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쓰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 책의 첫 시대적 배경을 부여로 선정했다. 그래서 부여 라는 말만 들어도 눈이 돌아가는데 공연 이름을 부여 "영고" 라고 이름 붙여 더욱 끌린다. 남편 이름으로 예매 신청을 해두고 당연히 선정될 줄 알고 있다가, 연락이 없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주말에 온 문자를 미처 확인하지 못 한 남편이 어제 오후 늦게야 문자를 확인했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공연한 것을 전주에서 상영하는데 꼭 가자고 다짐 받아두었는데도 막상 낯선(?) 전주까지 가게 되니, "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공연을 찍은 영상 보러 전주까지 가야해?" 하며 남편이 내내 툴툴거린다. 하용부 북춤이랑 김운태 채상소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대만족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 최초 3D 영상을 시도한 것에 의의를 두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3D기술을 이용한 국내영화도 나온 적이 없는 상황이라 기술력이 부족해 보인다. 화면을 보는데 어지럽다. 특히나 타악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음향이 엉망이다. 처음 시작부분부터 소리가 뜬다. 상영이 끝나고 공연과 상영을 총괄한 진옥섭 기획자가 그 부분이 미흡하였음을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했다. 처음이라 예산도, 기술도 부족하고 상영기술자들과 소통이 잘 안 되었다고 한다. 서울과 전주 두 군데에서만 한번씩 상영했는데 서울에서는 스크린X 라는 기술, 가운데 주 스크린 외에 양쪽 벽면에 스크린을 설치해 입체감을 부각시켰는데 전주는 상영관이 작아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자반뒤집기하는 소고잽이가 눈 앞으로 튀어오다 잘려서 사라졌다 저만치에서 다시 나타난다.
서울 아니면 삼삼한(잊히지 않고 눈 앞에 보이는 듯 뚜렷한) 공연 한 편 보기 힘든 곳에서 오랜만에 짱짱한 연희자들의 공연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 기쁘다. 이런 생각을 해 낸 것이 대단하기도 하고 기획자가 패러다임의 전환 이라는 말을 했는데 "되차!" ("과연", "정말" 을 뜻하는 전라도 말. 내 생각엔 대차대조표의 "대차"에서 유래한 것 같음.) 획기적이다. 전통문화라는 틀에 가둬두지 않고 변화에 발맞춰 나아가는 움직임에 박수를 보낸다. 진옥섭 기획자가 실력 하나는 짱짱하지. 앞으로 더 나은 공연기록 영상이 나오길 기대한다. 직접 공연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눈호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