행길로 이끌어 주었다. 그때의 혹독한 겨울을 잊고 수행과 꽤 멀어져 버린 지금  다시, 수행이다. 10년 전에 읽은 홍신자,『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겹치는 내용이 많아 몇 년 전에 사놓은 이 책을 이제야 꺼내 읽었다. 


구도의 춤꾼이라 불리는 홍신자. 그 이름이 무척 잘 어울린다. 그의 행보는 자유롭고 경이롭다. 오금을 저릴 만큼 강렬한 그이의 눈빛을 받으면 절로 움츠러 들 것 같다. 언젠가 용안(龍眼)을 검색하다가 홍신자의 눈이 용안이라는 어떤 관상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왕의 눈이라는 그 말에 바로 수긍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대학생이던 언니가 즐겨보던 오쇼 라즈니쉬의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 이미 홍신자는 그 유명하신(영화 타짜의 유해진 말투) 오쇼 라즈니쉬의 첫 한국인 제자로 구도의 길을 걷고 있었다. 아니 이미 고행을 마치고 춤을 추고 있을 때였겠다. 이 하늘과 땅 차이의 간극을 메울 수는 없겠지. 용족의 후예(?)를 스승으로 따를 수밖에. 


이 책 속에서 홍신자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홍신자의 삶은 춤이고 명상이다. 그동안 듣다가 포기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황병기의 "미궁"을 끝까지 들었다. 밤에 불끄고 들으면 최고다?!  홍신자의 생각이 나랑 비슷한 면이 많아서 더 끌리나보다. 어린시절, 마흔이 되기 전에 요절하겠다는 유치한 생각을 품은 것부터(10년 전에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얼마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이 내용은 다른 책에도 나온다.) 요기조기 닮은 구석이 많다. 신자언니는 삶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용기있는 행동파이고 난 움직이지 않고 마음만 앞서는 "자라목"(등은 굽고 고개만 잔뜩 튀어나온 현대인의 전형)이라는 게 크게 다르다. 중학교 때 역사선생님이 일러준 "현재에 충실하라" 라는 불교용어, Vipassana가 "호흡을 의식하라" 는 뜻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중학교 때 오쇼 라즈니쉬,『뱀에게 신발신기기』라는 책에서 메모해놓고 주문처럼 외곤 하던 글귀, "언제나 깨어있으라" 와도 통한다. 홍신자는 갠지스강의 풍장체험을 통해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홍신자를 만나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걸. 언니야의 글을 읽다보면 용기가 샘솟아. 문장력까지 뛰어나단 말일세. 홍신자와 같은 것을 느끼고 싶어 인도에, 하와이에 가보고 싶다. 꼭 한번 만나고 싶은, 만나보기도 전에 그리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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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선물 - 고대 티베트의 요가와 명상
피터 켈더 지음, 홍신자 옮김 / 파라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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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자 번역이라 보지도 않고 이 책을 샀다. 무림세계에서 암암리에 전해져 온 궁극의 무술 비법서 같다. 이 수행법을 통해 민감성 신경병증을 달고 사는 지금의 내가 어릴 적 겁나는 것 없던 무식하고 용감한 나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나 회춘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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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는 뇌 - 일상의 심리작용을 지배하는 뇌의 비밀
이케가야 유지 지음, 김성기 옮김 / 리더스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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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착각하는 뇌" 라는 제목에 "뇌는 행복해지기 위해 마음을 속인다" 라고 부연해 놓았다. 이 책의 표지를 보더니 내 짝이 "어? 내가 늘 하는 말이잖아" 그런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내 짝이 늘 주장하는 자기암시(?) 같은 것이 저자의 의도와 맞닿는다. 플라시보 효과와도 통하는 일종의 최면(?)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억지를 부린다면 긍정에너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고통스러운 세계에 직면한 힘없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이 아닐까? 그에 따라 우리 뇌가 유연하게 방어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믿는 것이 아니, 믿고 싶은 것이 현실이기를 바란다. 그게 맞다고 해주는 뇌의 착한 거짓말이 인간에게 동력을 심어주는 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테니까.


동물실험과 대상에 대한 시험을 예로 들어 심리학 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고 재미있다. 어렵고 복잡한 뇌과학을 쉽고 단순하게 풀어놓았다. 사람들이 흔히 갖는 궁금증에 대한 풀이로 엮어서인지 두서가 없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단번에 읽히지 않고 여러 날에 걸쳐 읽어 내용이 잘 기억되지 않는다. 뇌에 대한 내 기본지식이 부족해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뇌과학의 분야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많아서 연구할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하니 더 공부해보고 싶다.      

우리언니는 내가 "과흥분"이라며 자중할 것을 요청한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 피식 웃었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어릴 땐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이, 푹 자서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는 예민한 사람들이 오히려 부러웠다. 둔한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곤 했는데 지금은 민감한 내 자신이 감당이 안된다. 조바심이 나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들 때문에 늘 수면부족이라 기억력이 심하게 감퇴된 게 아닐까 싶다. 기억들도 마구 뒤섞이고 왜곡되어 내 기억이 과연 맞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처럼 불안에 대한 강박을 가진 내게 이 책은 불안이 오히려 뇌를 활성화시키고 기억을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거의 중독에 가까울 만큼 내가 스포츠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도 불활실성을 즐기는 도파민 때문이라고 한다. 내 병증을 쉽고도 확실하게 설명해주어 안심이다. 불안해하는 내가 불안했는데(?) 불안이 인간의 생명력을 키워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하니 힘이 솟는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불안해해도 좋다"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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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日1食 -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1日1食 시리즈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양영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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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새내기 때 선배가 소식의 '소'자 를 무슨 한자로 쓰는 줄 아느냐 물은 적이 있다. "소식(少食)이지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는데 그 선배 왈, "소식(少食)이 아니고 소식(素食)이야" 어! 정말? 소식(素食)의 사전적 의미는 소밥(고기반찬이 없는 밥)이다. 섭생(攝生)-양생(養生):병에 걸리지 아니하도록 건강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저자는 이제까지 이래야하고 저래야한다고 알아왔던 의학상식을 뒤집는다.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사고의 전환, 패러다임 혁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에 번쩍 충격이 인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거부감이 들지 않고 쉽게 수긍이 간다. 그 바탕에 연구자로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간다. 인간과 동물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진화에 대한 관심이 문득문득 생겨나서 공부하고 싶어질 정도다. 야생에서 적응하며 살아왔던 인간이 포식을 하며 각종 병증이 생겨나고 일부러 운동을 해서 먹었던 것들을 소화시키는 무용한 짓을 하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한다. 움베르트 에코가 쓴 "선진국 사람들은-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그들을 비꼰 것이지만-......" 하며 이른바 문명국이라 불리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먹을 것이 남아 돌아 잔뜩 먹고 맥박을 재고 일부러 조깅을 하는데 세계의 다른 곳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다이어트 열풍에 휩싸인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대할 때마다 그 이야기가 떠오르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고 유치하고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식, 식도락, 식탐에 빠져서 그것이 삶의 큰 즐거움인 양 어떤 주의처럼 표방하며 잔뜩 먹어댄 뒤에 다시 살을 빼려고 다이어트에 몰입하는 악순환.

 

배가 부르면 더이상 먹지 않고, 쓸데없는 살생을 하지 않는 동물의 삶을 통해 동물과 공생했던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제는 더이상 동물과 공생하지 않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반성하고 배운다. 배가 부르면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고 늘 기분이 나빴는데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음식을 반드시 먹지 않아도 되고 배고픔을 즐기라는 것이 마음에 와닿는다. 인류가 수십만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 고맙다. 또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해 온 인간의 몸은 각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인류가 축적해 온 조상들 모두의 유전자가 기억되고 전해져온 것이므로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라는 당부로 끝맺는다. 그것이 또한 이 책을 쓴 의도이겠다. 억지스럽지 않고 끼워맞춘 듯 자연스러워 깊이 공감하게 된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그렇게 하면 건강이 자연스레 뒤따라온다는 거창하지 않은 철학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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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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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본드를 불며 환각에 빠지는 장면에서 롯데월드 주제가가 떠올랐는데,

세렝게티 동물원이 개장할 때 그 비슷한 노래가 나오는 걸 보고 신기해했다. 어쨌든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류의 인위적인 동요(?)를 흥얼거리게 되나보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느꼈던 거북함, 거부감, 위화감은 부자연스러움과 함께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릴 때 동네에서 방귀 깨나 뀌고 살던 있는 집 아이가 자기 오줌색이 노오란 것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 그렇다고 했다. 그 아이가 생각나는 노래다.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현실을 비유하는 상징성이 쿡쿡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통렬하다. 현대의 한국사회를, 지금 내가, 우리가 껴안고 있는 어려운 형편을 속속들이 말하고 있다. 너무 쪼잔하거나 부끄러워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진다. 모두가 호흡하듯 매일 겪는 팍팍하고 고단한 일상에 심심한 위로를 건네듯 말을 건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과 또 다른 풍자가 펼쳐진다. 동물농장의 SF버전 쯤 될까. 전혀 과학적인 비유는 아니니 그냥 현대버전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우리는 문득 어딘가로 끌려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강요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두가 '이건 아닌데' 회의하고 질문을 던지지만 메아리처럼 무정한 물음만 되돌아온다. 답답하고 냉혹한 현실의 두터운 벽 앞에서 무력한 짐승처럼 뒷발질만 하고 있다. 자연을 가두어 놓고 인간본성을 꽁꽁 묶어 놓은 세계의 축소판인 동물원에 갇힌 채 동물 흉내를 내며 산다. 초원을 잃어버린 세상에서는 진짜 동물보다 인위적인 동물흉내가 더 잘 팔린다. 5천원짜리 한 장을 벌기 위해 하찮은 인간은 목숨을 건다. 동료들 몇몇은 차라리 진짜 동물이 되어버리기로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 초원을 꿈꾼다. 눈을 감으면 원시의 드넓은 자연이 펼쳐진다. 그곳은 시멘트로 만든 딱딱한 벽도 없고 폭신한 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작가가 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본드 환각 장면이 반복적으로 길어져서 조금 지루하다. 문장들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반복되는 면이 있어서 미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만 없었더라면 더 괜찮은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 글을 쉽게 쓰는 것이 이 작가의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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